바에 가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일정 마지막에 좋은 분위기에서
맛있는 술을 두어잔 마시고 집에 가기 위한게 목적임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술을 마시고 싶은 거고

이걸 높은 확률로 잘 충족시켜주는 곳이 바여서 감
비싸더라도 내가 만족할 만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가는 거지

솔직히 칵테일 비싸 한 잔에 한끼 식사 쯤 되니까
그렇다고 뭐 내가 이 돈 쓰는데! 하면서
손 닦아주고 발 닦아주는 융숭한 대접같은 걸 바라는 건 아니지
그냥 마음 편히 마시고 나오면 그만이고
그게 가능해야 하는게 기본이라 생각하는데
돈은 돈대로 쓰고 기분이 언짢은 상태로 집에 가야할 때가
좆같은 경험의 기준이라 생각함
물론 누가 봐도 자기가 손놈이 아니라 손님인 경우에 말이지

얼마 전에 모 업장에서 페니실린 한 시간 기다리고서
소박맞고 나온 주붕이가 딱 좋은 사례가 되겠네


이번엔 내 사례를 볼까
어제는 술 다 마실 때까진 크게 잘못된 건 없었음
맛있게 잘 마셨고 만드는 스타일이 맘에 들어서 한 잔씩 더 마시기까지 했으니까
문제는 집에 가려고 할 때 생겼는데
사장님이 다음날 쉬는 날이라 한 잔 하고 싶다고 하면서
우리 일행한테 같이 마시자고 술을 권함
나는 다음날 일이 있어 힘들다고 한 차례 고사했는데
일행이 한 잔만 하고 가자기에 일단 그러기로 했음

술을 막걸리를 마시자고 하더라고
나는 뭐 업장에 둔 막걸리가 있나 했는데 밖에서 사와야 한대
내 일행이 자기가 사오겠다기에 그냥 내가 갔다
가면서 이걸 내가 왜 가고 있나 생각은 들었는데
일행 보내는 것보단 내가 가는게 맘 편하니까 일단 감
근데 보통은 같이 술 마시자고 권했으면
권한 사람이 다녀오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단골도 아니고 처음 온 손님이 사오겠다 하면
한 번쯤은 만류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런 거 없더라
여기서 1차

술 사올 때 안주도 사오라길래 육포 정도면 되려나 싶어서 사갔거든
근데 누구 코에 붙이냐고 하질 않나
잘라서 나눠주면서도 황태포 사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하면서 면박주고
그래도 다 웃어 넘겼음
워낙 손님 편하게 대하는 스타일 같기도 했고
다른 손님도 한 팀 있었고 굳이 분위기 조져놓고 싶지 않았으니까
근데 비 맞아가면서 자기 대신 사 온 손님한테 할 소리는 아니지
여기서 2차

술 사러 나간 사이에 옆 자리 앉은 단골 일행을 내 일행이랑 인사시켰더라고
이 쪽에서 막걸리 사와서 같이 마시기로 했다고 하면서

그러면서 서로 나이가 어떻게 되냐 얘기가 나왔나 본데
내 일행이 상대보다 어렸음 대충 한두살?
얘는 자기 딴엔 초면에 언니라 부르는게 꼽주는 것처럼 비춰질 거라 생각했나봄
그래서 그 사람한테 한 얘기도 아니고 나한테 “오빠 우리 친구 생겼어”라고 했는데
그 중에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우리가 나이가 더 많은데 어떻게 친구죠?”라고 함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친구니 뭐니 한 건 잘못이라 생각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질 모르니까
나이에 민감한 사람인가보다 싶었고
그냥 불필요하게 더 말 섞지 말라고 했음

근데도 얘는 같이 술 나눠 마실 사람들이니 몇 마디 더 붙여보고 싶었는지
그럼 언니라고 부르면 될까요 하고 물어봄
그랬더니 “언니요? 허 참ㅋㅋ”이라더라고
이 쯤 되니 같이 어울리는 분위기는 안되겠다 싶었는데
그러더니 또 나한테는 몇 살이냐고 물어오더라
그래서 몇 살이다 얘기했더니
호에엥 히이잌 끼요옷 하면서 호들갑을 떰
자기들 중에 막내랑 동갑이었거든
내가 좀 나이들어 보이긴 함
좆같았어도 그냥 아무말 안했음
어차피 초면에 친구니 뭐니 하면서 실례한 것도 있으니 도긴개긴이니까

같이 못 어울릴 것 같이 말하면서도
먼저 말 걸어 오길래 몇 마디 주고 받게 놔둠
그러다 또 일행이 부르기가 애매했는지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자기 평생에 선생님 소리는 처음 듣는다면서
오늘 된통 당하네 마네 하더라
친구도 안되고 언니도 안되고 선생님도 안되면 어쩌라는 건지

사실 모르는 사람이랑은 바에서 말 안 섞는게 맞다
근데 이번 경우는 섞고 싶어서 섞은 것도 아니고
사장이 자기가 같이 술 마시자고 하고 손님끼리 인사를 시킨 입장에서
그 사이에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면 중재를 하든 해야 하는데
전혀 개입하지 않음
옆자리 손님이랑 트러블은 업장 불문하고 생길 수 있는 일이지
그걸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함
근데 그냥 보고만 있더라고
여기서 3차

이쯤 되니까 술 더 마실 기분이 안 들잖아
그냥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분위기 이상한 걸 느꼈는지 왜 벌써 가냐고 잡더라
술 사 온 사람들이 몇 모금 마시지도 않고 간다는데 당연히 느껴야지
그 단골들도 가지마요! 왜 가요! 하는데 뭐하자는 건지 싶었음
그냥 다음날 일 있어서 갑니다 하고 나왔다

여기서 이런 얘기 한 적 없는데 썰 풀어보라길래 풀어봄
업장은 공개 안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