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2cb1d329eddd34&no=24b0d769e1d32ca73fec84fa11d0283195228ddcef8f2e560a89fdd9a53fe123942febd4fe12d8fcd4227e6019be87ed0cdc79e3c6375fcc48237b6be75959381b1e0e2457e35f64f7fef9630b6dfa17ccf7304250bf6978b884758acb0e84437e982eeda2c16c80291655010385

viewimage.php?id=2cb1d329eddd34&no=24b0d769e1d32ca73fec84fa11d0283195228ddcef8f2e560a89fdd9a53fe123942febd4fe12d8fcd4227e6019be87ed0cdc79e3c6375fcb13227961e7090d38b4f0a7b55cb3daec2fae22417a66b6ab72cd95135108cdfc4f5c7c95a9c825a4687d079c447bb27b2e97b056244c

viewimage.php?id=2cb1d329eddd34&no=24b0d769e1d32ca73fec84fa11d0283195228ddcef8f2e560a89fdd9a53fe123942febd4fe12d8fcd4227e6019be87ed0cdc79e3c6375fc940762a6db0090a3805a59b3c0b854c01d35c8fcbd993b2d8744ce07c3166


스코틀랜드 윌리엄 브로스 브루잉 컴퍼니의 히스토릭 에인션트 에일. 그룻 비어라고 불리는 녀석임. 먼 옛날 홉이 널리 쓰이지 않거나 재배되지 않던 지역에서는 근처에 자생하고 있던 야생초들을 홉 대신 사용해서 풍미를 만들고 홉 비슷한 효과를 노리기도 했는데, 프르오흐도 그런 맥락에서 게일어를 쓰는 켈트족들에게서 제일 널리 쓰이던 헤더꽃을 원료로 해서 만든 맥주임.

이 맥주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는 맥덕계의 대스승인 살찐돼지님의 리뷰였는데 맛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이 없어 직접 마셔봐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뒤 몇 년 동안이나 마음속에 박혀 있던 맥주임. 영국식 사이더를 마시는 것 같다던 평이 있긴 했는데 표현만 봐선 잘 와닿질 않았단 말이지.

이 양조장에서는 각각 헤더, 가문비나무, 엘더베리, 구스베리, 해조류를 넣어서 총 5종의 히스토릭 에일을 만들고 있고 내가 산 팩에서는 해조류를 넣은 에일을 제외한 4종의 맥주들이 왔음. 그 중 오늘은 꽃에일인 프르오흐와 침엽수에일인 알바를 마셔보기로 할 것임.

참고로 병 무게가 굉장히 무거운 까닭에 330밀리짜리 맥주 네 병이 3킬로그램 이상 했고 나중에 인보이스 문제가 발생했는데 급한 마음에 서둘러 들여오느라 그냥 관세도 물어서 매우 비쌌음...... 대충 병 하나 당 500밀리짜리 캔 하나 직구하면 나올법한 가격이 발생했다고 말해둠. 원래 가격은 네 병 만 원 정도 나오는 녀석임. 현지가 퍼포먼스 생각하면 꽤 좋은 맥주라 생각이 듬.


viewimage.php?id=2cb1d329eddd34&no=24b0d769e1d32ca73fec84fa11d0283195228ddcef8f2e560a89fdd9a53fe123942febd4fe12d8fcd4227e6019be87ed0cdc79e3c6375fc84677783ae1540838bb154f0aa744b8687792d0ac41ee407b4583783ac615


이와 같이 히스토릭 팩에는 팜플렛 형태의 매뉴얼? 같은 것이 동봉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해당 맥주 레시피의 내력과 에일의 역사, 추천 잔과 페어링할 음식이 열거되어 있음.

처음 마실 헤더에일은 우선 플룻형 잔에 서빙하고 매운 음식과 페어링하면 좋다고 써 있다. 저번 발베니 행사에서 받았던 시향지를 생각해보면 스파클링 와인 비슷한 프로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됨. 추천에 제일 가까운 스파클링 와인 전용잔을 사용해서 마셔보기로 함.



viewimage.php?id=2cb1d329eddd34&no=24b0d769e1d32ca73fec84fa11d0283195228ddcef8f2e560a89fdd9a53fe123942febd4fe12d8fcd4227e6019be87ed0cdc79e3c6375fc811252f38e155593824349dbd6de3dbf97c71362c33632acb3ae2287e7555


직접 따라보면 맥아향이 생각보다 셈. 이대로 달고 센 보리향...이 주가 될 줄 알았으나 몇 초 뒤에 코 끝으로 향수 같은 헤더꽃 향이 확 치고 올라옴. 달고 화한 향이 있어서 이걸 증폭시켜줄 수 있는 케이준소스나 후추 같은 걸 쓴 음식에 잘 어울릴 거 같은데 달고 짠 맛이 더 많은 고추장 넣은 음식하곤 좀 안 어울릴 거 같음. 헤더향이 워낙에 가늘고 섬세함 데다가 몰트향 사이사이로 솔솔 새어나오는 걸 보면 의외로 평범한데 홉 특유의 쓴맛도 없고 묵직하지도 않음. 가볍게 맥아향 사이로 섬세한 꽃향기가 퍼지는 스파클링 와인 느낌? 왠지 평범한 페일 라거랑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맥주 아닌 거 같은 느낌이 공존하는데 진짜 묵직한 거랑은 거리가 꽤 있어서 가볍고 플로럴한 거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좀 호불호가 있을 거 같음. 뭔가 굉장히 까바 같은 느낌이 드는 맥주였음. 일단 난 플로럴 프루티함 성애자라서 상당히 좋았음. 샴팡처럼 살짝 칠링해서 마시면 좋은 듯.



알바는 스프루스(spruce, 가문비나무)라 불리는 치유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 침엽수를 사용한 트리펠 스트롱 에일로 고블렛 잔에 상온 서빙해서 마시라고 되어 있음. 기존에 마셔봤던 자칭 그룻비어나 발리와인들을 마셔봤을 때 묵직한 향에 크게 자극 받은 기억이 있어서 스트롱 에일이라고 하니 조금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지만 따르고 나서 풍긴 향을 맡고 완전 불안이 기대로 바뀜. 이거 솔의 눈 향이야! 와인잔으로 마셔보기로 했는데, 상온에 가까워지니 탄산화가 좀 됐는지 조금 흘렸다.


viewimage.php?id=2cb1d329eddd34&no=24b0d769e1d32ca73fec84fa11d0283195228ddcef8f2e560a89fdd9a53fe123942febd4fe12d8fcd4227e6019be87ed0cdc79e3c6375f9812757b61b658593848b60fc07f1794e94d892e149ba08217653c2b8f5c79


몰트를 많이 썼단 것 치곤 많이 가벼움. 물론 몰티한 향은 베이스로 깔려 있는데 역시 내가 기억하고 있는 맥주의 맛이랑은 완전히 다름. 대신에 달고 역시 쓴 맛이 적으며 홉에서 기인하는 쓴맛이랑은 완전히 궤도가 다른 가벼우면서도 우디한 맛이 난다. 소나무 싹 같은 걸 송진을 빼고 인퓨징해서 희미한 솔향 정도만 남겨놓은 맛. 깊은 물 속으로 다이빙을 하면 몸이 물 아래로 쑥 들어갔다가 부력에 의해 위로 붕 뜨는 거 같은 느낌이 들 텐데 그런 느낌으로 몰트-솔싹 두 가지의 상반된 맛이 빠르게 전환됨.

프르오흐도 그렇고 알바도 그렇고 마셔보니 홉 특유의 매력도 포기할 순 없지만 홉을 안 쓰는 쪽이 몰트 본연의 맛을 더 직관적으로 드러내지 않나 생각됨. 내가 처음 몰트와인 그룻비어 발리와인이라는 키워드를 듣고 연상했을 때 떠올랐던 이미지에 제일 가까운 것 같은 맥주인데 실제로 마셔봤었던 이쪽 장르의 맥주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었단 말이지. 발리와인은 특히 도수에 관련된 구분이라고들 하고. 홉 향을 죽이는 거랑 안 쓰는 거 차이가 진짜 별 거 아닌 차이처럼 느껴질 수 있어도 의외로 엄청나게 클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됐음. 이런 차이를 나타내는 건 효모 영향도 물론 있겠지만. 역시 이 녀석도 기존의 맥주보다는 다른 종류의 알콜 음료 같은 인상에 가까움. 밑바닥을 깔아주는 텍스처 같은 게 없음. 특이하고 자극적인 스타일이나 평범한 그 장르에 맞는 맥주 캐릭터에 가까운 걸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별 호감을 못 느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함. 그럼에도 상당히 쇼킹한 맛임. 베이스는 스트롱에일인데 솔향 때문에 굉장히 경쾌하고 가벼운 맛이 난다...... 홉이 밑바닥에서 중후한 베이스를 깔아주질 않으니 몰트에 힘이 실리지가 않는 데다가 솔향이 몰트향을 억누르고 휘발성 넘치는 향으로 인상 자체를 굉장히 가볍게 만들어버림. 이것도 좋은 의미로 예상하던 결과를 가볍게 뒤틀어버리네.

둘 다 몰트맛을 짓누르고 튀어나오는 자극적인 맛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몰트맛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부재료 맛이 새어나오는, 섬세하고 비터가 없고 텍스처가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 느낌에 더 가까운 맥주였음. 몰트는 몰트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가벼운 맥주 맛에 가까운 맛이 나긴 하는데 그밖의 디테일한 차이에서는 결과를 완전히 뒤집어버린다고 하나. 맥주에 홉이 안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를 체감하기엔 상당히 모범적인 케이스의 모델이라고 생각됨.

참고로 게일어로 fraoch를 어떻게 발음하는지가 헷갈렸음. 영어로는 프라오크인데 발음으로는 또 fˠɾˠiːx라고 하고, 결국 구글 검색을 통해 게일어 발음을 들려주는 사이트를 찾아서 최종 표기함.


다른 두 종류의 맥주도 기대됨. 꽤 괜찮았음.

다음날 마신 맥주 소개글을 링크하기 위해 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