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가죽 맛이 문제가 된다는 것부터 좀 난감하다


Leathery notes 는 널리 통용되는 기본 노트 중 하나이기 때문.. 물론 인기있고 세련된 맛을 뽐내는 위스키보다는

좀 더 전통적인 맛을 추구하는 위스키들에서 많이 나서 생소할 수는 있음.(비슷한 예가 '유황' 맛)

글렌드로낙에서는 가죽 노트가 없지만 모틀락에서는 가죽맛이 분명하게 느껴지지(그렇다고 모틀락이 전통 추구냐 그건 아니고..)


이렇게만 말하면 권위에 호소한다고 까일 것 같으니 그냥 일상을 예로 들어보자면,

가죽 물어봤냐 가죽 먹어봤냐 그것도 아닌데 왜 비유 들먹이냐 라고 하는데 인간이 원래 그럼. 누구나 비유력을 가지고 있고 이게 널리 통용됨

쓰레기 맛 난다, 담뱃재 맛 난다 정액 맛 난다 라고 했을 때 그거 먹어봤냐고 반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듯 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맛이라는 거

이는 비단 비유 문제가 아니라 맛과 향의 관계 때문이기도 함. 후각이 마비되면 음식 맛이 잘 안나듯 사실 맛에 있어서 향의 비중은 큼.

그러니까 냄새만 맡아본 어떤 물질이 음료에서 연상되면 그 물질을 먹는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거.

가죽맛도 그럼. 가죽 공방 들어갔을 때나 새 지갑 샀을 때 냄새 찐하게 풍기는 그거 있잖아 그게 맛에서 미미하게 나곤 한대도.


그만큼 위스키 노트에서는 이런 노트들이 많음. 젖은 신발, 신문지 잉크, 지하실 등등

아까 어떤 바리스타가 대회에서 커피 노트를 아주 단순하게 썼다고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은데?

나야 바리스타도 아니고 대회를 나가본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데,

그 사람들이랑 발효취가 강한 내추럴 커피를 먹어보면 다들 청국장, 곰팡이, 꼬릿한 양말 등등의 단어로 노트를 표현함.

비유가 아니라면 발효취를 표현할 단어가 어디있겠음? 정향, 후추, 고추, 통각상의 얼얼함이 다 같은 스파이시가 아니듯 발효취 하나로 땡칠순 없다는거


위스키를 많이 안 즐겨본 사람들 데리고 버번 먹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함.

직관력이 좋고 자기가 경험한 냄새나 맛들을 잘 잇는 재능러는 매니큐어 혹은 매니큐어 제거제 같은 맛이 난다고 함.

걔가 그걸 먹어봤겠냐. 냄새만 맡아봤겠지. 그런데 다 공감하잖아. 아세톤 맛이 뭐야 매니큐어 제거제 맛이잖아.

처음 버번 먹어본 사람한테 매니큐어 제거제 맛 나냐고 하면 내 경우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모르는 걸 말하는 사람들의 언행을 깎아내려서 지 수준에 맞추려는 사람들이 좀 보이는데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무서워하면 평생 제자리다. 말 희한하게 하는 사람이나 못느껴본 노트를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그 사람이 말을 어떻게 하나 한 번 유심히 봐보는 걸 추천. 얻어가는 게 생길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