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2cb1d329eddd34&no=24b0d769e1d32ca73fec81fa11d02831b46f6c3837711f4400726c62de662258f5c71424b3168a166717b1c4959b207bd3b47c39e4c1bdebcadfc7f8cd687bf848e69365e913c2074fd49782e17e6c1610360f7180d6

평소 진지하게 맥주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1. 재료의 이해
2. 스타일의 이해
3. 양조자의 의도 이해

를 강조하는 편이다.

재료를 이해할 때, 우리는 맥주가 어떤 저변을 가지는 술인지 알 수 있다. 이 무렵 대체로 한가지 재료의 특성이 강한 맥주들을 골라 홉, 몰트, 효모 등의 특징을 경험시킨다.

이어서 스타일을 이해하면 해당 재료가 맥주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이 때는 재료의 이해에서 안 다룬 맥주를 주로 고전적인 맥주와 최신 유행 일부를 다룬다. 아예 국가를 하나 선정하거나 스타일 하나만 잡아 그 안에서의 변화를 대부분 다룬 일도 있다.

그 이후 스타일로만 설명하기 힘든, 혹은 같은 스타일 내에서 맛과 향이 판이하게 다른 맥주들을 다룬다. 그럼으로써 양조자의 의도에 따라 같은 부류의 맥주라도 다른 맛이 나거나 스타일의 경계가 무너지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스타일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을 학습하게된다.

여기까지 이루면 대체로 자기가 원하는 맥주를 취향과 상황 따라 골라 마실 수 있게 되고 마셔보지 않은 맥주에 대한 선구안이 생기며, 처음 접하는 부류의 맥주들에게도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양조자의 의도'가 문제였지. 처음 두 단계는 정석이 명확하니만큼 선정에 어려움이 없었다. 보여주고자 하는 개념 역시 명확하지 않나. 하지만 양조자의 의도는 그냥 지 ㅈ대로란 건데 어떻게 계량해서 어떻게 학습시키나.

예제 선정도 그랬다. 주로 호펜바이세, 가펠 소넨호펜 같은 스타일 비틀기나 시트러스-파이니한 웨코, 시트러스-트로피컬한 웨코 비교시음, 부재료 없는 임스vs부재료랑 배럴 떡칠한 임스 등을 부어가며 썰을 풀었는데 특성상 수급이 일정치 않거나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많았다.

짜잔!

대경맥주의 '달구벌스트롱 필스너'(좌측)다.

어찌보면 형용모순이지. 필스너는 존나 가볍고 쨍하고 상쾌한 맥준데 앞에 스트롱을 붙이다니. 심지어 맥주의 기본 문법에도 어긋나는 조어다. 이미 있지 않나. 마이복이. 굳이 마이복이 싫으면 헬레스 복이나 헬러 복 등으로 표현하면 되잖아. 이미 다들 그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양조자의 의도가 있다 우기기로 마음 먹었다. 필스너의 가볍고 쨍한 이미지와 스트롱이라는 직관적인 표현이 만나 '도수는 있지만 가볍게 잘 넘어가는 시원시원한 맥주'를 의도했을 거라 유추할 수 있지 않나.

대뜸 마이복이라고 하거나 헬레스 복이라는 표현을 쓰면 건실하게 살아가는 비맥덕 생활인들에겐 다소 어렵게 다가올 것 같기도 하고. 마침 필스너라는 독일식 명명은 바바리안 8.6이나 발티카 no.9 마냥 가볍게 만들잡시고 설탕 넣어 부즈 튀는 스트롱 라거라는 부류들과도 거리를 부여한다.

...는 뇌피셜을 굴리고 있었으나 따라 놓은 맥주의 색깔부터 내 설명과는 거리가 있어 패스.

양조자의 의도를 간명적절하게 나타낼 맥주 추천 받겠습니다. 헤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