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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유 여행이 목적은 아니지만, 차도 리스했고.. 원 목적인 우핑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일시 중단된 김에 와이너리 투어나 열심히 다녔어요.

유기농/비오디나미/내추럴 위주로 다니려 했고, 이쪽이 꼭 더 맛있다 생각하기보단 이게 더 전통에 가깝단 생각에 그리했습니다.

그런데 예약 전혀 없이 당일에 전화나 다짜고짜 찾아가서 문 두드리다보니 전부 내추럴로 다니진 못했네요.


투어 시작 전 머물던 곳이 마콩에서 서쪽으로 한 40분 떨어진 곳이었고, 와이너리 여행은 보졸레에서 시작했습니다.

브루이/꼬트 드 브루이 -> 물랭 아 방+보졸레 빌라쥬 -> 코트 로티 -> 콩드리유 -> 샤토네프 뒤 파프+코트 뒤 론 -> 랑그독 -> 루시용

이렇게 부르고뉴에서 론 계곡 타고 쭉 내려오고, 랑그독 루시용으로 서진하면서 오늘 스페인으로 넘어왔습니다.

기만 없는 거지라 한국에선 꿈도 못 꿀 와인들도 많이 마셔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 무엇보다 생산자와 와인이 만들어지는 밭과 양조장을 직접 본 게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크리스마스라 문 닫는 곳도 많긴 했지만.. 보통 시음하면 그래도 한 병은 사야하니 미친듯이 다니진 못했고요, 큰 지역(보졸레, 북론, 남론, 랑그독, 루시용) 당 두 군데씩만 갔는데, 생산자와 정말 와인에 관해 깊은 교감을 나눴다 느낀 곳도 있었고.. 여긴 그냥 와인 팔려는 곳이구나 느낀 곳도 있었어요.

다만 그렇게 와이너리 다니며 한두 병씩 사서 정작 마시진 못하고 있었는데요, 숙박비 아껴 차박하면서 와인 사는 거라 혼자서 차에서 1병씩 까는 게 좀 부담이기도 했고.. 다음 우핑 장소나 2월에 방문하기로 한 친구나 암튼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있을 때 마시고 싶어서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프랑스를 떠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렸던 루시용의 내추럴 와이너리, Clos Massotte의 니콜라 아저씨가 같이 시음했던 병을 하나 줘서 스페인에 도착하고 치즈와 함께 마시고 있습니다.

4병을 총 50유로에 구매했고.. 시음하고 살까말까 고민하다 안 산 보틀 하나를 선물로 받아 온 건데요, 제가 가서 시음하겠다고 딴 걸 서로 한 모금씩만 하고 그대로 가져왔으니 사실 상 병당 10유로 꼴이네요.

랑그독 루시용이 품질 좋은 와인을 싸게 살 수 있는 지역이란 말은 다 옛날 얘긴가 싶었던 와중에 만났던 니콜라 아재의 와인은, 가격을 떠나서 적어도 그동안 다녔던 와이너리와 마셔봤던 와인들 중 정말 과실 그 자체를 가장 투명하고 아름답게 병에 담아낸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만들더군요.

직전에 정말 유명 보르도 못지 않다고(가격도 유명 보르도..) 느꼈던 루시용 내추럴 와인도 있었지만, 역시 제 취향은 오크가 가미된 쪽 보단 투명한 과실과 테루아가 반영된 와인인가 보더라고요.

정말 감동적인 시음이었지만.. 이미 트렁크에 꽤나 쌓인 와인, 많이 사봐야 당장 처치곤란이라는 생각에 큰 마음 먹고 3병만 사려던 게 어쩌다 오픈했던 보틀 선물까지 5병이 됐지만, 오히려 더 기뻤던 날입니다.

아저씨 말로는 본인이 생산하는 15,000병의 와인 중 3,000병을 한국에 팔고 았다고 하는데요, 가격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는 분 중 오크 터치 없는 투명한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 꼭 마셔보시라 권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