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무언가 한다면 될 것 같은 날이.
그 남자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일까.
세월의 풍파에, 배운 것 하나 없이 몸으로만 살아왔던 흔적으로 가득한 주름 가득한 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누군가는 인정해줄거라 생각해, 근본없는 것이라는 욕을 먹는. 어디서 퍼온 것인지도 모르는, 구워진 흙을 흘깃 쳐다봤다.
아니, 흐리멍텅하고 초점이 없는 눈이 바라본게 과연 그가 구운 흙이었을까. 아니면 그 너머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자신의 미래일까.

아무도 찾아오지않은 시골 한구석의 작은 골방. 그 방을 점유하고 있던 그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삐그덕거리는 관절이 비명을 지르지만, 오늘은 무언가 다를 것이라 생각했기에 몸을 일으킨 그 남자는 며칠 젖 물에 담궈두었던 보리가 문득 떠올랐다. ”얼른 꺼내지 않으면 상해버릴텐데.” 들어줄 이 없는 단칸방 안에서 그 남자는 중얼거렸다.

봄이 코앞임에도 외풍이 들어와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나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그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얀 입김이 허공에서 흩어지고, 며칠간 닦지 않아 입 안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가 따라서 흘러나왔다.

그렇지만, 오늘은 분명 무언가가 될 것이란 예감이 드는 날이었기에 그 남자는 악취따윈 신경쓰지 않았다. 분명, 자신이 구운 흙이, 물에 담궈둔 보리가, 자신을 무시하는 자들에게 어떠한 경종을 울릴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