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 되내인 말과는 다르게. 흐리멍텅하고 총기없던 눈은 더 깊게 가라 앉았다. 싹을 틔웠거나, 해봤자 썩었을게 분명했던 보리는. 물에 잠긴 채 꽝꽝 얼어있었다.

한 여름에 벌었던, 간간히 찾아오는 관광객을 속여가며 모은 돈으로 샀던 보리는 싹을 틔우지도, 죽지도 못한 채 그저 물 속에서 차갑게 얼어버렸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과 똑같다 느꼈기 때문일까. 그 남자의 초점없는 눈은, 가볍게 흔들렸다.

‘보리는 다시 사면 되는 것이고, 날이 따뜻해지면. 남들보다 늦게 찾아오는 봄이 찾아온다면 그때 다시 보리를 사면 돼. 분명 그때는 보리가 싹을 틔울거야.’

그 남자의 되내임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흔들리던 눈동자는 이내 본래의, 기분 나쁘고 흐리멍텅하며 총기가 없는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느낀 실망이 사라질까, 그 남자는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 누군가 잡초 더미에 버리고 갔던 한 권의 책에서 읽었던, 티베트의 고승이 만들었다는 수련법을 생각하며 그 남자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으며, 자신의 안을 가득 채운 실망감을 몰아내려 발악을 했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