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계단까지 도착했다
상대를 알고 있다고는 해도, 언제 어디서 놀래킬 건지 모르니 무섭다
진짜가 아니라도 알고 있어도 그래도 호러영화나 유령의 집은 무서운 거다
아카리에게 말한 지 얼마 안됐을 때, 이제와서 겁먹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신중해졌다





"히로유키쨔앙~, 뭔가 말 좀 해봐~"

"그러니까, 그 유령같은 어조 좀 그만두라니까"

"하지만~~~ 조용하니까 무서워서~~~"
그건 일리있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귀신 역할을 맡은 숨어있는 사람의 기색은 느낄 수 없다
"...좋아. 내가 뭔가 웃기는 이야기를 해줄게"

"응, 부탁해"

"알고 있어? 시호가 말한대로 이 땅은 옛날에 처형장으로-"

"안돼안돼! 그런 거 말고!"

"-라는 건 농담이야. 무슨 처형장이야. 이런 산 위에 그런 걸 만들었겠냐"

"......"

"내가 하고 싶은 건 그런 거짓괴담이 아니라, 배꼽이 빠질 것 같은 짤막한 이야기야"

"응..."

'공포 시리즈 제 1탄'
나는 마음 속으로 타이틀콜을 했다
물론 아카리한테 경계되지 않도록 조심

"...사람을 먹는 여자(히토쿠이온나)
이것만큼은 빼먹을 수 없겠다는 타이틀을, 느긋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에?"
후후후. 예상대로 아카리는 경계하고 있다
나는 쉿하고 조용히 하라는듯 촉구했다

"...그 여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듯이 혼자서 마을 밖에서 살고 있었어
마을사람들은...이렇게 말했지
그 여자는 '엄청 좋은 여자(히도쿠이이온나)'라고"
엄청 좋은 여자(히도쿠이이온나)
히토쿠이온나
사람을 먹는 여자(히토쿠이온나)
어쩌냐 이 울트라 시시한 말장난이
개그 센스가 이미 한가닥 가버린 녀석이라면 푸훗할 정도다, 푸훗
뭐니해도 이 시리즈는 그 코토네쨩을 웃긴 실적이 있으니까 말이지
아카리 녀석도 분명 웃음을 찾는데 필사적-
...이지 않았다

"이봐 아카리. ...설마 또 기절한 건 아니지?"
나는 아카리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아니..."
아카리는 고개를 젓고

"히로유키쨩 나 그거 알고 있어"
곤란한 듯이 말했다

"헤?"

"공포 시리즈지? 옛날부터 히로유키쨩이 계속 말했으니까 나 대부분 기억해버렸어"

"뭐라고?"
그랬나?
꽤 여러 사람한테 말했으니까 누구한테 뭐를 이야기했는지 완전히 잊어버렸다

"으음~... 그럼 '백골시체(핫코츠시타이)'"

"하츠코한테 츄하고 싶어, 잖아(하츠코츄시타이)?"

"그럼 '말하는 해골(샤베루도쿠로)'"

"샤벨하고 크로의 이야기(샤베르토쿠로노오하나시)지?"

"'묘지의 십자가(보치노쥬우지카)'"

"포치의 자유시간(포치노지유우지칸)"

"......"

"다 알아"

"그, 그러냐..."
역시 소꿉친구
가진 소재가 다 봉인되어버렸다

"하지만 그거 왠지 그립네"

"그래?"

"응. 초등학생 시절을 생각났어. 마사시쨩하고 자주 그런 이야기를 했잖아"

"그랬었나..."
애매하게 대답하는 나
왠지 모르겠지만 일단 처음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그 때!
복도를 달리는 발소리가 울려퍼졌고 나와 아아키를 얼굴을 마주봤다
안심한 것도 잠시, 아무래도 다음의 귀신(?)이 나타난 것 같다...
...라고 해도 모습은 안보인다
하지만 후다닥 달리고 있으면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니까 의미가 없는듯한 기분이 든다만.

"하하... 이번에는 누가 놀래키려고 왔을까?"
가볍게 웃어넘기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매마른 웃음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상대가 사람이라도 알고 있어도 무섭다

"어, 어떡해 히로유키쨩"
아카리는 나 이상으로 겁내고 불안에 떨고있다

"어떻게 하긴 갈 수 밖에 없잖아"
기다려도 어쩔 수 없으니 나는 신중하게 계단을 올라갔다
아까 발소리라면 아직 그렇게 가까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뒤에 있는 시호가 '겁먹은 거야아?'라고 말할 것 같으니







자자, 이쪽은 시호쨩 시점
저 두사람 간신히 계단에 도착한 거 같지만 진행하는 게 느리니까, 난 계단 아래서 잠시동안 대기하고 있었어
...아마 아카리가 히로의 발을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떨까?
아카리는 정말 겁이 많으니까 말이지
응? 잠깐 기다려
무서워하는 아카리를 보고 히로가 묘하게 여유가 생기면 재미없잖아
으응~ 역시 이번만은 아카리가 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하지만 딱히 난 아카리와 히로가 러브러브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야
단지 이번에는 히로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고 싶어서 아쉽네~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뭐 이렇게 된 이상 귀신 군단한테 기대할 수 밖에 없겠네



휘잉~~...
그런데 아까부터 뭐야 이 바람은?
이 학교 겉만 멀쩡하고, 사실 틈새에 바람이 들어올 정도로 낡아빠진 건물이었나?
천하의 쿠르스가와 그룹이 출자한 거잖아-!
아 교장의 탓이야 분명
그 녀석이 학교의 돈을 횡령한 걸거야
응. 그래!
그렇지 않으면 지금쯤 모든 교실에 에어콘 완비에 학생 전원한테 맥북이 보급되고 인터넷으로 수업하고 있었을 걸, 분명
그리고 집에서 수업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지
거기에 우리집의 낡은 에어컨을 최신형으로 바꿔줄 것 같아





그런 일은 결코 없다!




"봐! 또 누군가 뭐라고 하고 있어! 아까부터 기분 나쁜 분위기가 됐고... 잠깐 누군가 있는 거 아니야아?

-있다면 빨리 모습을 드러내라고!"





".......... 역시 아무도 없는 것 같네. 그런데 이 불쾌함은 뭐지? 란 느낌인데..."







계단을 다 올랐을 때 난 멈췄다
복도 안쪽은 어두워서 잘 안보인다
내 감이 맞다면 분명 모퉁이 너머, 누군가 숨어있을 것이다

"......"
...분명 우리들이 무방비하게 복도로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을 거다
뒤돌아보니 불안한 듯한 아카리가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서 아카리한테 조용히 하라는 신호로, 입에 손을 갖다댔다

"조용히 해, 내가 먼저 갈게"
쭈뼛쭈뼛하면서 수긍하는 아카리
나는 일단 혼자서 복도로 나왔다
좋아~ 나올테면 나와봐

"......"
뭐야 어디있는 거지?

"히, 히로유키쨩..."
아카리가 불안한듯이 말했다
그 때-

"!"
뭔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뭐, 뭐야!?
유리라기보단 뭔가 그릇 계열같은데

"기와가 한장~"

"기와가 두장~"

"기와가 세장~"

"기와가 네장~"

"기와가 다섯장~"

"기와가...핫! 여섯장~"

"기와가...에잇! 일곱장~"

"기와가...타앗! 여덞장~"

"기와가...테잇! 아홉장~"

"기와가..."

"힘내라-"

"힘내~"

"타아아앗-------! 열장!"
짝짝짝짝짝

"좋아- 좋아-"

"대단해, 대단해!"




"에헤헷, 변변치 못했습니다"
어둠에서 나타난 아오이쨩이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후지타 선배, 카미기시 선배"

"안녕"

"그래"
아카리하고 아오이쨩은 서로 꾸벅 머리를 숙였다

"뭐야 2번째 귀신역할은 아오이쨩이었네"

"네. 그렇습니다"

"뭔가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
그러니 아오이쨩은 수줍어하며

"어떤 유령을 할지 자유라고 하길래, *사라야시키를 저 나름대로 어레인지해서, 제 특기를 더해봤습니다"
그렇게 말했다


*사라야시키 : 접시를 한장, 두장 세는 귀신.



"어쨌든 아오이쨩은 활동적이니까 유령하고는 맞지 않구만"

"아오이쨩이 유령이라면 나도 무섭지 않을거야"

"역시 저한테는 사람을 무섭게하는 건 무리인 것 같네요"

"뭐 아무거나 해도 된다는 이벤트니까 이걸로 된 거 아냐?"

"그런가요?"

"응. 즐거웠어"

"다행이다. ...그럼 저는 뒷정리하고 현관 앞으로 돌아갈게요"

"현관 앞?"

"네. 역할을 끝낸 귀신들은 현관 앞에서 대기, 라는 것 같으니까요"

"그럼 나중에 보자"

"네. 그럼 다음 장소로 가주세요!"
우리는 아오이쨩과 헤어지고, 앞으로 나아갔다










장소를 바꿔서 여긴 시호쨩
마츠바라상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네...
정말 어쩔 수 없구나. 담력시험이 무엇인가 이해하지 않은 것 같고
아 누군가 내려오네
아마 두번째 귀신 역할이네
그래서 나는 말을 걸었다

"아 나가오카 선배"

"흐응~... 2번 타자는 마츠바라상이었구나.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녀석, 주저앉았어?"

"죄송해요. 후지타 선배를 무섭게 하는 건 저로선 역부족이었습니다"

"...흐응~ 히로주제에 꽤 하네"
분하지만 조금은 다시 봐주지

"제가 한 귀신, 아마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잠까안. ...어떤 귀신이었는데에?"

"예, 기와깨기 귀신을"

"뭐야 그거. 안돼 그런 걸론. 마츠바라상의 본직은 격투니까, 히로를 습격해서 녹아웃시킬 정도는 되야지"

"하지만-"
나는 칫칫하고 손가락을 흔들며

"그 녀석은 봐줄 필요는 없어. 저래봬도 꽤나 단단하니까 1,2방 정도는 괜찮아. 그래, 마침 잘됐어.

내가 비장의 기술을 하나 전수해줄게"

"기술...이요?"

"알겠어? 한번밖에 안할테니 잘 보도록 해-"

"네"
크게 끄덕이는 아오이쨩 앞에서, 나는 조금 뒤로 빠져서 거리를 잡고는...

"자. 위험하니까 비켜줘"

"아, 네"

"아까 아오이쨩이 섰던 위치에 히로 녀석이 서있었다고 가정하면"

"하아아아-----------------!"

"꿀걱"
나의 심상치 않은 살기를 감지하여 아오이쨩은 긴장하여 숨을 삼키고 있다
거기서 나는-

"토옷!!"

"나, 날았다!?"
지상에서 올려다보니는 아오쨩을 곁눈질로 보고, 나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점프 키이이익!!"

"이어서 바로 어퍼!!"

"진공...교섭권!!!"

"어때? 기본 연속기야. 지금 건 7히트정도려나?"

"대, 대단해!"

"뭐 대다수의 상대는 이쪽이 날아오른 시점에서 방어를 잊어버리지. 거기서 공중에서 발차기를 먹이고

착지와 동시에 콤비네이션. ...이걸로 상대는 스턴이야"

"스턴?"

"뭐 처음의 킥이 어렵지만 그 뒤로는 간단해. 어때, 알겠어?"

"네, 네. 일단은"

"응, 응. 좋아! 바로 실전에 투입해서 빡세게 승리를 거두는거야!"
나는 만족한 듯 끄덕였다

"...나가오카 선배"

"응?"

"왜 선배가 그런 격투기를...?"

"예전에...좀 있었어"
나는 훗하고 웃고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실전에선 사용하고 싶지 않아. 왜냐면 사랑하는 사람을 이 손으로 죽였던 기술이니까..."

"사, 사랑하는 사람? 혹시 괜찮다면 그 이야기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나요?"

"훗..."
나는 먼 곳을 바라보며

"꽤 옛날...인가 이것이 이제 20년이 넘은 이야기인데-"


너 몇살이야?


"-라는 건 농담이양~♡"

"...거, 거짓말이었나요?"

"그래. 내가 3미터나 점프하고 더군다나 기공파같은 걸 쏠 리가 없잖아~ 그냥 개그야. 두유 언더 스탠드? 어때"

"...개그로 저런 게 가능한가요?"

"어때, 내 개그는? 공들였지?"







"앗..."
2층 복도를 걷고 있을 때 갑자기 아카리가 소리를 내고는 멈췄다

"왜 그래?"

"히로유키쨩 아까 뭔가가 빛났어"
아카리는 줄곧 등뒤를 살피고 있었다

"번개 아니야?"

"하지만 계단 아래쪽에서 빛이 났는 걸"

"그럼 시호 녀석이 플래시라도 비춘 거겠지"

"그런가...?"

"분명 그럴거야. 그 녀석은 우리-가 아니라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려고 하니까"

"하지만 아래쪽 계단인데..."

"아마 아름다운 자신이라도 찍고 싶어 진거겠지"

"그-런걸까-"

"아무튼 앞으로 가자고"

"으, 응...앗!"
내 등뒤를 보고 아카리는 놀라서 소리를 내었다
쭈뼛쭈뼛하며 뒤돌아보는 나
...복도 안쪽에 뭔가...온다

"히로유키쨩... 누, 누, 눈이야"

"아, 알고 있어"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큰 눈동자 2개가 천천히 이쪽으로 온다




눈 만이 아니다
이번에는 뭐냐, 큰 눈동자를 가진 괴물!?

"이, 이봐. 누구냐!?"
긴장에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나는 외쳤다







"Hi! Good evening!"

"......"
그걸로 정체를 알았다

"원망~스~러워~"
우스꽝스러운 괴물이 몸을 흔들흔들거린다

"이봐, 거기 레미"

"응?"

"하나 딴지걸게 해줘"

"오케이!"

"그건 유령이 아니라고!"

"Oh! Really!?"

"리얼리!? 가 아니지. 그런 모습으로 '원망스러워~'하는 유령이 어딨어!? 그건 유령이 아니라 아프리카같은 곳에 있는 원주민 코스프레야"

"그래?"

"춤추지 마! 그런 소품, 빨리 벗으라고"
그렇게 말한 레미는 '잠깐 기다려'하고 부스럭부스럭거리기 시작했다






"하이. 히로유키, 아카리"

"......"

"안녕, 레미"

"-정말 설마 너까지 이 이벤트에 부를 줄이야..."

갑작스러운 레미의 등장에 놀라면서, 나는 7월의 그 날을 떠올렸다

그녀는 골든위크 전에 미국으로 돌아가버려서 금발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낙심하였지만, 불과 2개월정도 지나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아크로바틱한 귀국을 피로했다
이번에도 그렇지만 레미는 사람의 의표를 찌르는 걸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

"히로유키 매우 용감하NE. Phantom이 무섭지 않다니"

"팬텀이라니, 전투기...가 아니라 유령이라는 의미였나?"

"맞아YO"

"내가 용감하다니 그건 달라, 레미. 지금 건 낫 고스트라서 그래"

"일본의 Phantom, 너무 깊숙하NE..."

"뭐야 그건? 일본유령의 기원이 아프리카에 있다는 거야?"

"YES! 그거 최근의 학설이YA!"

"거짓말!"

"아하핫!"

"그것보다 그 귀신 레미가 직접 만든거야?"

"YES! 제작일수는 3일입니DA!"

"대단해-"
3일이나 걸려서 만들었다고?
으응- 그렇게 생각해보니 꽤나 정성들였네

"...그런가. 그렇게 정성들였으면 좀 더 무서워할 걸"

"NoNo! 난 매우 즐거웠어! 자 앞으로 진행해. 모두 기다리고 있어"

"모두라니 누구야?"

"그건 말이JI... 비밀입니DA!"
아무래도 여기도 기업비밀인 것 같다

"뭐어 애초에 시호 녀석의 인선은 읽었으니까 말아지. 이쪽도 그만큼 대비해주겠어"

"힘내YO!"

"마치 남의 일같이 말하네. ...그럼 가볼까 아카리"

"응. 그럼 레미, 나중에 봐"




"조용하네... 3번 타자는 잘 했을까? 혹시 히로, 의외로 근성있을지도. 아니~ 인선을 잘못했을지도 몰라.

부탁하기 쉽다고 덜렁이들만 모은 게 실패일지도. 으응~ 좀 더 히로를  당황하게 하고 싶은데. 앗 좋은~거 떠올렸다~"

여기는 히로의 교실
...그래서 녀석의 책상을...영차...
아하핫!
앞과 뒤를 반대로 해놨다구
월요일 아침에 녀석이 할 일은 책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이야
엄청 기분 좋다~


초등학생이냐 너는!



"봐! 또 누군가 딴지걸고 있어! 뭔~가 아까부터 좀 그런데! 이제 그만하고 나오시지!





...라니 뭔가 주변에 푸른 게 늘어난 것 같은데...?"



뒤쪽 뒤쪽!



"에, 뭐야? 뒤쪽?



......... 나 지친건가?"


농담할 때냐!



"...너 매우 리얼한데? 레미가 만들었다는 게 이건가?

...... 설마 진짜 유령은 아니겠지- ......




응. 없네. ...역시 기분 탓인가"




"......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