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은 몇 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남
탈모약 복용 초기에는 뇌 속에 알로프레그나놀론 같은 신경 물질이 아직 남아 있지만,
수년간 새로운 신경 물질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 신경세포의 가소성이 떨어지면서
점진적으로 만성 피로와 기억력 저하, 우울증 및 무기력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만약 약을 먹자마자 다음 날 머리가 바보가 되었다면 바로 약을 끊었겠지만,
몇 년에 걸쳐 서서히 활력이 깎여나가면 인간은 그 낮아진 활력 상태를
자신의 원래 상태로 받아들이고 적응해 버립니다.
정상 컨디션에 대한 기억 망각
특히 20대 초중반부터 탈모약을 먹기 시작해 30대와 40대까지
장기 복용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들은 DHT가 정상적으로 뇌와 신체를 지탱해 주던 최상의 활력 상태가 어땠는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약을 먹은 상태의 에너지가
본인의 100% 라고 믿고 살아가지만 실제로는 약 때문에 80%로
다운그레이드된 채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탈모약을 10년 먹다가 임신 준비로 몇 달 끊었더니 세상이 달라 보이고
몸에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더라고 말하는 장기 복용자들이 수두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이는 끊어보기 전엔 알아채기 힘듭니다.
DHT를 대체하던 테스토스테론의 지침
복용 초기에는 테스토스테론이 DHT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몸이 부족한 호르몬을 인지하고 더 열심히 일하며 버티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보상 작용도 몇 년 동안 지속되면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지치거나 무뎌지는 하향 조절 현상이 일어납니다. 처음 1~2년은 테스토스테론 덕분에
활력이 유지되는 것 같았지만, 수년간 호르몬 불균형 상태가 누적되면
몸의 방어벽이 무너지면서 어느 순간 확 지치고 에너지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노화로 인한 부작용 저항력 감소
나이가 들면 남성호르몬 수치가 조금씩 떨어집니다. 20대에는 약이 DHT를 깎아내도
몸이 버틸 체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서 40대에 접어들면 안 그래도
노화로 호르몬이 줄어드는데 탈모약이 DHT까지 억제하니 몸이 느끼는
호르몬 결핍의 타격이 20대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집니다.
20대 땐 몇 년 먹어도 멀쩡했는데 30대 중반이 넘어가니 갑자기 너무 피곤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노화와 DHT 억제의 타이밍이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비가역적 변화의 축적
우리 몸의 조직들은 호르몬 신호가 오랫동안 차단되면 그 구조 자체가 변합니다.
예를 들어 성기능과 관련된 해면체 조직이나 전립선, 그리고 뇌의 일부 신경망은
DHT 신호를 몇 년간 받지 못하면 세포가 위축되거나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한두 달 먹고 끊으면 세포가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수년 동안 신호가 끊기면 세포가 '이 기능을 이제 평생 안 쓰는구나' 하고 구조를
바꾸어 버립니다. 이것이 바로 약을 끊어도 부작용이 지속되는
포스트 피나스테리드 증후군의 유력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세한 삶의 질 저하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찰할 때 묻는 기준은 성기능의 심각한 장애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우울증 같은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 치우쳐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주말에 운동도 하고 활발했는데 요즘은 주말 내내 누워만 있는 변화, 업무 효율이나
고도의 집중력이 줄어든 느낌, 감정의 진폭이 사라져서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고
그냥 무덤덤하고 건조해진 정신 상태 같은 미세한 열화는 병원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너 먹지마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