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인 자유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 여정의 끝에는 아이러니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렌은 자유를 위해 싸우지만 정작 누구보다 자신의 운명에 깊이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운명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에렌은 스스로 선택한 존재라기보다는 예정된 길을 걷는 존재입니다 그가 본 미래는 불가피한 예언처럼 그의 현재를 규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과거조차 그 미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그는 마치 신이 써놓은 대본을 손에 든 배우처럼 이미 알고 있는 결말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그의 행위는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라기보다는 정해진 흐름 속에서 흘러가는 하나의 물줄기일 뿐입니다


결정론적인 관점에서 이 세계는 이미 닫혀 있는 서사 구조를 따릅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고정된 궤도 위에 놓여 있으며 인물들은 그 레일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진격의 거인의 능력을 통해 과거와 미래의 기억이 이어지고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반복되는 고리로 드러나고 에렌의 분노와 미카사의 눈물 아르민의 희망조차도 거대한 필연성 속의 작은 파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진정으로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자각하면서도 왜 끝까지 싸우는 것일까요

에렌은 자유를 갈망했기에 운명을 선택하였고 운명을 받아들였기에 자유를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자유란 어쩌면 이미 정해진 비극을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하는 의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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