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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라고 하기엔 사실 어폐가 있는 게, 이 글은 킬라킬을 본 후의 감상이 주된 내용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과거 가이낙스 때의 그렌라간과 바로 직전의 OVA인 LWA를 워낙 재밌게 봤기 때문에, 이번 킬라킬에 거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킬라킬은 내 기대수준에 못미치는 스토리진행력을 보여주었다.

    킬라킬에 대한 감상은 1문단이 전부이다. 나는 킬라킬을 가이낙스식 소녀들의 열혈물 정도로만 생각한다. 이 글은, 킬라킬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왔을까? 우리가 이런 스토리를 만들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할까? 에 대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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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배경설정은 우리의 지루하고 무료한 현실에서 아주 약간의 변화만 주더라도 매력적인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다. 하늘에서는 매일 비가 내린다. 근데 만약 비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다른 것이 내린다면? 이런 아주 사소한 변화로 성공한 것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과 <it's raining man>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의문을 갖는 것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킬라킬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의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왜 옷을 입을까?” 라는 궁금증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다. 여기서 킬라킬은 역발상을 선택한다. 즉 인간이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옷이 인간을 선택했다는 설정이다.

    이런 역발상은 해리포터에서도 나온다. 해리포터에서 마법사의 지팡이는 마법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팡이가 마법사를 선택한다는 설정이다. 나는 여기서 큰 감명을 받았었고, 창의적 글쓰기라는 학교 교양과목에서 이 방법을 차용하여 영화관 인형뽑기 기계 속 인형이 ‘사람에게 뽑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뽑을 사람을 선택한다.’는 설정으로 소설을 써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이렇듯 역발상은 간단한 방법이지만, 신선한 설정을 유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역발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했을까? 바로 ‘의지력’과 ‘자아’ 정도의 개념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선택한다.’라는 것 자체에 주체의 의지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즉 옷에 자아를 줘야한다. 여기서 제작진은 ‘생명섬유’라는 이름으로 옷이 외계생물이라는 설정을 선택했다. 자 그럼 이제 지금까지 나온 설정들에 약간의 살을 덧붙여 정리해보자. 옷은 사실 외계생물이다. 우주를 떠돌아다니고 있으며, 지구에 와서 인간을 식량으로 삼을 생각으로 인간이 옷을 입게 진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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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만으로는 작품을 만들기에 부족하다. 여기에 갈등이 필요하다. 인간입장에서 옷의진실을 알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당연히 그에 반대하는 자들이 있을 터이고, 그들이 바로 누디스트 비치다. 옷의 비밀을 알고 있는 소수파이므로 레지스탕스의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이것도 부족하다.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외계인의 싸움일지라도, 트리거는 조금 더 작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제작진은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것을 내용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작품의 분위기는 그렌라간과 비슷하지만, 설정 자체는 코드기어스쪽에 가깝다.

    기초적인 배경의 설정은 모두 끝났다. 이후 스토리 진행능력은 작가가 얼마나 캐릭터를 원하는 곳으로 끌고 가느냐의 문제다. 킬라킬은 여기서 실패했다. 길 잃은 아이처럼 방황했다. 류코와 사츠키는 작품에서 너무 많은 짐을 짊어졌다. 마코는 작품 내내 단순히 옆에서 류코가 바른 길을 가게끔하는 서포터였을 뿐이다. 제작진은 류코와 사츠키만으로 내용을 진행했고,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 슌케츠와 쥰케츠로 얽히고설키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코가 조금 더 메인으로 치고나왔다면 보는 입장에서도, 캐릭터들도 부담이 덜 했을 것이다.

    한국 만화의 문제점으로 스토리의 부재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업계에 뛰어든 당사자들조차 그것을 지적한다. 나는 스토리 이전에 배경설정조차 매력적인 작품이 없다고 생각한다. 배경설정이라는 것은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이다. 좋은 글일수록, 좋은 작품일수록 한마디로 압축이 가능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국부론같이 그 두꺼운 책을 '보이지 않는 손' 하나로 끝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비록 킬라킬이 스토리의 진행에서 삐끗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트리거는 LWA와 킬라킬을 통해 자신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LWA도 킬라킬도 모두 매력적인 배경설정을 갖고 있다. 신생제작사로 부족함도 있었지만, 그들의 차기작은 분명 킬라킬보다 더 큰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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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B+

노논 좋아요 노논^^. 노논 빨고 천국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