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것"을 찾는게 이 작품의 컨셉



- 본작의 감독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시다테 : 애니 '일상'(2011년)이라는 작품을 제작할 때, 저는 부감독이라는 역할로 참여했습니다. 

그때 원작자인 아라이 케이이치 씨도 '구성 협력'으로 참가하셔서 함께 일하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저뿐만 아니라 교토 애니메이션 전체가 아라이 씨의 작품제작에 대한 자세와 열정에서 큰 에너지를 얻었고, 회사로서도 좋은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 평범한 일개 독자로서 읽던 'CITY'를 보며 "또 재미있는 초현실적인 만화를 그리고 있구나, 이 작품을 다시 함께 애니메이션화 할 수 있다면 즐거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틈틈이 프로듀서에게 "어떨까요"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몇 년이 지나 이야기가 진행되서.

제가 먼저 말을 꺼냈기 때문에, 그런 흐름으로 감독을 담당하게 됐다, 같은 느낌일까요.


- 'CITY' 원작을 읽었을 때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이시다테 : 원작 1화는 "돈 갚아!"라는 에피소드로 시작해서, "또 엄청 높은 부분에서 시작하는구나" 싶었습니다(웃음). 

다만 이 에피소드는 애니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원작의 에피소드를 전부 담는 건 시간상 불가능하다는게 대전제로 있었고, 애니메이션으로서 재구성하면서 어떤 '뼈대'를 세울까 고민했을 때, 그 이야기는 노이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애니 1화의 마지막 에피소드 제목이 '꿈'인데요, "나구모 씨는 없나요, 하고 싶은 거"라는 니이쿠라의 질문에 나구모가 "즐거운 일"을 하고 싶고, 그리고 "이왕 할 거면 가장 즐거운 게 좋다"고 대답합니다. 

그 "즐거운 일"을 찾는게 이 작품의 컨셉입니다, 라고.

이걸 마지막 화에서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지, 그부분을 '뼈대'로 세우고자 했습니다.


- 아라이 씨와 이시다테 감독은 '시나리오 감수'로 함께 크레딧에 올랐습니다. 어떤 역할이었나요?


이시다테 : 이번에 숙박하며 '구성 합숙'이란걸 진행했습니다. 그때 아라이 씨도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 외에 제작위원회 각사 분들과 교토 애니메이션 스태프들이 참가했습니다. 

아라이 씨는 애니메이션 '일상' 때도 책읽기(시나리오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는데, 그때 아라이 씨는 당연히 원작자이자 모든 아이디어의 원천 같은 부분이 있어서.

다시 말해, 아라이 씨만 있으면 어떻게든 된다,는 분위기여서, 그래서 이번에는 프로 시나리오 라이터를 부르지 않고 오로지 아라이 씨에게서 나오는 것들로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란 논의를 했습니다.

구성합숙에서는 일단 아이디어를 많이 끌어내고, 그것을 제가 받아서 구성을 짜는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의 원천은 아라이 씨, 저는 거기서 나온 것을 재구성하는 듯한 역할이었네요.


- 캐릭터와 배경이 일체가 되어, 아날로그 시대의 배경 동화 화면을 떠올리게 하는, 한 장의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비주얼이 작품 전편에 들어가 있는게 인상적입니다.


이시다테 : 처음에는 그런 비주얼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만화 원작이기에 만화에 너무 기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여러 방향성을 고민했지만, 어느 것도 마음에 와닿지 않아서.

최종적으로는 "원작자 아라이 씨가 그려내는 세계관 그 자체를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에 힘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왕 할 거면 철저하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었죠.


보통 배경 미술과 캐릭터 셀은 의도적으로 텍스쳐, 질감이 다른 걸 겹치는 걸로 인해 캐릭터가 부각되게 하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것은 일본 리미티드 애니의 독창적인 기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에 수많은 과거의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보면 그 경계가 없어도 애니메이션은 성립한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핀보케나 촬영 처리 같은 것이 없어도 애니메이션은 충분히 성립됩니다.

다만, 그것이 싸고 저렴하게 보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한 장의 그림으로서의 완성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캐릭터 디자인도, 미술감독도, 스태프 전원이 잘 연계해 셀은 배경처럼, 배경은 셀처럼 보이는 그런 마무리를 의식해 주었습니다. 세심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화, 미술, 촬영, 3DCG 와 같은 각 부서 간의 긴밀한 연계는, 음향 외에는 거의 사내에서 완결할 수 있는 교토 애니메이션의 강점이 충분히 발휘된 것 같습니다.


이시다테: 그렇죠. 그건 교토 애니메이션의 강점이라고 자각하고 있습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이른바 포스트 프로덕션을 제외하고는 사내에서 거의 완결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 

'CITY'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참여했던 작품들의 제작 프로세스의 축적과 커뮤니케이션의 축적이 이 작품의 비쥬얼 컨셉과 아주 잘 융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축적의 결과물이기에, 제 힘이 아니라 모두의 힘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하고 싶은 건, '동화 섹션'이 굉장해요. 

이건 저도 듣고 놀랐는데, 붓펜으로 나카와리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우개를 쓸 수 없고, 디지털도 아니고, 아날로그로 그려서 붓펜으로 나카와리 할 수 있는 동화맨이 꽤 많이 있다는게 굉장해요.

교토 애니메이션의 동화 스태프는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잘도 하는구나 하고(웃음),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 본작에서는 움직임의 주역이 연기나 수증기 같은 이펙트이거나, 집중선이나 땀 같은 만화 기호여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즐거움이 넘쳐납니다.


이시다테 : 이번만 국한된건 아니지만, 평소부터 생각하고 있는건, 20년 정도 애니에 종사하면서 그동안 여러 디지털 툴 덕분에 애니메이터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손으로 그렸던 것들을 더는 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 점에 대해 안티테제를 펼치고 싶다는 기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본 작품도 하이브리드고, 촬영으로 만드는 집중선도 사용하기는 하지만, 최대한 강약을 조절한 손그림 집중선을 사용합니다.

그 집중선의 리듬이나 밀집도, 타이밍 등을 모두 포함해 애니메이터가 직접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요. 

화면을, 정말로 애니메이터 자신, 즉 원화맨이 처음부터 영상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완성시키는 어프로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걸 하지 않으면 뛰어난 애니메이터는 앞으로는 배출되지 않는게 아닐까, 같은 생각이 있어서, 가능한 한 수작업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 캐릭터 디자인, 총 작화감독을 맡은 토쿠야마 타마미 씨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시다테 : 토쿠야마는 이번 작품이 첫 캐릭터 디자인 및 총작화감독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여러 가지 말한 걸 정직하게 구현하려고 노력해줬습니다. 

하지만 토쿠야마의 아라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은 옆에서 보고 있으면 감탄할 정도로 대단합니다(웃음). 

원작에 있는 '아라이 특유의 맛'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란걸 어떻게든 파악하려고 했고, 모션, 즉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녀 나름대로 깊이 연구해줘서, 그 부분이 작품에 풍부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미술감독인 야마자키 시오리 씨가 엔딩 디렉터도 담당하셨네요. 감독도 '감수'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시다테 : 야마자키는 비교적 연출 지향적인 타입입니다.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영상의, 이른바 몽타주적인 부분에 대한 리터러시가 높은 편입니다. 

그런 스태프가 영상을 디렉팅하는 기회가 있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제안했더니 "꼭 해보고 싶다"고.


다만, 평소 배경 미술로 열심히 일하는 스태프에게, 애초에 어떤 영상을 만들 것인가 하는 아이디어 단계부터 갑자기 전부 맡기는 것도 너무한 것 같아서, 제가 "캐릭터를 등장시키지 않고 동물 같은 것만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 "작품 세계를 분위기만으로 표현하는 느낌으로, 이런 룩을 목표로 해보는 건 어때" 하고 씨앗을 건내주고.

그래서 제 역할은 아이디어를 낸 것뿐입니다. 나머지는 그녀가 물을 주고, 비료를 주며 3D 감독(카세 타츠노리)과 둘이서 연계하며 만들어 나갔습니다.


- 캐스트진 결정이나 디렉팅은 어땠나요?


이시다테 : 음향감독인 츠루오카 요타 씨와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고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캐스팅에 관해서는 거의 츠루오카 씨에게 부탁했습니다. 

나구모와 니이쿠라만 오디션을 통해 선정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츠루오카 씨에게 이 캐스트진으로 괜찮을지 상의하며 결정했습니다.


- 코마츠 미카코 씨와 토요사키 아키 씨는 오디션이었단건, 이시카와 유이 씨는 지명이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시다테 : 네. '바이올렛 에버가든'(2018년)을 제작할 때 힘을 빌려주셨고, 이시카와 씨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더불어, 와코라는 캐릭터가 어쩌면 가장 어려운 캐릭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역할을 틀림없이 잘 연기해 주실 거라는 신뢰를 가지고 이시카와 씨에게 부탁하게 됐습니다.


- 'CITY'를 애니메이션화하면서 감독이 가장 강하게 의도했던건?


이시다테: 아라이 선생님의 작품은 개그이자 코미디이고, 웃기고 밝은 작품이지만 동시에 인텔리전스, 즉 지성을 느끼게 하죠. 

단순히 머리를 비우고 웃으면 그만인 유형의 작품은 아니라고 할까. 

예전에 애니메이션 '일상'이 E-테레에서 방송됐을 때도 느꼈지만, 교육적인 감성이나 감수성, 지적 호기심 같은 것을 자극하는, 그런 요소가 아라이 선생님의 작품에는 있습니다. 

'CITY'에서는 그 요소가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것을 어떻게 없애지 않으면서, 또 거부감 없이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은, 아라이 선생님으로부터 작품을 빌려오는 이상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말일 수도 있지만, 웃기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웃기지 않아도 좋으니, 인텔리전스만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앞서 말한 감성, 감수성, 지적 호기심 같은걸 작품에 담을 수 있다면 'CITY'라는 작품성은 담보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이시다테 : 이 기사가 나올 시점에는 5화까지 방송됐을 텐데, 상당히 파격적인 회차라 정말 야바이할겁니다(웃음).

보고 나면 지칠 거라고 생각하지만, 6화 이후에도 또 다른 어프로치로 여러 가지 "즐거운 일"들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티저 비주얼에 장난감 상자를 그렸는데, 그 장난감 상자에는 아직 다른 장난감들이 남아 있으니, 마지막까지 질리지 않고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아마 마지막까지 틀림없이 맞지 않으시겠지만(웃음), 취향에 맞는다고 생각하시면 봐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