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aaddc76dce401a45b9ef7ac42c57c734d62f4d515a56f3bb999303b77edff


0aaddc76dce535a45f9ef7e1038521732e3cedbb1f05ad5c31fa77eaf3dd53

푸념 늘어놓은 거에 관심을 많이 받아서 혹시라도 실베가서 우리 토끼 욕보일까봐 글은 지웠어.

달아준 댓글들은 캡처로 찍어 놨고, 힘들 때 두고두고 볼게.

이제 일주일 됐는데도 고통이 그날처럼 생생하게 기억나서 시간은 한참 필요하겠지만 솔직히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는 감이 안 옴...


짤은 이사와서 우리 토끼 분골함 자리 마련해줬어.

겁쟁이고 평생 나만 바라보고 커서 집에있는 토끼란 토끼는 끌어다가 친구들 얹어주고 몇 개 못 먹고 간 약이 아른거려서 같이 놔뒀어.

장례하고 가져온 털이랑 수염, 이삿짐 옮기다가 발견한 똥조각도 하나 넣어서 인형에 얹어두고.

남들 보기엔 우습겠지만 매일 아침마다 수백개의 똥을 치우다 이제 없으니 저 똥 조각 하나가 얼마나 반갑던지.

이사 와서 생필품 정리하면서 휴지도 봉투에서 꺼내고 있는데 나 몰래 갉아 먹은 게 있길래 피식 웃어보고 잘됐다 하고 저기에 모셔둠.


8년간 24시간 붙어 있는 것도 크지만 먼저 키운 토끼들이랑 같이 컸는데 걔네가 함께 갔었어. 서로 그루밍 해주다 바이러스 옮겨 가지고.

암놈이 이 녀석을 싫어해서 암놈이랑 얘는 하루에 두번씩 번갈아 풀어줬는데 마침 얘는 그때 분리중이라 살아남아서 나랑 함께 더 살 수 있었어.

먼저 간 토끼들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이 너무나 컸고 얘라도 살아남아줘서 애뜻함이 컸나봐.


이 아이는 8년이지만 총 10년을 토끼랑 함께 사는 인생이었어.

아침에 청소기 돌릴게 없을 때, 세제나 쓰레기 봉투 같은 거 살 때, 마트에서 과일 볼 때, 인터넷 쇼핑 장바구니 볼 때

전부 토끼랑 연관되어서 평소 습관대로 사려다가 멈칫할 때가 너무 힘들더라, 내 삶에 토끼가 없다는 게 실감나서. 


당장은 너무 괴로운데 혹시라도 이 아이의 대신으로 취급할 까봐 새 토끼를 들일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도 토끼를 키울 거 같기도 해.

집안이 콩가루라 가족들이랑 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집에서 혼자 일하니까 그 빈자리가 너무 커서 감당이 안되겠더라..

적응할 수 있을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것 같아.


새 토끼를 만나기 전까지는 앞으로 바나나는 절대 못 먹겠지만 (좋아하던 과일이라 집에 매일 있던 게 생각나서)

소동물 특성상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수명에 쉽지 않은 선택으로 함께하는 너희들 모두 지금 있는 시간 소중히 함께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