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에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긴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나서 "범인이 누군지 안 밝혀졌잖아"라고 불평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실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영화를 제대로 이해 못한 사람이겠지) 마찬가지로 본서를 읽고나서 "당연히 테러의 배후는 미국 공화당으로 대변되는 부시 일파잖아. 공공연한 소문이잖아"라고 투덜거릴 독자가 있다면 ? 이런 탁상공론은 사실 위험하다.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라크 침략의 구실이 되었던 9.11 테러는 현재진행형이며 확실히 밝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단 이 불확실한 미완의 사건이 미국 공화당 정권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는 탓에 세계 각지에서 힘없는 지식인들은 의구심 어린 눈길을 보내지만‥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소행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어느덧 제국주의로 속옷을 갈아입은 어메리칸 저널리즘의 광풍 앞에선 아무도 맞설 자가 없는 형편이다. 영국의 애셜론 프로그램 같이 강대국이 인터넷에 오가는 모든 통신을 도청한다는 것이야 공공연한 얘기이니, 9.11 테러의 진실에 대해 이렇게 보잘 것 없이 적는 서평조차도 어쩌면 신변의 위험을 자초할지도 모르겠다. (* 절대 과대망상은 아니라 여긴다) 이리유카바 최 할아버지. Conspiracy Theory, 즉 음모이론을 중심으로 하여 "유대인과 프리메이슨"의 움직임에 대해서 미치광이처럼 경고하는 서적을 여러권 써내신 분이다. 이 책도 그러한 일환 중 하나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공화당 부시 정권은 결국 세계정복을 꿈꾸는 유대인 세력의 앞잡이라는 것이다. 유대인을 주축으로하는 프리메이슨은 최소한 세계대전을 세번 정도 일으켜서 '유대인의 제국'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라는 얘기이다. 처음에 들으면 이 할아버지 노망이 들었나하고 픽 웃을지 모른다. 사실 이 할아버지의 저서들은 출판에 치명적인 티가 있으며 (* 오타, 누락) 게다가 곳곳에 다소 비약이 있어 신뢰성이 떨어지는 감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양서'만 골라 읽는 독자로서의 자부심을 걸고 말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할아버지가 내세운 근거,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며 애써 인터넷을 뒤져 영문해석을 샅샅이 하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운 은폐된 진실들은 모조리 '현실'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예로 그는 '벡텔'이란 다국적 기업, 즉 부시나 럼스펠드의 산적집단 같은 도둑집단이 볼리비아의 수도사업을 독점하여 국가를 지배할 뻔하다가 쫓겨났다고 예시하였는데‥. 놀랍게도 오늘 (2003.06.10) 한겨레 기사에 그 내용이 기사에 실려있었다. 볼리비아에서 쫓겨났던 벡텔은 이라크의 '송유관'을 지배할 거라는 기사였다. 어찌보면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의 기업이 그냥 장사해먹는 소리이지만, '음모이론'으로 달리보면 곧 저런 다국적 기업의 검은 그림자가 전세계를 거의 지배하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 아닌가. 석유를 손에 쥐는 건 단순한 자원확보의 문제가 아니라, 이 세계의 생존권을 좌지우지하는 문제니까. 본서는 그러한 전제 하에 쓰여진 "테러에 대한 의혹들 정리'이다. 이리유카바 최 할아버지는 9.11 테러의 발생 전후를 차근차근 육하원칙으로 정리하여 미국 공화당 정부와 CIA와 FBI, 그리고 알 카에다와 파키스탄 군부, 마지막으로 문제의 빈 라덴이 어떤 행각을 벌였나 스틸 사진 촬영처럼 정밀히 적었다. 사실 이 부분만 읽어도 9.11 테러는 '부시의 자작극'이라고 누구나 확신할 것이다. 거기다 금상첨화(?)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빈 라덴이 원래 어떤 각별한 관계인지도 객관적인 정황 제시까지 하고 있으니. 무엇보다 현재 캐나다에 망명 상태인 미국의 '양심적인 소수'들이 그 테러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논픽션까지 실려있다. (* 정말 미국은 무서운 국가가 아닌가 ?) 그 망명객들은 미국 정보집단의 중추에서 실제로 활동하였다는 것까지만 언급하기로 하자. 읽으면 오싹하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 언론을 따라쓰기만 하는 국내 언론에 '현혹'되다시피하여 국제적 사건들에 대해 주체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멍하니 살아간다면‥ 이미 노예가 되길 자처하는 셈이 아닌가 ? 수십년 후 누군가 <테러의 추억>이란 영화를 찍는다면 아마도 테러의 진실을 밝히려는 양심적 소수들이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9.11 테러는 알 카에다와 빈 라덴 때문이다"라는 메시지를 앵무새처럼 받아들이면서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라크 전쟁까지 멍하니 바라보는 영화 속의 현실에 낄낄대며 웃을지 모르지.

[인상깊은구절]
디크 체이니 부통령은 9월 16일에 가진 기자와의 면담 시간에 "백악관 비밀경비대는 FAA와 특별 연락망이 되어있다. 이들은 WTC가 피격당하고 나서부터 연락망을 열어놓았는데‥‥"라고 말하다 말고 말을 끊었다. 이는 실수로 진실을 말했던 것인데, 말을 하다보니 하지 말아야할 소리가 나와 말을 끊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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