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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수(number)라는 체계를 사용해 갯수를 센다. 하지만 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들은 수를 세지 못한다. 이것은 인류도 예전에는 수를 세지 못했다는 것, 정확히 말해 수라는 개념을 몰랐다는 의미이다.

원시인과 현대인을 같은 자리에 모아 사과 두개를 보여준다고 하자. 만약 그들이 무엇을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면 원시인은 '사과라 불리는 물체'를 현대인은 사과 두개를 인식할 것이다. 원시인에게는 수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현대인에게 두개인 사과들도 사과 하나로, 개별화 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된다. 수라는 체계가 없던 시절에는 같은 관념으로 인식된 현상에 대해 개별화의 원리가 작용하지 않있다는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동물들 또한 같은 관념으로써 정의된 현상들에 대해 개별화의 원리를 적용시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을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몰입시켜 개별화의 원리가 작용하지 않는 카오스적 의지와 모든 것의 근원인 자아라는 장(field), 그리고 자아에 의해 생성된 세계라는 장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수를 사용하는게 인간만의 능력이더라도, 그것은 노예적이고 야만적인 것이다. 문명의 자격을 가진 인간은 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하는 체계에서 벗어날 때 허전함을 느낀다면 로고스라는 이상의 법칙을 찾는 노예적인 본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