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하기 전에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게시글 작성해봅니다. 물고기 처음 접한게 6살때인데 어느덧 20년 가까이 하고 있네요. 학술쪽으로 넘어가면서 사육은 잠시 접었다가 최근 사육쪽으로 해보고싶은게 있어 다시 손대며 여기저기 정보 찾다가 아갤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팅만 계속 하던 도중 푸짐한 상품의 정보 콘테스트라니, 군침이 싹 돌더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 시작하며...

고등학생이였던 2016년의 어느 가을날, 처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를 마주하였던 기억이 난다. 하천에 들어가자 한눈에 보기에도 위압적인 덩치를 가진 물고기들이 내 앞을 스쳐지나갔고, 이들은 빠르게 물살을 거슬러오르고 있었다. 이들의 여정이 험난했음을 알려주듯 주둥이는 터지고 꼬리는 너덜너덜했으며, 근처에선 산란을 마치고 죽은 연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족의 번식이라는 사명을 위해 제 한몸 불사르는 연어들의 모습과 명을 다 한채 죽어가는, 혹은 죽어있던 연어들을 보며 호기심과 경외심을 동시에 느꼈다. 그 이후 자료를 찾아보며 연어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알면 알수록 더욱 빠져드는 느낌이였다. 매년 연어를 보러가게 된 건 덤. 많이 갈땐 세번 네번씩 가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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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강원도 고성의 한 하천에서...


연어는 연어목(Salmoniformes) - 연어과(Salmonidae)에 속한다. Fishbase에 따르면 1목 1과 11속 226종이 있으며, 이중 한반도에는 6속 12종이 분포하고 남한에는 2속 5종이 분포하는데 이중 2종은 외래종이다.


'연어'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보통은 물고기 형태의 연어보다는 가공이 완료된 펠렛, 초밥, 회 등의 상태로 변해있는 연어의 모습이 더 익숙하리라.

하지만 식용으로 쓰이는 연어는 대부분 Salmo Salar 라는 종으로 국내에서는 '대서양연어' 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우리나라의 연어들은 Oncorhynchus 속에 속한다.
두 속은 분포지가 확연히 달라 대서양과 접한 국가에 서식하는 Salmo 속은 '대서양연어' 로 묶여 불리우며, 대서양과 접해있지 않은 한국에서 볼수 있는 Salmo 속의 어종은 최근 소양강 유역에서 서식이 확인되어 작년 생태계교란야생동식물 명단에 올라간 '브라운송어' (S. trutta)라는 종이 있다.

아까의 Salmo 속과 달리 Oncorhynchus 속은 태평양과 접한 국가들에 서식하여 '태평양연어' 로 묶여 불린다. 속명은 갈고리모양(Oncos) 코(rhynchus)를 뜻한다. 산란기 수컷 연어의 굽은 주둥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속에 속한 어류는 12종이며, 이중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어종은 연어, 산천어(송어), 무지개송어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연어(O.keta) 이니 이 종에만 초점을 맞춰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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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오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간다는 거야. 꿈이라던가, 희망이라던가.'
- 안도현, 『연어』 中.

조그만한 크기로 바다에 나갔던 연어들은 3년에서 5년정도 베링해와 알레스카만을 오가며 성장한 후 귀향을 시작하는데, 가을이 시작되고 온 산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갈 즈음 동해안의 대부분 하천들과 남해안의 일부 하천에는 고향을 찾아온 연어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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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이동 경로 (출처 - http://ecotopia.hani.co.kr/313628)

연어들은 어떻게 길을 찾는가? 이에는 여러가지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으나 가장 유력한 가설은 '지구 자기장과 후각' 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먼 곳에서 방향을 찾을 때는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여 방향을 찾고, 모천(母川)이 가까워지면 바다로 나갈때 각인시켰던 모천의 냄새를 떠올려 자세한 길을 찾는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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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수컷, 아래: 암컷


강 하구에 도착하면 연어들의 몸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하구에 머물며 민물에 적응하는 동안 은색빛의 몸은 붉게 물든다.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해야하기에 턱이 구부러지고 체고가 높아지며, 암컷은 알배가 차기 시작한다.

또한 연어의 혼인색은 단풍을 붉게 물드는 색소와 똑같은 '카로티노이드' 인데, 이 카로티노이드는 알을 붉게 만드는데도 사용된다. 그래서 암컷 연어의 혼인색은 수컷 연어의 혼인색에 비해 연하다.




"강물은 아래로 흐르면서 자신의 물살과 체온을 연어들에게 가르친단다. 그리고 길을 가르쳐주지. 강을 거슬러 올라야 하는 이유를 말이야."

- 안도현, 『연어』 中.


강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하면, 연어들은 먹이를 먹지 않는다. 물고기는 배설과 방정/산란을 하는 기관이 하나(총배설강)이기 때문에, 혹시나 배설물이 섞이면 수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들은 바가 있다. 지느러미는 찢기고, 몸통엔 상처가 생기며, 붉은 비늘은 온데간데없고 하얀 살이 드러나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상류로 올라가다 죽는 연어들도 꽤 많지만, 자신이 태어난 곳을 코앞에 둔 연어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낸다.


우여곡절 끝에 산란지에 도착하면 연어들은 유속이 느리고 물이 맑은 곳에 산란장을 만든다. 암컷이 자갈을 파 산란장을 만드는 동안 수컷은 주변을 지키고, 산란 후 꼬리로 자갈을 덮어 알을 보호한 후 주변을 맴돌다 생을 마감한다.


이 때, 한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대형 수컷과 소형 수컷이 택하는 전략이 다르다는 것. 다른 개체들보다 1년정도 일찍 귀향을 시작한 작은 수컷은 당연히 큰 수컷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들은 다른 전략을 선택한다. 산란을 준비하는 쌍 근처를 맴돌며 기회를 엿보다, 산란하는 타이밍에 빠르게 튀어가 본인의 정자를 수정시키고 도망간다. 이를 'Jack salmon' 이라 부르며 다른 년도에 태어난 집단과 교배함으로서 집단의 유전자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보기엔 얌체같아보여도 유전적 다양성에 매우 큰 기여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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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강원도 강릉. 알 옆에 죽어있던 어미 연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수중보 앞에서, 너는 무엇을 느꼈을까.


그렇게 산란을 마친 연어들은 죽게되고, 그들의 여정은 막을 내린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어의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태어난 어린 연어가 성체가 되어 무사히 귀환할 확률은 3% 남짓.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어가 민물로 향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는 넓고 먹을것도 풍부하지만 그만큼 천적이 많다.

민물은 좁고 먹을것도 적지만 그만큼 천적도 적다. 그럼 한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천적이 없어도 먹을게 없으면 결국 그게 그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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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는 알을 지킬 필요가 없지만, 우리의 죽음이 새끼들을 키울 거야. 틀림없이 강이 알들을 지켜줄 거라고 믿어."

- 안도현, 『연어』 中


그래서 연어들이 선택한 대안은 자신들의 희생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자세히 설명토록 하겠다.

미국 워싱턴대의 토마스 킨 교수는 25년간 알래스카의 연어를 연구해왔다. 이들은 연구 도중 연어 사체를 발견하면 한쪽 둑으로 던져놓기 시작했다. 단순히 중복 계산을 막으려고 시작한 행동이였으나, 결과적으로 자연적으로 쌓이는 연어 사체의 2배가량이 한쪽 둑에 쌓였고 이 행동이 20년간 계속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쪽 둑의 나무들이 더 크게 자란것이다. 나무를 분석해 본 결과 해양 질소와 인의 비율도 더 높았다고 한다. 연어가 숲을 키운다는 가설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증명은 보통 연어가 있는 숲과 없는 숲의 성장률을 비교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해당 연구를 통해 그간의 가설을 뒷받침할 아주 강력한 증거를 획득한 셈이다.


울창해진 나무는 어린 연어가 살기 좋도록 수온을 낮춰주며, 하천으로 떨어진 낙엽과 나뭇가지는 먹이가 될 저서생물을 살게하고 때로는 어린 연어의 은신처가 되어준다. 실제로도 어린 연어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다량의 해양 탄소와 질소가 검출된다고 한다. 어미 연어를 양분으로 자랐던 생물들이 먹이사슬을 거쳐 새끼 연어에게 돌아온 셈이다.


연어의 희생은 그곳의 생태계를 먹여살리며, 부모 연어의 은혜를 입은 숲과 강은 어린 연어를 돌봐준다. 부모 얼굴도 모른 채 태어난 어린 생명들이지만, 그들에게는 든든한 숲과 강이 함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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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연어 무리. 2019년 3월, 강원도 고성.


부모들이 죽고 난 이후, 어린 연어는 약 두달간 알 상태로 겨울을 난다. 부화 후 약 1달간 자어 상태로 자갈 밑에 머물고, 그 이후 나와서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2~3월 경). 3~5월 경 몸길이가 3~5cm가량 되면 바다로 향하게 되고, 연안에서 7cm가량이 되면 해류를 타고 북태평양으로 떠난다.


이들도 어른이 되면 귀향길에 오르리라. 그리고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준 강과 숲에 후손들을 맡긴 채 숨을 거둘 것이다. 그리고 강과 숲은 또다시 어린 연어들을 키워주겠지. 이들의 부모가 그랬고, 이들의 자손들도 그럴 것이다. 위대한 대자연의 순환 속에서, 그렇게 연어들은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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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를 주제로 강연도 하고, 기사도 내봤고, 전시회도 내봤고... 대중적으로도 흥미로운 어종인지라 자주 써먹는 단골 소재(?) 중 하나인데

어디에 초점을 두고 어느 수준으로 써야하나 고민을 좀 하다가 학술적으로 깊게 들어가기도 애매하고 갤 성격상 생태쪽이 제일 맞지않을까 싶어서 이쪽으로 포커스를 둬봤습니다.


글 안 쓴지 너무 오래되었더니 뭔가 깔끔하지가 않네요...

첫 콘테스트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 드리며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문헌

구대선, 1만6천km 돌고 돌아 고향 찾아온 왕피천 연어, 한겨레, 2018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66542.html)

안도현, 연어, 문학동네, 1996

조너선 벨컴, 양병찬 옮김, 물고기는 알고 있다, 에이도스, 2017

탁광일, 숲은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만든다, 넥서스, 2003

황선도, 황선도 박사의 연어 이야기 1, 한겨레 물바람숲, 2015 (http://ecotopia.hani.co.kr/313628)

Lukas DeFilippo at el, An explanation for suddenly elevated numbers of small “sneaker” males in Kodiak Island sockeye salmon, SCHOOL OF AQUATIC AND FISHERY SCIENCES, 2018 (https://fish.uw.edu/2018/12/an-explanation-for-suddenly-elevated-numbers-of-small-sneaker-males-in-kodiak-island-sockeye-salmon/)

Thomas P. Quinn et al, A multidecade experiment shows that fertilization by salmon carcasses enhanced tree growth in the riparian zone, Ecology, 0(0), 2018, pp. 1–9, http://dx.doi.org/10.1002/ecy.2453


*출처가 기재되지 않은 사진은 전부 제가 촬영한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