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세계관인 소설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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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필요할까. 어떤 말로도 표현할수 없는 감정. 

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을때, 당신이라면 무슨 말을 할수있겠는가.

싸늘한 주검조차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들은 정말.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니까.

편지도, 말도, 몸짓도, 생각도, 그리고 죽는다는 자각조차도 남기지 못한채 그들은 소멸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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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군장 챙기라고 전파하도록, 10분안에 출발한다. "


중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어디로 이동하는겁니까? "


3소대장이 의아해 하며 말했다.


" 자세한 사항은 기밀이다. 그저 선두에 선 차량만 잘 따라오라고 각 단차에 전파해라. 이상. "


그는 또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다른 소대장들은 의아해했지만, 무언가 큰 작전이겠거니 하고 수긍할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문을 나서던 참에, 2소대장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 1소대장, 좀....이상하지 않아? 저 인간 저렇게 목소리 떠는거 처음봐. "


" 가래라도 꼈나보지 뭐. 평소엔 말도 잘하던 양반이 갑자기 왜 저런데. "


" 그러게나 말이야. 난 먼저 가본다. 야영지가 좀 멀어서.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보낸후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날이 우중충했다. 독일 날씨라기 보단 마치 파리의 날씨 같았다.


" 1 소대장, 라이터 있나? "


중대장이다. 또 라이터를 어디다 두고왔나보군.

나는 그에게 경례를 붙인후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 1소대장....자네가 고향이 파리라고 했었나? "


" 맞습니다. 팡테온이 있는 5구쪽에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무슨일로.....?  "


 " 아닐세, 그냥 나도 파리사람이라서 물어본거야. 나는 11구에서 살았었다네. 반갑구만. "


그리고선 그는 말없이 담배를 태우고선 지휘실로 돌아갔다.


속으로 저 인간이 왜저러나 의아해했지만, 시간이 늦었기에 나는 그 의구심을 접어둔채 야영지로 향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 그말을 하던 중대장의 눈동자는 약간 축축해져 있었다. 그도 고향이 그리웠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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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소대장님도.....어디로 가는지.....정말 잘 모르신단 말입니까....? "



조종수가 뜸을 들이며 말했다. 



" 말했잖냐. 나도 모른다고. 자세한 사항은 기밀이라고 하더라. 앞이나 똑바로 봐.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목적지도 안알려주냐....... "



조종수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 무선 침묵에, 최소한의 휴식, 거기에 보급도 엉망, 젠장할 이게 뭔 개지랄이랍니까. "



" 새끼, 프랑스인 아니랄까봐 말 한번 존나게 많네, 빨갱이는 아니구만? "



뒤에서 자는줄 알았던 병장 하나가 말을 했다.



" 씨부랄 니도 솔직히 그렇게 생각할꺼 아냐. 이게 무슨 개지랄이냐고. 밥이라도 좀 제대로 주던가. "



" 누가보면 3일 굶은줄 알겠네. 개새끼야, 니 부식 숨겨놓은거 내가 알아 인마. 죽닥치고 운전이나 해."



조종수는 놀라며 말을 했다.



" 어쩐지 씨발 캔 스파게티가 없어졌더라니 이 씨ㅂ.....



" 그만들 해라. 무선으로 안 쳐떠드니까 아가리로 떠드냐? 넌 잠이나 자 새끼야. "



" 아 소대장님...!! "



" 피융신, 꼴 좋다. 그러니까 누ㄱ..... "



" 니는 장갑차 운전이나 똑바로 해. 여깄는 사람들 군장 니가 다 메고 걸을꺼 아니잖냐. "



조종수는 다시 조용해 졌고. 나는 다시 큐폴라를 열어 바깥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바깥은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듯 조용했다. 이 길이 고향으로 가는 길이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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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소...소대장님...보...보셔야할께 있습니다... "



포수 놈이 또 호들갑이다. 대체 뭐길래 그러는거지.

녀석은 빨갱이들 1개 분대에도 마치 기갑군을 만난거마냥 호들갑을 떨곤했다.



" 이반놈들 탱크 정도가 아니면 넌 한대 맞을줄 알아라. "



나는 별일 아니겠지. 하는 심정으로 관측장비의 스크린으로 눈을 돌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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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가는길이면 좋으련만,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파리. 나의 고향. 빛의 도시. 그러나 지금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지?


언덕에 올라서서, 그리고 그 언덕에 올라선 장갑차에 올라서서, 나는 바라보고 있다.


내 눈에 맞닿은 망원경을 통해서. 그리고 그 망원경에 달린 렌즈를 통해서.


그리고 그 렌즈에 비친 파리의 모습은, 잿빛. 잿빛 그 자체였다.


녹아내린 철골들, 흔적만 남은 석재 건물들, 괴기하게 뒤틀린 퐁피두 박물관.


오 하느님, 노트르담. 노트르담이 반절이나 날아가버리다니.


팡테온의 돔은 어디에 있지 ? 엘리제 궁은 어디로 간거야 ?


오 제발 신이시여. 에펠탑. 에펠탑만은.


그 빛의 도시의 등대였던 에펠탑 만큼은 자비를. 자비를 베푸소서.


제발. 제발 저 흉측하게 뒤틀린 철골 덩어리가 그 등대가 아니라고 말해주십시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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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을 수색하라는 명령은 소용 없었다. 명령에 따라야할 사병들, 그들을 통솔해야할 장교들마저 참혹한 광경에 넋을 놓았으니까.

모두가 땅에 주저앉았다. 그리고...그리고....다들 울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들 처럼. 마치 마트에서 어머니의 손을 놓은 아이처럼.

우리가 멈춰선 언덕엔 그저 울음소리만이 가득했고, 우리들 앞에 보인 파리에서도 바람이 우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대체 왜, 무슨 연유로 그 찬란하던 빛의 도시가 재로 가득찬 회색의 도시가 되어야 했는가.


나의 가족들. 가족들도 한줌의 재가 되었을것이다. 

나의 사랑 지젤. 지젤도 한줌의 재가 되었겠지.

옆집의 아저씨. 집 앞 빵집 아주머니.

우리 동네 사람들. 그리고 파리 시민들.

그리고...그리고 파리 마저도. 한줌의 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빛의 도시는 그렇게, 짧은 순간에 삶을 잃은 재의 도시가 되버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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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 우리들은 그 언덕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좀 멀찍이 떨어진 어떤 숲에 자리를 잡았다.

야영지의 분위기는 암울 그자체였다.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침묵을 채우는 건 그저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소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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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중대장. 중대장 그자식은 알고 있었겠지.

알면서도 숨겼을꺼야. 이 개자식 같으니라고. 그 광경을 우리들이 꼭 보게 만들었어야 했나?

가서 그놈의 멱살을 쥐어 뜯고서라도 대답을 들어야겠다. 두들겨 패서라도. 그 이유를 듣고 말것이야.


중대장 그 개자식의 텐트는 어디있지? 반드시 찾아내겠어. 이 망할놈의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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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자식. 천하의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어떻게 너가 그럴수 있는거지?


그래 다시 생각해보자. 중대장은 텐트에 없었다. 그래서 난 텐트 밖에 있던 발자국을 따라왔지.

그래 그래. 발자국. 발자국을 따라와서 숲의 안쪽으로 조금 들어왔었지.

그리고...그리고...저 자식이 나무에 목을 매달았고. 하. 그래 씨발 뒤졌네.


개같은 새끼. 이제와서 그렇게 뒤져버리면 뭘 어쩌라는거야?

우리보고 못볼꼴 다 보게 해놓고선 그렇게 도망쳐버리는거냐고.

개같은 새끼. 이 개같은 씹쌔끼. 지옥에나 떨어져라. 아니. 지옥도 아깝다.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네놈이 목을 매달고 뒤진다고 해서. 이 상황은 나아지기 커녕 더 좆같아진단 말이다.

저기 저렇게 갈곳 없는. 네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거냐.

그렇게 맨날 병사들은 내 아이들이라고 말하고선. 이제 와서 아이들을 버릴셈이냐?

그렇게 되면 대체 누가. 누가 저 사람들을 이끄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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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잘 기억 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바위 위에 앉아있다.

중대장은 확실히 죽었다. 그리고 나는 그 죽은 중대장이 남긴 편지를 읽었다.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자신도 믿기지 않았기에, 비밀에 부친것이고.

절대 너희들을 힘들게 하려던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눈 앞에 닥친 현실은, 자신을 무너트렸고.

살아갈 힘도, 의지도 앗아가버렸다. 정말 미안하다. 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망할 자식. 그 개자식을 증오한다. 우리한테, 그것도 나한테 모든걸 떠념겼으니까.


이제 과연 무엇을 해야할지, 더욱 막막해졌다. 그리고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했다. 마치 더미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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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제대와 연락이 닿았다. 전선에 나가있었던 부대들은 대부분 복수를 택했다고 한다.

복수를 택한 모든 부대들은 체크포인트 리마로 향하라는 명령도 내려왔다.

그러나 나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어째서인지,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단 부대내 기강을 바로 잡은후 다시 연락하겠다 한뒤. 통신을 끊었다.


통신병이 날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는, 그런 눈빛이었다.

나는 그런 눈빛을 뒤로 한채, 장갑차를 나선뒤 병사들에게 향했다.

제기랄, 원랜 이게 내 역할이 아닌데. 개같은 중대장 자식.



병사들에겐 남김없이 말했다. 중대장이 죽은 사실부터, 중대장이 남긴 편지.

상급제대와의 통신 내용. 그리고, 선택의 시간이 왔노라고.

내 말이 끝난뒤, 야영지는 또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내가 소리쳤다.



" 이 후레자식들아. 니네들은 씨발 복수가 뭔지도 모르는거냐? "



모두의 눈이 내게 모였다.



" 개같은 자식들이 파리를 때려부셨다. 이게 뭔지 아냐? 시골 깡촌에 사는게 아닌 이상,

네놈들이 아는 사람들 다들 뒈졌단 말이다.

그러는 지는? 이라고 생각하는 새끼가 있겠지. 걱정마라. 내 부모님은 파리 5구에 사셨다. 

내 여자친구? 그 년은 12구에 살았다! 

근데 씨발 다 뒤졌어. 뒤져버렸다고! 이 씨발 좆같은 전쟁이 다 죽여버렸어! "



나를 쳐다보는 눈들에는 점점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느덧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 나는 말이다 씨발. 그래, 공산당새끼들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됬을때 말야. 

나는 공산당을 좋게 보고 있었어.

그래서 씨발 그새끼들한테 투표했는데! 엘리제 궁은 쳐 날아가버렸고,

이제 우리들 밖에안남았다. 제기랄!

나는 이제부터 빨갱이 새끼들이란 새끼들은 모조리 대가리를 쳐 날려버리려고 한다. 

총으로 대가리를 날리고 전차궤도로 짓눌러 터트리고,

 칼로 눈알을 쑤시고 씨발 할수 있는짓은 다해서라도 말이다. "



그리고 나는,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들이 바라는, 정말 단 한마디 말을.





" 나와 함께 하겠는가, 동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