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에 떨어진 시계는, 벽에 박혀 있는 못의 높이로 봐서는 꽤나 높게 달려있었던 것 같은데, 바닥에 떨어져서 유리가 박살 났어도 용케 고장이 나진 않았는지 아직은 계속 초침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 가지 않을 것이었다. 더는 주인이 배터리를 갈아줄 상황이 아니었다. 깨진 창문 틈으로 한 줄기 바람이 불어 들었다. 바닥에 쌓인 먼지와 돌가루가 바람에 따라 한쪽으로 스르르 흘러갔다. 벽을 타고 자라난 덩굴의 나뭇잎이 살짝 흔들렸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긴 했지만, 햇빛은 여전히 지면에 닿았다. 끼익,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공허한 거리를 울리더니 곧 무언가 묵직한 것이 땅바닥에 떨어지며 깨지는 소리가 침묵 속을 가득 메웠다.


한 마리 도마뱀이 무너진 벽 틈을 통해 거실로 들어왔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이 조그마한 친구에게는 딱히 달라질 것도 없는 세상이었다. 단지, 평소에는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던 덩치 큰 동물들과 빠르게 움직이던 물건들이 이젠 없다는 것 정도. 어찌 보면 이 도마뱀에게는 더 살기 쉬워진 세상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딱히 그렇게 느낄 건 없었다. 그렇게 느꼈다 했더라도, 빠르게 잊어먹었으리라.


자그마한 도마뱀은 처음 들어온 그 자리에서 작은 고개를 휘휘 둘러보더니, 한쪽으로 조르르 달려갔다. 이 작은 친구가 여길 들어오게 된 것은,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작은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주변 환경에 대해 계속해서 반응하다 보니, 정말 그렇게 어쩌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끊임없는 손익 계산으로 움직이는 녀석이 아니니 사실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똑 하고 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도마뱀은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어디서 나는 소리였을까. 도마뱀은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자그마한 발로 계속 돌아다녔다. 이윽고 또 한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가까웠다. 도마뱀은 벽에 다다랐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한 발을 수직으로 나 있는 벽에 가져다 댔다. 그다음 발을 대고 걸어가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 발 한 발 걸어 올라가자 곧 은빛의 반짝였을, 지금은 먼지가 얇게 깔려 있는 바닥이 나왔다. 바닥은 작은 구덩이처럼 안쪽으로 크게 패여 있었다. 반대편에 또 솟아 올라있는 막대는 허공에서 한 번 꺾이더니, 끝부분에서 다시 조금 꺾여 있었다. 도마뱀의 시선이 그 끝으로 향했다. 막대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그 구멍에서, 물 한 방울이 맺히더니, 곧 똑 하고 떨어져 내렸다.


도마뱀은 그 떨어지는 물방울 아래로 다가갔다. 곧 다시 또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려 바닥과 부딪혔고, 거기서 나누어진 아주 작은 물방울 하나가 도마뱀의 얼굴에 살짝 튀었다. 시원한 감각이었다. 아직까지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흘러나온다는 건 어찌 보면 기적에 가까웠다. 물론, 누군가 다가와서 수도꼭지를 연다고 해도, 일상에서처럼 콸콸 물이 흘러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건 이 작은 도마뱀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였다. 바닥에 작게 만들어진 웅덩이에 다가가, 도마뱀은 조금 물을 마셨다.


어딘가에서, 무언가 울리는 듯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마뱀은 순간적으로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다른 존재가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것인지는 모르지만, 도마뱀은 작은 발을 빠르게 놀리며 벽을 타고 다시 바닥으로 내려갔다. 다시 한번 작은 바람이 유리 틈으로 불어 들어왔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시계는 긴 바늘과 짧은 바늘이 직각을 만들고 있었다. 창밖 전봇대에서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순간적으로 이쪽저쪽을 바라보고는, 구슬프게 까악, 까악, 울어 재꼈다.


도마뱀은 살짝 열려있는 문틈으로 들어갔다. 큰 동물 하나가 나무와 천으로 된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동물의 입에서 뭔가 부글거리는 소리가 났다. 곧 거무튀튀한 물이 조금 새어 나왔다. 동물의 눈이 도마뱀과 마주쳤다. 덩치 큰 동물의 눈꺼풀이 살짝 파르르 떨렸다. 기름칠 되지 않은 피스톤이 뻑뻑하게 움직이려고 하는 것처럼, 그는 억지로 한쪽 팔을 들어올렸다. 그 끝은 바닥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작은 도마뱀을 향하고 있었다. 도마뱀은 그 광경을 그 자리에 못으로 박힌 듯 가만히 서서 보고 있었다.


눈꺼풀의 떨림은 점점 커져갔다. 흘러나오는 물의 양이 더 많아졌다. 손끝은 결코 닿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목덜미가 서서히 검붉게 번지기 시작했다. 도마뱀은 눈을 끔뻑였다. 다시 창밖으로, 구슬픈 까마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이 작은 도마뱀 친구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인간의 죽음을 목격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이해할 능력도, 필요도 딱히 없었다. 도마뱀에게 이제 필요한 건 오늘 하루 동안 먹을 먹이를 구하는 것과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게 있는 것이었다. 도마뱀은 점차 온기를 잃어가는 인간의 몸을 마지막으로 한번 눈동자에 새기고는 다시 뒤로 돌아 나왔다.


그리고 그마저도, 곧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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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쓸지 잘 생각 안 나서 걍 대충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