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 포스트 아포칼립스 + 심해 탐사물


원래는 이것 자체를 독립된 단편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2, 3년간 모종의 사유로 그냥 묻혀두고 있다



ㅈㅈ




------열람 대상: O등급 이상 -------


직접 전달할 것.


경고: 다음 비디오 로그는 비밀등급 위스키 - 탱고 - 폭스트롯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특별한 인식장치가 있는 장치에서만 재생 가능하고 사전에 약정된 코드를 입력해야 가능하다. 비밀등급 위스키-탱코-폭스트롯 인가를 받지 못했을 경우, 지금 즉시 부대 보안 책임자에게 보고하라. 본 지시사항에 대한 불이행은 최고 즉결 처분 가능한 위반사항에 해당한다.


(잠깐 멈춤)


비디오 클립:


 작은 금속 재질로 이루어진 5평 정도의 작은 방. 창문은 없으며 형광등 조명이 내리쬐고 있다. 전반적으로 간이 실험실 같은 분위기이다. 안경을 끼고 있는 긴장한 표정의 아시아계 여성이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가 사무적인 어조로 보고를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이 메세지는 UNS (United Nations of Survivors) 방위군 소속 과학장교 알레사 한(Alessa Han) 대위에 의해서 발신됩니다. 현재 시각은 2081년 7월 1일, 08시 30분, 현 위치는 북위 32도 2분 3초, 동경 125도 1분 6초 부근입니다. 이곳은 대격변 이전에는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로 국제 해양 지도에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본 탐사는 UNS 방위군 요원 4명, 민간인 요원 4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프로젝트 <네레이드> 별도 첨부 문서 294-1를 확인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본 탐사를 위해 해상 지원선 <씨 호넷> 호와 <스포티> 호가 차출되어 있으며, 해군 구축함 1개 전대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해상 상태는 현재로서는 양호하며, 남남동 방향에서부터 열대성 저기압이 북상하고 있지만 향후 120시간 정도는 탐사에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지구의 방사능 수치는 아주 정상적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앞으로 1시간 후, 프로젝트 <네레이드> 탐사팀은 UNS 방위군 소속 린든 S. 테넌트 중령의 지휘 하에 탐사정을 타고 해저 300피트로 하강, 과거 프로젝트 애로우헤드 연구 시설에 도킹 예정입니다. 팀원들의 사기는 현재로서는 아주 양호합니다. (잠깐 기침) 이 보고는 탐사대의 공식 보고는 아닙니다. 다만, 이 탐사를...... 과거 과학의 이름으로 벌어졌던 실수, 그 당시에는 현시대의 문제들을 해결할 구원책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는 실수의 현장을 방문하게 되어...... 제 개인적으로 남기는 메세지입니다. 이상, 로그 종료."

보이스 오버:


 프로젝트 애로우헤드는 현재 기밀해제되어 있지 않으며, 그 등급은 본 비디오 로그와 동등하게 적용된다. 당 프로젝트는 2060년 X월 XX일, 장거리 운송에 관련한 니시무라 츠요시 교수의 논문에서 출발한 초국가적 프로젝트에 기반한다. 2053년 처음 발표된 (멈춤) 논문은 표면적으로는 당시 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으나 각국의 군 관계자는 그 가능성에 주목했다. 당시 미합중국 합동참모본부가 별도 코드명으로 연구를 시행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연구결과를 안정화시키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58년부터 2060년에 이르는 제 2차 아시아 대전 결과, 인류는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중화인민공화국은 남극 조약을 위배하고 남극 지역에 핵탄두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에 대한 동기는 불명이나, 추측컨데 국가적 멸망 위기에서 일종의 외교적 카드로 사용하려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당 전쟁의 결과 남극 빙하의 40%가 소멸하였으며, 이로 인한 생태학적 위기는 범국가적 위기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국제연합은 애로우헤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목표 대상은 알파-센타우리 III 성계의 제카마시 행성으로 선정되었으며, 당 행성은 지구와 가장 조건이 비슷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재래식 추진기관으로는 당 행성에 대해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불가능했으므로, 행성 표면의 정보는 간접적으로 획득되었다. 해당 프로젝트의 경과는 문서 131a-8를 참조하라.


 몇 차례의 사전 연구 끝에, 실제 시험은 소코트라 암초 부근에서 결행되었다. 멕시코 만 연구시설이 2070년 XX월 X일 시험으로 큰 타격을 입었으므로, 예비 기지였던 소코트라 해양 연구 기지에서 실행되었다. 소코트라 기지의 자세한 세목은 문서 131a-10b를 참조하라.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실험 직후 소코트라 기지의 상황은 알려진 바가 없다. 미상의 폭발 반응이 감지되었으며 이는 XK 사태에 대비한 비상 자폭 시퀀스가 발동된 것으로 추정되나, 소코트라 기지의 무선 비컨이 폭발 이후에도 가동하고 있으므로 자세한 상황은 여전히 불명이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애로우헤드에 관련된 모든 인원이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제 연합군은 당 해역의 출입을 봉쇄하였다.


 이 사태는 각국에 휴스턴 회담을 전면 위배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졌으며, 이에 따라 2071년 12월 7일, 우발적 핵전쟁이 발생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문서 194-1의 내용을 참조하라.


 전쟁 이후, 남중국해역 및 동태평양 해역에서 기이한 미상 생물체가 포착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초기에는 핵 폭발로 인한 영향으로 생각되었으나 발견되는 생명체는 모두 지구상의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 해양 생물체에 대한 분석은 프로젝트 네레이드 별첨 문서를 확인하라.


 해양 생물학자 알레사 한 박사가 이세계 해양 생물종을 분석하던 중, 당 생명체가 종래의 해양 생태계 및 범지구적 생태계에 위험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해양 플랑크톤을 절멸시킬 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되었으며, 이는 지구 광합성 시스템에 큰 이상을 초래, 궁극적으로 XK급 인류 멸망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에 따라, 구 소코트라 연구 시설 확인을 위해 프로젝트 네레이드가 발동되었다.



비디오 클립:


 원통형의 금속 방이다. 점프수트를 입은 알레사 한 박사가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정례 로그 시작. 현재시각 2081년 7월 3일, 18시 정각. 탐사대원의 사기는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다. 해상 지원선단과의 연락은 유지되고 있으며, 임시 거주용 헤비타트는 정상 가동중이다. 테넌트 중령과 기술 지원담당 엘렌 매켄지 상사가 시설을 점검중이다. 해상 상태가 예상과 달리 불안정하다고 하여, 자가발전 시스템을 확인하는 것이다. 대격변과 뒤이은 대전쟁 이후 일기예보는 정말 믿을 것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영향도 있지만, 전후 기상위성 네트워크가 붕괴되고, 지상 기상 관측망이 아직 복구되지 않은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탐사 로봇에서 보내온 영상을 검토해보면, 생각외로 소코트라 기지는 제 모습을 갖추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는 하지만 폭발 당시의 충격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당시에는 4세대 거주구획의 시제품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A실린더와 B실린더는 대파된 것으로 보인다. C실린더는 중파. 하지만 생명유지설비가 있는 D실린더와 발전 체계가 있는 E실린더는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 기술 지원담당 폴랴 유리에나 베르틴스카야 하사가 시설을 점검했으며, 놀랍게도 아직 가동할 수 있다고 했다. 폭발 당시 비상 정지시스템이 작동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문제의 진원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 버금가는, 혹은 더 능가할 수 있는 그 실험의 장소. 프로젝트 애로우헤드의 유산은 부분적으로 파손되어 있었지만 겉 보기에는 이상이 없어 보였다. 나는 이 곳에 오기 직전에야 프로젝트 애로우헤드에 대해 알려진 모든 기밀문서를 열람할 수 있었고, 이제까지 UNS에 의해 은폐되어 있던 사실을 안 나는 그 시설들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아마 테넌트 중령이나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래도 꽤 하이 테크 기술이 도입된 건축물이겠지만 파괴의 흔적이 별로 없는 정황을 볼 때 아무래도 폭발은 수중이 아니라 해상 지원선에서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통신 지원 담당 쉐바 뇽오(Sheva Nyong'o) 하사의 말에 따르면 저 정도 기지는 최소 6개월 이상의 독립 거주를 상정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해저 케이블도 별도로 가설했을 거라고 한다. 제 2차 아시아 전쟁 때문에 주변국은 심각한 수준으로 파괴되었겠지만, 해저 케이블을 이용해서 생존한 연구원들이 조난 신호를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지금은 해군 요원들이 애로우헤드 연구 시설로 들어가는 통로를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만 하루 정도가 더 소요될 것 같다고 한다. 나를 포함한 민간요원들은 그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럼, 종료."


 
보이스 오버:


 프로젝트 애로우헤드 관련해서 남아 있는 자료는 극히 제한적이다. 당시 프로젝트 자체가 극비로 취급되어 있을 뿐더러, 이후 1개월 후 우발적 핵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도면에 따르면, 해당 연구시설의 해저 구획은 2개의 연구동과 거주구획 2개 및 잠수정 도킹 구획 하나, 해상 지원 설비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동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 프로젝트는 총 3년 계획으로 기획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중도에 추가 시설이 증설되어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비디오 클립:


 예의 원통형의 금속 방이다. 전보다 피곤한 표정의 한 박사가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다시, 로그 시작. 2081년 7월 7일이다. 해상 지원선과의 연락이 끊긴 지 24시간이 지났다. 해상 상황이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에 그들은 연결을 끊고 이탈할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까운 피항처는 오가사와라 제도 근처에 마련된 피항지이다. 이 섬은 대격변 후에 상당부분이 침수되었으며 살아남은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했지만 UNS에서 이곳을 국제 선단의 임시 기착지로 지정했다. 그 외의 다른 지역은 피폭 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대원들의 사기는 아직 괜찮지만, 팀의 민간 의사인 테오도르 카스너 박사는 좁은 구역에서 오랫동안 갇혀 있다 보면 심리적으로 크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물론 해군 요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들도 이곳에 오기 전 폐소 공포증 등 잠수에 결격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며칠간이나마 적응 훈련을 받았다. 그렇다 해도 수중 300피트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기분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나 우리 주위가 방사능 피폭 수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어제 해군 요원들이 연구동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개척했다. 폴랴가 E실린더로 들어가 발전 시스템을 가동했다. 연구동의 기밀실은 전기로 작동했고, 전력 공급 체계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 쪽 발전시설을 돌려 쓰면 되지만, 우리도 고립된 처지인 만큼 수소연료는 가능한 아껴야 했다. 마침 소코트라의 발전 용량은 충분히 남아 있었으니 할 수 있다면 그걸 쓰는 편이 낫겠다는 게 폴랴의 의견이었다. 테넌트 중령도 그에 동의했다.


 만일, 우리가 계속 이곳에 있어야만 한다면, 우리가 소코트라의 발전시설에 의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오래 있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이 수역의 해양 생태계 관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대륙붕 수역이었기에 심해 생물들이 풍부하게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쟁 전 기록을 살펴보면 이곳은 풍부한 생태계를 가져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해군 요원들이 이곳에 헤비타트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전력 선을 깔게 되면 그것은 해양동물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고립된 만큼 전기를 아껴야 했지만시험삼아 나는 중령의 승인을 받아 그리드의 탐조등을 켰다. 그런데도 나타나는 동물들이 없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피곤하다. 아마도 고압 환경 탓일 것이다. 메켄지 상사가 그렇게 말했다. 해저 300피트, 이곳의 기압은 10기압이며 잠수병을 방지하기 위해 이곳의 공기는 통상적인 구성이 아니라 질소를 빼고 헬륨 공기 농도를 높인 헬리옥스를 쓰고 있다고. 헬리옥스는 보통 공기보다는 가볍지만 농도는 짙은 편이므로 호흡근육에 어느 정도 부담을 주므로 피곤을 느끼기 쉬운 거라고...... 이만 로그를 마쳐야겠다. 종료."

 


 보이스 오버:


 UNS 소속 해양 지원선 씨 호넷에 탑승해 있던 허버트 스프루언스 제독은 기상 상태의 악화로 7월 6일 지원 임무를 종료했다고 일지에 남겼다. 연결 케이블 제거 당시, <네레이드> 지원 기지는 2주일, 최대 절약할 경우 4주 치의 물자를 확보한 상태였다.




비디오 클립:


 한 박사가 화면을 켰다. 그녀는 완전히 그로기 상태로 보이며, 차림새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그녀의 목소리는 신경질적이다.

 "2081년 7월...... 며칠인지는 이제 기억에 없다. 이곳은 24시간 날짜 구분을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꺼졌다 켜지는 전등으로 구분해야 했는데, 그 빌어먹을 센서가 완전히 맛이 가버린 이후로는 낮밤 구분이 전혀 없다! 처음 며칠 동안은 시계를 보면서 구분했는데...... 이제는 모르겠다.


 대원들의 사기는 최악이다. 이미 우리는 몇 사람을 잃었다. 지휘관인 테넌트 중령은 실종되어 있다. 그 때문에 지휘는 차석 요원인 엘렌이 맡고 있다. 해군 요원은 이제 두 사람뿐인데, 엘렌과 쉐바다. 그나마 쉐바는 부상을 입어 카스너 박사의 치료를 받고 있고. 그 해군 년들은 컨트롤 룸에서 무언가 의논을 하고 있지만, 아마 소용없을 게다.


 민간요원들도 말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한 적이 별로 없다. 의료담당 카스너 박사는 여전히 임무를 수행중이지만 그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 천체물리학자 파울 볼크너 박사는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수학자인 찬드라굽타 박사는 자신의 방문을 걸어잠그고 있다. 한 마디로 붕괴 일보 직전이다......


 애로우헤드 녀석들이 무엇을 했든지 간에, 이제는 통제 불능으로 보인다. 우리가 기대할 것은 그저 찢어진 봉인을 다시 잠가버리는 거고, 이미 풀려나온 것들은 전능한 자연이 해결해주시기를 기원하는 것, 그것뿐이다. 그것들이 지구 해양 생태계에 정착하는 상황은...... 오 하나님, 그 정착이 어떠한 형태가 될까요.


 연구동 탐사에서는 쓸 만한 것을 별로 건지지 못했다. 기밀실은 기밀실 노릇을 하지 못했고, 연구동은 온통 침수되어 있었다. 처음에 우리들은 폭발 충격으로 압력벽이 깨졌다고 보았다. 압력공기를 불어넣어도 도무지 배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깥에서 연구동의 외벽을 관찰하던 폴랴도 연구동의 서쪽 벽에서 대량으로 기포가 새어 나온다고 보고했다. 양압을 크게 걸었는데도 전혀 배수가 되지 않자 벽의 손상은 꽤 심각하다고 판단한 테넌트는 아까운 압축공기를 낭비할 생각이 없었으므로 배수 작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 생각에는 한 가지 잘못이 있다는 사실이 중앙 연구동으로 들어섰을 때 드러났다. 거대한 빛무리...... 애로우헤드 프로젝트는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잘 가동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엔지니어들, 그들은 연구동의 독립 전력 공급 시스템을 그야말로 잘 설계했던 것이다. 연구동이 모조리 침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연구동을 침수시킨 물이 우리 세계의 바다에서 들어온 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리고 그 게이트를 통해 들어올 수 있는 것이 물 외에도 더 있다는 사실은 빛무리 안에서 갑자기 나타난 무언가가 테넌트를 끌고 가면서 깨달았다. 우리들은 무거운 잠수복을 저주하면서 열심히 달아났다. 그게 무엇이었는지는 다년간 경험을 쌓은 해양 생물학자인 나조차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애초에 우리 행성의 생명이 아니지 않는가.


 제카마시 행성은 정말로 지구와 비슷했다. 그래서 애로우헤드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어째서 그 잘나신 애로우헤드 프로젝트의 박사들은 그 제카마시 행성, 물이 있어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라던 그 행성 '지표면'으로 관문을 만들어놓으면 확률상 꽤나 높은 확률로 그 '지표면'이 바닷속이 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다. 지구와 비슷하다면 무려 7할의 확률인데! 천체물리학자며 위상기하학자며 양자역학자며 하는 잘 배운 사람들, 제복 군인들, 그들은 적어도 그런 실험을 언론들로부터 '안전한' 해저에서, 특히 얼마전의 핵 전쟁으로 피폭 구역으로 지정된 해저에서 할 정도의 상식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기지에 완전무장한 해병대원들을 배치해둘 정도의 양식은 있었지만, 바로 그 하나의 가능성은 놓쳤다. 잔뜩 기대하면서 게이트를 연 그들에게 쏟아진 것은 대량의 물이었다. 특별 배송된 제카마시 산 특제 청수. 마치 야훼가 지상의 사람들을 물로 쓸어버렸듯, 제카마시의 신이 내려준 홍수 속에서 그들은 모조리 익사했다. 이상이 우리가 겨우 추론해낸 내용이다.


 그 과정을 누가 모니터링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결정권자가 모두 몰살당하자 컴퓨터가 자동으로 내린 명령에 의해 자폭 시퀀스가 발동되었을 것이다. 혹은 그 게이트로 같이 휩쓸려내려온 뭔가의 공격 때문에, 살아남았던 누군가가 수동으로 명령을 내렸는지도 모르고. 어쨌든 그렇게 폭발이 일어났고, 이후로 기지는 버려지게 된 것이다. 우리가 들어올 때까진.


 그리고 우리는 그 빌어먹을 놈들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는 중이었다. 생존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런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컨트롤 룸에 있는 해군 계집애들도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뻔히 보였다. 빌어먹을, 이 세계의 어떤 해군도 이럴 때 쓸 만한 뻑적지근한 무기 하나를 배치시킬 생각은 당연히 했을 텐데, 나는 UNS의 멍청한 놈들을 정말로 저주하고 있다.


 모르겠다. 아직 당장 숨쉴 공기가 없어서 질식하거나, 먹을 게 없어서 아사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폴랴가 죽어가면서 폭발을 성대하게 일으킨 바람에 우리는 적어도 해상 지원선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고 폴랴 유리에나 베르틴스카야 하사 만세.

 


 보이스 오버:



 열대성 저기압 '하르방'의 상승으로 인해 해상 지원 선단은 오가사와라 제도로 피항했고, 다시 당 해역으로 복귀하는 데는 10일이 걸렸다. 이상 기후로 인해 이 시기 열대성 저기압은 정말 예측 불가능했다. 생존자들이 발신한 SOS 부이의 전파 신호가 치시마 관측 초소에서 우연히 잡혔는데, 당시 해상 상황을 고려해서 그 전파가 발신될 때까지 부이가 손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 부이에 따르면, 네레이드에 남은 공기는 약 1주일 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