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끄적거리다 만 건데
한때는 웹소설에 내볼까 생각했지만
트렌드가 아닌거 같더라고
너거덜언
부산행/서울역 팬픽이 좋냐?
Q3작 하이브 팬픽이 좋냐?
새벽 세 시.
야간 응급실이 가장 바쁠 때는 열 한 시에서 자정을 넘나드는 때이다. 잠들기 전 갑자기 열이 올라 칭얼대는 아이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늘 그랬듯이 포근한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하려다 밤손님처럼 갑작스럽게 찾아든 토기로 내원한 여성, 혹은 낮 동안 애써 참아 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해 찾고 마는 통증을 호소하는 중년 사내 등, 수많은 인간 군상을 보게 되는 시각이다. 하긴 응급실이 어느 때인들 한가할 수 있겠느냐마는, 하루 중 이 시각만을 넘기면 응급실에도 그런 대로 평온이 찾아드는 것이다. 한 시까지는 그 동안 대기실에서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게 되지만, 고비를 넘기게 되면 낮 동안 그렇게도 복닥거렸던 응급실 복도가 비로소 한산해지게 된다. 미처 자리를 얻지 못하고 링겔 수액에 몸을 기댄 채 결코 찾아들 리 없는 휴식을 찾아 불편하게 뒤척이는 몇 명의 사람마저도 하나 둘 씩 사라지는 때가 새벽 두 시를 넘어선 때이다. 그야 물론, 이것도 하늘이 주관하는 일이라 재수 없게도 번쩍이는 경광등을 앞세우고 앰뷸런스가 다가들기라도 하면 그런 대로 찾아든 평온은 쉽사리 깨져 버리고 말건만, 아직까지 응급실은 불안한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바깥에 눈이 펑펑 내리고 있는 탓 아닐까. 바깥에 비나 눈이 쏟아진다면 웬만해서는 바깥에 나가기 싫어지는 법이다. 특히나 그게 새벽 시간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네 시간도 지나기 전에......"
수현은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새벽 시간에 환자가 없는 대신, 날이 밝으면 밤 사이 오지 않았던 환자들이 오게 될 것이다. 또 눈이 많이 내렸으니 외상구역에는 낙상 환자들도 많이 오겠지. 재수가 없다면 교통사고 환자가 올지도 모른다. 그는 오늘 응급실 당직 인턴으로, 저녁 일곱 시 도떼기 시장이나 다를 바 없는 응급실을 뚫고 출근해서는 그 다음 날 아침 일곱 시까지 근무해야 했다. 그 때까지는 좁은 예진 진료실 한 구석이 그의 아지트인 셈이다.
잠을 자야지. 수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여섯 시쯤 되면 이내 밤새 집에서 새벽 여명만을 기다리며 앓고 있거나, 아침 눈을 뜨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응급실을 찾게 된다. 일곱 시쯤 되면 응급실은 본연의 부산함을 되찾는다. 고단한 당직의가 몸을 쉬이려면 지금 쉬어야 했다. 그나마 그 휴식조차 한 시간 걸러 들어오는 새로운 환자가 나타나면 끊어지고 말지 않은가.
수현이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자동문 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수현은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휴식은 고작 삼십 분만에 끝날 운명인가 보다. 장염이 의심되는 환자에 대해 응급실 안쪽에 있을 레지던트에게 보고한 후 수액 처방을 내린 것이 삼십 분 전. 늘어지게 하품을 한 수현은 중증 분류 데스크로 향했다. 그가 환자를 보아야 하는 때는 환자가 컴퓨터 전산망에 제 이름을 띄우고 그의 예진실 문을 들어설 때이겠지만, 지금 같이 '비교적' 한가로운 때에는 담당 간호사가 환자의 기본 병력을 묻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대략적인 문진 내역을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수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걸어나갔다.
"이런......"
수현은 이 달 응급실에서 일한 지 이 주를 넘어 48시간 후면 삼 주 차가 되며, 넉 달 전에도 응급실을 돌아 보았던 만큼, 웬만한 꼴은 모두 다 보았다고 자부했다. 외상 파트에서 근무했을 때는 응급실 바닥을 온통 피바다로 만들었던 환자의 상처에 세척액을 직접 흘려 내려 씻기기도 했고, 핏덩어리를 울컥 울컥 토해내는 환자의 코에 비위관을 꽂고 수십 통씩 역한 냄새가 나는 액체를 씻구어 내기도 했다. 피를 뚝뚝 흘리며 술주정을 부리는 취객들과 드잡이질을 한 적도 있었고, 살아 있다기보다 시체라고 해도 좋을 상태의 노인 위에 올라타 절망적으로 가슴을 연거푸 내리 누른 적도 있었다. 요컨데 그는 (응급의학과를 택할 마음은 손톱만치도 없었지만) 어느 새 응급실에 익숙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보기에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가관이었다. 깨끗했던 응급실 바닥은 녹은 눈이 고인 물웅덩이와 진흙창으로 지저분해져 있었고, 눈투성이가 된 경찰관 두 사람과 함께 들것에 누추한 생김새의 남자 하나가 누워 있었다.
"언제 발견한 건가요?"
응급실 입구를 맡아 선 베테랑 간호사의 질문에 나이든 경찰관이 난감하다는 듯 대답했다. 눈발을 맞고 온 듯 그는 거의 눈사람 꼴이 되어 있었는데, 히터가 틀어진 실내로 들어오다 보니 그는 거의 녹아내리는 눈사람 꼴이 되어 있었다.
"글쎄, 신고가 들어온 건 대충 이십 오 분 정도......? 동네 쓰레기 버리는 데 뒹굴고 있었다는데, 뭐 쓰러진 때야 알 수가......"
"취객 같은데, 발견되고 신고가 들어온 게 그 정도지 언제부터 그 꼴이 되었는지 알 수가 있어야죠?"
나이든 경사의 말에 옆에 서 있던 젊은 경관이 말을 받았다. 그는 들것에 실린 취객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휴, 냄새 한 번...... 곰팡이 냄새 같네요."
"혈압이 잘 재지지 않는데...... 체온이 너무 낮고."
간호사의 표정을 살핀 수현은 이 환자는 아마 중환 구역으로 바로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저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데 바깥에 오래 있었다면 필경 심각한 저체온증이 왔을 게 뻔했다. 그렇다면 그가 직접 이 환자를 볼 일은 없을 것이고 아마도 중환구역으로 들어가면 안에 있는 레지던트가 바로 보게 될 것이다.
취객은 언제나 곤란했다. 술에 취해서 행패를 부리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처치를 하자고 해도 언제 어떻게 다쳤는지 병력 청취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였다. 사정을 들어 보자면 천상 술이 깬 후에나 가능했고 설혹 그렇다 해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나마 보호자가 확인된 경우면 또 다행이다. 노숙자라고 하면 이 사람이 언제부터 쓰러져 있는지, 혹 다른 문제로 쓰러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술을 마시다 싸우거나, 넘어져 다쳤을 수도 있지만 무슨 병이 있어서 쓰러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랫동안 길거리에 방치되어 있을 경우에는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도 당사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아파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할 수가 없다. 현대 의학의 오해 중 하나가 CT나 MRI 등 최신 장비만으로 환자의 파악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지만,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도 모르는 환자에게 무턱대고 그 모든 검사를 시간을 들여 할 수 없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적절한 검사를 하는 것이 핵심인데, 그러자면 환자에 대한 문진이 필수적이었다. 취객은 어느것도 할 수 없다.
"최 순경, 이 사람 지갑은 없었나? 뭐, 신분증 같은 것 말이야......"
경사의 말에 순경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마도 없다는 말이리라.
"전혀 없습니다. 목격자도, 동료도 없구요......"
경찰관들의 말을 한 귀로 흘려 들으며 수현은 하품을 했다. 아마 저 환자는 바로 안으로 들어갈 것이고, 그가 당장 할 일은 없다. 멀리서 곁눈질해 보니 그는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입가에 피가 맺혀 있었고, 감은 지 오래되어 지저분하게 떡져 있는 머리에도 피가 엉겨붙은 것 같았다. 술에서 깨면 필경 두개골 CT를 찍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코뼈 정도는 부러져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 움푹 패여 있는 두 뺨, 거칠게 자란 수염...... 막 예진실 안으로 들어가려던 수현은 뭔가를 발견하고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는 어느새 들것에 실려 사람들 틈에 끼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잠깐 무리의 모습을 바라보던 수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피곤해서 잘못 본 것이리라. 남루한 옷은 군데군데 헤어져 있었고, 거친 털투성이에 꾀죄죄하게 땟국물이 흐르는 몰골이니 먼발치에서 불과 일이 초의 일별만으로는 얼마든지 눈의 착시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꼭 곰팡이 같아 보였는데. 저 사람, 꼭 곰팡이가 끼어 있는 것 같아.'
수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는가. 썩어빠진 나무등걸도 아니고 축축하게 젖은 지하실 벽도 아니고...... 아마도 채 깎지 못해 덥수룩한 털을 잘못 본 것이리라. 혹은 어떤 종류의 피부병 같은 거겠지. 암, 그렇고 말고. 그렇게 생각한 수현은 생각을 접기로 했다. 아무튼 그가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특히 그가 네 시간쯤 후면 교대해서, 이십사 시간 쯤은 응급실을 떠날 운명이라면 더욱 그랬다. 그가 퇴근할 때까지 저 사람은 중환 구역에서 몸을 뉘이고 있을 테고, 이십사 시간 후에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을 것이다. 그가 입원이 필요하다 해도 통상 이십사 시간 이상 응급실 자리를 깔고 눕지는 않을 테니까...... 수현은 그렇게 생각하고 예진용 침상 주위에 커튼을 치고 몸을 뉘였다. 저 사람의 일은 신경쓰지 말자. 당장은.
불행히도, 수현의 희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자리에 누운 지 불과 십이 분도 되기 전에 중환구역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CPR이요......!"
"인턴 선생님들은 중환 구역으로 급히 와 주시길 바랍니다."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난 후였다.
"손 떼세요."
모두가 마른침만 삼켰다. 불안한 눈빛들이 응급의학과 당직 교수의 입술만을 바라보았다. 교수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초록색 선을 응시했다. 이내 교수가 몸을 돌려 소생실 안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잔뜩 찌푸린 얼굴의 교수가 건너편에서 남자의 사타구니께를 더듬고 있던 당직복 차림의 의사를 바라보았다.
"맥박, 없습니다. asystole 상태입니다."
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부터 간호사들, 응급 구조사에 이르기까지 소생실 안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계속 그에게 모여져 있었다. 각자의 표정은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의 눈동자에서는 공통적으로 한 가지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봐, 우린 이제 할 만큼 했어. 이 남자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린 거야. 어쩌면 여기 들어올 때부터 이 남자의 운명은 이미 봉인되었는지도 모르지. 누가 알겠어. 그러니 이제 그만 둘 때가 오지 않았을까?'
교수도 아마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청진기 든 가운 주머니 안에 손을 찔러넣은 그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CPR 종료합니다."
벽에 걸려 있는 스톱워치가 붉은 눈빛을 번득이며 CPR이 시작된 때로부터 근 삼십 분이 흘러가 있음을 말해 주었다. 시각은 이제 4시 반. 교수의 선언이 끝나자 모두들 자기 위치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현은 카트를 밀어내는 구조사 옆을 지나가면서 하품을 했다. 사람이란 참으로 적응의 생물인가 보다. 방금 전까지 한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고 이제 그의 넋이 소생실 침대 위에서 차갑게 식어 가는 몸뚱이를 떠나가는 이 때에서도 그의 몸은 늘 그랬듯, 생리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거의 한 시간 가깝게 방치해둔 예진실에 쌓여 있을 일들을 생각하면서 암담한 기분마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소생실 미닫이 문을 밀어 열면서 수현은 소생실 침대를 다시 한 번 일별했다. 이로써 한 사람이 또 스러져 갔군. 도대체 저 사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엇을 하던 사람이기에 누구 하나 의지할 사람 없이 술을 마시고 쓰러져 있다가 오늘 이렇게 잘못되어 갔을까. 그는 오늘 아침 (오, 이런. 어제 아침인가?) 눈을 뜰 때 자신의 삶이 이런 곳에서 끝장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응급실에서 일하는 동안 수현은 소생실 위에서 세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CPR 정도야 병동에서 근무할 때 숱하게 보았지만,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고 있는 병동과 달리 응급실로 실려온 CPR 환자들은 그것 자체로 살아날 가망이 낮았다. 의료진의 수준 차이가 아니라, 응급실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발견될 때쯤이면 이미 반쯤 '넘어가' 있기가 쉬운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숨이 이미 져버린 지 30분, 혹은 몇 시간, 심지어 며칠이나 지난 후에 발견되어 오직 사체 검안서를 발부받기 위해 응급실에 오는 경우도 있다. 운이 좋아 쓰러진 직후 바로 올 수 있던 사람도 119를 부르고 병원으로 오는 동안은 지체되기 쉽다. 병원 안이라면 2,3분 안에 비상 조치가 발동되지만, 바깥에서 쓰러진 사람은 그런 것을 기대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어쨌든, 그 사람들(남자 한 명, 여자 두 명)을 볼 때는 일에 치여 웬만한 일에는 무감각해진 수현도 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한 사람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떠나게 되는 거니까. 그 사람들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누워 있기도 하고, 여자들의 경우에는 곱게 화장을 하고 립스틱을 바르고 단장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옷을 차려입고 화장을 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삶이 이렇듯 끝장이 나고 말리라는 사실을 예감했을까. 당연히 하지 못했겠지. 이 사람도...... 비록, 그야말로 '오늘만 사시는 분'인 노숙자라 하더라도 그럴 것이다. 수현은 미닫이 문을 닫았다.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싶다. 어쨌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지 않은가. 저 밖에는, 응급실 복도에는 CPR 동안 하릴없이 기다려야 했을 환자들이 앉아 있을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이제 장의사가 와서 염을 하고 무덤으로 가는 일만 남은 망자에게는 의사야말로 가장 불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죽은 사람은 살아 있을 동안 달고 있는 라인을 제거한다든지, 검안서 작성이나 그밖의 서류 작업을 빼놓고는 더 이상 의사의 손이 필요하지 않는다. 하물며 인턴이 할 일은 더욱 없다. 더 이상 이 사람에게 신경쓸 일은 없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수현은 예진실로 발길을 옮겼다.
불운하게도, 수현의 이 마지막 생각이야말로 이날 아침 수현이 두 번째로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아유~ 알겠어. 알겠어. 내 곧 가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텅 빈 방 안으로 아주머니 하나가 들어섰다. 근무복을 입고 대걸레를 든 그녀의 머리 위로 '심폐 소생실'이라는 팻말이 끄덕거렸다. 아마 폭풍이 몰아치고 가야 이런 광경이 드러날 수 있을까. 소생실 안은 난장판이었다.
"징허네......'
아주머니는 혀를 차며 바닥에 어질러진 잡동사니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빈 시린지들, 깨진 앰풀들, 수액 라인들, 심전도 전극들...... 방 바닥에 깔린 핏자국들...... 청소부 아주머니는 생화학 위험 마크가 그려져 있는 주황색 쓰레기 봉투를 펼치고는 잡동사니들을 담았다. 이런 일을 할 때는 주의가 필요했다. 정신없는 사이 누군가 부주의한 의사나 간호사들이 주삿바늘을 폐기물 통에 따로 담지 않고 그냥 던져 두었을지 모른다. 이따가 치워야지, 하면서 결국 치우지 못한 주삿바늘들. 혹은 깨진 앰풀 병들이라든가. 이런 데 찔리기라도 하면 참 찝찝하게 되는 것이다. 바쁜 시간에 응급실에 앉아서 피검사도 해야 하고, 보고서도 써야 할 테고...... 운 나쁘게 이 사내가 무슨 병이라도 걸렸어 봐, 아주머니는 진저리를 쳤다. 간염 예방접종은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다 맞았다만, 어디서 굴러먹었을지 모르는 이 사내가 어디서 무슨 병을 옮았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청소부 아주머니는 몸을 굽혔다. 소생실 테이블 밑에 벗어 버린 장갑들과 그외 쓰레기가 있었던 것이다.
달칵.
아주머니가 몸을 굽힌 바로 그 순간, 소생실 침대 위에서 생명없이 축 늘어진 손가락이 꿈틀 했다. 그러나 청소부 아주머니는 연신 궁시렁대며 잘 닦이지 않는 바닥의 검은 얼룩에 집중했다. 누가 껌이라도 붙여 놨나, 하면서 아주머니는 몸을 돌려 집게 쪽으로 향했다.
달칵.
이번에는 다른 손가락이 움찔 했다. 하지만 청소부는 침대 위에 늘어진 '시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쨌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니까. 그걸 좀 살아 있는 사람들 (유가족들이나 친지들) 앞에 보일 만하게 꾸며 놓는 건 곧 들어올 장의사들의 일이고, 죽은 사람에게 관심을 보여야 할 사람이 있다면 의당 그들일 터였다. 청소부는 다만 어질러진 소생실을 다른 환자들이 들어와 쓸 수 있도록 되돌려 놓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달칵.
청소부가 몸을 숙이고 있는 동안, 이번에는 발가락이 꿈틀했다. 무겁게 닫혀 있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움직임은 점점 더 커져 갔다.
"어멋!"
소생실로 막 들어오던 간호사 하나가 나지막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들어오다가 문턱에 있던 쓰레기 봉투에 걸려 낙상할 뻔한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하지만 그 바람에 쓰레기 봉투 안에 들어 있던 내용물 일부가 바깥으로 굴러버렸다.
"아유, 조심 좀 혀......"
청소부 아주머니가 혀를 차는 소리를 흘려 들으며 미안하다고 웅얼거린 응급실 간호사는 부랴부랴 소생실 구석에 있는 냉장고로 가서 차가운 수액 병을 꺼내들곤 총총히 방을 나섰다. 아마도 초짜인가베, 하고 중얼거린 청소부 아주머니는 일어서서 부주의한 신규 간호사가 흘린 쓰레기를 정리하려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차피 치울 것은 널려 있으니, 저것이야 마지막에 한꺼번에 주워 담아도 좋겠지 싶었다. 청소부가 그런 생각을 하며 문간에 시선을 두는 동안, 그녀 뒤에 있던 사내가 눈을 떴다. 그의 눈은 온통 검붉은 색이었다.
막 몸을 돌리려던 청소부는 이내 생각을 고쳤다. 에이, 아이다. 여기 안으로 사람들이 더 들어올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차라리 문간에 있는 폐기물 봉투를 멀찌감치 치워버리는 게 더 낫지. 그렇게 생각하며 청소부는 문간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끼이익.
연신 궁시렁거리면서 봉투 주변으로 형편없이 흩어진 내용물들을 주워 담은 청소부는 봉투 입구를 묶었다. 저쪽 구석에 치워 놓으면 되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면서, 열려 있던 자동문을 닫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자, 이제는 저쪽을 치워야 -
그것이 다시 테이블 쪽으로 몸을 돌렸을 때, 두 발로 우뚝 일어나 있던 '시체'를 보기 전, 청소부 아주머니가 했던 생각이었다.
'어?'
텅 빈 두 눈. 공허함만이 가득 찬 두 눈. 불과 이십 분 전 '사망' 선언을 받았던 남자는 우렁찬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잔뜩 얼어붙어 입을 떼지 못한 청소부 아주머니는 순식간에 뒤로 넘어져 쓰러졌다. 그녀 뒤로, 철제 자동문이 육중하게 닫혔다. <심폐 소생실>이라고 쓰여져 팻말 아래로.
"보안요원님, 심폐 소생술로 가 주세요."
그 방송이 울려 퍼졌을 때, 수현은 교대 준비를 하며 밤 사이 환자들 정리를 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아침 교대 인턴이 들어올 것이고, 그는 안으로 들어가 나이트 보고에 참석할 터였다. 어제는 몇 명이 들어왔습니다, CPR 케이스는 이러이러했습니다. Mortality는 이러이러했습니다, 전원간 환자는 이러이러했습니다. 아마도 약 한 시간쯤 전에 사망한 '무명 씨' (응급실에서는 무연고 환자가 들어오면 일단 무명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발견된 장소를 병기하는 식으로 분류하게 된다) 역시 Mortality Case로 분류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퇴근할 것이고, 오후 여섯 시까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것이다.
하품을 하면서 청진기를 챙겨들던 수현의 귓가에 누군가 (아마도 3번 진료실 담당 간호사 같다고 생각했다. 오,정말이군.)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에는 다급한 가락이 배어 있었다.
"소생실에 있던 남자가 살아났어요."
소...... 생...... 실...... 수현의 머릿속에 단어가 마치 고장난 네온사인이 깜박이는 것처럼 느리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피곤에 찌든 수현의 머릿 속에서 낱말 글자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뜻을 가지고 살아나기까지는 약간 시간이 걸렸다. 소생실에서 다시 살아난 건가. 운 좋은 남자로군, 토픽감이네. 맥박이 너무 약해져 있어서 미처 몰랐다가 다시 돌아온 건가...... 하긴, 지난달 격리병동에 있던 환자도 ROSC 판정을 받기 전까지 상당히 애매했었지...... 뒷날 다시 생각해보아도, 이상하리만치 수현은 그 때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환자가 사망 판정을 받은 것은 무려 삼십 분 전이었다는 사실은 그 때 미처 떠오르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튼 수현은 응급실 안쪽 스테이션으로 가기 위해, 안쪽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그 문을 지나고 맞닥뜨리는 복도는 바로 <소생실>과 연결되어 있었다. 수현도 응급실의 구조 정도야 당연히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불과 삼십 초 후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그 때 수현은 알 수 없었다.
규삼이형 팬픽 좋은데
흑벌 고기 맛이 랍스터라는데 그걸로 먹방 찍는것도 꽤 괜찮지 않나 ㅎ
둘다 조은데 조금만 우열을 가리면 붓산역이오 - dc App
규삼 하이브가 과학따지자면 불가능한거라 푸산역 한 표 - dc App
좀비물이나 괴물벌이나
몬가...몬가 메디컬 드라마 보는느낌임.
메디컬 좀비물인가
근데 과학따지면 재미없으니까 벌로가자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