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역인 지축역도 핵의 불길에서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생명은 어디에서나 피어나는 법이죠.
비록 그 씨앗이 일그러진 것이라해도요.
↑(숲의 변경에 가까운 지역. 그렇게까지 빽빽하게 자라진 않았다. 깊은 곳에 들어가야 흉악한 것들이 많다.)
지축역에서 좀 떨어진 양주화훼단지에는 일찍이 식물들이 다시 자라났습니다.
방사능에 의한 변이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장미,팬지같이 흔했던 꽃과 다육식물,식충식물,그 외 이름도 외우기 힘든 식물까지...
뿌리를 들어올려 일어나기도 하고, 거대해지는 것은 물론 기괴한 형태로 자라나고.
이름을 불러선 안될 괴물들이 깃든 듯한 모습으로 자라났죠.
그것들이 점점 세를 불려나가더니...
어느덧 하우스를 뚫고 하나의 숲이 되었더군요.
날이 맑은 날에는 구파발이나 삼송역의 지상에서도 충분히 보일 수 있을 정도로요.
아니, 이젠 더 커져서 흐린 날에도 잘만 보이던가?
녹슨 듯한 붉은 색을 띤 식물들은 울창하고 넓게 자라났습니다.
밤에는 푸르스름한 빛도 내뿜는다는군요.
신비로운 광경에 한번쯤은 작게 감탄을 할지도 모르지만,
목숨을 온존하고 싶거든 피해가는 것이 좋겠죠.
사람을 현혹시키는 아름다운 이색(二色)의 숲의 유혹은 이겨내야 합니다.
어지간해서는 그 숲에 함부로 발을 들이려 하지 않는게 좋을겁니다.
약탈자나 지축역 지상을 헤매이던 몇몇이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깔보다가...
깊숙히 발을 들이고선 다시는 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숲에 들어갔다 겨우 생환한 사람들(팔다리 중 하나는 꼭 사라져있었다)의 말에 의하면,
낮의 붉은 숲도 밤의 푸른 숲도 둘 다 위험하지만 낮이 그나마 다녀볼만 하다는군요.
밤에는 푸른 빛과 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알게모르게 죽은 사람이 많다면서.
그 숲에서 옮길 수 있을만한 크기의 식물 견본을 구하는데 성공한 운좋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개 끝은 좋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지상이나 지하를 견디지 못한 식물이 금세 시들어버리는 경우는 양반입니다.
다음날 식물 옆에서 기이한 형태의 시체로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까요.
수분을 쫙 빨렸다던지, 점액에 머리통이 녹아있던지, 이상한 가루가 코,입,폐에 가득 차 있던지.
커다랗게 변이된 짐승이 주변에 없음에도 이빨 같은 것에 물어뜯겨 반갈죽을 당한 시체도 나오더군요.
아쉽지만 시체 옆의 식물또한 이미 시들어있을겁니다.
연구를 목적으로 험한 꼴 당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 너죽고 나죽자는 의지가 식물에게도 있는건지.
괴담처럼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핵전쟁에서 살아남고자 급하게 하우스로 피신한 사람들을,
결국 방사능에 스러진 사람들을 양분삼아 자랐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니면 숲에 들어온 전쟁 후의 사람들을 먹어치웠다거나.
간혹 사람 얼굴이나 팔다리처럼 보이는 잎과 줄기 등등을 보면... 꽤 잘 짜여진 이야기.
이제는 그 숲이 방사능에 찌든 평원을 넘어가는 것도 모자라
지축역과 그 주변의 역까지 퍼진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뿌리가 지하의 역사 안으로 내려와 사람들을 빨아먹을거란 말도 나오는군요.
땔감이나 약재로 쓸 수 있다면 좋을텐데... 연구가 되야 말이죠.
숲 지역 말고 다른 곳에선 금세 시들어버리니 이것 참.
여튼, 경험자들의 값진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조사에 나선 사람들이 생긴 모양입니다.
어쩌면 값지거나 편리한 자원을 손에 넣을 수도 있겠죠.
어쩌면 숲의 확장을 막고 인간의 손으로 다시금 관리하게 될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숲이 아닌 지상의 구역과 지하에서 연구할 수 없는 것을 숲에서 직접 연구하겠다는 사람들.
다른 구역으로 무사히 옮기는 작업에도 성공하면 그것이 땔감이든 약이든 독이든 간에 금의환향을 할 것이란 꿈을 품은 작자들.
여러가지 이유와 욕망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무모한 공상가나 피융-신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나마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선 나무꾼 혹은 심마니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제야 선발대가 나온 참인데... 아직까지 소식은 없습니다.
타지에서 죽음을 맞이했는지 숲에 간다는 핑계로 튄건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좋은 결과를 갖고오길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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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네에서 제일 가까운 역이 지축역이라서 써봤으요
지상역이라서 다 날라간거에 섭섭해했지만 근처에 화훼단지가 있어서 그걸로 정글을 맹글었읍니다.
(양주화훼단지 소개는 "이 블로그" 에서)
그냥 공포와 미지의 지역으로만 남기기는 뭐하니까 드나들 사람도 추가.
식물들은 언젠가 심심하면 낙서해볼 예정임미다
설정에 안 맞다 싶으면 빠꾸 먹이셔도 좋소
와! 붉은 숲!
까례이 리찌례쓰 - dc App
이런거 좋소 - dc App
붉은 숲 설정 조아요 - dc App
밤에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된답니다. 체렌코프 현상 신기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