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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문을 열자 익숙한 소리가 나를 반겼다.


-끼이이이익!


계십니까?”


사람이 있을 거 같진 않았다.

그렇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목소리를 키웠다.

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라곤 목소리가 되돌아오는 것뿐, 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모두 죽은 건가.

그렇게 짐작하며 문을 닫고 주택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저벅저벅.


고요한 집 안을 울리는 거친 군홧발 소리.


…….”


기이할 정도로 적막한 주택 안은 숨이 턱턱 막혀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도 없다는 확신을 내게 주었다.


다행이다.’


사람이 있으면 이쪽이 조금 더 당황스러웠을 꺼다.

주방을 살펴보니 싱크대에는 설거지 되지 않은 그릇이 조금 있었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안엔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부패된 음식들이 코를 찔렀다.

인상을 찡그리며 1층을 계속 수색하던 도중 문득 안방에서 낯선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덜컥덜컥!


손잡이를 돌려보니 굳게 잠긴 방에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굳이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안에 계십니까?”


조용히 물었다.


크르르르.


그렇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익숙한 좀비의 울음소리만 들려왔다.


안타깝군.’


아무래도 안방에 있는 사람은 좀비가 되어버린 걸로 예상된다.

이 불쌍한 사람의 목숨을 끝장내기 위해 개머리판으로 손잡이를 부수고 안방으로 들어가자 거기엔 긴 목줄에 꽁꽁 싸인 좀비 하나가 있었다.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좀비 하나.


안방에 갇힌 좀비가 고작 어린 좀비 하나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죽여야하나?’


실컷 좀비를 때려잡은 주제에 이제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철컥!


장전 손잡이를 당겼다.

가늠쇠 사이로 보이는 어린 아이의 얼굴.

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방아쇠는 기이할 정도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들은 적 있다.

혈육이 좀비에게 물렸지만 혈육을 제 손으로 죽일 수 없어 방에 감금한 사람들.

그들의 가족애는 분명 사람의 동정을 얻긴 충분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감금된 좀비들은 시한폭탄이 다름없었다.


처리해야 하나?’


고민은 길었지만 결단은 빨랐다.

여길 떠나자.

괜히 이런 일에 끼어들다간 피 보는 건 나 자신뿐이다.

이도저도 아닌 결말이었지만 내 죄책감을 이길만큼 잔혹해질 순 없었다.

그랬기에 조심스레 다시 주택을 나서려고 했다.


-퍼억!


커억


의문의 습격이 없었다면 말이다.

내 머리를 거세게 후려치는 충격에 시야가 크게 흔들린다.

주택 문 앞에는 흉악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는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다행히 방탄모를 쓰고 있어 그대로 절명하지는 않았지만, 날 향해 울그락불그락 분노하는 중년인은 정말 위험해보였다.


-푸욱


.”


다급하게 등에 맨 K2 소총을 이용해 내게 덤벼드는 중년인의 팔을 베었다.

상처는 너무 얕았다.

그랬기에 중년인은 다시 한 번 내게 거세게 달려들었고 나는 그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정신이 없었다.

서로의 주먹과 발이 오가는 난투 끝에 쓰러진 것은 먼저 선빵을 맞은 나였고, 그는 내 위에 올라타 목을 졸랐다.


! 애새끼다!”

?!”


그는 내 말에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지만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 틈에 내 위에 올라탄 중년인을 뿌리치며 땅에 떨어진 K2 소총을 다시 들었고 내게 달려드려는 중년인을 향해 총을 쐈다.


-!


또 달려들려던 중년인은 뺨을 스치고 간 화끈한 고통에 인상을 찡그렸다.


당신, 뭐야!!”


흔들리는 초점을 다잡으며 윽박질렀다.


안방에 들어갔어?!”

?”

대답해!!!”


중년인은 총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잊기라도 한 듯, 내게 소리 질렀다.


망할.’


아무래도 이 지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제정신일 리 없다.

방탄모를 쓰지 않았더라면 큰 부상을 입었을 거라는 사실에 이를 갈며 대꾸했다.


아니, 안방에 있는 애새끼는 죽이지 않았어.”

다행이군.”

그는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지지 안도했지만 난 이 사이코 습격자를 용서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아무런 말없이 총을 겨눈 내 모습에 그는 최후를 짐작한 듯이 눈을 감았다.


부탁하나만 하지.”

애새끼를 살려달라는 건가?”

그래, 최소한 날 죽이더라도 하루만 더 살려다오.”


뒤틀린 부성애.


너무나도 뒤틀린 부성애에 구역질이 나왔지만 동정심 역시 생겨났다.


언젠가 사람과 싸워야 한다.’


아니, 대피소에 도착하게 된다면 분명 사람들과 싸우게 될 게 분명하다.

미리 그 상황에 대비해 이 남자를 죽여 미리 살인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


그렇지만 이 미친 세상이라도 최소한 지켜야 할 룰이 있는 게 아닐까.


엎드려.”


그랬기에 난 중년인을 군홧발로 짓누르며 그를 포박했다.


들어가!”

그러지.”


그는 당장 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순순히 주택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비뚤어진 방탄모를 고쳐쓰며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다른 사람들이 더 올 수 없게 문을 걸어 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