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결했던 이 땅에서 이단은 울부짖고 불결한 것들은 번성하노라. 이제 이 땅에 주께서 정화를 명하시노라."
당신이 범람원과 그라운드 제로를 잇는 차단선 인근을 지나는 중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귀에는 새 지저귀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오직 느리게 흘러가는 부패한 늪지대의 물소리만이 들립니다.
시간상으론 대낮이어야 하지만 눈에 보이는건 늪, 나무, 그리고 그 둘이 뒤덮은 밑에 깔린 자욱한 어둠 뿐입니다.
그 어두운 산림 속을 어떻게든 꿰뚫어보려 해도 자욱한 안개가 방해하겠지요.
그 순간, 불길하고 느릿한 찬송가가 들려옵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야만의 시대에서 튀어나온 듯한 전사들이 서있을 겁니다.
그 전신에는 흑색의 조잡한 갑주가 둘러쳐져 있으며 몸 곳곳에는 불경한 야수들과 뒤틀린 인간이었던 것들의 잔해가 걸려있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튜튼기사단 순찰대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그 수십시간 전부터 그들은, 또는 그들이 숭배하는 무언가는 당신을 발견해 추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Orden Teutonica, 즉 튜튼기사단은 메트로의 변방을 방랑하는 기독교 계열 기사단입니다. 이들의 목표는 메트로 각 세력들의 영향권이 미치기 힘든 변방의 지상 곳곳을 순찰하고 "정화"하는 것이지요.
이 "정화" 행위의 목표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잡다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무난한 것부터 꼽자면 도적단 토벌, 괴수 사냥, 범죄자의 추적 등입니다. 별 거 없는것 같다고요?
그 별난 거 하나 말씀드리죠. 바로 이단사냥입니다.
같은 기독교를 믿는 형제라면 - 개신교던 천주교던 종파는 상관없습니다 - 이들은 위협이 아닙니다. 오히려 도움이 되겠죠. 길 잃은 방랑자에게는 든든한 호위가, 기울어가는 정착지에는 강력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
이는 그냥 무신론자나 타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튜튼기사단은 당신들을 소 닭보듯 할테고, 그 동안 당신 근처에 있는 진짜 위협들 - 약탈자들, 괴수들, 도적단 등 - 은 당신 옆에 서있는 기사단원들에게서 꽁지를 빠져라 도망다니겠죠.
어찌 보면 튜튼기사단원과 가까이 있는게 그렇게 나쁜 딜은 아닙니다. 당신은 좀 많이 과묵한 이웃을 얻고, 대신 다른 위험한 이웃들은 싹 다 정리될테니 말이죠.
하지만 소위 말하는 이단자들이 튜튼기사단과 마주칠때 그 결과는 대개 참혹합니다. 뭐 사실 이들도 다짜고짜 문답무용으로 칼부터 휘두르지는 않습니다. 대신 두 가지 선택지를 던져주지요. 지금이라도 참회하고 개종을 받아들일 것이느냐,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을것이냐고요.
만약 전자를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일단 물러나 추이를 살펴볼테고... 후자를 고른다면 뭐.
그것도 당신 선택이죠.
그래도 그게 당신의 마지막 선택이 될거라는건 알아두십쇼.
이러한 참사는 전부터 여러번 있었지만, 그 중 제일 유명한 사건은 튜튼기사단이 생기기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 일을 통해 튜튼기사단이 생겨났기도 했죠. 그 사건은 바로 범람원 과천 차단선 인근에서 벌어진 "대홍수" 사건입니다.
핵전쟁 몇년 후, 동맹은 아직 태동기이고 기사단들 역시 나눠지지 않았던 때에 갑자기 과천에서 일련의 무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과천에 본부를 두었던 모 사이비 종교 단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핵전쟁 이후 과천에서 어떻게둔 비축해둔 물자를 갉아먹다가 그 물자가 동나자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 무작정 서울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여파를 제대로 얻어맞은건 바로 과천과 서울의 경계선에 있는 범람원 정착지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사태가 걷잡을수 없어지자 동맹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배후지가 일단의 난민떼에 휩쓸리는걸 원치 않던 동맹 역시 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사태의 상황에 따라 막 창설된 기사단 병력들이 동맹의 용병이자 선봉대로 참전하게 되었습니다.
위 붉은 깃발은 천주교도들로 이뤄진 구호기사단의 깃발이고, 밑의 회색 깃발은 개신교도들로 이뤄진 성요한 기사단의 깃발입니다.
본래 같은 기사단이던 이들이 나눠지는데도 이 사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 파견에 대해서는 기사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훗날 구호기사단으로 나눠지는 천주교 계열의 기사단원들은 파견에 반대했고, 훗날 성요한 기사단으로 나눠지는 개신교 계열의 기사단원은 그 반대였습니다. 강북의 천주교도들은 그들의 안전한 요새에서 구호행위에나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안 주요 거점들이 범람원 근교의 강남에 산재해 있던 개신교도 기사단원들은 파견의 필요성을 강변했지요.
하지만 이 모든것을 뒤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이후 튜튼기사단의 초대 그랜드마스터가 되는 "게오르기아" 자매였습니다.
그녀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근처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기사단원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원리주의자들과 비타협주의자들, 그리고 극단적 의무론자들 모두가 그녀의 밑에 모였고 곧 파견대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녀는 부대가 준비되자마자 이를 곧바로 기사단 강남지부에 알렸고, 부대에 편제되기를 거부하던 천주교도 기사단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던 강남지부의 기사단 마스터는 반색하며 게오르기아 자매의 부대를 선발대로 파견했습니다.
선발대로 범람원에 파견된 게오르기아 파견대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 중에서도 범람원 병력들이 화력을 투사하며 시선을 끄는동안 우회한 기사단원들이 백병전으로 사이비 교단 병력의 파상공세를 분쇄해낸 시민의숲 전투에서의 분전은 단연 으뜸이었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찾아왔습니다.
시민의숲 전투 이후 사이비 교단의 주력은 완전히 분쇄되었고, 교단은 부교주가 이끄는 난민 무리에 일부 패잔병이 섞여들어간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들은 설마 정규병력인 범람원 병력들이나 동맹군이 난민무리를 공격하지 않을것이라고 믿으며 양재천을 건너 무작정 제일 가까운 양재역으로 쇄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영동1교의 사진. 기사단원들이 보던 시점대로 북에서 남을 내려다 보는 사진입니다.
양재천을 가로지르는 영동1교를 게오르기아와 완전무장한 기사단원들이 막아섰습니다.
그녀는 방어선을 형성한 기사단원들 앞으로 나와 말했습니다.
"당신들에게 선택권을 드리죠.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개종하려는 자는 용서받을지니, 개종하려는 자는 중앙선을 넘으십시오."
이를 듣고 난민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습니다. 중앙선을 넘으면 메트로 안으로 받아준다는 뜻인가? 하지만 이를 넘으면 교주에 대한 믿음을 부정하는게 아닌가?와 같은 의문의 물결이 무리를 휩쓸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첫 이탈자가 중앙선을 넘은 순간, 부교주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이 선을 넘는 것은 교주로써 이 땅에 내려온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욕보이는 일이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거짓된 믿음 가진자의 세치혀에 넘어감이 스스로 사탄의 자식되는것과 다름이 무엇입니까!"
부교주는 이렇게 외치며 첫 이탈자를 손수 총으로 쏴죽였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자 공포가 교단 난민들을 휩쓸었고, 결국 더 이상의 이탈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오르기아와 기사단원들은 내내 이 모든 광경을 차분히 지켜봤습니다. 결국 난민무리가 모두 중앙선을 넘지 않자, 게오르기아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것이 당신들의 선택이군요."
"그렇소!" 부교주가 답했습니다.
"그렇다는구나."
게오르기아는 이렇게 답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손을 들어보였습니다.
그리고 수신호를 시작으로 학살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학살의 디테일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길게 들어가진 않을것입니다. 뭐 이후 몇년동안 범람원 어민들이 인근 양재천에서 유래없는 어획량을 기록했다던가, 아니면 개포역의 전기기술자들이 몇달동안 수력발전기에 낑긴 불어터진 시체들을 치우느라 고생했다던가 이런 디테일들 말입니다.
하지만 뭐, 이 사태가 기사단들이 갈갈이 찢어져 각자의 길을 가는 시대를 열었다는 것 쯤은 다들 이해할거라 믿습니다.
기사단은 이후 크게 셋으로 나뉘었습니다. 변경을 방랑하는 튜튼기사단, 구호와 자선을 미덕으로 삼는 천주교도들의 구호기사단과 상단을 수행하며 교역로를 수호하는 개신교도들의 성요한 기사단이 바로 그 셋입니다. 이 중에서도 튜튼기사단원들은 좀 많이 특이한 편입니다.
튜튼 기사단은 게오르기아 자매 이끌던 파견대를 모체로 탄생했습니다. 이들은 차단선의 창설자들이며 차단선의 창설 이후에는 서울 곳곳의 변방으로 뻗어나갔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좀 특이한... 변화를 거쳤지요.
일단 이들은 기본적으로 계급이 없습니다. 직책뿐만이 있을뿐입니다. 기본적으로 튜튼기사단원인 검우형제들은 모두가 평등하며, 대전사나 마스터 등의 직책을 수행하는게 다를뿐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 차이는 시작일 뿐입니다.
튜튼기사단원들은 과묵한 것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그뿐인가요? 아직 지상에 잔류한 방사능 때문에라도 일반적인 인간은 메트로 지상에서의 삶을 몇년이고 영위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튜튼기사단원들을 메트로 안에서 봤다는 사람들은 손에 꼽습니다. 이들은 이상할 정도로 메트로에 발을 들이지 않으며 이를 어기는 때도 잠깐 일처리를 위해 메트로로 내려올 뿐입니다.
또 이들의 전투에서의 모습은 어떱니까. 튜튼기사단원들은 방탄성능이 의심스러운 철갑이나 기초적인 방탄복만 입고 광신적인 돌격을 하는것으로 악명이 자자합니다. 근데 더 악명높은게 뭔지 아십니까? 이게 대부분의 경우 먹힌다는 겁니다.
이들은 전투에서 초인적인 괴력과 생존력을 발휘하며 튜튼기사단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 투핸디드 소드, 양손도끼나 할버드와 같은 양손 날붙이로 적들을 베어넘깁니다. 잘 짜여진 방어선에서 납탄세례를 퍼붓던 상대가 수십미터의 거리를 눈 깜짝할 새에 주파한 튜튼기사단 검우형제들에게 산산조각이 나는건 이제 흔한 일입니다.
이게 과연 일반적인 인간들에게 가능이나 한 일일까요? 많은 메트로의 세력들이 이들에게 똑같은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인민전선은 스파이를 침투시켰고, 삼성동맹은 헌병대를 보냈고, 구호기사단 역시 이들을 의심하며 사제를 파견했습니다.
그래서 알아낸게 뭔줄 아십니까? 아무것도, 아무것도 알아낸게 없습니다.
스파이들은 소식이 끊겼습니다. 헌병대원들 또한 빈손으로 돌아왔고, 몇몇 사제들은 그냥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뭐 그렇게 해서 우리가 튜튼기사단에 대해 딱 한가지를 알아내긴 했지요.
그건 바로 튜튼기사단의 뒤에는 초자연적인, 우리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게 서있다는 겁니다. 그게 진짜 그들이 숭배하는 신이던 악마던 간에 말이죠.
----- 대한민국 정부군 정보장교 주태환 대위. 20XX년 X월 X일 연구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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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토니아 추
메리수
어디가?
다 동양인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니 왠지 중2병 찐따집단같아 보인다...
신천지가 딱 저럼 - dc App
ㅇㅇ. 저기서 갈려나가는 이단들의 모티브가 신천지 과천본부이긴 함
세기말 십자군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