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는 험난한 곳입니다. 특히나 핵이 떨어진 뒤에는 더더욱 그렇죠. 당연히 이 험난한 곳에서는 온갖 종류의 범죄들이 저질러지고, 경찰과 같은 법 집행기관의 손길은 어디에서나 필요합니다.
하지만 옛 대한민국 정부는 끝났습니다. 오직 그 그림자만이 고속터미널 역에 남아 지나간 영광의 잔해를 갉아먹고 있을뿐입니다. 예산은 쪼들리고, 인력은 더더욱 부족합니다. 이제 정부에는 더 이상 치안유지에 동원할 병력이 없습니다... 집행대원들을 빼면요.
집행대원들은 고속터미널의 구정부군이 서울 곳곳에 산재한 옛 강역에 박아넣은 마지막 발톱입니다. 이들은 대한민국 경찰세력들이 핵탄두에 불살라지면서도 남겨둔 최후의 계승자들이며 구정부의 존재를 터미널 바깥에 끊임없이 각인시키는 사실상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 거창한 계승자들의 임무는 얼핏 듣기엔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로 "질서를 유지하는것" 말입니다.
집행대원들은 보통 고속터미널의 구정부군 영토 바깥에서 활약합니다. 그들의 무대는 칠성연합의 환락가일수도 있고, 삼성동맹의 교역로일수도 있고, 아예 집권세력이 존재하지도 않는 황무지일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모든 집행대원들은 이따금씩 건네지는 보급이나 호의 외에는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작전하는 환경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집행대원들은 보통 홀로 작전하는 일이 많습니다. 사실 기회가 생긴다고 해도 이들과 함께 작전하려는 이들은 드물죠. 메트로에서 집행대원은 과도하게 폭력적이고 반쯤 돌아있는 불량경찰로 인식됩니다. 그리고 집행대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임무를 좀 과중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 와중에 벌어질 "부수적 피해"에는 무관심하다는 이야기죠.
사실 이들이 주로 맡는 임무가 변방에서 범죄자, 밀매업자, 노상강도, 인신매매상 등등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할 인간쓰레기들을 추적하는 일이라는걸 생각하면 특출나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이 모두 일은 고되고 책임은 과도하며 폭력적인 임무들이죠.
추적 내내 함께하는 돌아버릴것만 같은 고독과 고통은 집행대의 오랜 친구이며, 이 친구를 떨쳐낼 수 있는 휴식시간은 그 추적 끝에 기다리는 총격전이나 칼부림 뿐입니다. 덕분에 집행대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기 딱 좋은 직장입니다. 거기에 걸맞는 악명도 자자하지요. 하지만 집행대원들은 자신의 악명을 즐깁니다. 이 악명은 쓸데없는 자들이 임무에 간섭하는걸 막아주고, 충분히 현명한 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적들의 가슴속에 두려움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목표를 추적하는 내내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흑색 무궁화가 수놓아진 구정부군 완장을 차고 들이닥칠 것입니다. 그러고는 자기들이 법망을 피해다닌다고 생각하고 있던 잡것들의 면상에 요원 배지를 내밀며 그들이 공포에 질려 발악하는 추태를 즐기겠지요. 이런 집행대원들의 과시적인 행태는 생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들이 괜히 소시오패스 취급을 받는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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