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주인공 모습)
내가 어렸을 적에, 세상은 핵의 불길에 뒤덮여 멸망했다. 인류 문명이 자랑하던 찬란한 도시는 한낯 방사능에 찌들은 잿더미와 폐허로 변해버렸고
일부의 운 좋은 생존자들만이 산 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핵 방공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는 인구 100명이 채 안되는 방공호 속의 작은 마을에서 자라났고, 작은 마을 속에서 사람들은 감자나 고구마, 콩 같은 작물을 키우며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영위했다.
물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위험 없이 살아왔던 것은 아니다. 가끔씩 길을 잃은 약탈자들이나 돌연변이 야생동물들이 습격해오는 등의 작은 위험은 언제나 존재했고, 사람들은 이에 용감히 맞서 방공호 속의 작은 공동체를 굳건히 지켜냈다.
그렇게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해 힘든 세상에서도 마을 사람들은 스스로 무장하여 경비를 서고, 밖에 나가 사냥을 하고, 농사를 짓고, 학교에서는 나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꽤나 평화롭게 살아갔다.
"지금 내 눈 앞에 벌어진 일을 제외하고는"
촌장 어르신의 부탁으로 3일 동안 방공호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니,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내 집 거실에 흉기로 난도질 당해 피투성이가 된 시체 2구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씨발, 이게 뭐 어떻게 된거야"
물론 세상이 세상인지라 사람 몇 명이 죽는 것은 방공호 밖에서는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평화롭게 살아온 이 마을 안에서는 크게 놀랄 일이었고, 가장 놀랄 일은 내 집 거실에서 이 난장판이 벌어졌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일단 나는 등에 메고 있던 FAL 소총을 바닥에 내려놓고, S&W M29 리볼버의 약실을 열어 44구경 탄약을 한 발씩 천천히 재장전 하면서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 목격자도 없는 이대로라면 사건이 알려지는 순간 요 3일간 방공호에서 보이지 않던 내가 살인자로 몰릴 판인데, 젠장.. 촌장님한테 알리바이 보증을 부탁드리는 수 밖에 없나"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더하던 도중, 리볼버의 6연발 고정 탄창에 탄약이 모두 장전되었다. 이를 손목 스냅을 쳐서 탄창을 총몸으로 다시 밀어넣었고, 생각이 끝난 나는 일단 마을 경비대에 가서 이 사건을 마을에 알리기로 했다.
경비대에 가서 이를 알리고 경비관이 사건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현장의 참혹함에 경악한 경비관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작은 방에서 나를 취조하기 시작했다.
"...해서 집에 돌아오니 이 난장판이 되어있었습니다"
"촌장님의 부탁이라고?"
"예, 지난 3일간 촌장님의 부탁을 받고 방공호 밖에서 어떤 물건을 구해오는 일을 했습죠. 제가 의심가는거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거짓말은 안 합니다요"
"그걸 내가 어떻게 믿지? 네놈이 자기 집 거실에서 2명을 몰래 난도질해 죽이고 뻔뻔하게 이를 신고한 파렴치한 놈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아 진짜 좀 믿어주십쇼.. T.E.N.G.A.인가 뭔가 하는 고무 재질의 붉은 색 원통을 구해와 달라고 했다니까요"
"시끄럽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옙..."
.....
"오늘 취조는 여기까지만 하지, 귀가해도 좋네"
3시간 동안 이어진 경비관과의 취조가 끝나고, 나는 간신히 유체이탈하기 직전의 정신줄을 붙잡고 다리를 후들거리며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그래.. 그렇게 귀가하고 진범이 밝혀지는 걸 신문에서 보면서 오늘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건데..."
"왜 추방형을 선고 받고 집에서 짐을 싸고 있는 거냐고...."
촌장이 입을 다물어버렸다. 일을 최대한 빨리 덮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지 나를 제물 삼으려고 했다. 자신은 그런 일을 시킨 적이 없다며 뻔뻔하게 증언하는 바람에 나는 졸지에 거짓말쟁이까지 됐고, 결국 오늘 아침에 간단한 약식 재판을 받고
추방형이 결정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 재산은 압수하지 않았다는 거지"
나는 방공호 바깥에서 화폐로 통용되는 코카-콜라 병뚜껑 200개와, 그동안 꿍쳐놓은 식량, 탄약과 탄창들, 각종 장비들을 내 오래된 메신저백과 전술조끼에 집어넣고 트라이럭스제 SUIT 스코프를 올린 내 FAL 소총을 어깨에 멘 뒤 홀스터에 리볼버를 쑤셔넣는 것으로 방공호 밖에서 살아갈 채비를 마쳤다.
"그럼 나가보실까"
출입구 주위 사람들의 야유와 고함, 경광등의 불빛, 삐거덕거리며 방폭문을 개방하는 톱니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불협화음을 내며 새로이 시작하는 내 인생을 축복하고 있었다.
고대 중국의 시인이 그랬던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하지만 나는 빈손이 아니다. 지금 내 손에는 총과 병뚜껑이 있고,
저 세상으로 갈 때도 반드시 손에 무언가를 쥐고 갈 것이다.
"...니들끼리 땅 속에서 정치질하면서 잘 먹고 잘 살아봐라 병신들아!"
"나는 자유와 돈을 찾아서 나간다! 하하하하하!!"
"Oh, dream, Wasteland dream. I can't even sleep from the lights early dawn!"
.....
그 당시의 나는 촌장과 마을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다는 분노와, 방공호를 나갔다는 행복감에 젖어 이 노래의 뒷 구절을 잊어버렸다.
'Oh, scream, Wasteland, scream. Believe what you see from heroes and cons...'
"너무 공상과 희망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해서 패가망신하지 말라는 뜻이지... 씨발 내 인생 돌려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댓글과 혹평, 관심은 글쟁이에게 도움이 됨니다
- dc official App
와 소설이다 - dc App
와 2화 써왔다 - dc App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 - dc App
암튼 2화 써왔다, 봐라 - dc App
너무 밀스퍼거같은데 그런요소만 좀 순화시키면 좋을듯
화자가 주인공이고, 주인공이 총스퍼거니 으쩔수 읎죠 - dc App
암튼 2화에서는 좀 빼겠읍니다 - dc App
2화 써왔읍니다, 한번 봐주심이...? - dc App
갤주님 더 써주세요 왈왈 - dc App
2화 써왔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