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은 거의 모든 병을 정복했다.
감기에서 부터 암까지, 사람은 마침내 수만년간 이어져온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사회 인프라와 수도는 우리를 지켜줬으며
약품과 백신은 우리를 치료해 주었고
의사와 약사는 우리를 위해 최전선에서 싸웠다.
생명과 삶을 위해 싸우는 것, 그 것은 로망이자 꿈이었다.
오직 사람을 살리는것만이 내가 해야할 일이며 의무이다.

#

수십, 수백의 시간들은 모두 이 날을 위함이다.
대학의 입구를 밟고 들어서는 기분은 언제나 나를 자극
시키는 힘이 있는 듯 했다.
대학에서조차 여전히 공부에 시달렸지만, 내 로망, 꿈이
점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나를 흥분되게 만들었다.
나를 흥분되게 만든건 이 것만이 아니었다.
동아리 활동에 만난 그는 나머지는 몰라도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렇게 그와 있을때,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애정이나 사랑이 아니었다.
그건, 나와 같은 이상을 희망하고 같은 꿈이 있다는 자에
대한 하나의 존경이었다.

전쟁이 일어났다.
뉴스에서, 라디오에서, 신문에서 연일 특보라며 개전을
울부짖으니 그러할 것이다.

"금일 13시 50분, 우리 정부는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라디오를 껐다. 평화를, 이상을 부르짖던 것들이
이제는 전쟁의 승리와 영광을 외친다.
꿈을 꾸며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러자 친구들이 사라져갔다.
그도 사라졌다.
어제, 한 친구가 나에게 말을 했다.
남쪽은 후방이니 안전할거라고, 폭격 걱정도 덜 수 있다고. 돌리며 말을 했지만, 그녀가 곧 떠날 것이라는
것은 금새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강의실이 커져보였다.
어제, 한 명이 강의 중에 뛰어들었다.
"살려줘!"
그는 이렇게 외치곤 의식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곧이어 따라온 군인들의 곤봉이 그를 그렇게 만든것이다.
나에게 바뀐건 단지 날짜뿐인데, 저들에게 바뀐건 모든것이었다.

#

그는 돌아왔다. 살아서
나는 그에게 어디갔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무서웠다.

#

오늘은 강의를 하지 않았다.
백발의 교수님 대신, 두 명의 군인들이 군화발 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섰고 기계적으로 우리에게 통보했다.
"금일부로 국민 총 동원령이 선포되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00병원에서 부상병과 민간인들을
치료할 것입니다."
군인의 말이 끝나자 아직 있던 몇명의 사람이 항의하며
따져댔다.
하지만, 누구도 저항하지 않았다.
생명과 삶을 위해 싸우는 고귀한 이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상주의자들만 아직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에 도착했을때,
의사는 없었다.
군인도, 경찰도 없었다.
오직 우리들과 환자뿐이었다.

#

신음소리와 비명섞인 함성이 건물을 채웠다.
사람들은 소리치고 외쳤다.
그래도 그렇게나마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행이었다.
천천히 식어가며 조용히 끝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곧 그들이 환자의 과반을
차지할거라는 기분나쁜 생각이 들었다.
고귀한 이상도 결국은 사람의 생각에 불과하다.
잔인한 현실은 결코 이를 두고보지 않는다.
약품이, 붕대가 서서히 사라져간다.
하지만 사람, 환자들이 더 빨리 사라져간다.
달력을 걷을 수록 진료, 치료보다 사람을 묻는 일이
더 많아져간다.
여기는 병원이 아니다.
여기는 관짝이다.

#

라디오를 틀어보았다.
잡음만이 내 귀를 찔렀다.

#

병원은 조용했다.
이제 남은 환자는 모자뿐이었다.
나와 그외의 나머지 사람은 죽어서 흙이되거나
이상과 꿈을 버린 후 였다.
오직 그들만이 남게 되자
치료, 드디어 치료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다행이도 아이는 나이에 못지 않게 건강했고, 씩씩했다.
아이는 유일하게 이 곳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거닐때, 어디선가 소리가 흘러나왔다.
"삐이이이"
듣기 싫은 소리였지만, 아이에게서 들려오고 있었다.
달려갔지만
그곳에는 잠자듯이 눈을 감은 아이와, 가만히 그의 손을
잡고 무어라 중얼거리는 그가 있었다.

#

한 여인이 그의 하얀 가운을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안돼! 안돼!!"
죽음을 부정하는 그 말은 너무나 떨리며 위태하게
발음되고 있었다.
"부디.. 살려줘요! 우리아들!"
"감염이 너무 심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렇고…
살릴 수 없었습니다."
"아… 그럴 수가.."
자식 잃은 부모의 울음이 방을 가득채웠다.
그의 백색 가운을 잡던 손마디는 다시 여인에게 돌아가있었다.
"보호자분 돌려보내드려."
그녀에게 다가가서 이제 돌아가라는 등의 말을 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무어라 중얼거릴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등을 밀었을때, 이젠 더 이상 무겁지 않았다.
분노로 인한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가볍고,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는 천천히 어둠 속으로 걸어갔고 울음으로 인한 이명이 사라져갈쯤, 그가 말했다.
"넌 알고있지?"
그가 던진 물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비록 팔하나, 다리하나 없어도 멀쩡하던 그 아이가 하룻밤에 떠났다는 가슴에 묻어논 그 의문이
이제는 확신이 되어 다시금 살아 돌아온다.
"어째서, 왜 그랬죠?"
"왜?"
"그는 고개를 젖히며 천장을 응시했다."
그러곤 내 확신의 답을 해주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일 것 같나?"
"모든게 끝났어. 다 끝이라고."
"정부도, 지원도, 물품도 더이상 없어."
"그렇다고 아이를 죽여요!"
"당신이 의사입니까! 생명, 삶을 위해 싸운다는 그 각오는
어디 있습니까?"
나의 머리는 자제력을 잃었고 입은 정리되지 못한 외침에
가까운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난, 삶을 위해 봉사했어.
내가 격하게 숨을 몰아쉴때, 그가 말했다.
"정상적일때에는 너말이 맞지, 그래 무조건 맞아."
"하지만, 지금은 정상을 지킬 수 없게 되었어. 아니, 뭐가 정상인지도 이제는 모르겠어."
"만약 아이가 살아나서, 무사히 나간다고 생각하자."
"아니, 어디로 갈수나 있어?"
"라디오가 이렇게 말하더라고, 적이 핵을 사용했다."
"끝, 끝이야.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
"난, 항상 이상을 택했어. 하지만 이제는 선택할 수 없군."
그는 노란색 주사기를 소매에서 꺼내더니 이윽고
자신의 팔에 집어넣었다.
"더 이상 삶과 생명 모두를 지킬 수 없어."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기만 할 뿐이었다.
노란 액체가 그의 몸에 거의 다 들어가서야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니꺼는..서랍에.."
항상 찡그리며 눈을 감던 그가 처음으로 웃으며 눈을 감았다.
나는 바닥에 주져앉아 희미해진 녹십자 마크만을
빈눈에 담고 있었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무서웠다.






처음이기에 부족하고 모자란 모습 있을겁니다.
특히 시간 쫓기며 하루안에 쓰니까...
아무튼 좋게 봐주시고 행복하시길ㅎㅎ



+포아갤 흥했으면...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