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글은 뒤가 짤리고 수정하려고 보니까 더 잘려서 그냥 다시 올림
“그러니까, 댁이 천사라고요?”
“그렇습니다.”
이런 놈은 사람을 등쳐먹는 사기꾼들이다. 이런 사이비종교들에 빠졌다가 육포가 되어 시장에 나온 사람을 몇 명 알고 있다. 들어가면 온갖 말로 사람을 약해지게 한 후에 온갖 잡일을 하다가 인신 공양을 핑계로 교주 밥상에 오르게 된다. 종교 쟁이는 무조건 걸러야 하는 게 생존 제1 법칙이다. 내가 아는 천사는 등에 날개를 달고 머리 위엔 고리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사람은 성별 구분만 안 될 뿐 고리나 날개 같은 건 없었다. 딱 봐도 사이비 천사였다.
“나는 댁이 무슨 종교를 믿고 누구를 따르는지 신경 쓰지 않아요, 다만 한 가지만 확실히 해둡시다. 나는 신 같은 거 안 믿습니다. 그러니 포교할 생각 말고 가요.”
자칭 천사는 천천히 고개를 젓더니 웃으며 말했다.
“제가 형제님을 찾은 건 선교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천사지만 육신은 인간의 몸을 빌렸기 때문에 약합니다. 저는 앞으로 긴 여행을 떠날 예정인데, 제 몸을 보호해줄 만한 적임자로 당신을 추천받았습니다.”
“날 추천했다는 놈이 누구요? 내가 종교쟁이 거르는 건 시장 바닥에선 유명한 사실인데?”
“주께서 일러주셨습니다.”
“지-랄하네.”
“물론 보수도 드리겠습니다. 선금으로 금봉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천사는 배낭에서 금봉을 꺼냈다. 나는 그 미친 행위(시장 바닥에서 비싼 걸 꺼내면 표적이 된다. 소매치기던, 강도던.)를 얼른 저지하고 구석으로 그를 데려갔다.
“금은 싫으십니까?”
“미쳤습니까? 무슨 정신으로 저기서 금 같은 걸 꺼내요?”
천사는 잠깐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뭔갈 기억해낸 듯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하루도 안 됐지요.”
“컨셉은... 후…. 그나저나 어딜 가길래 선금으로 금봉같은걸 꺼냅니까?”
“목적지는 나진입니다. 기간은 한 달 정도로 예상해요.”
“나진까지는 2주면 가는데 무슨 한 달입니까.”
“중간에 들를 곳이 많습니다.”
“성지순례?”
“비슷합니다.”
“흠, 불필요한 전투는 피한다는 조건이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죠. 얼마까지 생각하고 오셨습니까?”
“금봉 30개를 노잣돈으로 받았습니다. 부족하면 더 주시겠지만…. 많이 힘들겠죠.”
“교주님이 부자신가 봐요? 성지순례에 지원을 팍팍 넣어주시네.”
“하나당 한 명입니다. 생명 값치곤 싸죠.”
“무서운 조직이네.”
내 반응을 본 천사는 교주를 살인자 취급한 게 아니꼬웠는지 발끈하며 대답했다.
“오해하신 게 있는데 저는 진짜 천사입니다. 그리고 이 금은 절대로 살인 같은 거로 번 부정한 금이 아닙니다!”
“그걸 믿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을 거요. 하여튼 금봉 5개면 나진까지 같이 가주겠습니다. 마침 나도 대전을 떠날 예정이니까 좀 깎아준 겁니다. 여행 중 숙식비용은 그쪽이 내고, 그리고 금들 환금할 거면 나한테 말해주쇼. 적당한 값에 안전하게 파는 곳을 아니까.”
“좋아요. 나진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천사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도 작고 흰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계약이 성립됐다.
우리 고객께선 나진까지 가는 길을 빙 돌아서 가자고 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 서울에 들른 후, 서울에서 경의선을 타고 나진까지 가기로 한 것이다. 그의 계획은 완벽했으나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서울은 지금 방사능 천지요. 거기에 핵이 몇 발 떨어졌는지 압니까? 5개가 넘습니다. 지금 서울은커녕 그 위성도시까지만 가도 사람이 픽픽 쓰러집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주께서 지켜주십니다.”
“내가 문제요.”
“당신도 주께서 지켜주실 겁니다.”
“뭔 소리여. 안된다니까.”
천사는 배낭을 끌러 작은 물통을 꺼내더니 내게 물을 조금씩 뿌렸다. 그 이색적인 행동에 나는 어이가 없어 천사를 빤히 바라봤으나 그의 표정은 경건하고 평화로웠다.
“지금 한판 해보자는 거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뭔 짓거립니까, 이게….”
“성수를 조금 뿌려봤습니다. 가이거 계수기 있으십니까? 그걸로 측정해보십시오.”
경건한 표정으로 물을 뿌려대던 천사는 그 경건한 표정을 잃지 않고 오히려 자신감에 찬 눈빛으로 나보고 방사능을 측정하라고 했다.
나는 그런 그의 눈빛에 홀린 듯 배낭에서 가이거 계수기를 꺼내 내 몸을 살펴봤다.
가이거 계수기 눈금은 대기에 있는 방사능을 잡아내면서 내 피부의 방사능을 잡지 못했다. 처음엔 가이거 계수기가 고장 난 줄 알았지만, 허공에 두면 계속 틱틱거리는 게 공기 중의 방사능을 잡아내며 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수기를 내 피부에 갖다 대면 틱틱대던 계수기가 조용해졌다.
“그 물 뭡니까?”
“진짜 무안단물입니다.”
“….”
“농담입니다. 성수입니다. 주께서 당신을 지켜주실 겁니다.”
성수에 그런 효과가 있는 줄 몰랐다. 천사는 더는 종교쟁이로 보이지 않고 진짜 천사처럼 보이기도 했다.
“납 섞거나 뭐 물에 이상한 짓 한 거 아닙니까?”
“이건 주께서 직접 만드신 성수입니다. 그런 불경한 짓을 누가 저지릅니까?”
천사는 다시 성수를 가방에 갈무리하고 말했다.
“주께선 기도 한 번에 하루는 간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갑시다. 시간 아까우니까요.”
“물 몇 방울에 방사능이 싹 사라진다니….”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천사는 더없이 상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베드로 전서 5장 7절입니다.”
시발 저거 라드어웨이네
천사 왜 여자아님ㅡㅡ
원래 천사는 남자도 여자도 아님 ㅡㅡ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