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A-12 갱도에 곡괭이로 안부숴지는 부분이 있어! 동력 드릴을 가져와야할것같은데!"
광산안은 어두컴컴하고 시끄러웠다. 거대한 증기 동력 드릴이 쉴새없이 내뿜는 새하얀 증기과 매연이 좁고 복잡한 갱도를 가득 채워 눈앞은 희뿌옇고,낮은 기압과 돌을 깨고 부수는 소음에 귀가 먹먹했다. 작업용 조명은 불안정한 전원 공급으로 빛의 세기가 너무 약했기에 광부들은 저마다 안전모에 매단 헤드 랜턴의 불빛에 의지해 곡괭이로 돌을 쪼개고,석탄을 캐내어 삽으로 광차(鑛車)에 퍼담았다.
'바깥은 불알이 얼어서 떨어져나갈것같은 빙하기가 왔는데,갱도는 후덥지근하다못해 쪄죽을 지경이군.'
나는 두꺼운 군복과 어깨를 짓누르는 총의 무거운 무게에 질려버린 나머지 혀끝에서 욕이 맴돌았다. 한창 작업중인 탄광 내의 온도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최대 50도까지 치솟기도한다. 나는 주위의 눈치를 보다,은근 슬쩍 바깥공기를 갱도안으로 밀어넣어주는 공기 파이프옆에 기대어 섰다. 광부들의 더위를 식혀줄 물건은 당연히 아니었고,습도를 조절해 굴착기계들의 고장을 막아주는 물건이었다. 다만 설치된 용도야 어찌되었건,곁에 서있는걸로 한결 서늘해지니 없는것보단 나았다.
'마거릿 대처 씨발년,그 썅년이 석탄산업만 조져놓지 않았어도 기술발전으로 탄광이 훨 쾌적했을텐데.'
기술은 필요에 따라 발전하는 법이고,석탄 산업이 활발하고 광부들의 요구가 있었다면 노동환경을 조금이나마 더 쾌적하게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을것이다. 나는 어느새 내가 광부들이 입에달고살던 말을 똑같이 따라 생각하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뭐 어떤가. 모든것이 돈과 석탄에 결정되는 뒤틀린 신자유주의보다는 차라리 영국병에 허덕일때가 나았을것이다. 최소한 그땐 복지정책이나마 탄탄했으니 얼어뒤질 걱정을 하고살진않았겠지.
"빈센트,A-12 갱도에 증기드릴이 필요하다고!"
"아까부터 자꾸 빈센트를 찾는 머저리는 누구야!"
나는 늙은 말의 목을 비틀어제끼는듯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화들짝놀라 총을 바로잡고 환기 파이프에서 물러섰다. 애꾸눈에 단안경을 껴 지나치게 커보이는 동공을 가진 작업반장은 정말로 옆으로 눕혀 말린 청어대가리를 소름돋도록 닮은 중늙은이였는데,얼굴이 생겨먹은것과 다르게 오랜 광부 생활로 만들어진 다부진 체격이 심각하게 어울리지않아 마치 복싱 챔피언의 머리위에 생선대가리를 씌워놓은것같았다.
"나이젤,내가 냉각파이프 가까이 서있지말라고 분명히 말했을텐데! 증기 굴착기가 고장나면 모두 자네책임일줄 알아!"
"예,작업반장님. 명심하겠습니다,반장님."
나는 재빨리 받들어 총 자세를 하고,버킹엄 궁앞의 근위병처럼 고개를 빳빳이 세워 반장과 눈을 마주치는일이 없도록 갱도 천장을 올려다보며 그가 빨리 '빈센트를 찾는 머저리'에게 가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옆에 좀 서있는다고 냉각 파이프가 고장나는것도 아닐텐데,거지같은 노인네 성깔하고는.'
"레이몬드! 또 자네야! 내가 몇번을 말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우리 탄광에 A-12번 갱도는 없다고!"
"하지만 제가 분명히 표지판을 확인했습니다..! 저희가 있는곳이 A-12 갱도가 분명해요!"
"맙소사,레이몬드..거기,노란 헬멧쓴 머저리 둘! 그래,우리들 모두 병신같은 노란 헬멧을 쓰고있지. 눈치보지말고 아무나 빨리 쳐 튀어나오란 소리야! 이녀석 데리고 위로 올라가서 산소마스크좀 씌우고 얼음좀 먹여. 교대시간까지 아직도 한참이 남았는데,이게 뭐하는짓인지 모르겠구만!"
"반장님,오늘 작업은 중단합니까?"
"카나리아가 죽었나?"
작업을 멈추고 동료의 손에 이끌려나가는 광부를 바라보던 다른 작업원들중 누군가가 반장에데 묻자 반장은 하나밖에 안남은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카나리아가 죽었냐고 묻잖나!"
"아뇨,아직 살아있습니다. 날개는 좀 심하게 퍼덕이지만요."
"그럼 작업을 중단해야할 이유는 뭐지?"
광부들은 더이상 반장과 대화하는게 의미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저마다 맡은 구역으로 돌아가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반장은 다시 증기 드릴뒤쪽으로 걸어가 부착된 수화기를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모하메드,모하메드! 환기장치의 출력을 올리고 냉각 파이프를 더 쎄게 돌려! 좆같은 유독가스때문에 방금 어떤 멍청이가 실려올라갔다!"
나는 소리를 지르는 반장을 뒤로하고 다시 시커먼 갱도로 뒤돌아서서 어둠속을 주시하며,허리춤에 매달린 산소마스크를 들어 코와 입에 밀착시키고 두세번 심호흡을 하고,머플러를 끌어올려 다시 얼굴 하관을 덮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산소농도가 줄어들고 가스층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기에,나는 작업 심도가 높아질수록 여분의 산소통과 방독면 필터를 두개,세개씩 늘려가며 허리춤에 매달았다. 갱도내에는 환기장치가 있지만 출력이 약해 큰 도움은 되주지 못했다. 아까 실려나간 광부는 아마 작업에 열중하다 주기적으로 산소마스크를 사용하는걸 잊어버린탓에 가스에 중독되어 환각을 봤을것이다.
"빨리빨리 움직여! 아직 오늘 할당량의 반도 못채웠잖나. 조금이라도 어지러우면 바로 산소마스크를 끼고 숨을 들이쉬어! 이상한거에 홀려서 헛소리나 해대면 다시는 탄광에 발들일 생각하지말고."
손목에 찬 아날로그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키고있었다. 작업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약 4시간. 그때까지 나는 두꺼운 군복을 입고 갱도 한복판에 서서,어둠속에서 '그것들'이 튀어나와 광부들을 해치는것을 감시하는,긴장감있지만 미치도록 지루한 업무를 계속해야만했다. 나는 작업 반장이 다른 갱도를 확인하러 간것을 보고 다시 슬그머니 냉각 파이프옆으로 돌아왔다. 엄밀히말해 나는 안전반이고,그는 채굴반의 반장이었으니 내가 그의 말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는셈이니까말이다.
심도계는 아직 300m를 가리키고있었다. 심층에서의 추가 작업을 위해 더 내려가지만 않는다면,300m는 '그것'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점은 아니었다. 나는 남은 네시간을 손전등으로 어두컴컴한 동굴안을 비춰보고,갱도안을 서성이고 광부들의 작업을 구경하거나 다른 안전반 동료들과 잡담이나 나누며 보냈다.
우리가 일을 할때는 발파 작업시 사람 냄새를 맡은 '그것'들이 폭발음을 듣고 뛰쳐나올때나 300m보다 더 깊은 심도로 내려갈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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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 ㅎㄷㄷ.. 잘보고 있음 - dc App
그런데 셰일가스는 어떻게 됨? - dc App
채굴해야되는데 석유회사들이 먼저 파산해서 다 망해버림
아ㅋㅋ, 왜이리 똑똑함? - dc App
카나리아가 누구임?
새 이름 - dc App
새 이름. 광부들이 갱도내에서 산소 농도를 확인하기위해 데리고 들어갔음. 새가 죽으면 산소가 부족하단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