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송은 녹음 방송입니다. 청자 여러분께서는 이하의 사실들을 명심하십시오.]
1.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마십시오.
신원이 확실하더라도 밤 10시 이후로는 열어주지 마십시오.
그들은 당신이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받아들여야 한다면, 해가 뜨고 나서 받아주십시오.
2. 밤에 빛을 내지 마십시오.
낯에는 빛에, 밤에는 어둠에 당신의 몸을 숨기십시오.
햇빛 이외의 밝은 빛은, 상식이외의 것들을 끌어드립니다.
만일 끌여들였다면, 타인을 희생시키십시오.
당신은 누구보다 소중합니다.
3. 낮을 이용하십시오.
아이러니하게도, 빛이 가장 많은 낮에 그들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를 명심하며 야외활동은 가급적 낯에 하십시오.
하지만, 어두운 실내는 낯에도 출입하지 마십시오.
4. 사후 6시간이 지난 시체에 접근하지 마십시오.
친구, 가족, 반려동물의 주검이라 해도, 빠른 시일내에 불태우십시오. 만일 그러지 못할경우, 목을 우선적으로 절단하고 안대를 씌우십시오.
그들은 당신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5. 달을 보지 마십시오.
10분 이상 응시하지 마십시오. 만약 보았다면, 잊으십시오. 달에는 아무것도, 어떤것도, 누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늘을 보려는 충동을, 밤에는 억제하십시오.
6. 밤에는 활동을 자재하십시오.
밤에는 야외, 그리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실내에서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밤에 활동을 할 경우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기를 희망하십시오.
7. 붉은 벌래는 먹어도 됩니다.
하지만 파란 벌래는 먹지 마십시오. 그건 먹는게 아닙니다.
만약 입안에 넣었다면, 그건 먹은게 아니라 먹힌겁니다.
8. 앙상한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그들이 당신의 친구, 가족이라해도 그들의 머릿통에 구멍을
내는것을 머뭇거리지 마십시오. 머리를 쏘거나 팔과 다리를 분리하십시오.
9. 태양을 거울에 비추지 마십시오.
태양은 오직 하나여야 합니다. 오직 하나말입니다.
10. 타인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타인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마십시오. 그 안에는
당신이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오직 당신만 믿으십시오.
[이 방송은 녹음 방송입니다. 청자 여러분께서는..]
라디오는 쉬지않고 말하다가 결국에는 제풀에 지쳤는지
그만 말을 멈추고 말았다.
비록 무감정하고, 매정한 말투였지만 방송이라는게
저런 것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라디오는 계속 저 말을 토해내야 했기에
라디오를 도와주기 위해 나는 건전지를 바꿔줘야 했다.
'딸깍'
뚜껑이 열리고 제 몫을 다해준 건전지들이 모습을 들어냈고
나는 건전지를 하나씩 빼며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모든 채널에서 저런 방송만이 흘러나온거지?
몇달 전쯤일까? 확실하지는 않았다.
휴대폰의 전원은 오래전에 나가있었고, 시계또한 동작을 멈추었기에 그저 감으로 예상만 할 뿐 정확한건 없었다.
확실한건 그때는 방송이 많았다는 것이다.
누군가 살려달라 울부짖는 방송.
생존자가 있으니 이 곳으로 와달라는 방송.
소설을 읽어주거나 노래를 틀어주는 방송.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따로 있었다.
한 여성의 방송이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누군가 저희 집에 들어온것 같아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3분 후였나? 4분 후였나?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그녀가 울부짖는것은 들었던 기억이 든다.
비명소리.
무슨 이유에서인지 방송은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여성의 목소리만이 아닌 타인의 목소리 또한
흘러나오고 있었다. 분명히 방송을 보고 찾아갔겠지.
그녀는 괴로워했지만 남성은 오히려 그러한 모습에 흥분했는지 더 강하게 그녀를 밀어붙였고 그런 남성의 목소리는 간악하고, 추악했다.
남성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서인지, 그녀가 고통받는것을 참지못해서인지는 모른다. 아니 어쩌면 둘 다일지 모른다.
나는 황급히 채널을 돌렸고 그렇게 돌린 채널에선 노래가
흘러나오는 중이었지만 그 후 더이상 라디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차마 들려주지 못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서서히 방송이 줄어들면서 잡음이 심해지다
모든 방송이 잡음에 잡아먹힌줄 알았지만 저 방송만큼은
어떻게 된건지는 몰라도 아직도 살아남아 라디오를 말하게 하고 있었다. 심지어 잡음마저 집어삼키며.
그래도 좋았다. 아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라디오가 녹음기라도 된것처럼 계속해서 같은 말만 중얼거리면 어떠한가. 뭐가 되었든 잡음보단 나았다.
나는 건전지를 얻기위해 거실로 나섰고 이제는 작동도 되지않는 tv가 내 모습을 비추었다. 전기로 대표되는 문명의 이기는 강한듯 보였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너무나 연약하고 부실했다. 서랍을 뒤졌지만, 원하는건 없었고 눈이 내린듯
하얗게 쌓인 먼지는 이를 강하게 주장하는 듯 보였다.
여분의 건전지를 위해 밖으로 나가야 했지만 막상 나가야 하자
문뜩 정부 방송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상황이 진정될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돌이켜볼때 정부 방송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끊긴대다 대체 어떤 상황인지도 명쾌하게 풀어내지도 못한체 계속해서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되었으니 군경이 사태를 진압할때까지
외부와의 접촉을 금합니다." 등의 말만 지껄였으니 말이다.
뭐, 군경의 말이 나왔을때부터 방송의 신뢰성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내가 경찰인데 만약 방송이 맞다면, 왜 나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는가.
그렇게 1주일을 중얼거리다 힘없이 끊어진 그 방송을 이젠
잊은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맴도는 그 말들은 내 행동을 재약하며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1주일정도만 중얼거린 정부의 조언보다 계속해서
내 주위를 맴돌 집안의 침묵이 더 무서웠기에 밖을 나서기로 했다.
문을 열면 누군가 나를 공격할것 같았고, 그래서 총구를
문쪽으로 가져다 대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도 동물도 심지어 시체도.
마치 생명이 사라져버린 길가에서 오직 식물만이 그 푸른 잎을
뻗어나가며 간신히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사람이 없고, 매우 조용한걸 제외하면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째서 새상이 이렇게 된것인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이것 또한 알 수 없었다.
어떤 방송에선 버섯구름을 목격했다고, 북괴군이 핵을 날려서
이렇게 된거라고 말했지만 얼마 못가서 소식이 끊겼기에 더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마트 또한 한산했지만 전기의 힘으로 죽은이의 살점을 보관했던 냉장고와 냉동고는 이제 하나의 관이 되어 썩은
악취를 이곳까지 풍기고 있었다.
악취는 나를 마트에서 쫓아내려듯 고통스러웠지만
왠일이었을까? 오는날이 장날이라고.
내가 사람의 형채를 보게 된것이 오늘일 줄이야.
그는 나를 보지못한듯 했지만, 나는 그를 똑바로 볼 수 있었다.
돌출된 턱, 누런 치아, 해진 옷과 신발.
분명 정상은 아니었지만 사람의 형채는 띈것이 분명했다.
마법에 걸린것 처럼 그를 뒤쫓았고, 썩은 악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잊은지 오래였다.
그리고 마법은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서서히 사라져갓다.
멀리서도 풍겨오던 악취의 본거지에 있다니, 생각이상으로
역겨웠다. 플라스틱 관짝에는 무엇이 있기에 이토록 죽은이를 모독하는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어 냉동고를 보았고 그 안에는 살점이 들어있었다. 사람의 전유물인 팔과 다리도 같이 함께.
동물의 뼈와 육신이 아닌 사람의 뼈와 육신이, 그것도 수십 구는 되보이는 그 엄청난 수는 가히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시발!"
공포와 당혹스러움, 절망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욕설같이 좋은것이 있을까? 또한 관심을 끌기에도 이보다 더 좋은것은 없었다. 뒷걸음치던 내 뒤통수를 누군가 받아준 것은
이를 여과없이 잘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렸고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란 동질감에서 나오는 반가움보다는
그의 모습에서 나오는 괴상함은 자연스래 그를 경계하게 만들었다. 불쾌함의 골짜기라고 했던가? 사람과 어중간하게
비슷하면 오히려 역겹다고..
그와 나중 먼저 말을 건것은 오히려 나였다.
"저 시체들, 당신이 한겁니까?"
나로써는 신중하고 진중한 질문이었지만, 그는 쉽게 대답했다.
마치 자랑인것 마냥.
"예, 맞습니다! 제가 했죠. 저들은 시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렇기에, 받아들인 제가 저들을 먹어서 정화하고
있는겁니다."
"이런 시발, 그럼.."
내 말을 끊은것은 그도, 나의 당혹스러움도 아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 그것이 나를 멈추게 한것이었다.
그는 아이를 달래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밤이면 이 아이도 시험을 받을겁니다. 부디 이 아이가 통과했으면 좋겠군요."
아이가 진정되어 다시 잠이들자 그는 아이를 바닥에 눕히었고
나는 갑작스래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혹시 그 시험이라는거, 죽거나 미치거나의 경우밖에는 없는건가?"
그는 누런 이빨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답했다.
"뭐, 당신입장에서는 그렇겠죠."
"그렇다면 더더욱 아이는 넘겨야 할껄."
나는 방아쇠에 힘을 주며 그가 물러가기를 희망했으나
이는 헛된 희망이었다.
"저 보석들이 보이십니까? 모두 시험전에 얻은것입니다.
시험받기전 저는 너무나 어리석었습니다. 그저 오토바이를
타며 사람들을 가격해 물품이나 목숨을 빼앗는 짓만 했죠.
또한 불로써 인류의 거주지를 소멸시키는 어리석은 짓까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이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시험후에는 모든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 기쁨은, 당신도 알아야 합니다."
그는 박수를 치더니, 다시금 역겨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다섯명쯤 되보이는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앙상한 몸을 드러내는듯 천천히 걸어나왔다.
아, 시험에 통과한 동지들이여 저 자를 빨리..."
'탕!'
총구에서 빛이 나왔고, 그의 가슴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피는 분수처럼 튀겨 사방으로 튕겨져 나와 남자의 온 몸을
적실 뿐 아니라 그의 동료들에게도 흔적을 마구 남겼지만
기이한 일이 일어난것은 그때였다.
그의 모든 동료가 일제히 그를 처다보더니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의 동료들은 그를 공격했다. 아니 그를 먹어치웠다.
남자는 비명을 질러대며 이렇게 외쳤다.
시험에 통과한자들이어! 어찌 이럴 수 있는가!"
나는 그 괴상한 장면에 충격을 받아 벋어나려 일부로 다른 곳을 보았고, 내 시선이 닿은 그 곳에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안전해야 한다. 아이이기에, 아이는 지켜야할 가치가 있었다.
발이 떨어지고, 몸이 움직이며, 팔이 아이의 몸에 닿았다.
아이를 감싼 천조각은 정채를 알 수 없는 붉으스름한 색으로
염색이 되어있었다.
"저 자가 아이를 가져간다!"
그는 소리를 외치며 말하였지만 그의 동료들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달리고, 달려서 서서히 그의 비명같은 졀규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가 말한 시험에 통과한자라는 것들이 내는듯한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은 느낄 수 있었고
해가 점점 기울어지며,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들이 어둠으로
채워지는것 또한 인식할 수 있었다.
+다음 주자는 댓글로 참가한다고 남겨줘 포붕이들아
남아줘서 고맙고 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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