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가빠온다. 더이상 뛸수 없다고 비명을 지르는 폐와 심장이 혈액을 더 내놓으라며 비장을 쥐어짠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키에에에옉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짐승들이 멈추지 않는 이상 나는 멈출 수 없다.

욕지거리를 할 여유도 없다 온 힘을 다해 더이상 무었도 다니지 않는 철로를 질주한다.

본래 수백년 전에 고속철이 달리던 철길을 두발로 달려나가며 나는 이를 악물었다.

"우리 게이 아직도 후회 안하노?"

내 옆을 따라 웅웅거리는 벌래떼에서 사람 얼굴이 튀어나와 내게 말했다.

전방에 철길이 끊긴 낭떨어지가 보인다. 언뜻 봐도 사람이 아니라 괴수들도 넘지 못할 거리 넘어 목적지가 보인다. 하지만 나는 말없이 벌래에게 중지를 치켜세워주고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뛰어 올랐다.

-예열 완료. 시스템 가동

전력 소모량이 커서 평소에는 봉인해 두던 '시스템'을 가동 한다. 상온 핵융합전지에서 끓어오르는 무한한 힘이 전신을 휘감으며 어설픈 공상을 현실에서 실현시킨다.

공중으로 힘차게 뛰어오른 다시 떨어지는 것은 중력이 지배하는 법칙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무었도 내게 중력을 강요 할 수 없다.

뛰어오른 몸이 중력의 영향을 무시하고 우주를 날듯 끝없이 뻗어나간다.

강제적인 뒤틀림에 분노한 현실이 공상의 영역을 깨부시기 위해 거대한 압력으로 찍어누른다.

-시스템 종료. 냉각작업 시작

시스템의 영향으로 오버히트 된 몸에서 바위도 흐물흐물하게 녹일 폐열이 쏟아진다.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솟구치며 공기중으로 폐열을 방열한다.

"몇번을 봐도 신기하구만. 어떻게 이런게 가능하지?"

날 따라 온 벌래무리가 밀집모자를 쓴 푸근한 인상의 아재로 변해 말하였다. 이건 못참지.

-탕

"난 니새끼가 안 튀고 내 옆에서 쫑알 거리는게 더 신기한데?".

일단 대가리에 총알 한방 쑤셔박아 주자.

"거 총알 아깝지 않는가? 어짜피 여기에 있는 내 아바타는 나노봇의 일종인데 이왕 총알 박을 꺼면 내 본체에 박는게 낫지 않겠어?"

"딱 기다려라. 진짜 간다."

"아니. 넌 못와."

단언하는 벌래의 말에 나는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뭐 이새끼가"

"나는 이 세상에 남은 몇 안될 너를 확실하게 죽일 가능성이 있는 존재. 너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는 이상 너는 내게 오지 못해. 그리고 시스템을 킨 이상 지금 내게 츤츤 거리는 거도 상당히 무리하고 있는게 아닌가?"

-경고 위험한 선택.

시스템이 내 행동을 교정하려 든다.

빌어먹을. 이래서 시스템을 키기 싫었다니까.

"인류문명의 걸작. 인간이 세계수의 영향을 받아 사이오닉 승천할 때 승천하지 못한 이들이 만들어낸 사이오닉 안드로이드. 어떻게 좆간질을 하면 기계승천 정신승천을 한몸에 우겨넣은 건지 정말 인간은 대단해."

"씨발. 난 안드로이드가 아니야.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는 인간이야."

"우리게이 지가 말하고도 쪽팔린지 얼굴이 시뻘게지누?"

"닥쳐. 컴퓨터에 정신을 업로드한 벌래새끼야"

신스라는 말에 나는 일갈했다. 하지만 내 말을 들은 벌래놈은 배꼽이 빠져라 웃고만 있었다.

"아이고 우리게이 유우머에 공중재비 돌고 갑니다!"

"씨발 뭐가 웃긴데 벌래새끼야."

내 말에 그놈은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우리 게이는 500년 동안 꺼꾸로 알구 있었누?"

"뭐 씨발아"

"나는 전자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나온 거지 현실세계에서 전자세계로 들어간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