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캄캄하다. 자다가 일어난듯한 기분이지만 개운한 기분보다는 불쾌하고 몸이 무겁다.


머리가 아프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이 울리는 느낌이 한층 더 불쾌하다.




"…?"




조금씩 시야가 돌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지만


눈을 찌푸리며 초점을 맞추자 어느 정도 앞이 보이긴 시작했다.




"어?"




밤의 어둠이 내려온 세상은 어째서인지 기울어져 있었다. 대강 90도쯤.


마치 옆으로 누워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편하다고 할 순 없지만 이제야 지금 상황을 조금씩 알 수 있었다.


옆으로 쓰러진 버스. 그리고 안전벨트에 의지한 채 좌석에 매달려 있는 자신.




교통사고? 언제? 뭐 때문에?




"으으으..."




이마에서 뜨끈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짚자 기분 나쁜 촉감이 느껴진다.


희미해진 의식이 돌아오자 온몸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아니 그런 건 지금 아무래도 좋다. 안전밸트가 고통스러울 만큼 복부를 압박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풀지 않으면...




"안 풀려..."




아무리 스위치를 눌러도 안전벨트는 도무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망가진 건가? 몸을 비틀어서 안전벨트를 벗어보려고 했지만


여기저기 부서지고 구부러진 버스 안의 환경이 그마저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하물며 부서진 창문 사이로 세어 들어오는 달빛으로는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은? 아마 손에 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든 스마트폰만 찾으면 구조를 요청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손을 더듬거리며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스마트폰을 찾았다.




깨진 유리에 손가락이 닿을 때면 흠칫흠칫 놀라며 부디 멀지 않은 곳에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끙끙 댈 때 즘에 익숙한 모양의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스마트폰이었다.




"아..."




화색을 띄며 전원 스위치를 눌렀지만 스마트 폰은 반응하지 않았다.


세어 들어온 빛에 반사된 액정은 산산이 부서진 상태였고


할부 기간이 한참 남은 그녀의 최신 스마트폰은 돌멩이와 다르게 없었다.




어떻게든 구조를 요청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답답할 만큼 아랫배를 조이고 있는 안전밸트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눈에 큼직한 유리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꿀꺽




그래. 아쉬운 대로 저거라도 써보자.


조심스럽게 집어 든 유리 조각을 안전벨트 끝자락에 문질렀다.


영화나 만화에서도 스파이들이 이렇게 밧줄을 푸는 걸 봤다.


분명히 이렇게 하면...



"아야…!"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손에 쥔 유리 조각을 떨어트렸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움켜쥘 수 있는 모양도, 크기도 아니고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렇게 쉽게 안전벨트는 끊어지지 않았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이러다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초조한 마음에 유리 조각을

다시 한번 손에 주워들었지만 제대로 힘 한번 써보기 전에 또다시 손가락을 베었다.



"하아…. 하아..."



숨쉬기가 점점 곤란해졌다. 자꾸 불안한 마음이 채찍질하지만

좁은 공간에 갇혀있다는 기분에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살려... 살려..."



세 된 숨소리와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허무하기만 했다.

찬 밤공기가 마른 목구멍을 지나 가슴을 옥죄는 느낌이다.



부스럭!



"…!!"


수풀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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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강 재난, 생존을 주제로 쓴 소설 도입부입니다.

원래는 나갤이나 생존갤에 edc의 구성과 휴대를 권장하고자 쓴 토막글인데

두 갤러리의 성격이 이런 글과는 맞지 않는거 같아 어찌어찌 알게 된 포아갤에 올려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