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년대의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소문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60년 전 평야를 매꾼 고층빌딩과 그 속을 매꾼 수많은 사람들에 대하여 믿지 않았다. 그들은 한때 지구 곳곳을 덮었던 전기와 통신, 그리고 그밖에 인류가 빚어낸 경이로운 기술과 문명을 부정했다. 한때 바다와 하늘을 가르고 달을 향해 도약했던 인류는 이젠 처참히 무너져 땅을 헐떡이며 기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풍요로운 대지와 따뜻한 태양, 그리고 자애로운 작물들 덕에 양육하고 번성했다. 인류는 마치 나무와 같았다. 건물을 세우고 도시를 번성하며 마치 숲과 같이 퍼져 나갔다. 뿌리를 내리고 위로 뻗어 나가며 열매를 맺었다. 인류는 선택받은듯 보였다. 어느 초자연적이며 다상한 누군가에게. 그러나 영겁의 시간은 타오르는 별을 식히고 거석을 모래로 만들며 호수를 사막으로 만든다. 어찌보면 당연한 만물의 이치가 인류에게는 이질적인 경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인류는 선택받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별과 거석과 호수처럼. 풍요로운 대지는 황폐해 졌고 따뜻한 태양은 빛을 잃고, 작물은 말라 비틀어 졌다. 지구는 역사 이전의 태고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과학자들은 이를 소빙하기라 불렀다.
소빙하기는 인류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작물이 죽자 가축과 사람들이 굶어 죽어갔다. 길거리와 건물에서 시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풍만했던 살들은 말라붙어 해골처럼 변했고, 매끄럽고 기름지던 그들의 피부는 노인의 것처럼 거칠어 졌으며, 향긋했던 그들의 입술 아래에선 악취가 새어나왔다. 사람들은 점점 시체처럼 변했고, 머지않아 시체가 되어 사라졌다. 그러자, 범인류적인,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사명으로 정의 되는 정신체인 생존의지가 깨어났다. 생존의지는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총명의 눈을 멀게 했으며, 인간의 의식 저편에서 타오르던 야만성에 기름을 부었다. 인류의 의식은 역사 이전의, 야만스럽고 욕망으로 덮힌 태고의 모습으로 회귀했다. 개개인의 자아와 가족, 사회, 그리고 국가는 드디어 미치고 말았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