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떨려서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겪었다.


옥상에서 라면에 물을 붓고 캠핑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동차의 굉음이 멀리서부터 들리기 시작하더니 곧 멋지게 생긴 스포츠카 한대가 보였다.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며 손을 흔드니 나를 발견하고 차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사람이다."

진짜 사람이었다.
한달만에 마주친 사람.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갔다.

"어디로 가시던 길입니까?"

내가 물었다.

"구청에 보호소가 있다고 들었는데..."

"없어요. 거기서 나만 살아남았어요."

끔찍했던 지난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그 날로부터 일주일간 구청에 있는 민간인 보호소에서 살았었다.
아마 이들이 찾는 곳도 그곳이겠지.
남자 둘은 눈빛을 교환했다.

"저도 같이 다닐수 있을까요?"

"예.. 뭐.."

"그 창은 직접 만드신건가요?"

식칼 두자루를 막대기에 조잡하게 붙여놓은 내 창 말인가.

"그럼요."

"잠시 볼 수 있을까요?"

모자를 쓴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어쩐지 주기 싫었다.
창을 꼭 쥐고 등뒤로 숨겼다.

"내놔."

뚱뚱한 남자가 갑자기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모자 쓴 남자도 가세하여 마구잡이로 날 팼다.
정신을 차려보니 손발이 묶여 스포츠카에 실려있었다.

"야 씨발 라면밖에 없네."

"골라도 거지새끼를 골랐어."

내 물건을 다 털어갔다.

"야이 개새끼들아. 이거 풀어!"

모자쓴 남자가 똑 얼굴을 갈겼다.

"시끄러. 좀비 꼬이잖아."

내 뺨을 수십대를 휘갈기다 지쳤는지 운전석으로 가서 시동을 걸었다.

"...어디로 가는데? 식량 털어갔으면 됐지 난 왜 데려가는거야?"

"그야 좀비들 만나면 널 먹이로 주고 도망가려고 그러는거지."

뚱뚱한 남자가 내 창으로 날 툭툭 찌르며 말했다.
개새끼들.
차가 방지턱에 걸리자 덜컹거렸고 내 주머니에 쇠젓가락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멍청한 이 두놈들이 묶을때 주머니도 안뒤지고 그냥 묶었을 줄이야.
주머니에서 젓가락을 꺼내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찢었다.

"야. 근데 보호소가 부셔졌다면 총은 어디서 구하냐?"

뚱뚱한 남자가 말했다.

"파출소에 남는 총 한자루쯤은 있겠지."

"저거 뭐냐?"

뚱뚱한 남자가 앞에 있는 시커먼 연기를 가리켰다.
그건 연기가 아니었다.
수백마리의 좀비 떼였다.

"야 씨발 차돌려!"

"어어..!"

모자쓴 남자가 당황한듯 차가 크게 흔들렸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모자쓴 남자의 어깨에 젓가락을 찔렀다.

"악!!!"

차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더니 전봇대를 박고 멈췄다.
나도 의자에 머리를 부딪혀서 정신을 잃었다.

그르렁거리는 소리에 눈을떴다.

"으아아아악!!!!"

모자쓴 남자의 팔이 좀비에게 뜯기고 있었다.
난 얼른 뚱뚱한 남자의 옆에 있는 내 창을 챙기고 차에서 내렸다.

"아아아악"

스포츠카 주변은 온통 좀비로 가득찼다.
뚱뚱한 남자의 비명소리도 함께 울려퍼졌다.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야한다.
안그러면...

씨발.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모자쓴 좀비기 자동차만큼 빠른속도로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문이 열린 건물에 달려갔다.

내생에 가장 운이 좋은 날이었다.
들어간 건물은 스크린 야구장이었다.
바닥에 늘어져있는 야구배트중 가장 무거워 보이는 놈을 집어들어 모자쓴 좀비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꿈틀거림이 없어질때까지 배트를 휘두르자 뚱뚱한 좀비가 배를 출렁거리며 뛰어왔다.

"이 개새끼!"

아까 맞은 화를 풀며 시원하게 머리를 날려주었다.
머리통을 일곱방쯤 내리쳤을때, 아까 봤던 수백마리의 좀비떼가 생각나 건물의 문을 닫았다.
책상을 가져와 문앞에 쌓아놓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쁜 새끼들."

다시는 사람보고 손을 흔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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