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존재한다.

명심하라. 이중노선은 존재한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 이상의 생각은 하지 말아라. 

그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사가고, 무언가를 팔며, 그 무기질적인 시선으로 우리를 지켜볼 뿐이다. 그들에게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당신도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이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항상 지켜보고 있다. 속을 알 수 없는 불투명의 바이저 속에서 대체 무슨 흉측한 몰골이 존재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말아라. 이중노선의 척탄병들은 당신의 배를 총검으로 꿰뚫는 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당신이란 존재가 필요할 거란 생각은 하지 말아라. 그들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물난리가 난 작은 역들을 도와주는 것은 그들이 선한 자들이여서가 아니다. 그저 그들이 필요에 있어서 행한 것일 뿐.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있어서라면 온 메트로를 화염에 휩싸이게도 할 터이다. 그들은 잔인한 상인이자, 교활한 정치꾼이요, 냉혹한 재앙이다. 그들은 휩쓸 뿐, 무엇이 남을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장벽 너머를 상상하지 말아라. 그들의 주황과 초록이 섞인 역기驛旗를 최대한 멀리해라. 그들은 이 절망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문명인이오, 낙진 속의 왕국이나 다름없다. 지하에 갇혀버린 우리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유리의 탑과 콘크리트의 탑 속에 조용히 머문다. 밤이 되면 화려한 네온이 왕국의 밤을 밝힌다. 전기와 물은 그들을 버리지 않았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이중노선이기 때문이다.

장벽 너머의 세상은 그들에게 있어서 그저 쥐들의 소굴이나 다름없을 뿐이다. 그들은 당신이 자신들에 대해 아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보도 퇴화도 바라는 법이 없다. 그저 영원히, 지금 이대로가 유지되고자 할 뿐이다. 그러니 명심하라. 그들은 존재할 뿐이다. 부디 그들이 존재하도록, 한 걸음 비켜주어라.



만약 그들이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어한다면...






이미 늦어버린 뒤일 것이다.


도망칠 수도 없다.

저항할 수도 없다.


당신은 그ㅈㅡ
(이후의 글씨는 심각하게 번져 알아볼 수 없었다)









ㅡ순환 연맹의 한 병사의 수첩에서 발췌. 주인으로 추정되는 병사는 수첩 하나만을 남기고 실종되었음



ㅡㅡㅡㅡㅡㅡ


개인적으로 이중노선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