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흐린게 또 비가 올것 같았다.
저번에 개집에 설치한 우산은 강풍에 망가져버렸기에,  옥상에 꽂혀있던 파라솔과 어제 그릇가게에서 찾은 개밥그릇을 가지고 밑으로 내려갔다.

망가진 우산을 치우자, 자고있던 녀석이 깨어나 또 아르릉거렸다.
괘씸해서 삼각김밥을 안줘버릴까 고민하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하기 쉬운 음식이란걸 깨닫고 그냥 줬다.
파라솔을 설치하고 집으로 가려는 찰나, 녀석이 밥그릇을 물고 나를 쳐다봤다.
세발자국 걸어가다 뒤를보니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뭐야. 마음 연거야?"

귀엽다고 생각해 손을 뻗는데 움찔하며 또 아르르거렸다.

"에잉. 싫음 말어."

건물 문까지 가서 뒤를 돌아보니 또 따라오고 있었다.
이러면 파라솔을 다시 가져가야 되잖아.

"그래도 내가 싫지는 않나보다?"

파라솔을 가져가며 개한테 물었다.

"아르르르르..."

계속 아르르 거리며 따라온다.
이건 싫다는건지 좋다는건지.

"계속 아르르거리기만 하고. 그래. 니 이름은 아르다."

이름이 맘에 안드는지 또 아르르거렸다.

"잘 지내보자 아르야?"

옥상으로 올라가 집으로 건너가니 아르가 마치 원래 제 자리인마냥 훌쩍 넘어가 나무 밑에 엎드렸다.

"그래. 거기 니 자리 해라."

기분이 좋은지 아르르거리는 톤이 높았다.


몇시간뒤 예상한대로 비가 쏟아졌다.
옥상 계단에 누워 아르를 보고있는데 갑자기 아르가 밖을 보며 짖기 시작했다.
아르가 짖는 곳을 내려다보니 우비를 입은 좀비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까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며칠전 데인부분이 있어 좀더 지켜보고 사람을 반겨야겠다고 생각해 몸을 숨기며 눈만 빼꼼 내밀어 상태를 보았다.

폭우 속에서 희미하게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우비를 입은 사람도 그걸 들었는지 가방을 벗어놓았다. 그리고...
마치 코믹 좀비영화의 한 장면같이 왼손을 치켜들고 히치하이킹 자세를 취했다.
이런 세상에 히치하이킹을 받아준다면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내려갈 준비를 했다.


...
차가 그대로 히치하이커를 치고 멀리 떠나버렸다.

(팁) 비오는날 밤의 히치하이커는 좀비와 구분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