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진 발사체 설계국의 설계기사였다. 집에 오는 날이 많지는 않았지만, 한번 오면 밤새 나를 데리고 뒷마당에 매트를 깔고는 해가 뜰때까지 하늘을 바라봤다. 아버지는 밤하늘을 저기 어딘가에는 57년에 쏘아올린 스푸트니크가 , 62년에 쏘아올린 코스모스도, 82년에 쏘아올린 글로나스가 아직도 우리를 내려다보며 지구 주위를 돌고있을것이라며 자부심에 차서 내게 말씀해 주셨다.
애국심이었는지, 아니면 기술자로서의 자존심에 상처가 난것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아버지는 평생 자본주의 미국놈들이 먼저 달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에 분해하며 한동안 텔레비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항상 화성에는 소련이 먼저 발을 디딜것이라며 말씀하셨다.

'화성은 붉은 표면을 가지고 있지...철사를 집어넣은 우스꽝스러운 깃발을 가져갈 필요도 없을거야. 노란 페인트로 바닥에 낫과 망치를 그려넣으면 될테니 말이다...우리는 언젠가 화성에 갈거란다. 언젠가 화성에 갈거야.'

슬프게도 아버지의 꿈은 하늘로 쏘아올려지지 못했다.
57년에 쏘아올렸을 스푸트니크도, 62년에 쏘아올린 코스모스도, 82년에 쏘아올렸던 글로나스도 지금은 그저 고철 덩어리가 되어 궤도를 떠다니고 있겠지.
우리를 화성으로 보내줄수도 있었을 로켓들은 엉뚱하게도 사람이 아닌 핵탄두를 싣고 화성이 아니라 미국으로 날아가버렸고, 미국의 로켓들도 마찬가지로 우주비행사나 인공위성이 아닌 핵탄두와 함께 러시아로 떨어졌다.

로켓이 날아다녔지만 어느 한쪽이 깃발을 꽂는 일은 없었다.

아버지는 전쟁이 일어나기전 한동안 집에 오지 못할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일터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도 그 양반이 죽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이 어찌되었건 기어코 화성에 갈 인간이다.
미국놈들보다는 기필코 먼저 화성에 가서, 그 노란 페인트로 낫과 망치를 당당히 바닥에 그리겠지.

무너진 바이코누르와 부란이 아버지의 원대한 꿈을 이뤄줄 수단은 아니었을거야. 화성에 가려면 한참 부족할 테니까, 훨씬 크고 강한 엔진을 더 많이 단 물건이 필요하겠지.
아버지는 분명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있을 비밀도시의 설계국에서 벨라모르카날 담배를 피워물고 우주선 설계도를 그리고 있을거다."



그리고 짧은 엽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