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곰돌이 바람개비 마을의 곰돌이 - 동남쪽 폐허 하



여느 마트 안에서 영업하는 점포 내 약국이 다 그렇듯이 곰돌이와 친구들이 있는 약국 부스도 익숙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무너진 건물 내장재 구조물들의 잔해 사이의 틈을 뚫고 오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ㄷ 자 모양으로 손님을 받는 긴 약국 책상이었다.

약국 책상에는 전산용 컴퓨터와 상비약 박스가 엎어져 있었다.

그 다음에는 넘어진 진열장과 가판대들이 있었고, 약국 내부의 중간에는 길다란 녹색 책상이 하나 더 있었다.

이 녹색 책상은 아마도 약사가 작업하던 공간이었나 보다.

약국 부스를 기준으로 좌우에 부스 반대편까지 기다란 진열대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다.

약국 중간에 있는 녹색 책상 위에는 반투명 칸막이가 있었으며 녹색 책상 옆에는 약 분배기가 추가로 있어  거의 약국 내부 작업실이 안 보일 정도로 약국 내부를 가리고 있었다.

녹색 책상 위에는 컴퓨터 본체와 lcd 모니터, 복사기 한 대, 스마트폰 하나, 커피포트 한 대가 있었다. 그 외에 여러가지 잡동사니가 많이 있었다.

각종 필기도구를 비롯해서 비록 말라죽었지만 앙증맞게 작은 선인장 화분도 있었고 알약 절단용의 뭉툭한 가위들을 담은 소쿠리도 있었고, 헤어드리이기도 있었고, 알사탕이 들은 유리병, 커피를 마시기 위한 유리잔도 있었다.

녹색 책상 뒤로 보이는 약국 부스 반대편의 공간에는 왼쪽에 움푹 들어간 화장실 입구가 있었다. 화장실 입구 옆으로 가정용 스탠드 에어컨, 음료수 냉장고, 벽 진열대들이 늘어서 있었으며 골판지 상자들도 잔뜩 쌓여 있었다.



뉴트리아 무리들은 지 덩치가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좁은 틈에 머리를 비집고 낑낑거리더니 기어코 앞발을 내밀고 나서는 앞발로 잔해를 밀면서 약국 부스 안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하였다.

한 마리 한 마리씩 약국 부스로 꾸물꾸물 기어서 들어오더니 잠시 모여있다가 뉴트리아 무리는 두 패로 갈라져서 쳐들어 왔다.


"얘들아 어서 진열대 위로 올라가자. 더플백 메고 있는 포치랑 탱구부터 올라가!!"

"알았슴돠. 포치 올라간다. 곰돌이 대장."

"알았어 너굴!"

"다들 피켈 꺼내고 진열대로 올라가!"


곰돌이 친구들은 책상 다리 사이를 지나 약 분배기와 추가 진열대를 지나서, 방어용으로 놔둔 의자랑 쓰레기통 위에 올라간 후 꺼내서 진열대의 선반을 <골렘 피켈> 로짚으면서 낑낑 기어올라갔다.

<골렘 피켈>은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거다. 쇠꼬챙이나 젓가락을 물음표나 기역자로 구부려서 나무막대기에 박은 벽타기 도구였다. 골렘 피켈은 넙적한 낫이 없는 거 빼고는 농기구인 호미랑 빼박 비슷하게 생겼다.

"요한나, 리리카 바닥에 있는 약병을 열어서 바닥에 알약을 뿌려!!"

"알았어"

"리리카 알약 뿌리기하는 것이예요. 앵화난무!!"


곰돌이와 요한나와 리리카는 약병을 열고 알약을 책상 바닥에 뿌렸다.

뉴트리아들은 골렘들에게 달려들다 바닥의 알약을 헛집고 미끄러져서 바닥에 슬라이딩을 하다가 몇몇은 녹색 책상 앞의 진열대에 머리를 처 박았고 몇몇은 좌우 진열대 벽에 머리를 처 박았다.

뉴트리아들이 벽에 처박아서 정신을 못 차릴때에 곰돌이랑 미티는 제일 가까운 뉴트리아 한 놈을 향해 바닥에 떨어져있던 유리 조각들을 주워 표창을 날려 꽃아 넣었다.

표창이 뉴트리아의 등어리에 팍팍 꽂혔다.



직 찌익 찌익

뉴트리아가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괴성을 잠깐 질렀다.

"어서 올라가자 얘들아"

"그래 곰돌아"


미리 짐을 메고 있는 포치, 탱구, 초롱이가 올라가고 남아있던 곰돌이, 미티, 네소베리들(요한나, 리리카, 픽시)가 피켈로 선반을 찍고 후다닥 올라갔다.

그리고 약 분배기를 타넘고 올라가서 녹색 책상에 다다랐다.


뉴트리아들은 진열대로 올라오지는 못하고 의자와 쓰레기통으로 막은 입구를 타 넘고 빙 돌아서 책상 밑의 서랍장을 디디고 녹색 책상 위로 올라오려고 했다.


"픽시 무서워요. 저 놈들 올라오는데 어떡하죠 곰돌이 오라버니?"

"곰돌이는 저 사탕 유리병 던졌으면 좋겠어."

"그러자"

"초롱이가 갈게"


초롱이가 달려가서 선인장 화분 옆에 있던 사탕 유리병을 책상 바닥에 내리쳐서 깨었다.

사탕들이 쏟아지면서 대굴대굴 굴렀다.

뉴트리아 한 마리가 올라왔다가 사탕을 밟고 굴러떨어졌다.


"픽시는 가방에 담긴 약병들 꺼내서 알약들 쏟아버렷으면 좋겠어요."

픽시가 말을 하자 포치가 성을 냈다.

"픽시 무슨 소리하는교? 더플백에 들은 알약들은 우리 밥줄이란 말요."

"곰돌이도 픽시한테 한 표! 지금은 우리들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곰돌이는 픽시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했다. 임무 완수하고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가방을 비우고 몸을 가볍게 해서 우선은 여기서 도망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버려 버려"

"포치 아아 아까우이, 너무 아깝소."


포치는 더플백을 풀고 알약병들을 꺼내서 알약들을 책상 바닥에 쏟아 부었다.

뉴트리아들이 또 올라왓지만 알약에 또 미끄러져서 헷가닥 뒤집혀서 떨어졌다.


"그래도 이 녀석들 끈질기네 계속 올라와!"

"리리카, 뉴트리아는 징글징글한 근성가이라고 생각한 것이예요"


뉴트리아들은 한 놈이 굴러 떨어지면 두 마리가 올라왔다.

기어코 뉴트리아 두 마리가 책상에 올라왔다.



"포치!! 역산발 기세개!!"

"요한나!! 정정!! 역발산 기개세야!!"


포치가 주워들은 고사성어를 내뱉었고 요한나가 정정했다.

포치는 팔의 봉제선이 터질 정도로 키보드를 꽉 쥐고 휘둘러 뉴트리아 한 마리를 후려쳐서 떨어뜨렸다.

곰돌이와 친구들도 화분이나 헤어 드라이기, 커피포트 등등 손에 잡히는 잡동사니를 마구 던져대면서 뉴트리아들을의 접근을 막았다.

그리고 오른쪽 벽 진열대로 슬금슬금 이동해서 구석에 붙었다.


네소베리들이 공기압축총을 꺼내서 다른 뉴트리아 한 마리를 향해 집중적으로 쇠구슬을 쏘아 벌집으로 만들었다.

뉴트리아는 온몸에 빨간 구멍이 뚫려서 바닥에 떨어졌다.


"아싸 요한나 한 마리 잡았다."

"리리카도 잡은 거예요."


"미티 표창 날린다냥."

미티는 커피잔을 깨서 깨진조각을 뉴트리아에게 날렸다.

곰돌이도 바늘과 못을 계속 날려서 뉴트리아 한 마리이의 머리를 고슴도치로 만들어서 떨어뜨렸다.


"미티가 두 마리 잡았다."

"픽시가 보기에 7마리는 있는 것 같아요. 픽시는 여기서 도망쳐야 할 것 같아요."


"곰돌이는 등 뒤에 있는 진열대로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해! 피켈 꺼내자"

"그래 그래"


곰돌이와 골렘 친구들은 가지고 있던 후추가루 폭탄을 던져서 뉴트리아들의 접근을 잠깐 막았다.

후추가루 연기에 뉴트리아들이 켁켁 거리며 잠시 달려들기를 주저하엿다.

그 틈에 곰돌이 친구들은 진열대를 올라가서 피켈로 벽 진열대를 선반에 찍고 타 넘어가면서 곰돌이 친구들이 맨 처음 들어온 내장재 잔해들이 쌓여있는 약국 부스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요한나는 벽타기를 하니 마치 스파이더맨이 된 기분이야."

"픽시는 도마뱀붙이가 된 것 같아요."

"곰돌이는 암벽등반을 하는 것 같아."


곰돌이 친구들은 각자의 느낌을 말하는 동안 성큼성큼 진열대를 암벽등반(?)을 하면서 약국 중간에 있는 녹색 책상에서부터 약국 부스의 계산대 책상으로 이동했다.

뉴트리아들은 점프를 하기는 했지만 골렘 친구들에게 닿지는 않았다.


"헤 약오르지 쥐색히들아!"


요한나가 뉴트리아들을 살살 약올렸다.

잠시 후에 물에 빠진 나무늘보가 급하게 개천을 건너는 것만큼의 시간이 흘러서 약국 부스 정면의 ㄷ자 모양의 계산대 책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곰돌이 친구들은 계산대 책상에 도착하자마자 발구르기를 딛고 점프해서 구조물 잔해로 올라탔다.

뉴트리아들도 골렘 친구들을 잡으려고 책상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얘들아 빨리 저기 틈 사이로 들어가서 여기 약국에서 나가자."

"그래 그래 곰돌아"


호미같이 생긴 피켈을 내장재 잔해들 표면에 찍어가면서 바바박 기어올라가서 잔해 더미의 중간에 있는 틈으로 곰돌이 친구들은 서둘러 틈 속으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덩치가 큰 포치랑 탱구부터 나가고 그 다음에 네소베리들을 보내고 곰돌이와 미티는 제일 나중에 틈에 들어갔다.

마지막에 미티와 곰돌이가 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뉴트리아 한 마리가 거의 곰돌이 발 근처까지 왔다.

뉴트리아 한 마리가 곰돌이의 판초우의 가랑이를 물었다.

곰돌이는 피켈을 네모난 단열재 벽 같은 잔해 겉에 피켈을 박고 매달려 있었다.


"곰돌아!"

"곰돌이 팔 아파!!"


잔해 벽에 박고 있는 피켈을 쥐고있던 곰돌이의 오른팔 봉제선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곰돌이는 피켈을 쥐고 있던 양손에서 왼쪽 팔을 내려서 m60 권총을 꺼내서 판초우의를 물고 있던 뉴트리아의 머리를 쏘았다.


탕!!

공이를 맞고 격발된 38미리 총알이 총에서 발사되어서 뉴트리아의 윗머리를 궤뚫었다.

뉴트리아가 깨갱 하면서 떨어졌다.


"픽시 도와줄께요."

픽시가 되돌아와서 공기압축총을 두 발 쏘았다.


뉴트리아들이 황급히 물러났다.


"괜찮아요?어서 들어가죠"

"팔만 좀 아파"


곰돌이와 픽시가 틈 속으로 들어가서 나왔다.


뉴트리아 한 마리가 기어올라와서 머리를 틈 속으로 쑤셔넣어 나오려고 하였다.

"이번엔 미티가 쏜다냥!"


미티가 뉴트리아가 틈 속에서 주둥이를 살짝 내밀고 양 팔을 꺼내서 잔해를 밀고 나오려는 순간

m60 권총으로 뉴트리아의 콧잔등과 목 밑에 연속으로 총을 쏘았다.

뉴트리아가 움직임을 멈추고 축 늘어졌다. 죽으면서 틈을 알아서 막아주었다.


"요한나는 뉴트리아가 알아서 틈새를 막아주어서 고맙게 생각해ㅋㅋ."

"픽시는 궁금한 게 그럼 안에 남아있는 몇 마리의 뉴트리아들은 이제 영원히 저 안에서 살아야 하나요?"

"탱구는 입구막은 친구가 뼈다구가 되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너굴."

"농담하지 말고 빨리 나가자. 권총소리가 계속 났으니 아마도 마트 전체의 쥐들이 다 몰려올지도 몰라"

"알겠슴다."

"""네"""


말 끝나기가 무섭게 건물 전체에서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와 비슷한 끼기긱 거리는 소음과 군대 행군하는 소리 비슷한 발구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왓다.

곰돌이 친구들은 긴장해서 헝겁피부의 털이 바짝 곤두 솟아올랐다.

"얘들아. 어서 나가자!!"


곰돌이 친구들은 발발발거리며 빠른 아장아장걸음으로 달음박질하여 맨 처음 여기로 들어왔던 옆구리가 터진 환기통로로 돌아갔다.

"포치 궁금하다. 이 통로 맞능교?"

"맞을 거야. 카레음식점 조리대 위에 있었고, 구멍 밖으로 우리가 메고 온 실이 늘어져 있으니까."

"곰돌이 급하다!! 빨리 들어가자."

"그래 그래"


곰돌이 친구들은 서둘러 환기통로의 옆구리에 단 구멍으로 기어들어가서 환기통로를 타고 지하음식점 층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위기는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것이 아닌 법


위로 올라가고 있는 데 환기통이 덜컹덜컹 거리며 흔들렸다.


"으악 또 뭐야!! 요하나는 코어가 철렁거려!"

"뉴트리아 한 마리가 환기통 옆구리 구멍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어!!"

"저 놈에게 남은 총알을 먹여주자."

"그래 그래"


뉴트리아 한 마리가 환기통로로 들어오려고 대가리를 들이밀고 입을 벌리는 순간


뉴트리아 입 속에 각자 m60 권총의 총알을 한 발씩 먹여 주었다.

뉴트리아는 꽥 하고 몇 초 동안 비명을 지르더니 피를 토하고 축 늘어졌다.


"픽시는 기도합니다. 이렇게 또 알아서 구멍을 막아주는 뉴트리아 성자님이 생겼네요."

"곰돌이는 제발 농담 그만하고 밖에 나갔으면 좋겠어."


곰돌이 친구들은 이제는 진짜로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 서둘로 헤드랜턴과 회중전등을 켜고 앞을 비추면서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마트에 처음 들어갈 때는 새벽이더니 마트 밖에 나올 때는 어스름한 저녁이 되어 있었다.


항상 하늘을 뒤덮은 구름 사이사이로 석양의 주황색 기운과 하늘의 자주색 바탕이 섞여서 파스텔 그림을 이루고 있었다.

간만에 느껴보는 운치였다.

이제서야 일이 다 끝났다는 걸 느꼈다.


"포치, 기분 좋다. 아따 거 하늘이 참 이쁘다 아잉요."

"오늘 임무 다 끝났다냥."

"곰돌이도 이제 좀 안심이야."

"아니지 곰돌아, 미티. 관리자 오빠에게 보고하고 물건 전달해야 다 끝나잖아."



임무를 생각하고 뉴트리아 잡느라 버린 약품을 생각하니 기분이 울적해졌다.

배가 아팠다.

어쨌거나 보고하고 임무 완수했다는 도장은 받아야겠지.


저녁 늦게 되어서야 우리는 가지산 시티로 돌아왔다.


"곰돌이, 동남쪽 남하강 산업단지 폐허에 갔다가 왔어."

"리리카 약 가지고 온 것이예요."

"포치 대장부가 돌아왔슴다."

"요한나는 타천사의 가호를 받고 무사귀환! 노고를 치하하는 거예요."


관리자 형이 곰돌이 친구들의 빈 더플백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


"얘들아 가지고 왔다는 약 어디있니?"

"""여기요.""


곰돌이는 품 속에서 조그만 약병 하나를 꺼냈고

나머지 친구들도 품 속에서 약병 하나씩을 꺼냈다.

그리고 수송담당인 탱구는 조그만 비닐봉지 하나를 꺼냈다.


"이게 다예요, 너굴"

"하?..."


최진우 관리자 형은 머리를 한 번 쓸고 턱을 괴더니 조금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도 모자라고, 옥시코돈 같은 독한 진통제는 커녕 모르핀도 부족해서 용병들 달래느라 힘든데 말이야."

"죄송해요."

"픽시도 면목없어요. 뉴트리아 무리들이 쳐들어와서 약병들을 다 버리고 약을 조금밖에 못 챙겼어요. 죄송해요"

"이러면 임무의뢰가 실패한 거 아니냐? 보수를 줄 수가 없는데?"


"""봐주세용 힝."""

"흠... 오늘은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줄수가 없구나. 얘들아."

"히잉.."



어쨌거나 이번 임무는 최종적으로 꽝이 되었다.

참 잘했어요 도장과 함께 임무 완수에 대한 보수를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약병 몇 개를 주고 간신히 총알값을 메꾸었고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은 살 수 있었다.


곰돌이는 시무룩했다.

곰돌이 인생 서러워 힝

바람개비 마을 방공호로 돌아가면 딸랑이가 가지고 놀면서 울적함을 달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