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직...
퍽
은색의 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남자는 무전기를 한대 때렸다.
"아아. 쉘터 r 응답 바람. 반복한다. 쉘터 r 응답 바람."
"치직... 여기는 쉘터 r. 수신 양호. 좌표 확인바람."
남자는 동료의 배낭에서 커다란 기계를 꺼냈다.
"154.223 ,1428.42 . "
"오차 확인. 155.33에 1440.25다."
"젠장."
"오차범위가 매우 높다. 기상 데이터 확인 바람."
"방사능 수치 위험. 대기중 독성포자농도 23%."
"23%라니, 돌겠군. 그정.. 치직..."
"쉘터 r, 응답하라."
남자는 또 무전기를 때리는 대신 하늘을 바라봤다.
시꺼먼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있었다.
"응답하라 쉘터 r. 포자구름이 전파를 방해한다."
"치직... 아 아. 수신 양호. 비상상황 발생. 돌풍을 포함한 안개가 그쪽으로 가고있다. 예상 도착시간 20분 후."
"젠장. 그럼 통신도 곧 끊기겠군."
"그렇다."
"화염무기 사용을 허가 바란다."
"...허가한다."
남자는 등 뒤에서 기다란 화염방사기를 꺼냈다.
그는 무기를 작동시켜 초록색과 보라색이 섞여있는 바닥을 비스듬하게 지졌다.
바닥은 곧 재로 변한 커다란 원이 생기기 시작했다.
둘은 한참동안 밑으로 나아갔다
"이거 봐 A! 목화야!"
"그건 목화가 아니다 O. 건들지 마라."
그녀는 남자의 충고를 무시하고 초록빛 줄기 위에 있는 부드러워 보이는 덩어리를 건드렸다.
덩어리는 움찔하더니 하늘로 높이 올라가 터졌다.
태양빛에 반사된 미세한 입자들이 아름답게 반짝거렸다.
"...우와..."
"곧 포자폭풍이 들이닥친다. 최대한 깊게 들어... 치직..."
"젠장. 벌써..."
남자는 화력을 더 높여 거의 수직으로 바닥을 지졌다.
둘은 나무줄기가 뒤엉켜있는 벽을 타고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바닥이 재가 되지 않았다.
남자는 화력이 문제인가 싶어 연료를 봤지만, 아직 충분히 남아있었다.
"...내화성 식물인듯 하다. 불에 잘 견딘다."
남자는 벽을 잡고있던 손을 놓아 바닥으로 내려갔다.
남자가 발을 힘껏 구르자 바닥이 그와 함께 밑으로 떨어졌다.
"A!"
남자는 빠른 속도로 밑으로 떨어졌다.
시커먼 포자구름이 그를 지나쳤다.
튀어나온 나무줄기를 수십 번 놓치던 그는 마침내 질긴 줄기 하나를 잡아 매달렸다.
한숨 돌리고 있던 그때, 그의 옆에 줄기를 잡고 내려온 여자가 손을 흔들었다.
"왜 내려왔나 O. 두명 다 낙오되면..."
"그치만 우리가 판 통로가 점점 닫히고 있었는걸. 나무줄기 속에서 짜부되기전 피난 왔을뿐이야."
그가 위를 올려다보자 과연 하늘은 막혀있었다.
그런데도 어둡지 않았다.
여자는 그 점을 말했다.
"천장의 줄기에서 나오는 빛이다. 야광 포자로 뒤덮혀있다."
둘은 어쩔수 없이 다시 올라가기 보단 내려가는 쪽을 선택했다.
여자는 나무줄기를 타고 신나는듯 빠르게 밑으로 내려갔다.
.
"...본부에 보내는 음성녹음. 화염무기와 좌표기가 파손됐다. 위치를 특정하고 구조를 요청한다."
남자는 녹음을 멈추고 아이처럼 노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강물을 몸에 뿌리며 장난을 치고있었다.
남자는 한숨을 쉬며 그녀를 바라보다 그녀가 방독면을 벗은걸 눈치챘다.
"O! 무슨 짓인가! 방독면 당장 다시 써!"
"그치만 답답한걸."
"공기중에 포자를 마시면 폐속에서 자라나 죽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방사능에 피폭되면..."
"그치만 여긴 포자와 방사능이 없는걸?"
"뭐?"
남자는 유리판이 살짝 금간 구식 계수기를 꺼냈다.
"방사능 수치 정상... 공기중 독성 포자 농도 0% 미만..."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던 그는 기계에 표시된 글자를 다시 읽었다.
"...여긴 뭐지?"
"뭐긴, 쉘터 A의 예비 착륙 장소지."
남자는 그녀를 따라 천천히 방독면을 벗었다.
스읍... 하.
폐 속 가득 신선한 공기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공기속에 실려있는 원인 모를 달콤한 냄새도 맡았다.
"...과일 냄새?"
"먹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강을 따라 냄새의 근원지로 걸어갔다.
남자는 곧 달콤한 향기에 약간의 상큼한 냄새도 섞여있다는걸 알아챘다.
걸음을 옮길수록 그 향기는 더욱 강해졌다.
"...시트러스류 과일인가."
"맛있으면 좋을텐데!"
푸직
남자는 여자의 발이 무언갈 으깬걸 눈치챘다.
끈적거리는 주황색 즙이 그녀의 발에 묻어있었다.
치이이이익
"어? 이게 뭐... 으아악!!"
그녀의 두꺼운 장화가 연기를 뿜으며 녹고있었다.
"젠장! 강산성이군."
"꺄아악! 아파!!!! 살려줘 A!"
남자는 발을 저는 여자의 팔을 어깨에 맸다.
주위를 둘러본 남자는 바닥에 퍼져있는 수천개의 초록색 과실에 경악했다.
바닥과 색깔이 비슷해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내 발... 내발..!"
남자는 그녀를 부축해 서둘러 그곳에서 벗어났다.
처음 떨어진 곳으로 도착한 그는 발바닥의 살과 함께 눌어붙은 그녀의 방화를 가위로 잘라서 벗겼다.
화상입은 것처럼 붉게 변하고 군데군데 물집이 잡힌 그녀의 발바닥에서부터 초록빛의 무언가가 점점 올라가고있었다.
"끄아아아아악!!!!!"
"스캔."
<삐빅 스캔 완료. 엽록체 18%...19%...>
남자는 의료기기를 내려놓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에게 주사 한대를 놔줬다.
"...절단해야겠어."
그는 그녀의 다리에 주사한대를 마저 놓고 무릎을 고무줄로 묶었다.
초록빛의 무언가가 벌써 무릎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미안."
남자는 톱을 꺼내 수술을 시행했다.
여자의 비명소리가 사방에 메아리쳤다.
"치직... 여기는 쉘터 r. 우주를 여행하는 쉘터 K에게 전한다.
방사능에 피폭된 식물들, 그리고 버섯과 곰팡이를 포함한 균계가 넘쳐난다.
대기는 독성을 띤 포자들로 가득하고, 지상은 끊임없이 자라나는 식물에게 지배당했다.
마치 모든 균계와 식물계가 동물을 죽이도록 진화한것 같았다.
꽃은 더이상 벌과 나비를 기다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식물은 번식을 포기하고 무한히 분열만 하고있다.
다시 한번 전한다.
동물을 위한 세상은 없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감명깊게 봤다.
독성을 띤
ㄳ
식물 포아라, 참신하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