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곰돌이 바람개비 마을의 곰돌이 - 지네 상



보골보골

여기는 곰돌이와 친구들이 사는 방공호 이름하야 바람개비 마을

곰돌이와 친구들은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부대찌개


곰돌이는 장작으로 고형연료를 넣고 불을 붙여요.

포치는 국물재료로 육포를 찢어 반합에 넣어요.

요한나는 건더기로 버섯을 쫑쫑 썰어서 넣어요.

초롱이는 양념으로 후추를 넣어요.

보기에도 매콤달콤한 부대찌개가 만들어 졌어요.



전에 염포댁 아줌마집에서 얻어 먹었던 버섯 부대찌개를 흉내낸 요리를 완성하였다.

매콤한 게 맛있어 보인다. 보기만해도 힘이 솟아날 것 같다.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에 픽시가 탁상시계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를 켜자 또 뜬금없이 가지산 명중사(구 보덕사) 스님들의 BJ 방송이 나왔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침에 부처님의 불법을 전하는 효봉스님의 불교마당입니다.."

"요한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스님되려면 참 힘들겠다고 생각해."

"리리카도 동감이에요. 불공드려요 방송틀어요 보시받아요 스님들 할 거 많아요."


리리카가 쌈박하게 메트로놈처럼 삼박자가 들어맞는 운율로 요한나의 말을 거들었다.

곰돌이도 리리카의 말에 동감을 하였다.

부처님께 불공드리랴, 라디오 방송하랴, 절을 지키랴, 식량 얻으러 댕기랴 참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픽시는 스님들 오늘 무슨 주제로 방송할까 궁금해요."

"곰돌이도 궁금해."


골렘친구들은 인형귀를 쫑긋세우고 잘 안들리는 라디오에 최대한 집중해서 방송을 들었다.

더 잘 들리게 주파수 다이얼을 돌렸다.



치지직 치지직

[여러분은 안방에 모기나 지네 같은 해충이 들어오면 쫓아내야 할까요?]

[어느 날 이 효봉이 참선을 하던 중에 발바닥에 따금함을 느꼈습니다.. 치지직]


"초롱이는 불만이야. 왜 꼭 중요한 부분에서 먹통이야."

"곰돌이는 탁장시계 라디오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

"포치는 딱히 물만 없슴돠."


라디오는 한참 안 들리다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지네는 왜 그렇게 많은 다리를 가지고 있을까요? 부처님께 기도드릴 손을 많이 가지고 싶어서 일까요?

부처님께서는 수보리에게 설하시기를,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은 어렵다. 사람으로 태어나 불법을 얻는 것은 더욱 어렵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치지직]


곰돌이와 친구들은 라디오 방송이 자꾸 끊겨서 그만 듣기로 했다.



어제 곰돌이와 친구들은 가지산 시티 바깥에 있는 속닥한 마을에서 도시 사무소에 외뢰한 지네무리 퇴치에 관한 의뢰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하필 또 스님들 방송이 지네에 관한 방송이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곰돌이와 친구들은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요한나도 스님 방송처럼 지네 다리가 궁금해. 지네는 왜 그렇게 다리를 많이 가진 거야?"

요한나는 갑자기 곰돌이 친구들 앞에서 뜬금없이 '화두'를 던졌다.


"글쎄, 곰돌이는 동화책 하나 읽은 적 있어. 정석이랑 같이 읽었던 동화책에 따르면 사마귀같이 생긴 곤충이 백 마리나 되는 자기 새끼들을 어부바하려고 다리가 많아진거래."

"미티는 오늘 처음 알았다냥. 지네가 원래 현모양처였나냥?"

"픽시는 교회에서 약간 다른 내용의 동화책을 읽었어요."

"뭔데?"

"픽시가 읽었던 동화책 내용에 따르면요."

"(이어서) 옛날 옛적에 옥황상제가 요술을 부리는 동물한테 "모든 동물에게 그에 걸맞는 다리를 찰흙으로 빚어서 만들어 주어라."라는 명을 내리셨대요.

돼지에게는 두툼한 네 다리를, 개에게는 날씬한 네 개의 다리를, 사람에게는 긴 두 다라를 주었다고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뱀이 요술동물한테 와서 길다란 자기 몸이랑 어울리는 다리를 선물로 달라고 부탁했대요.

요술동물은 뱀에게 몇 쌍의 다리를 내려주었대요. 하지만 뱀은 자신이 기디란 몸과 안 어울린다면서 계속 불평했대요.

요술동물은 다른 동물의 다리까지 뱀에게 선물로 주었대요. 그래도 뱀은 계속 불평했대요.

마침내 화가 끝까지 난 요술동물은 자기가 찰흙으로 만들어 두었던 다리들을 전부 뱀에게 붙이고는 이름을 지네라고 명했대요."

"리리카는 신기한 동화라고 생각해요."

"포치는 뱀이 쫌팽이라고 생각함돠."

"미티는 뱀은 하나같이 욕심많은 동물이라고 생각한다냥."


곰돌이와 친구들은 픽시가 해주는 지네 동화이야기에 각자 감상평을 한 마디씩 하였다.

지네가 본래 뱀이라니 신기한 동화였다. 곰돌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지네라고 하니 정석이랑 노량진에서 자취하던 시절에 바퀴벌레와 함께 가끔 안뇽안뇽하고 나타나서 곰돌이와 정석이가 눈에 동공지진을 하면서 잡으려고 난리를 치던 기억이 새


록새록 났다.

바퀴벌레는 사정없이 슬리퍼로 때려잡았으면서 지네는 유독 젓가락으로 잡고 병에 담아서 밖에 놓아주었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혹시나 나중에 지네처녀로 집에 찾아와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지네한테서 모에를 찾는 정석이도 보통 인간은 아니었다.

곰돌이도 지네가 왜 그렇게 발을 100쌍이나 가졌는지 잘 모르겠다. 가끔 그렇게 발이 많으면 신발을 신기 어렵지 않을까? 발이 꼬이지는 않을까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핵겨울 시대에 지네는 평범한 곤충형 괴짐승 중 하나이다.

다만 핵전쟁 이전에 어른 엄지손가락만 한 굵기에도 기겁을 했는데 핵겨울 이후에 괴짐승이 된 지네의 덩치는 구렁이만 하고 큰 건 나무줄기와 맞먹었다.

지네사냥 난이도는 그냥저냥 낫이나 피켈, 나무방망이로 몇 방 때려박으면 잡히는 괴짐승이었지만 생김새가 고역이었다.

지네사냥갈 때마다 그 덩치에 수많은 다리와 마디를 스프링처럼 구부렸다 폈다가하면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확 달려드는 모습보면 경험많은 용병조차도 어지간한 비위로는 견딜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이렇게 징그러운 지네라도 잡으면 나오는 소재가 제법 쏠쏠했다.

껍데기는 게딱지 방검복의 재료가 되고, 꼬리 끝 독샘은 정제하면 진통제의 재료가 되었다. 지네의 고기도 생긴 건 징그러운데 고기 맛은 새우맛이랑 비슷해서 곤충양갱 재료로


제법 인기가 있었다.


곰돌이와 친구들은 스님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아침으로 부대찌개를 해 먹고 밖에 나갈 채비를 하고 방독면을 쓰고 총을 챙기고 여느 날과 같이 도시 사무소로 나섰다.


"곰돌이와 꼬마 친구들 안녕"

"관리자 아저씨 안녕."

"꼬마 친구들 여전히 별 탈 없어서 다행이야."

"곰돌이랑 친구들 열심히 해. 짐꾼골렘이라도 강해."

"그래 그래."

"내일 모레 가지산 위쪽에 있는 캠프장 마을에 가면 되는 거야?."

"그래. 가지산과 고헌산 사이에 있는 과거 리조트와 캠프장들이랑 오리농장들이 있던 곳. 지금은 가지산 시티에게 보호세를 바치는 속닥한 마을들이 띄엄띄엄 모인 곳이지만 말


이야"

"그렇구나."

"거기 마을 촌장 두세 명이 찾아와서 개척 마을 하나 만들고 싶기도 하거니와 요새 자기들 마을 지하 양계장 근처까지 지네들이 출몰해서 퇴치를 해달라더라.

그러니 소년 용병들이랑 곰돌이 친구들이랑 가서 마을을 속 썩이는 지네들 때려잡고 오려무나."

"""네"""


"우선 용병단 확인부터. 레드혼.. 애색히들 용병단 이름이 뭐 이래 거창해.. 하여튼 단장 오동동"

"예!"

"다음 김민철!"

"예!"

"넌 가지산 특급용병 간부 어르신 김산 사냥꾼 아저씨 아들이니 잘 해라. 물자 분배할 때 골렘 꼬마친구에게도 공평하게 신경 써주고"

"예."

"다음..."



관리자 형의 용병인원 확인과 호명이 끝나고 나서

곰돌이와 친구들은 계약서에 곰발바닥 도장을 찍고 계약을 하였다.

임무는 지네가 자주 출몰한다는 버려진 오리농장 건물에 소년 용병단들이 들어가기 전에 먼저 잠입해서 새끼들 불지르고 지네들을 건물 밖으로 튀어나오게 하는 역할이랑

짐꾼역할, 건물에 나와서 인간 아이들을 도와서 지네무리를 때려잡는 역할이라고 했다.


뭐 이게 우리 골렘들 인생이다. 인간 용병들 일 도와주고, 용병들이 던져주는 닭다리만 한 떡고물을 보상으로 얻어서 먹고 사는 인생.

그게 우리 봉제인형 골렘들이 핵겨울 속에서 먹고 사는 법이었다.


사무소에 나와서 곰돌이와 친구들은 내일 있을 지네무리 퇴치 의뢰를 준비하러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