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곰돌이 바람개비 마을의 곰돌이 - 지네 중



곰돌이와 친구들은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담배를 줍고 다니고 있었다.

포치는 길바닥에 꽁초가 떨어진 것이 없나 살펴보고 있었다.

"포치 지겹소, 길바닥에 담배꽁초는 커녕 담배 부스러기도 안 보인다 아잉교."

"곰돌이도 담배 줍기 힘든 거 이해해. 담배 한 개피가 총알하고도 바꾸는 세상이니 뭐 별 수 있겠어."

"리리카는 차라리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담뱃재 얻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픽시는 용병 숙소에도 들러서 재떨이라도 빌리거나 Y 교차로 시장에 가서 담뱃잎 좀 얻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곰돌이도 그래야할 것 같아."


곰돌이와 친구들은 담뱃재를 얻기 위해 마을의 골초 아저씨들을 찾아다니며 담뱃재를 얻기로 했다.

뜬금없이 담뱃재를 왜 구하고 있냐하면 지네무리 퇴치를 위해서다. 지네는 담뱃재를 싫어하니까.


"아저씨 담배 있나요?"

"담배? 지금 피우고 있는 거 한 가치밖에 없는데? 요즘 꽁초도 다시 재활용하는 마당에 담배가 어딨누?"

"히잉"

"와? 꼬마친구들도 담배를 피나? 아서라 애들은 이런 거 따라하는 거 아니다."

"곰돌이 꼬마들 아니야. 코로나 전염병 이전부터 살았어요."

"뭐? 연배가 나랑 비슷하네? 허 참, 그래도 담배는 절대로 피지 말그라"

"픽시는 담뱃재를 얻고 싶어서 그래요. 지네를 잡아야 하거든요"

"아. 지네 잡으려고 그랬군. 담뱃재는 좀 있지.. 저기 재떨이 털어가그라."

"포치, 감사함돠."

"""와와와"""


골초 아저씨들에게서 재떨이 두 어개 분량을 얻었다. 그 다음엔 용병 숙소로 갔다.

때마침 아나톨리와 동료 용병들, 그리고 류드밀라도 있었다.


"골렘 친구들 오랜만이네.. 안녕."

"곰돌이도 아나톨리에게 안녕."

"안녕하세요"

"여기는 왠일이니 얘들아?"

"요한나는 담뱃재를 얻으러 도시를 돌아다니고 있어."

"리리카는 저기 재떨이 빌리고 싶은 거예요."


"담뱃재?"


아나톨리는 손에 든 담배랑 탁자에 놓여진 재떨이를 번갈아 보다가 아! 하면서

머리에 형광등이 떠오르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네 사냥을 가는 거구나."

"맞아 맞아. 곰돌이랑 친구들이랑 어린이 용병단들 따라서 지네 잡는 의뢰를 받았어."


아나톨리는 이해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지금은 지네 잡는 일거리는 거의 안해서 깜빡 잊고 있었구나."

"게다가 우리들은 한 번 칼 휘두르면 지네 열 마리 나가떨어지잖우. 담뱃재까지 쓸 필요없지."

류드밀라가 말을 덧붙였다.

"하긴 또래 소년 용병들 지네 잡으러 갈 때 손에 담뱃재 한 봉지씩 들고가서 뿌리면서 싸우는 거 자주 봤지."


아나톨리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여기 가지산 시티가 들어선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돈 벌겠다고 이 도시로 오던 초보용병 시절 생각나네."

"그래 당신 그 때는 큰누나들 따라다니면서 겁나면 누나들 허벅지에 매달리던 울보였지.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면서 은근슬쩍 우리 언니 엉덩이 만지던 변태가 누구더라"

"거 골렘들 앞에서 남 흑역사 꺼내지좀마라."


곰돌이는 아나톨리의 흑역사보다는 쌈박질 솜씨에 더 놀랐다.

칼 한 번 휘둘러서 지네들을 열 마리나 잡다니 아나톨리나 류드밀라나 창 뚱보아저씨나 특급용병들은 역시 곰돌이 패밀리 같은 짐꾼이랑 차원이 다르구나 싶었다.

뭐 특급용병들의 세상은 곰돌이 패밀리와는 상관없는 세상이다.


"여기 재떨이.. 그리고.. 담배 몇 개피 줄께."

"""와와와"""

그 날 하루는 담뱃재를 모으느라 시간이 다 갔다.

온 마을을 돌아다닌 끝에 비닐봉지로 두 봉지 정도 모았다.

저녁에 방공호로 돌아온 곰돌이와 친구들은 며칠 뒤에 있을 지네퇴치를 위해 안 돌아가는 골렘 머리 짱돌을 굴려서 의논을 하였다.


"곰돌이는 담뱃재도 모았으니 지네 무리들을 잡기 위한 무기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

"포치도 찬성이요."

"리리카는 무적의 예초기 가위칼이 있어요."

"요하나도 리리카처럼 예초기 가위칼이 좋아. 찌르기 베기 둘 다 되니까."


"곰돌이는 각자 무기를 더 추천해줬으면 해."

"픽시는 지네를 잡으려면 찌르는 무기보다는 잘게잘게 베는 무기가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정글도가 어떨까요"

"미티는 투척무기랑 원거리 무기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냥. 표창이랑, 지네 다리들 묶을 왕바늘 사냥돌이 필요할 것 같다냥"

"탱구는 활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너굴. 기왕이면 석궁보다는 연노가 좋겠다고 생각해 너굴."

"곰돌이도 탱구 생각에 찬성이야. 정석이도 그냥 석궁보다는 합판이랑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연노를 자주 썼었지."


화살대 위에 화살 열 개를 담은 상자를 올려서 한 번 장전하면 여러발의 화살을 연속으로 쏠 수 있는 연노.

괴짐승이 나타나기 전 핵전쟁 초창기부터 정석이랑 같이 약탈자들을 물리치는 데 자주 썼던 무기였다.


"에이미는 너희들을 위해 탱구랑 어제 시장에 가서 미리 지포라이터랑 라이터 기름을 샀어요."

"그래 그래"

"요한나는 방패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번 의뢰는 개미굴이랑 비슷한 것 같지만 상대가 힘도 쎄고 턱주가리도 가위같이 날카롭고 기다란 지네니까."

"무기부터 만들자.. 왕바늘 사냥돌이랑, 표창이랑, 연노랑, 냄비받침대로 만든 나무방패 등등"



곰돌이와 친구들은 짱돌을 굴린 끝에 대충 아래와 같은 목록으로 무기를 준비했다.



원거리 무기 : 압축공기총, 연노

근접무기 : 정글도, 예초기 가위칼

투척무기 : 날붙이, 왕바늘 사냥돌

화염무기 : 미니화염병, 지포라이터(라이터와 대용량 기름 1통), 살충제 스프레이

지네퇴치 : 담뱃재를 넣은 후추가루탄

기타 : 종이컵 전화기, 골렘 피켈, 냄비받침 방패


다음날, 의뢰를 받은 용병단끼리 모이는 날이 되었다.


레드 혼 용병단과 함께 가지산 시티 마을 꼬마 몇 명 그리고 곰돌이 패밀리가 모였다.

레드 혼 용병단장 오동동이 먼저 자기 소개를 하였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레드 혼 소년용병단 단장 오동동이라고 합니다."

"저는 레드 혼의 부단장 김민철입니다."

"우리는 내일 있을 고헌산 마을이 요청한 지네 퇴치 의뢰를 수행하러 갈 예정입니다.

그러니 다들 각자 무장상태부터 확인하고 신원확인을 하겠습니다. 보수는 대충 각 그룹의 공헌도로 따지고 차후에 소재를 얻으면 추가로 자세하게 이야기하지요."

""그러자.""

"오동동 단장 저 짐꾼골렘들은 어쩔꺼야? 저 친구들은 짐꾼이니 원래 최하위 아니야? 정해진 보수규정에 맞추어서 지네 몇 마리정도 주면 되는거지?"


용병단 아이들 몇 명 중에 한 아이가 곰돌이 친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글쎄 최진우 관리자 대빵이 그래도 좀 챙겨주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었냐?"

"민철아 그건 예의상 하는 말 아니었나? 솔직히 저런 축구공만 한 솜뭉치들이 여기서 무슨 도움이 돼? 소년용병 하나가 더 필요하지,"

"얼마 전에 개미집도 털었다잖아. 그게 쉬운 일이야."

"그거 병정개미들 다 밖으로 끌어내서 어른들이 잡는 동안 빈집털이 한 거라매?"

"여왕개미도 잡았다고 빈집털이가 그게 쉽나? 게다가 아나톨리 같은 특급용병도 저 인형들이랑 얼마 전에 같이 일했었잖아"

"그래봤자 봉제인형 짐꾼인데."

"그러면 안 돼. 보기엔 조그만 인형이라 만만해 보이지만 저래뵈도 저 꼬마친구들 보기보다 짬이 장난이 아니야."

"짬이라니."

"사람들이 마냥 꼬마친구들이라고 부르니까 몰라서 그런가 보구나. 쟤네들이 우리보다 최소한 배는 나이가 더 많을껄? 최진우 관리자 형도 나한테 말한 적이 있어."

"뭐라고?"

[니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골렘친구들은 총들도 한국땅을 돌아다녔고, 눈바닥에 텐트치고 살았다. 아마도 나보다 오래 살았을 애들이다.]

"헐"

"쟤들 무장상태를 봐. 이미 자기들이 뭘 잡아야할지 잘 알고 있어. 살아온 짬이란 게 있는 거야"

"으음.. 그건 그런데"



민철이란 아이는 관리자에게 부탁을 받아서인 것인지. 진짜 인형을 좋아해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계속 곰돌이 친구들을 편들어 주었다.

그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대충 아이들끼리 티격태격 끝나고 민철이가 곰돌이와 친구들에게 다가왔다.


"미안하다 얘들아. 최진우 대빵이 그렇게 단단히 주의를 줬는데."

"곰돌이는 괜찮아."

"요한나 같이 지조높은 타천사는 시시한 다툼엔 신경쓰지 않는 법."

"포치는 하도 이골이 나서 별로 신경 안 쓴다 아잉교."

"리리카는 언제나 파이팅하는 거예요. 노래 부르는 거예요"

"너희들 보기보다 맨탈 쎄네."


어찌저찌해서 곰돌이와 친구들은 마을을 안내할 마을 출신 아이를 따라서 소년 용병단과 함게 가지산과 고헌산 사이에 있는 속닥한 마을로 걸어갔다.

마을로 가는 길로 걸어가는 동안 여러가지 풍경이 곰돌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개 가든. 아젤라 리조트 등 핵전쟁이 일어나기 전 가지산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식당이나 숙박업소 건물 들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은 남아있지만 지금은 일부 흔적과 골조만 남고 거의 공사장용 비계로 쓰이던 철판이나 거푸집, 슬레이트가 덕지덕지 붙은 누더기 건물이 되어 있었다.

시커먼 타르처럼 변한 하천은 녹색 에메랄드 같은 기름띠를 두른 채 표면은 살얼음으로 덮힌 상태로 구물구물 흐르고 있었고 얼어붙은 실개천 주위에 늘어선 고목들도 뿌리부분


은 하얗게 타들어 있었고 나뭇가지는 시커멓게 재로 변한 채 하늘로 향해 서 있었다.

시커멓게 탄 고목 주위에 키가 작은 동그랗고 빨간 돌연변이 소나무가 듬성듬성 고목 뿌리들 사이에서 자라고 있었다. 마치 고목 주위를 포위하는 듯 했다.

길 중간에는 아직도 치우지 못한 대포달린 상부가 날라간 일명 뚜껑 따인 폐전차들 몇 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느덧 의뢰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주위는 나무펜스로 둘러쳐저 있었고 펜스 사이에 모래 주머니와 타이어가 쌓여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판잣집과 쇠기둥을 엮어서 만든 감시탑이 있었다. 곰돌이 친구들이 마을에 들어서자 감시탑에서 아줌마 하나가 총들고 튀어 나왔다.

"너희들 누구야?"

"아주머니, 접니다. 혁준이라요. 마을 촌장이 의뢰한 일로 찾아온 가지산 시티의 소년 용병단이라요."

"아. 그렇담 문 열어야지."


곰돌이 친구들은 그 혁준이라는 마을 아이를 따라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 안은

과거에 어느 캠프장으로 쓰였던 합숙소 건물이 하나 있고 주위에 앨리슨 방공호 몇 개랑, 대충 진흙벽돌과 슬레이트로 지은 판잣집 몇 개가 있었다.

마을 안에서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과 어깨에 ak 소총을 맨 중년 아저시가 같이 인사를 하였다. 아마도 중년 아저씨가 이 마을 촌장이겠지하고 곰돌이는 생각했다.


마을 안에는 파카를 입은 몇 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곰돌이와 골렘친구들이 신기했는지 안녕안녕 인사를 하고 나서 곰돌이와 친구들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우와우와. 얘들아 이것봐. 인형들이 말을 하고 걸어다녀!!"

"푹신푹신하다."

"곰이 방독면을 쓰고 있네.

"하마가 목에 염주를 두르고 있어 잼있다."

"근데 인형들이 다 낡은 누더기야 불쌍해."

하긴 걸어다니는 인형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그 인형이 어깨에는 활을 메고 있고, 등에는 가방을 메고 얼굴에는 방독면을 쓰고 돌아다니니 놀거리가 없는 따분한 핵겨울


세상에 이보다 더 신기한 일이있겠는가?


마을 아이들도 그렇고 아까 곰돌이와 친구들을 안내한 혁준이란 아이도 와서 곰돌이와 친구들의 얼굴을 조물락 조물락 거렸다.

곰돌이와 친구들은 간지러워서 힘들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봉제인형 골렘은 본래 아이를이 껴앉고 놀라고 만들어진 인형이니 말이다.

봉제인형 골렘이 사람이 쓰다듬는 손길을 좋아하는 것은 마치 댕댕이가 사람 손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다.

그게 골렘의 본능이자. 인간의 동반자인 골렘의 의무였으니 말이다.




누덕누덕 곰돌이


인형들아 인형들아


골렘들은 신기하네 사람처럼 움직이네

곰돌이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네

곰돌이는 영혼이 있는 골렘이라네


골렘들은 멍멍이처럼 푹신푹신하네

곰돌이는 험겊담요로 만들어서 그렇다네


골렘들은 각설이처럼 누덕누덕하네

곰돌이는 터진 데 기우고 또 기워서 그렇다네


골렘들은 병아리처럼 쓰다듬는 걸 좋아하네

곰돌이는 쓰다듬을 좋아한다네

곰돌이는 외로웠네, 외로웠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