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곰돌이 바람개비 마을의 곰돌이 - 베짱이 상
곰돌이와 친구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오늘 아침을 뭘 먹을지 의논하고 있었다.
일단 방공호 중간의 화덕에 음식 재료는 다 준비되어 있었다.
"얘들아 오늘 아침 뭘로 먹을꺼야? 곰돌이 궁금해"
그렇게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다.
"곰돌이는 담백한 카레맛 튜브를 넣은 수프"
곰돌이부터 시작하였다.
"픽시도 카레맛 수프요"
픽시도 취향이 곰돌이랑 비슷한가 보다
"요한나는 새콤달콤한 보로시 스프맛 튜브 넣은 보로시 버섯 스프!!"
요한나는 진짜 보로시 스프맛 튜브 좋아하네.
"리리카는 곰팡이유과 넣은 달콤한 유과스프 먹고 싶은 것이예요."
리리카는 달달한 거 좋아하는 초딩입맛이 참 여전하였다.
"포치는 얼큰한 버섯 부대찌개가 좋슴돠."
포치는 전에 염포댁 아줌마집에서 먹은 부대찌개가 인상깊었다보다.
"초롱이는 효모분유랑 부들비스킷이랑 무를 많이 넣은 고소한 뭇국".
초롱이는 고소한 거 좋아하나보구나.
"탱구는 고헌산 마을에서 먹었던 그 버섯을 우려낸 버섯차로 끓은 버섯국을 먹고 싶어 너굴."
엥? 그 쓴맛나는 버섯 민들레 우려낸 차? 탱구는 알고 보니 입맛이 괴식매니아였나?
곰돌이 친구들은 각자 근거를 들어 자신의 취향을 외쳤다.
"포치 돌림판 돌리겠슴돠."
"픽시가 이겼어요!!"
오늘의 승자는 픽시였다.
아침에 뭐 먹을 진지하게 토론하고 포치가 돌림판을 돌려서 결정한 끝에 곰돌이 친구들은 버섯 카레맛 스프를 먹기로 했다.
반합에 물을 끓이고 재료를 넣고 버섯 카레맛 스프를 준비하던 중에 요한나는 탁상시계 라디오를 틀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라디오에서는 명중사의 BJ 효봉스님이 방송하시는 불교 라디오 방송이 흘러 나왔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침에 부처님의 불법을 전하는 효봉스님의 불교마당입니다..]
"포치가 존경하는 BJ 효봉스님아잉교 헤헤헤."
"오늘은 무슨 주제로 방송을 할까?"
"얘들아 조용히 좀.. 곰돌이 방송 듣고 싶어."
골렘친구들은 인형귀를 쫑긋세우고 잘 안들리는 라디오에 최대한 집중해서 방송을 들었다.
치지직 치지직
[어느 날. 부처님 앞에 베짱이가 찾아와서 자신도 부처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여쭈었습니다.]
[허나 몇몇 제자는 반대했습이다, "아침에 해만 바라보고 이슬만 먹고 노래만 한다". "그뿐아니라 여름에 그리 놀다가 먹을 게 없으면 개미의 곡식을 훔친다"]
[또 몇몇 제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베짱이는 메뚜기처럼 인간의 논밭을 다 휩쓸고 지나가는 욕심쟁이일 뿐이다.]
[베짱이는 쏟아지는 비난에 슬퍼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치치직 치지직
"또 중요한 부분에서 자꾸 끊기네..]
초롱이가 투덜투덜 불평했다.
[치지직,..,부처의 경지에 이르면 윤회는 멈춥니다. 윤회는 끊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총, 타오르는 불, 회뜨는 칼, 낫 같은 흉기로 남을 해치는 자는 생전에 과보를 받을 수도 있고 다음 생에 과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치지직 치지직
아침을 먹으면서 효봉스님의 방송을 듣다가 계속 치지직 거려서 라디오를 껐다.
"포치는 베짱이하니까 메뚜기 구워먹고 싶다 아잉교"
"미티는 밀웜농장에 가서 밀웜이나 좀 얻어올까냥?"
"리리카도 곤충양갱 먹고 싶은 거예요."
"근데 곰돌이는 왜 천장을 보고 가만히 있는 거야"
"!"
곰돌이는 윤회란 말이 나오던 뒷부분에서 생각에 잠겼다.
"아 미안, 곰돌이는 정석이가 말했던 말이 잠깐 생각이 나서."
"뭔데?"
"픽시도 궁금합니다."
"정석이가 그랬어. 핵전쟁으로 고생하는 것은 전쟁의 업보일까? 그리고 살아남겠다고 남의 목숨을 빼앗아 왔는데 극락갈 수 있을까 하고 말이야."
"픽시도 그게 궁금했어요. 벤딧이나 약탈자들 죽이는 건 악당들 물리치는 거니까 그려려니 했지만. 그렇다고 찾아오는 사람, 마주친 사람 곱게 돌려보내지도 않았지요."
곰돌이도 그 당시에 곰돌이 친구들이 살아남기 위해 행했던 일들이 아직도 기억난다.
핵전쟁이라고 불리던 3차 대전 중간 쯤 되던 시절, 인간들이 한창 싸우고 있던 시절 이야기였다.
정석이가 곰돌이 친구들이랑 같이 도시에서 파밍하러 돌아다니다가 어느 빌라의 어두운 지하구석에 숨어있던 한 일가족과 마주쳤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아버지로 보이는 아저씨가 석궁을 쐈고 석궁은 형의 팔에 꽂혔지만 동시에 형과 곰돌이가 눈뽕 LED 라이터를 켜서 반짝반짝권법을 시전하여 그 아저씨가 눈을 움켜잡고 있
는 사이에 석궁을 쐈던 일이 기억이 났다.
석국의 고무줄이 팅하면서 고무줄의 탄성이 화살을 밀어냈고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은 그대로 그 아저씨의 목을 감싸고 있던 스카프를 뚫고 나갔었다.
아줌마는 갓난아기를 안고 엉엉 울고 있었다.
"제발요! 이거 없으면 우리 아기 굶어 죽어요!"
형은 팔에 박혔던 화살을 뽑아내고 지혈을 한 뒤에 아줌마에게 활을 매정하게 겨누었다.
곰돌이와 친구들은 죽은 남자 옆에 있던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 때 가방 속에 있던 건 우유병 하나, 분유통 하나, 미숫가루 봉지, 통조림 한 개, 고추장통 하나, 성냥
한 갑, 아이 옷가지가 전부였다.
곰돌이는 갑자기 울적해졌다.
"곰돌이는 궁금해 정말 과보니 업보라니 하는 게 진짜로 있을까? 형도 그래서 죽은 것일까"
"픽시는 하나님을 믿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정석이 오라버니도 그랬잖아요.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은 이미 죽은 누군가의 목숨에 빚지고 살아간다고요.
그럼 그 받은 목숨으로 최대한 덜 부끄럽게, 열심히 살면 된다고 말했었잖아요."
"요한나도 다시 산에 꽃피는 봄이 올 때까지 절대로 포기 안 할꺼야. 만약 죽는다면 천국에 갈 때까지 계속 열심히 전생을 반복할까야. 난 위대한 타천사니까!!"
분위기 한창 진지해지는 중간에 탱구가 판을 까뒤집었다.
"근데 탱구는 궁금해 이번에 잡을 괴짐승은 혹시 베짱이 아닐까 생각해 너굴."
"설마 설마"
"포치 먹다가 호스가 막힌다 아잉교!! 와 또 재수 옴 붙는 소리를 하는교?"
요즘 따라 라디오 방송에서 말하는 동물이 꼭 그 날 사무소에서 퇴치하라고 의뢰한 괴짐승으로 띠용하고 나오던데. 어쩐지 곰돌이도 불안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곰돌이와 친구들은 사무소로 나섰다.
"여..꼬마친구들 안녕."
"관리자 형 안녕."
"이번 지네퇴치에도 활약했다더라. 수고했어. 마을 아이도 구해줬다고 감사하다더구나"
"곰돌이 강해, 곰돌이 친구 구했어. 정석이가 골렘은 사람을 지켜야 한다고 그랬어."
"그래 그래"
"리리카는 오늘 무슨 괴짐승 퇴치 의뢰인지 궁금한 것이예요."
"여기 의뢰서를 보려무나."
사무소의 의뢰 사무실에서 최진우 관리자 대빵 형이 곰돌이 친구들에게 의뢰서를 내밀었다.
의뢰서는 곰돌이와 친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요한나는 탱구의 예상이 맞았다는 게 웃겨."
요한나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탱구를 쳐다보았다.
탱구는 그저 너구리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며 웃고 있었다.
퇴치할 동물은 가시베짱이라고 불리는 곤충형 괴짐승 무리였다.
"베짱이면 어른 용병도 좀 필요할 것 같은데 단장?"
민철이가 오동동에게 말했다.
"흠. 가시베짱이가 곤충형 괴짐승 치고는 늑대급으로 좀 귀찮은 놈들이긴 하지."
민철이와 오동동이 손을 턱에 올리고고민을 하였다.
"단장, 부단장 저번에 지네는 멋모르고 의뢰맡다가 고생했으니까 이번엔 어른 몇 명 부르자."
저번 지네 전투에서 학을 뗀 아이들이 어른 용병단을 추가하는 것을 부탁하였다.
민철이가 곰돌이 패밀리를 쳐다보았다.
"곰돌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곰돌이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랐다.
곰돌이 친구들은 짐꾼골렘인데다가 어차피 전투용병들이 계획을 세우면 거기서 하자는대로 해야하는 팔자다.
"곰돌이는 잘 모르겠어, 곰돌이는 위험한 임무면 어른들을 따라가야 한다는 말만 들었어."
"그래?"
"규칙에서는 큰 괴짐승이면 아이들끼리 행동하면 안 된다고 그랬어."
"진짜 골렘답게 융통성 없게 FM이네ㅋㅋㅋ."
"리리카는 융통성 없는 것이예요."
가시베짱이라고 불리는 괴짐승은 이름은 베짱이인데 뭔가 메뚜기 비스무리하게 생긴 곤충형 괴짐승이다.
사실 용병마다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이었다. 어떤 사람은 거대여치라거 하고 어떤 사람은 베짱이라고 하고, 아나톨리나 류드밀라같이 러시아에서 건너온 외국인 용병들은 리오크
라고 불렀다.
왜 이렇게 이름이 뒤죽박죽인가 하면 가시베짱이의 생김새가 요상해서 그랬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베짱이인데. 배는 여치처럼 두꺼웠고 다리는 뭉툭한게 리오크 닮았고 앞다리 끝은 권투장갑같이 생긴 것이 꼭 갯가재를 닮아서 그랬다.
최진우 관리자 형이 입을 열었다.
"어른 마을사람들 몇 명 붙일까나. 하긴 베짱이가 곤충형치고는 좀 억센 전투종족들이지."
다시 나직이 말을 이었다.
"여름에 숲 속에서 기타치며 포크송을 연주하는 낭만적인 음악가는 동화책에서나 나오지."
가시베짱이는 곤충형 치고는 덩치가 커서 늑대와 비슷했으며 다리도 근육이 두껍고 억셌다.
가시베짱이의 특징 중에 제일 짜증나는 특징이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날개였다. 날개가 장식은 아닌지라 용병이 불공격을 하면 바람을 일으켜서 불을 밀어내니 지네나 개미 때처럼 살충제 불쇼가 안 먹혔다. 덤으로 후추가루나 최루탄 공격도 안 통하는 건 덤.
그래서 어떤 용병들은 심지어 늑대나 멧돼지보다 짜증나는 괴짐승이라고까지 말했다.
두 번째는 반달같이 생긴 뭉툭한 앞발이었다. 이 뭉툭한 앞발은 다른 곤충들처럼 할퀴거나 짓누르는게 아니라 앞발의 반달모양의 손(?)과 퉁퉁한 앞다리 근육을 이용해서 마치 갯가재처럼 양손을 오므렸다가 양손을 동시에 앞으로 내지르면서 강펀치를 날리는 공격을 하였다.
곰돌이 친구들이 언젠가 싸우는 모습을 구경했을 때 기억으로는 나무방패로 막는 건 어림도 없었다. 자동차 보닛까지 우그러뜨리는 앞발 공격이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시베짱이 본인들 한테는 일종의 필살기로 취급하는지 강펀치 공격은 그렇게 쉽게 터지는 편은 아니었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기술인 모양인갑다.
생활습관도 곤충형 주제에 이상하게 늑대랑 생활습관이 비슷했다.
열댓 마리 정도가 한 무리가 되어 살면서 여러 마리가 한 번에 사냥감을 몰아가서 사냥하는 야박한 놈들이었고
그런 놈들이 머릿수 봐가면서 버섯농장이나 밀웜농장, 지하양계장, 무 농장, 물탱크, 우물 같은 필수시설들을 습격하거나
가지산 산 속에 있는 취수시설(우물이나 물탱크) 주변에 대기타고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치고 빠지기를 하는 야속한 놈들이었다.
최진우 관리자 형은 조금 고민을 하다가 규정대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는지 어른을 붙이기로 했다.
가지산 시티라고 이름이 시티라고 하지만 무슨 인구가 만 명씩 되는 큰 도시는 아니었다. 그냥 큰 마을 여러 개랑 군부대 한두 개, 스님들, 용병단들이 모인 읍내 수준이었다.
게다가 마을 방어는 마을 방어대로, 산적단은 산적단 대로 항상 도시를 지켜야 할 인원을 따로 빼고 나면 용병인원이 널널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고민한 끝애 사무소에서는 일단 사냥용 엽총을 잘 쓰는 어른 용병 몇몇과 칼질 좀 할 줄 아는 마을 어르신들, 의뢰인들 중에 쌈박질 좀 하는 청년 한 두사람 뽑아서 어른 용병조를 만들어 준 뒤에 소년 용병단과 도우미 마을 아이들, 그리고 곰돌이 친구들과 함께 행동하도록 했다.
곰돌이와 친구들은 계약서에 곰발바닥 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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