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리를 문질렀다.
하얀천이 소리를 내며 부딪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얀 연기만이 시야에 들어온다.
담배처럼, 그 연기는 가장 깊은 곳까지 침범했고
담배보다, 그 연기는 가장 깊은 곳까지 파괴했다.
연기를 들이마실때는 백색의 기체가 들어가는 것이 보였지만
반대로 그 후에는 어떠한 색상도 볼 수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백색의 연기가 공기로 하여금
파괴적인 힘을 지니게 부추겼다고 생각이 든다.
걸어가며, 앉아있는 사람의 눈이 보였다.
충혈된 그 눈에서도 비치는 것은 하얀 연기뿐이었다.
손에 놓여있는 총천연색의 종이는 색이 바랬지만 여전히
제 색을 유지했다. 하지만 제 역할은 수행하지 못했지.
종이를 잡아서 가져갔다. 앉아있는 남자의 손은
원통하다는 듯이, 당신도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듯이 여전히
종이를 강하게 잡고 있었다.
자칫하면 종이가 뜯길 수 있기에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고도 남았다.
'뚜득, 뚜득.'
뒤틀리며 퍼지는 이 소리는 산 자의 소리가 아니다.
역할을 끝마친 죽은 이의 몸에 억지로 역할을 우겨넣는데
생긴 파열음이였다.
이러한 소리를 좋다고 여길 수는 없었지만
그는 나를 바라볼 수도 처다볼 수도 없었다.
그의 붉게 물들어 버린 그릇은 아무것도 담지 못한체
깨진채로 상 안의 모든것을 흘리며 뿌예지고 있기에.
그래도 어떠한 느낌이 계속해서 드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치 누군가 나와의 접촉을 시도하는것 같은, 마치 나 이외의 존재가 옆에 있다는 느낌말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고, 그래서 느껴지는 존재가 그라고 해도
죽은자는 말이없기에 그와 나는 어떠한 접촉도 할 수 없을것이다.
종이는 그의 손에서 빠져나와 지금은 내 손에서 제 속살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글자, 글자를 입을 열며 머릿속에 담았다.
그러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흰 연기가 소리마져 가져간 것인가?
불행이도 이 것 또한 알 수 없었다.
목구멍과 입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내가 말을 하려는 자세를 취하였다고 전하지만 소리없는 말을 과연 말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내가 읽는 글 또한 그러했다.
어쩌면 이 글의 단어 , 나아가서 이 글에 쓰인 문자를 더 이상 하나하나를 음미해가며 그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더 이상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소리.
날개와 공기가 만나며 소리가 생겼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저 그런 소리였지만
방금까지 해도 침묵으로 가득차있던 공간에 끼어든,
이 자리에 걸맞지 않은 존재였던 것이다.
소리의 근원은 떠돌며 날아다니다가 갑작스래 책상으로
내려서 미동없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이 공간과 관련이 없고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성가시고 빨리 쫓아내야할 그 존재는
오히려 날아다니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동색 책상의 양 옆에는 의자가 놓여있었다.
바닥은 하얀색으로 만들었지만 더 이상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누런 때가 낀 타일이 질서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왼쪽 벽은 회색의 시맨트 벽이 어떠한 벽지도, 페인트도 없이
자신의 몸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오른쪽 벽 또한 그러했지만 액자를 고정되어 있었기에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다.
금빛 태두리로 덮여있는 액자는 하나의 종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나는 액자를 똑바로 세워놓고 이를 감상하였다.
유리가 나의 얼굴을 비추어 그 안의 종이와 얼굴이 겹쳐보였고
이는 나의 기분을 한층 좋게 만들어 주었다.
'급성 무의식적 발작 증후군 환자 진압 면허'
물론 그 뒤에도 무어라 써져있지만 종이의 핵심은 이거였다.
내가 종이의 모든 문장을 보지 않는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도
저 긴 병명을 말하지는 않았다.
공식적인 약자는 급성 발작 증후군이었지만 더 간편하고 더 짧게 이 병명을 말할 수도 있었다.
좀비.
물론 공식적인 병명도, 공식적으로 발병자를 부르는 호칭도
아니었지만 이는 은어처럼 서서히 퍼지다가 나중에는
병명뿐 아니라 발병자까지도 통틀어서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여전히, 비공식상에서만.
하지만 그 좀비라는 창작물속의 존재와
이 급성 발작 증후군 환자의 차이가 무엇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 또한 없었다.
갑작스런 폭력성. 뛰어난 전파력. 없다시피한 잠복기.
모든것이 좀비 창작물과 같았고 그에 따른 인류의 대처또한
같았다.
그리고, 그렇다는건 현재 인류의 상태또한 창작물과 같다는 것을 의미했다.
15m의 콘크리트 벽과 철조망 각종 지뢰로 간신히 만든
저지선을 경계로 침입을 막았던 것에는 스스로에게 자화자찬을 해도 좋았으나, 그로 인하여 더 이상 지구를 호령할 수 없다는 현실은 이러한 업적을 상쇄시키고도 남아
큰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원래는 더 쓰려던 건데 귀찮아서 그냥 올림
그러니 이벤트용은 아니고
부족하고 이상한점 많을태니 댓글로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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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묘사 넘 좋다 - dc App
크흡, 감사합니다 콘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