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트루브나야 역에서 지상으로 올라갔다. 역에는 입구뿐만이 아니라 출구도 있었고, 신분증 없이도 들어갈 수 있었다. 단지 누구와 대화해야 하는지, 누구 앞에서 어떤 단어로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했다.


"당신은 바보라서 사람들을 다루는 법을 몰라요." 료카가 아르티옴에게 말했다.


하지만 료카는 사람 다루는 법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흠잡을 데 없는 첫 번째 사도였다.


"같이 갈게요." 그는 다소 무기력하게 말했다. "첫째로, 그놈의 지상에서 그렇게 굉장하고 무서운 건 보지 못했어요. 둘째로, 스토커의 수입은 다른 사람들만큼 좋고, 더 나을수도 있어요. 그리고 셋째로, 어찌 됐건 제 부랄은 이미 부풀어 오르고 있죠. 1뢴트겐이 더해지거나 적어진다고 해서 별 차이는 없을 겁니다. 이제 가요. 우리가 뭘 찾든 그중 3분의 1은 제 거예요."


"넌 풋내기야." 아르티옴을 발라시하로 데려가기로 한 스토커가 반대를 표했다. "넌 내게 수업료와 보호복 값을 빚지고 있어. 그러니 네가 뭘 찾든 절반은 내 거고, 내가 찾은 건 다 내 거야. 알겠나?"


료카는 잠시 생각했다.


"음, 적어도 그건 그렇네요."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좋은 수업을 해 주시죠!"


스토커의 이름은 사벨리였다. 사벨리의 주름살은 보통 사람처럼 지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마를 가로질러 입에서 아래로 내려갔고, 눈 주위와 눈썹이 있어야 할 자리를 교차했다. 사벨리의 코에서 입 언저리에 이르는 주름은 주머니칼로 조각되어 있었고, 이마 바로 아래에는 깊은 칼자국이 실톱으로 새겨져 있어서 코가 마치 저절로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머리카락은 모두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았지만, 탈모였다. 그 때문에 주름진 두개골이 꽤나 선명하게 보였다. 사벨리의 송곳니는 강철로 주조되어 있었다. 전부가 그런 건 아니었다. 몇몇은 단순히 이가 빠져 있었다. 그의 나이는 거진 쉰 살을 넘겼고, 따라서 틀림없이 훌륭한 스토커일 것이었다.


아르티옴은 무릎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져 걷는 게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매 순간마다 찢어진 그의 등이 마치 피부가 터져서 팽팽한 관으로 말려들어가 갈색으로 탄 살갗을 드러내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뻗어 있는 뿌리에 가까이 가지 않으면서 대로를 가로질러 서커스장 옆에 있는 폐허가 된 쇼핑센터를 지나 걸었다. 서커스는 문이 닫혀 있었다. 쇼핑센터는 뭔지 모를 더러운 곰팡이에 삼켜져 있었다. 그들은 그 주위를 걸어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사벨리의 차는 거기 있었다.


"마치 내가 가게 주변을 산책하려고 차를 대 놓은 것 같지." 스토커는 콧소리를 내며 털어놓었다. "기분이 좋아."


아르티옴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아무렇게나 생긴 주름이나, 강철 같은 송곳니나, 사팔뜨기 같은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면 이 남자가 원할 때마다 사샤를 찾아가 그녀에게 눈과 이빨을 사용했다는 것도. 그는 그런 걸 혼자 상상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최악인 점은 사벨리의 키는 아르티옴의 어깨 높이에 불과했다는 것이었다. 그 애가 어떻게 이런 사람과 그런 짓을 했을까?


"너도 사샤랑 자는 관계인가?" 사벨리는 아르티옴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만나서 반갑군. 괜찮은 여자애야. 내 딸뻘이긴 해도. 하지만 나는 딸이 없으니 양심에 거리낄 일은 없지."


"지옥에나 떨어져요." 아르티옴이 응수했다. 그는 아무래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알았어." 스토커는 눈을 찡긋하며 화를 내지 않았다.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나도 그 애한테 반했을 거야. 하지만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나는 다른 사샤를 만났지."


그리고 아르티옴은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벨리의 차는 스테이션 왜건이었다. 덮개 아래의 차는 은빛이었고, 정성스럽게 기름칠이 잘 되어 있는 데다 창문은 거울처럼 빛났고, 라디오 안테나의 수염은 1.5미터 길이였다. 그리고 특히 운전대가 오른쪽 좌석에 있었다. 아르티옴은 검은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사벨리가 준 그의 머리를 덮은 헬멧은 바보 같았지만, 소음기가 달린 총은 괜찮은 물건이었다. 총이 더 중요했다.


지하 주차장의 다른 모든 것은 썩거나 약탈당했다. 이 차에 딱히 재미있는 일은 없겠군, 아직까지 살아있는 유일한 사람인 아르티옴은 생각했다. 친척들을 방문하려고 공동묘지에 가는 것 같았다.


차는 즉시 출발했다.


"내 귀여운 일본 소녀." 스토커는 자랑스러워하며 설명했다. "나는 지상에 올 때마다 이 차에 들리지. 물론, 지금은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지 않지만 그래도 걱정이야."


그들은 지하에서 천천히 기어나와 가든 링(역자 주 - Garden Ring Road, 모스크바에 있는 세 개의 순환 도로 중 한자 동맹이 위치한 1호선 라인을 따라 있는 내부순환도로로 메트로 2033에서는 독일어 중역인 '가르텐링' 으로 번역되었다)으로 차를 몰았다.


"발라시하까지, 맞지?"


"네, 발라시하요."


"정확히 어딘데? 거긴 꽤 큰 곳이라고. 마을 정도는 돼."


"도착하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재미있는 친구네." 사벨리가 말했다.


그들은 가든 링을 따라 오른쪽으로 갔다. 서두를 수가 없었다. 녹슨 쓰레기 사이로 난 길은 그리 넓지 못했고 뒤틀려 있었다. 가끔 그들은 길에 참견을 했지만, 막다른 길이었다. 다시 빠져나와야만 했다. 포장도로 역시 추돌한 차들로 어수선했다. 사람들은 모스크바에서 탈출하려고 도로를 따라 질주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앞섰다. 하지만 도망갈 곳이 어디라도 있었던가?


"그럼 거기 뭐가 있는데?"


그들은 아침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여정을 비추는 낮의 희미한 빛을 볼 수 있을 듯했다. 하늘은 아르티옴이 10루블짜리 동전 같은 태양을 비추지 못하게 하는 구름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밤은 내내 어두웠고, 새벽은 회색이었고, 아침은 완전한 무색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사샤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저녁 내내 술을 진탕 마셨다. 밤이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그는 숙취에서 깨지도 않고 여전히 술을 마셨다. 속이 메스꺼웠다. 아마 자가 양조주였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메스꺼웠다.


도시에는 까마귀도, 개도, 쥐도 없었다. 건물들은 바싹 말라 시든 채 서 있었다. 오직 바람만이 움직였다. 다른 모든 것은 오래전에 굳어 얼어붙었다. 가이거 계수기는 마치 아르티옴을 위해 특별히 카운트다운이라도 하는 것처럼 띡띡거렸다. 료카는 혀를 삼킨 듯이 조용했다. 죽음이 그들을 에워쌌다.


"전초 기지가 있습니다. 붉은 라인이 지상에 점령지를 세우고 있어요."


"붉은 라인이? 점령지를? 뭐하러?"


"지상에 정착하려는 거죠." 아르티옴이 절망적으로 말했다.


"발라시하에 말이야? 발라시하는 그리 먼 곳도 아닌데. 모스크바 순환도로(역자 주 - MKAD, 모스크바에 있는 세 개의 순환 도로 중 제일 바깥에 위치한 모스크바의 외부순환도로) 바로 너머에 있어. 몇 미터인지 봐. 누가 거기서 살 수 있단 말이야?"


"사람들이요."


"어디서 들은 얘기지, 애송이?"


"누군가 제게... 믿을 만한 사람이요. 그는 로코솝스키 불바르 역에서 기지를 지으려고 병력을 파견했다고 했습니다. 죄수들을요. 로코솝스키에 수용소가 있어요. 대로(역자 주 - 츠베트노이 불바르나 로코솝스키 불바르 등 역명에 쓰이는 단어 Boulevard 는 영어로 대로라는 뜻이다)는 바로 발라시하 옆에 있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생각해보면 다 들어맞아요."


"하지만 왜 발라시하지? 거기에 뭐가 있길래?" 사벨리는 집요했다. "벙커 같은 건가? 아니면 군사 기지?"


"무선 통신 센터요. 아마. 확실합니다. 고로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무선 통신 센터라면 누군가와 반드시 소통해야 하겠죠." 아르티옴은 고개를 돌려 사벨리를 보았다. 그가 어떻게 반응할까? "그러니까 저는 다른 도시에 생존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초 기지.


아르티옴이 사샤의 작은 방에 있는 소파 침대에 누워서 요양하는 동안, 그는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상상 속에서 그것은 몇 미터 높이의 벽과 적을 쫓기 위한 기관총 탑이 있는 요새였다. 하지만 내부는 장난감 눈이 든 작은 유리구슬처럼 아늑하고 작은 천국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뭐가 거기 있을까? 물론, 방독면을 쓰지 않고 공기를 들이마시는 사람들이다. 살이 잘 오른 아이들이 놀고 있다... 일종의 가축들이 있다. 아마도 오리일까? 주황색 오리. 그리고 확실히 아주 큰 버섯도 있다. 안뜰은 온통 감미로운 녹색으로 뒤덮여 있다. 바람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른거린다. 그러니까,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사벨리의 얼굴은 피부 대신 연두색 고무로 덮여 있었다. 아르티옴의 말에도 고무는 주름이 잡히거나 늘어나지 않았다. 사벨리는 눈 대신 둥근 유리 렌즈를 가지고 있었고, 렌즈는 툭 불거져 있을 뿐 좁힐 수가 없었다. 그는 이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이 바보같은 짓에 동의한 데에 화를 낼까? 왜 자기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는지 궁금해 할까? 누가 발라시하에 대해 아르티옴에게 말해줬는지, 그때 거기 있던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만 알면 된다. 사벨리는 잠시 침묵했다가 손을 내밀어 버튼을 뒤져 라디오를 켰다. 그는 FM 파장을 바꿔 AM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초단파까지. 버림받은 전파는 벌거벗은 나뭇가지의 바람처럼 희미하게 울부짖었다. 불모가 된 지구는 완전히 텅 빈 진공의 공간에서 방사능 가루를 뿌리며 돌고 있었다. 아직 잡히지 않고 홀로 남은 머릿니처럼 오직 한 자리에만 붙박여 있는 사람과 함께. 꼼짝도 하지 못하고, 움직임 없이 졸면서, 하늘의 유리종(역자 주 - bell jar, 유리로 된 종 모양의 진공 밀폐 실험 기구) 아래 쪼그리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어디로 갈 곳도 없고 죽음도 오지 않을 것이다.


"어딘가에 생존자가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 사벨리가 대답하고 아르티옴을 돌아보았다. "진짜 있을지도 모르지?"


아르티옴은 사벨리가 그 말을 했을 때 그가 정직했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모스크바 출신이 아니야." 스토커가 계속 말했다. "예카테린부르크 근처에서 왔어. 군대를 전역하고 모스크바로 공부하러 왔지. 카메라맨이 되고 싶었거든. 나는 전쟁에 관한 영화를 찍고 싶었어, 바보 같으니. 나는 군에서 보낸 시간과 탱크에 관한 영화를 떠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수도를 정복하는 거야. 나는 나머지 모두를 거기 남겨두고 왔어. 어머니, 아버지. 여동생.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살아계셨었지. 내 어머니는 내가 모스크바에 정착하고 여동생 바르카도 이리 올라올 수 있을 거라고 넌지시 말하셨지. 그리고 아마, 어머니가 말하길, '노후에는 모스크바 외곽으로 이사를 갈 거야, 너랑 더 가까운 곳으로. 아니면 여름마다 손주들을 우리한테 맡겨두고 버섯을 줍거나 베리를 딸 수도 있지 않겠니.' 나는 공부를 끝냈지. 하지만 일은 없었어. 그리고 매년 나는 부모님께 "네, 네, 이제 곧요, 이제 언제든지요." 라고 했었지. 이 모스크바란 도시에 뿌리를 내릴 수가 없었어, 그게 다야. 나는 항상 임대 아파트에서 살았어. 변두리에 있는 원룸 한 칸에서. 난 내 여동생은 내버려두고 여자들을 사진 촬영에 데려오는 걸 부끄러워했지. 그리고 만약 여동생이 거기 있었다면 내가 여자들을 어떻게 할 수 있었겠나? 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지만 결혼할 돈이 없었어. 출근할 때마다 나는 항상 미니버스, 지하철, 택시를 탔지. 차를 살 돈이 충분치 않았거든. 나는 저축하고 또 저축했고, 얼마 안 가 루블 따위는 수포로 돌아갔지. 삶은 형편없었어. 그땐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통신 신호를 들으려고 한 적이 있나요?" 아르티옴이 물었다.


"그럼, 해 봤고말고." 사벨리가 대답했다. "아무것도 없었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난 그 일에 신경을 투자할 수가 없었어. 나한테는 잘 정비되고 연료도 가득 찬 차가 있지, 왜냐하면 이렇게 생각했거든. 왜 그 망할 사격 시합을 포기하지 않는 거지? 왜 어느 날 아침 메트로에서 나와서 차에 타고 빌어먹을 모스크바를 탈출해 갈 수 있는 최대한 동쪽으로 가는 게 어때? 응? 나는 이미 화학자들에게서 기름을 물물교환했고 버섯을 많이도 절여 뒀지. 그나저나 그것들은 부츠 안에 있어. 난 그걸 고무로 포장해서 병들이 기관총에 부딪치지 않게 했지. 모든 게 준비되어 있어. 2년이 넘도록 그런 식이었어."


"왜 떠나지 않았죠?"


"왜냐하면. 왜냐하면 나는 겁쟁이에다 비겁한 인간이니까. 결정하는 건 쉬워. 실행하는 건 훨씬 어렵지."


"알만 하군요."


"하지만 며칠 밤마다 나는 내 시골집이 떠올라. 채소밭, 우물, 덤불 위에 산딸기들, 그리고 아버지가 흙을 파낸 땅에 거름을 뿌리고 와서 자길 도와달라고 외치는데, 나는 계속 아버지를 피해버리지. 그리고 어머니가 염소젖을 마시라고 불러. 그것도 알겠나?"


"알겠는데요." 잠에 취한 료카가 뒷좌석에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일부는요."


"그렇다면." 사벨리가 말했다. "가족이 다들 살아있어도 나는 개의치 않을 거야. 아니면 적어도 누군가라도. 적어도 우리 맞은편에 살면서 자기 닭한테 새총을 쏜 내 귀를 잡아당기곤 했던 그 늙은이라도."


일행은 레닌그라드 기차역, 카잔 기차역, 쿠르스크 기차역을 지나갔다. 그 모두로부터 녹슨 선로가 음산한 적막 속으로 흘러갔다. 아르티옴은 멜니크 밑에서 일할 때 이곳에 있었다. 그는 선로 위를 걸어가 두 개의 레일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지구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했다. 철도, 이상한 물건이었다. 메트로 같았지만, 벽이 없었다.


"하지만 저는 메트로 2에서 우랄 산맥으로 가는 터널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들었어요. 정부 벙커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곳이 모든 정부 지도자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통조림 같은 걸 막 먹어 대면서 방사능 수치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겁니다." 아르티옴이 말했다.


"통조림 대신 서로를 막 먹어대고 있겠지." 사벨리가 응수했다. "넌 그 사람들을 몰라. 텔레비전도 본 적 없잖아."


아르티옴은 그 사람들을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디트마르의 가슴주머니 어딘가에 총알구멍이 가득 난 채 놓여있을 게 틀림없는 밀봉된 봉투가 기억났다. 멜니크와 그의 전화기 속 펠릭소비치는 전쟁을 멈추는 데 실패했다.


"펠릭소비치." 아르티옴이 술이 깨면서 말했다. "알렉세이 펠릭소비치. 베솔로프?"


"잠이나 자라." 사벨리가 충고했다. "네 친구는 이미 곯아떨어졌어. 너도 좀 자 두지그래? 이대로라면 발라시하까지 시간이 좀 걸릴 텐데."


하지만 아르티옴은 잠들 수가 없었다. 긴장감이 그를 어지럽게 했다.


"멈춰요." 그는 사벨리에게 말했다. "어지러워요."


사벨리는 차를 멈췄고, 아르티옴은 한바탕 토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방독면을 벗으니 기분은 더 좋았지만, 방사능은 그의 혀에 쓴맛을 가져다주었다. 좋지 않은데. 주변이 너무도 심하게 황량해서 아르티옴은 누가 사샤의 주인이고 누가 멜니크의 주인인지 더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이 맴돌기 시작했다. 이 바보 같으니라고, 어떻게 터널에서 반쯤 죽어가는 시체한테 속아넘어갈 수가 있어? 어떻게 그 사람의 죽어가는 갈망을 믿을 수가 있었단 말이야? 거긴 아무것도 없어. 발라시하에도, 미티시에도, 코롤료프에도, 오딘초보에도, 그 어디에도 그런 것 따위는 없다고.


"한잔 했구만, 그렇지?" 사벨리가 웅얼거렸다. "아니면 숙취인가?"


"갑시다." 아르티옴은 문을 쾅 하고 닫았다.


가든 링에서 그들은 묵직한 노란 수증기가 천천히 피어오르는 늪지 같은 작은 강의 제방으로 차를 몰아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수천 개의 텅 빈 건물들을 지나, 무너진 두 채의 작은 집들 사이에 짓눌려 있는 칙칙하고 작은 십자가가 달린 작고 이상한 빨간 교회를 지나갔다. 그의 손은 알아서 목까지 올라갔고, 머리나 의식의 도움 없이 고무 보호복 위로 행운의 부적을 더듬어 쓰다듬었다.


그들은 붉은 라인의 노선처럼 매우 넓고 쭉 뻗은 도로로 나왔다. 구부러지거나 급커브가 없는, 한 방향으로 3차선, 다른 방향으로 3차선이었고, 트램 노선도 있었다. 그리고 도로는 오직 한 방향으로, 독성을 띠는 모스크바를 벗어나 동쪽 방향으로만 쭉 뻗어 있었다. 길은 멈춰섰거나 충돌한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스크바의 혈관은 막혀 있었다.


"열광자의 고속도로(역자 주 - 쇼세 옌투지아스토프Shosse Entuziastov / Enthusiast's Highway, 모스크바 순환도로를 지나는 외부고속도로로 이 챕터의 제목이기도 하다)." 아르티옴은 파란 표지판을 읽어보았다.


차들은 금속 용기로, 깡통으로 변해 있었다. 기름은 오래전에 전부 떨어졌지만 아무도 사람들을 깡통에서 꺼내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걸 꺼내서 어디에다 둘 수 있겠는가? 차들은 문이 열리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래서 차의 주인들은 여전히 그 안에 있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동쪽으로 여행하고 있었다. 까맣고 생명이 없는 채로, 오래전에 뼈까지 갉아먹힌 뒤였다. 어떤 이는 운전대에 얼굴을 파묻고 있고, 어떤 이는 뒷좌석에 누워 있고, 어떤 이는 아이를 재우고 있었다. 그들이 배고픔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방사능이나 아마도 독가스로 죽은 것은 잘된 일이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고, 실제로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8차선 도로였던 곳은 이제 열두 줄이 되었다. 4미터마다 한 대의 차가 있었다. 많은 차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긴 했지만, 평균적으로 한 대당 세 명이 탔다고 계산한다면 몇 명이나 될까? 아르티옴은 고속도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했다.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어디서 끝나는 걸까?


계수기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사벨리는 의자 위에 하얀 펠트 같은 것을 깔아 더 아늑하게 만든 자신의 의자 위에서 걱정스레 몸을 움츠렸다. 그들은 도로의 가장자리를 따라 재빨리 움직여야 했고, 겨우 차가 다닐 공간만이 있었다.


"자, 열광자 분들?" 사벨리가 말했다. "발라시하입니다, 그렇죠?"


"겁쟁이에다 비겁해." 아르티옴이 대답했다. 그는 얼어붙은 지프와 세단에 타서 서두르는 승객들을 쳐다보는 짓을 그만두었다. 아르티옴은 그들에게 싫증이 났다. 그는 눈을 감았다. 녹슨 맛이 입 안에서 우울하게 맴돌았다. 사벨리와 그는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모두가 옳았고, 아르티옴은 틀렸다.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사샤가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라고 말했더라? 3주일?


의사도 그렇게 말했었다. 그녀는 그 판결에 의료 도장을 찍었다. 그 도장이 의사가 줄 수 있는 전부였다. 그녀에겐 약이 없었다.


남은 3주간 그가 달리 뭘 할 수 있을까? 그 시간 동안 뭘 해야만 할까?


모두에게 돌아가서 용서를 빌어야 할까?


안나에게, 아르티옴은 그녀와 함께하는 평온한 인간적 삶을 살고 싶지 않아 했고, 그녀에게 아이를 품게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멜니크에게, 아르티옴이 그의 외동딸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었다. 수호이에게, 아르티옴은 그를 절대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섯 살 때도, 스물여섯 살일 때도. 그리고 '안녕히 계세요' 대신 그는 '용돈 좀 주세요' 라고 말하곤 했다.


만약 아르티옴의 다리가 그를 조금 더 멀리 데려가 준다면, 그는 헌터도 찾으러 갈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마지막 술을 마시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저씨도, 저도 일이 잘 안 풀렸네요. 저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지만, 그것 빼고는 그쪽같진 않아요. 그러니 제가 죽은 뒤에도 사람들은 영원히 메트로에 갇혀 벌레를 파먹고, 어둠 속에서 비틀대고, 헛소리를 해 대고, 돼지 똥을 거래하고, 죽기 직전까지 싸워 대겠죠. 저는 그들을 위해 감방을 열어주지 않을 겁니다. 자유를 주지도 않을 거고, 햇빛 아래서 눈이 멀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 다음 수호이가 그의 주머니에 넣어준 총알 묶음을 가지고 츠베트노이 불바르 역으로 가서, 그걸 전부 사샤한테 준 다음 그녀를 부드럽게 껴안고 나서 돈을 낸 대가로 이마와 코를 어루만지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서 그녀의 눈을 가까이서 바라볼 것이다. 아, 그리고 호메로스에게 자신이 죽으면 사샤를 이 지옥에서 꺼내주라고 말할 것이다.


음, 계획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