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초는 조용히 고개를 까딱 하며 눈빛으로 물었다. 하지만 동훈의 답은 변함이 없었다.
동훈이 k1 개머리 판이 달리고 대검이 달린 k2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며 보초에게 조용히 부탁했다.
"열어줘,"
뒤에 무슨 말이 돌아올 법도 했지만 그러진 않았다.보초도 알고있었다. 죽을수도 있는 이에게 조언은 필요없다는 것을, 그런 조언이 정작 죽음 앞에서는 무의미 해진다는 것을
방화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동훈은 조용히 방독면을 쓰기 전 후, 입김을 내뱉었다. 나가는 공기는 폐에서 달궈져 나갔다, 하지만 들어오는 공기는 어느새 차가워져 폐를 식혔다,
동훈은 천천히 걸어나갔다, 분홍색, 그리고 노란색, 여러가지 빛바랜 홍보물이 붙어져 있었다, 네일샵이라, 이제 그런걸 신경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였다.
돔과 유사한 물체가 씌워진 출입구, 그럼에도 20년전 충격파를 그대로 직시해 유리 조각을 마지 못해 뱉어냈던 출입구, 그래서일까, 구조물만 남은 출입구 사이로 겨울의 눈이 들어와 지하로 침입했다.
동훈은 작동을 멈추고 낡아 빠진 에스컬레이터를 밞고 올라갔다. 가이거 계수기가 슬슬 작동해오기 시작했고, 숨이 가빠져 왔다, 방사능이 그의 얼굴과 폐, 온 혈관 속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들을 적시기 시작했다, 동훈은 크게 겨울 냄새가 잔뜩 담긴 들숨을 삼켰다, 폐가 차갑게 식어나가며 죽어갔다, 건조한 보호두건이 꺼슬거리는 동훈의 얼굴 피부를 비볐다.
건조하고 차가웠다, 잠시나마 따뜻했던 두꺼운 후드티를 젹시고 들어오는 차가운 겨울 공기에 소름이 돋아 잠시 몸서리쳤다. 그래, 겨울이였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인가, 계절 따위는 지하에서나 필요한 것이였다, 어디까지나 지하에선 쓸모없는 것에 불과했다.
동훈은 숨을 들이쉬고 뱉었다. 겨울 공기는 어디가고 무취의 깔끔하게 정화된 공기만이 들어왔다, 지상의 공기는 앞으로 이렇게 기억될 것이였다. 겨울 공기의 서늘하고 추우며 말라있거나 여름 공기의 텁텁하고 습한 공기가 아닌 그저, 필터를 거친 무취의 공기..슬펐다, 2세대는 그 감각을 평생동안 느끼지 못할것이였다, 20년 전 9살이였던 자신과는 달리 어떤 멍청하고 위대했을 지도자들이 핵을 쏘아올렸기에,
동훈은 조용히 10번 출구로 나섰다. 지상은 저녁이 찾아왔음에도 때 아닌 고요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변방역은 저녁이 찾아온 지상보다 어두울 것이였다. 동훈은 저 위에 멀쩡하게 있는 2호선 당산역과 레일만을 바라보았다, 대체 저런걸 20년 전 사람들은 어떻게 지었을까, 늘 책이나 건설 현장을 보면 무슨 기계를 사용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작동을 멈추고 무너지거나 녹슬어 갔을 것이였다.
동훈은 그 아래를 지나쳤다, 어두운 그늘이 그를 덮쳤지만, 20년간 메트로를 살아온 동훈은 전혀 어둡지 않았다, 썬팅된 방독면 렌즈임에도, 이겐 정말로 메트로 생활이 가져다준 변화라 생각했다, 제 아무리 지상에 방사능과 돌연변이가 사라져도 낮에는 태양 때문에 지상에 있을수 없을것이였다.
그러다 동훈은 자신이 양평로와 당산로를 가르는 한 사거리 위에 있음을 깨달았다, 예전에 초등학교 1학년때, 집 주소를 외워보자며 달달 외웠던것, 동훈은 그걸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파이마냥 잘게 쪼개진 행정 단위는 핵이라는 존재의 강림에 스려졌는데.
거대한 콘크리트 폐허가 보였다, 한때는 정말 야경이 아름답게 빛났을 것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너진 골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2세대가 보기엔 마천루 같은 존재일것 이였다, 하지만 동훈은 그 정체를 잘 알고있었다, 과거 20년전 과포화 상태였던 서울의 지상에선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높고 높게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지금 그 건물들은 대부분 핵을 직시한 대가로 깨지고, 높다는 이유로 폭격을 받아 무너졌다.
그리고 그런 건물들을 제외하고 붕괴를 피한 낮은 건물들은 본래의 용도, 인류를 위해서가 아닌, 인류와 달리 방사능에 적응한 돌연변이들의 놀이터가 되어갔다. 동훈은 발 밑을 지나가는 스파이더는 아닌 괴상하게 생긴 갑각류를 바라보았다. 그나마 요격체제가 핵폭탄 1기를 요격해주어서 이정도인것이였다,
생각해보면 메트로인들은 행운이 넘치다 못해 차오르는 자들이였다. 핵폭탄이 요격되고, 요격체제를 뚫고 들어온 핵폭탄은 불발.. 물론 그 럭키가이에 동훈과 동훈의 엄마도 포함되있었다. 그럼 뭐하나, 결국 구파발에서 엄마가 떠나 버린 것마냥 다들 죽어나갈 터이였고, 이런건 결국 연명에 불과하던 것을.
동훈은 그늘을 벗어나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하아.."
마치 2세대에겐 마천루라 불리울 그것이 자신의 머리위에 강림해 직시하며 지상에게 경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움직여야 했다.
동훈의 발걸음과 20년전 그대로 멈춰버린 지상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정말이지 소름끼치는 노랫 소리였다, 가이거 계수기의 그치지 않는 울음소리, 납덩이 마냥 무겁게 가슴을 자극하는 폐허를 종횡무진하다 자신의 곁으로 날아온 바람. 그리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돌연변이들의 표효.
그 삼중주가 돌연 갑자기 무언가 튀어나올수도 있어~? 라고 지상이 지상으로 탐사나온 모두를 조롱하는 느낌이였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동훈은 생각을 멈추고 집중하기로 했다, 양평로를 걸었다.
당산역 근처는 호프집과 여러 음식점이 넘쳐나는 곳이였다. 밤의 도시, 낮의 도로, 그랬었다, 물론 20년전에는 그냥 양평로라 불렀었지만.. 과거를 추억하는 이들이 이렇게 부르곤 했다, 물론 동훈도 마찬가지였다. 7살, 이젠 먼지쌓인 플로피 디스크를 꺼내 mp4 영상을 틀듯이 꺼내기 어려운 기억을 되짚어 보면 휴가 나온 형과 함께, 가족 전부가 외식을 했었던 때가 있었다. 형은 18살, 해군 사관생도였고, 동훈은 7살, 평범한 유치원생이였다, 늘상 엄마가 휴가나온 형에게 보냈던 시선은 걱정 어린 시선이였다. 직업 군인이였던 엄마는 군대에 회의감을 느끼고 전역했기에, 그런것이 였을까, 동훈은 아득 하게나마 고뇌해 보았다.
어느새 양평동 사거리였다. 대형 추돌사고, 20년전 그날 그대로 멈춰버린 모습에, 유조차가 불타있었다. 동훈은 저절로 한숨을 뱉으며 조용히 지나갔다, 건질만한건 확실히 없었다.
차가운 고요가 담긴 공기가 사방의 방사능을 있는 힘껏 삼킨 뒤에 동훈을 직시했다, 흰색 눈은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마천루, 콘크리트 폐허의 담요였고, 다시 한번 말하듯이 무거운 바람이 폐허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녹아버린 설탕이 조금 남은 씁쓸한 입을 햝듯이 새까맣게 그을려 잔해 더미와 형체만 겨우 유지하고있는 지상을 훑고 지나갔다.
동훈은 자신의 어깨팍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름끼치고 잘 들리지 않아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한 노랫 소리와 한기에 살짝 떨었다, 그리곤 자신의 위치를 되짚었다.
양평로 사거리를 막 지나친, 목동으로 넘어가는 다리가 보이기 시작한 4차선 위를 걷고있었다. 마치 폐차들이 즐비한게 살아있는 피커들을 잡아 죽여, 따뜻한 살코기와 육편 덩어리, 피를 탐하기 위한 죽음의 덫처럼 보였다.
동훈은 그리 생각하며 문이 열린채로 경첩이 얼어버려, 길을 막고있는 차문의 경첩을 개머리 판으로 내려쳤다. 팍,팍, 피켈이라는 장비로 빙벽을 내려 찍는 소리와 유사한 기분 좋은 소리 울려퍼졌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관리받지 못하고 동훈이 너무 강하게 내려쳤던 탓일까, 경첩이 부셔지면서 탕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떨어져내렸다, 그리고 거기에 한술 더떠서, 문짝이 바닥을 구르며 지상에게 여기 사람있어요!! 라고 일러바쳤다, 젠장. 동훈은 그렇게 속으로 지껄이며 흠칫 떨고는 타버린 중형차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속으로 한탄했다. 지상이 늘 그렇듯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이번엔 실책이 너무나도 컸다. 그리고 한기를 머금은 아스팔트는 동훈의 몸을 타고 한기를 번져냈다.
동훈은 왼손에서 올라오는 시큼하고 올라오며 화끈한 감각에 상처를 바라보았다, 새끼손가락이 바닥의 아스팔트 쪼가리에 긁히며 피를 뿜고 있었다. 피가 흘러내려 천천히 찣어지지 않은 장갑을 젹셨다. 파상풍 괜찮을려나, 동훈은 속으로 그렇게 걱정했다. 그리고 생각을 갈무리 한 뒤에 숨을 죽이며 죽음이 자신을 보지 못하길 빌었다.
멀리서부터 사람의 발걸음이라 하기엔 무겁고 두터운 발걸음 소리 수십개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죽음의 소리였다.
동훈은 조용히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창백한 가죽으로 뒤덮인 럴커 수십마리가 소리를 일으킨 먹을것을 찾아 거리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모습이였다.
동훈은 그 모습에 등과 몸에 소름이 오스스 돋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결국 몸서리를 치고 말았다. 부스럭, 망했네, 결국 이런 실수 때문에 죽는구나, 동훈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죽음을 체감한 뒤 눈을 감았다. 그때, 저 멀리서 울리는 하늘을 태동시키는 총소리에 럴커들이 팍 뒤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동훈은 럴커들이 떠났음을 느끼고 차 아래에서 나왔다, 이마를 타고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금방 식어가며 체온을 뺏어가다 이내 건조한 녹색 보호두건을 적셨다. 호, 동훈은 아까 전에 했던 것처럼 입김을 뱉었다, 하지만 진동판을 거치고 그냥 호, 하는 소리만이 나왔다,
동훈은 잠깐 k2를 내려놓고 폐차에 기대어 몸을 타고 오르는 추위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건조한 장갑이 끼워진 건조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뽀득, 그리고 쓰윽, 건조한 소리가 조용히 죽음의 덫 사이를 숨 죽이며 지나갔다. 안면 유리와 보호두건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애매한 온도였다. 그러다 눈이 자신의 후드 팔꿈치 위를 적셨음을 깨달았다. 동훈은 귀찮다는 듯 손날로 눈 덩이를 톡톡 털어냈다. 손날의 차가운 겨울 한기가 장갑에 옮겨붙어 손을 차갑게 적셨다.
동훈은 차가워진 손을 비빌세도 없이 k2를 들었다, 무거운 소총이 저절로 쳐졌거만 동훈은 소총을 놓지 않았다, 차갑게 식은 몸체, 피커의 생명이자 마지막 요새, 서늘한 총알 발사기의 무게와 감각이였다, 저 앞에선 꺼져버린 도로와 그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녹조낀 물이 있었다, 분명히 안양천에서 밀려들어오는 물이였다. 물이 거세게 흐르며 들어오는 이를 전부 죽음으로 끌고가겠다는 듯이 위협했다.
한참 가장 추울 핵겨울인데, 4차선 쯔음 되는 도로 중앙의 하천은 인간이 깨뜨린 자연의 계절 순환 가운데 한강에서 밀려져 오는 녹조 끼고 방사능 머금은 물을 어는 일 없이 흐르고 있었다. 더이상, 인간이 자연을 과학의 힘으로 통제할수 없었다.
동훈은 보기만 해도 간이 떨어지는 위험한 판자길을 건넜다. 거의 끝에 도달하자 동훈은 뛰어서 판잣길을 벗어났다, 저절로 자신의 입에서 휘파람이 나왔지만, 그마저도 밋밋한 헛바람이 됬다는걸 동훈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유도 역의 출입구와 가까운 모든 상가는 털려있었다.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도로 위는 1,4 차선 위의 덫만이 남아있었고, 2,중앙 3차선은 꺼져서 안양천의 물을 삼키고 있었다.
덫들이 즐비한 갈라진 아스팔트 1차선 도로, 형태가 겨우겨우 유지되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걷는데에는 문제가 없는 모습이였다.
동후은 주위를 살폈다, 골목은 너무 위험했고, 주유소는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지하철 한 량만한 길이의 버스는 주유기에 부딪혀 불탄듯이 새까맣게 그을려 서울을 음산하게 만들고, 길을 막고 있었다.
동훈은 1차선을 밞고 지나갔다, 절그락,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괜찮겠지, 동훈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하지만 이제와서 돌아가기에는 주운것이 너무나도 없었다. 선유도역을 지나쳐버렸지만, 어쩔수 없었다, 필터값은 벌어야 하니깐.
차가운 바람이 그의 두꺼운 후드티와 방독면의 보호두건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상이 마치 자신을 재탐색 하는듯한 소름끼치는 추위였다.
가이거 계수기가 요동쳤다, 많은 량의 방사능이 있다는 거겠지.이 망할 방사능은 언제쯤 사라질까, 세상을 이 꼴 만들어 놓은 다른 이념을 가졌던 대통령들의 모든 시체가 스려질때까지? 신의 분노가 사라질때까지? 언제쯤 가이거 계수기와 방독면, 필터 없이 지상을 누빌수 있을까? 우리의 후후 세대? 모르지, 그걸 대답해줄 학자들은 대부분 20년전 화마에 불탔을테니, 동훈은 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그 생각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아주 작은 담벼락을 막고 있던 작고 녹슨 철문이 끼이익 거린다. 동훈은 그 소름끼치는 소리에 흠칫 떨었다. 그럼에도 계속 걸었다. 주위는 살피지 않고
양평교의 무너진 다리, 딱봐도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내 목표는 건너는게 아니다. 동훈은 생각을 마치고 휙 뒤돈다.
그리고 깨진 유리창이 땅에 흩뿌려진 한 회사 건물의 1층에 작은 편의점, 대부분 깔끔하게 비워져있고 구름에 가린 어두운 달빛이 살짝 들이비추고 있었다.
동훈은 작은 배낭, 안에 넣어져있던 수서연합제 자가발전 라이트를 꺼내 작동시킨다.
가장 먼저, 손님을 반겼을 매대는 지폐도, 동전도, 라이터도, 껌도 남지 않은 모습이였다.그와 마찬가지로 담배가 진열되있었을 매대는 거의다 비워져있었건만, 인기없는 담배 몇종류는 남아 있었다.
동훈은 차가운 손으로 남은 담배 몇갑을 챙기며 이거라도 남아있는게 다행이라는 표정이였다. 근방은 피커들이 대부분 털어갔건만, 우연찮게도 담배 몇갑정도는 발견 못했나 보네, 라 동훈은 생각을 마치고 뒤돌아 먼지쌓인 진열대를 살폈다.
먼지 쌓이고 포장이 빛바래 무슨 빵인지도 모르겠는 작은 빵 봉지, 과자봉지, 라면들을 발견한다. 동훈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라이트를 끄고 조심스럽게 뜯는다.
그 순간, 역한 냄새가 동훈의 방독면 필터를 뚫고 들어온다.
동훈은 표정을 구기고 곰팡이 피고 썩어버린 공장제 단팥빵 이였을 썩은 빵을 던졌다.
푹석하는 작은 소리가 편의점을 울림과 동시에 동훈은 푸념을 늘여놓았다. 그러다 바닥에 죽어있던 스파이더의 껍데기에 남아있던 채액을 밟고 넘어져 투덜거린다.
"젠장.. 기분 더럽네.."
동훈은 이 마저도 익숙하단듯이 털고 일어나 스파이더의 채액을 신경질적으로 발을 휘둘러 털어낸다,
그리고 시체를 구석으로 차버린 뒤, 라이트를 켜서 통조림이 있었을, 지금은 아예 바닥에 밀착하다시피 무너져 내린 진열대로 향한다. 하지만 딱봐도 치우긴 어려울것 받은 모양새에 포기하고 자리를 뜨려는 찰나에 살짝 찌그러졌지만 멀쩡한 스팸, 이라 쓰인 통조림을 발견하고 씨익 웃으며 주워 가방에 집어넣는다.
"피커들 탐색 실력이 말이 아니네."
새까맣게 그을린 가로수, 형체도 모르게 으스러진 보도블럭, 그리고 푸석한 흙, 그을린 철제 구조만 남은 벤치.. 무너진 폐허, 콘크리트 철제 뼈대만 남은 소 빌딩에 포함되있던 음산하기 그지없는 공원이였던 타버린 공터, 동훈은 그 공터에서 시선을 떼고 지나쳤다.
사람 하나정도 지날수 있는 인도, 그 옆에 즐비한 작은 상가들, 전부 멸망이라는 이름의 풍파라도 받은 듯이 내부는 혼돈으로, 외부는 무너짐으로 냄새는 죽음으로 뒤덮여져있었다.그렇게 동훈은 혼돈에서 지나쳤다.
어느 지붕이 폭삭 내려앉아, 노란색 기름모양의 마스코트마저 찌그러진 주유소, 핵폭발 당시 버스가 들이 박은듯 길이가 지하철 한 량 정도 되는 버스가 까맣게 불타있었다. 지상이 한층 더 음산해보였다. 언제는 안그랬냐만은.
그리고, 그 버스가 막고 있는 1차선, 2차선 중앙선, 그리고 3차선은 무너져내려 그 하천 턱에 들어갈락 말락한 버스가 강한 바람에 비틀거리고 있었다.
동훈은 그 모습을 보고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길이 있었는데.. 무너졌나.."
1차선이 살짝 무너져서 건널 방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동훈은 버스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주유소 지붕이 무너져 지나갈수 없었고, 버스를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동훈은, 필터를 거쳐 밋밋한 바람이 되어버릴 한숨을 뱉고는 창문 턱을 잡고 천천히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소름끼치는 철이 휘는듯한 소리,에 동훈은 흠칫 떨었다. 불안 때문이였다.
차체의 바닥에는 백골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소지품은... 역시나 없었다. 동훈은 미신을 믿진 않았지만 죽은 사람을 건드려선 좋을것 없다는걸 알았기에, 조심히 피해갔다.
동훈은 열려있는 마을 버스의 앞쪽 문, 아니, 그냥 차체의 오른쪽 중 절반이 뜯겨나갔다. 라 말하는게 맞을거다. 동훈은 뜯겨나간 차체 절반으로 조심히 나갔다. 안에 피커의 시체가 있었지만 그들의 시체를 뒤적일 깡을 동훈은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그리고 동훈은 조심히 버스를 빠져나와 과거 너무 오래전에 봐서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차마 나지 않은 잔해를 조심히 뒤적였다. 하지만, 이렇게 무방비한 잔해더미를 뒤져보지 않은 피커는 없었을거기에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동훈은 그러다가 잔해 더미 가장 위에, 다리와 팔 뼈가 사라져 쓸쓸하게 겨울 바람에 몸을 뉘여서 조용히 숨과 삶을 거둔 늙은 피커를 발견한다.
동훈은 그 시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너무나도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잡았다. 그 시체의 짐을 뒤지진 않았다. 어찌 망자의 봇짐을 건드리겠는가, 이것이 그가 사후에서 가져갈수 있는 유일한 물건일 텐데.
동훈은 지옥, 천국, 사후세계를 믿지 않았지만 가끔가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곤 생각을 마친 뒤, 잠시 묵념했다.
"편히 잠드시길."
천천히 시체에서 손을 떼고, 잔해 더미 위에서 내려왔다. 기가 확 빠졌다, 가야할 길이 있었다. 아직은 안전하지 않았다. 동훈은 그리 생각했다, 몸도 마찬가지였고, 동훈은 생각보단 말을, 말보단 행동으로 실천했다.
차가운 상가들의 행렬이 잠깐동안 이어졌다, 내부는 여의도역의 피커들이 전부 가져갔기에, 정말.. 너트 한조각, 볼트 한 조각조차 남지 않아있었다.
동훈은 그 차갑고 횡한 마천루, 아니, 구 문명의 잔해를 지나쳤다. 그리고, 선유도 역의 출입구에 도달했다. 하지만 동훈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애초에 공장역이라 열어줄지도 미지수였으며 꽤나 큰 단위로 움직이는 피커들만 열어주지 소수로 다니는 피커들은 열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동훈은 그게 정말로 마음 안들었다. 이런 썩어빠진 불합리가.
동훈은 애써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사거리를 지나쳐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아까전에 당산역에서 출발할때 밞았던 판자가 사라져 있었다.
동훈은 하천을 살폈다, 보기만 해도 역하고 토 나올것 같았지만 어쩔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살펴봤다, 녹조로 인해 깊이를 가늠할수 없다, 그리고, 필터를 뚫고 들어오는 역한 냄새.
하지만 동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은 해결책을 얻었다. 아랜 선유도 역일것이다, 근데 깊이를 어림짐작하면 2m.. 괜찮을거다. 그리고 결심이라도 한듯이 방독면의 필터를 가방 안의 작은 비닐 봉지에 욱여넣고 비탈길을 내려가 뛰어들었다.
첨벙 소리와 함께 누리끼리하고 녹조 낀물이 튀었다.
동훈은 멀쩡했다, 총은 물에 닿지 않게 높게 올렸고 방사능을 대비해 숨을 참았으며 완벽하게 대비했다, 그러나 어찌하던간 동훈은 사람이였다. 어설프게 수리된 군화 사이사이로 차가운 물이 들어차자 추위에 신음과 함께 욕지거리와 한탄을 뱉으며 반대편에 도달해 아스팔트를 잡고 올라갔다.
"젠장! 아까 나무 판자길이나 찾아볼걸 그랬나..."
차가운 지상의 바람이 차가운 물과 합공해 동훈을 얼려 죽일듯한 기세로 덤벼댔다.
동훈은 그 이를 악물어도 버티기 어려울 추위에 달달 떨리며 비명을 지르는 몸을 이끌고 피난처를 찾았다, 작은 간판이 떨어지고 셔터 내려진 정체모를 한 상점이였다,
동훈은 셔터를 올리려 했..
"끄으으윽!!!!!"
지만 어딘가 굳게 닫힌 듯이 열리지 않자 동훈은 습관이 되어버린 때버릴수 없는 욕을 뱉었다.
"젠장, 뭐가 문젠거야."
그렇게 얼어가는 몸으로 조심히 셔터 주위를 살피다가 그제서야 자물쇠를 발견하고 멍청하게 멍때리다가 그의 전문적인 척하는 소음기가 달린 경찰용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겼다.
어딘가 나사 빠진듯한 팍팍, 소리를 내며 총을 발사한 리볼버는 자물쇠를 부쉈고, 동훈은 재빠르게 홀스터에 권총을 집어넣은 뒤, 셔터를 올리고 들어간뒤, 셔터를 내린 다음, 깊숙히 들어간다.
연간 소름끼치는 소리를 뱉던 가이거 계수기의 소리가 조금씩 잦아든다. 하지만 동훈은 방심하지 않겠다는듯이 필터를 방독면에 끼우고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 시작한다.
어째서일까, 마치 일부로 만들기라도 한듯이 안전한 곳이였다, 입구는 하나지만 깊숙한 곳에, 창문도 없다.. 동훈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따뜻한 장소는 현실이 분명했다.
동훈은 그제서야 침묵하는 가이거 계수기를 믿고 군화를 벗어 뒤집은 뒤, 방독면을 벗었다. 잠시는 괜찮을것이다, 동훈은 그리 생각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
동훈이 k1 개머리 판이 달리고 대검이 달린 k2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며 보초에게 조용히 부탁했다.
"열어줘,"
뒤에 무슨 말이 돌아올 법도 했지만 그러진 않았다.보초도 알고있었다. 죽을수도 있는 이에게 조언은 필요없다는 것을, 그런 조언이 정작 죽음 앞에서는 무의미 해진다는 것을
방화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동훈은 조용히 방독면을 쓰기 전 후, 입김을 내뱉었다. 나가는 공기는 폐에서 달궈져 나갔다, 하지만 들어오는 공기는 어느새 차가워져 폐를 식혔다,
동훈은 천천히 걸어나갔다, 분홍색, 그리고 노란색, 여러가지 빛바랜 홍보물이 붙어져 있었다, 네일샵이라, 이제 그런걸 신경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였다.
돔과 유사한 물체가 씌워진 출입구, 그럼에도 20년전 충격파를 그대로 직시해 유리 조각을 마지 못해 뱉어냈던 출입구, 그래서일까, 구조물만 남은 출입구 사이로 겨울의 눈이 들어와 지하로 침입했다.
동훈은 작동을 멈추고 낡아 빠진 에스컬레이터를 밞고 올라갔다. 가이거 계수기가 슬슬 작동해오기 시작했고, 숨이 가빠져 왔다, 방사능이 그의 얼굴과 폐, 온 혈관 속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들을 적시기 시작했다, 동훈은 크게 겨울 냄새가 잔뜩 담긴 들숨을 삼켰다, 폐가 차갑게 식어나가며 죽어갔다, 건조한 보호두건이 꺼슬거리는 동훈의 얼굴 피부를 비볐다.
건조하고 차가웠다, 잠시나마 따뜻했던 두꺼운 후드티를 젹시고 들어오는 차가운 겨울 공기에 소름이 돋아 잠시 몸서리쳤다. 그래, 겨울이였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인가, 계절 따위는 지하에서나 필요한 것이였다, 어디까지나 지하에선 쓸모없는 것에 불과했다.
동훈은 숨을 들이쉬고 뱉었다. 겨울 공기는 어디가고 무취의 깔끔하게 정화된 공기만이 들어왔다, 지상의 공기는 앞으로 이렇게 기억될 것이였다. 겨울 공기의 서늘하고 추우며 말라있거나 여름 공기의 텁텁하고 습한 공기가 아닌 그저, 필터를 거친 무취의 공기..슬펐다, 2세대는 그 감각을 평생동안 느끼지 못할것이였다, 20년 전 9살이였던 자신과는 달리 어떤 멍청하고 위대했을 지도자들이 핵을 쏘아올렸기에,
동훈은 조용히 10번 출구로 나섰다. 지상은 저녁이 찾아왔음에도 때 아닌 고요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변방역은 저녁이 찾아온 지상보다 어두울 것이였다. 동훈은 저 위에 멀쩡하게 있는 2호선 당산역과 레일만을 바라보았다, 대체 저런걸 20년 전 사람들은 어떻게 지었을까, 늘 책이나 건설 현장을 보면 무슨 기계를 사용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작동을 멈추고 무너지거나 녹슬어 갔을 것이였다.
동훈은 그 아래를 지나쳤다, 어두운 그늘이 그를 덮쳤지만, 20년간 메트로를 살아온 동훈은 전혀 어둡지 않았다, 썬팅된 방독면 렌즈임에도, 이겐 정말로 메트로 생활이 가져다준 변화라 생각했다, 제 아무리 지상에 방사능과 돌연변이가 사라져도 낮에는 태양 때문에 지상에 있을수 없을것이였다.
그러다 동훈은 자신이 양평로와 당산로를 가르는 한 사거리 위에 있음을 깨달았다, 예전에 초등학교 1학년때, 집 주소를 외워보자며 달달 외웠던것, 동훈은 그걸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파이마냥 잘게 쪼개진 행정 단위는 핵이라는 존재의 강림에 스려졌는데.
거대한 콘크리트 폐허가 보였다, 한때는 정말 야경이 아름답게 빛났을 것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너진 골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2세대가 보기엔 마천루 같은 존재일것 이였다, 하지만 동훈은 그 정체를 잘 알고있었다, 과거 20년전 과포화 상태였던 서울의 지상에선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높고 높게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지금 그 건물들은 대부분 핵을 직시한 대가로 깨지고, 높다는 이유로 폭격을 받아 무너졌다.
그리고 그런 건물들을 제외하고 붕괴를 피한 낮은 건물들은 본래의 용도, 인류를 위해서가 아닌, 인류와 달리 방사능에 적응한 돌연변이들의 놀이터가 되어갔다. 동훈은 발 밑을 지나가는 스파이더는 아닌 괴상하게 생긴 갑각류를 바라보았다. 그나마 요격체제가 핵폭탄 1기를 요격해주어서 이정도인것이였다,
생각해보면 메트로인들은 행운이 넘치다 못해 차오르는 자들이였다. 핵폭탄이 요격되고, 요격체제를 뚫고 들어온 핵폭탄은 불발.. 물론 그 럭키가이에 동훈과 동훈의 엄마도 포함되있었다. 그럼 뭐하나, 결국 구파발에서 엄마가 떠나 버린 것마냥 다들 죽어나갈 터이였고, 이런건 결국 연명에 불과하던 것을.
동훈은 그늘을 벗어나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하아.."
마치 2세대에겐 마천루라 불리울 그것이 자신의 머리위에 강림해 직시하며 지상에게 경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움직여야 했다.
동훈의 발걸음과 20년전 그대로 멈춰버린 지상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정말이지 소름끼치는 노랫 소리였다, 가이거 계수기의 그치지 않는 울음소리, 납덩이 마냥 무겁게 가슴을 자극하는 폐허를 종횡무진하다 자신의 곁으로 날아온 바람. 그리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돌연변이들의 표효.
그 삼중주가 돌연 갑자기 무언가 튀어나올수도 있어~? 라고 지상이 지상으로 탐사나온 모두를 조롱하는 느낌이였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동훈은 생각을 멈추고 집중하기로 했다, 양평로를 걸었다.
당산역 근처는 호프집과 여러 음식점이 넘쳐나는 곳이였다. 밤의 도시, 낮의 도로, 그랬었다, 물론 20년전에는 그냥 양평로라 불렀었지만.. 과거를 추억하는 이들이 이렇게 부르곤 했다, 물론 동훈도 마찬가지였다. 7살, 이젠 먼지쌓인 플로피 디스크를 꺼내 mp4 영상을 틀듯이 꺼내기 어려운 기억을 되짚어 보면 휴가 나온 형과 함께, 가족 전부가 외식을 했었던 때가 있었다. 형은 18살, 해군 사관생도였고, 동훈은 7살, 평범한 유치원생이였다, 늘상 엄마가 휴가나온 형에게 보냈던 시선은 걱정 어린 시선이였다. 직업 군인이였던 엄마는 군대에 회의감을 느끼고 전역했기에, 그런것이 였을까, 동훈은 아득 하게나마 고뇌해 보았다.
어느새 양평동 사거리였다. 대형 추돌사고, 20년전 그날 그대로 멈춰버린 모습에, 유조차가 불타있었다. 동훈은 저절로 한숨을 뱉으며 조용히 지나갔다, 건질만한건 확실히 없었다.
차가운 고요가 담긴 공기가 사방의 방사능을 있는 힘껏 삼킨 뒤에 동훈을 직시했다, 흰색 눈은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마천루, 콘크리트 폐허의 담요였고, 다시 한번 말하듯이 무거운 바람이 폐허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녹아버린 설탕이 조금 남은 씁쓸한 입을 햝듯이 새까맣게 그을려 잔해 더미와 형체만 겨우 유지하고있는 지상을 훑고 지나갔다.
동훈은 자신의 어깨팍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름끼치고 잘 들리지 않아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한 노랫 소리와 한기에 살짝 떨었다, 그리곤 자신의 위치를 되짚었다.
양평로 사거리를 막 지나친, 목동으로 넘어가는 다리가 보이기 시작한 4차선 위를 걷고있었다. 마치 폐차들이 즐비한게 살아있는 피커들을 잡아 죽여, 따뜻한 살코기와 육편 덩어리, 피를 탐하기 위한 죽음의 덫처럼 보였다.
동훈은 그리 생각하며 문이 열린채로 경첩이 얼어버려, 길을 막고있는 차문의 경첩을 개머리 판으로 내려쳤다. 팍,팍, 피켈이라는 장비로 빙벽을 내려 찍는 소리와 유사한 기분 좋은 소리 울려퍼졌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관리받지 못하고 동훈이 너무 강하게 내려쳤던 탓일까, 경첩이 부셔지면서 탕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떨어져내렸다, 그리고 거기에 한술 더떠서, 문짝이 바닥을 구르며 지상에게 여기 사람있어요!! 라고 일러바쳤다, 젠장. 동훈은 그렇게 속으로 지껄이며 흠칫 떨고는 타버린 중형차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속으로 한탄했다. 지상이 늘 그렇듯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이번엔 실책이 너무나도 컸다. 그리고 한기를 머금은 아스팔트는 동훈의 몸을 타고 한기를 번져냈다.
동훈은 왼손에서 올라오는 시큼하고 올라오며 화끈한 감각에 상처를 바라보았다, 새끼손가락이 바닥의 아스팔트 쪼가리에 긁히며 피를 뿜고 있었다. 피가 흘러내려 천천히 찣어지지 않은 장갑을 젹셨다. 파상풍 괜찮을려나, 동훈은 속으로 그렇게 걱정했다. 그리고 생각을 갈무리 한 뒤에 숨을 죽이며 죽음이 자신을 보지 못하길 빌었다.
멀리서부터 사람의 발걸음이라 하기엔 무겁고 두터운 발걸음 소리 수십개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죽음의 소리였다.
동훈은 조용히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창백한 가죽으로 뒤덮인 럴커 수십마리가 소리를 일으킨 먹을것을 찾아 거리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모습이였다.
동훈은 그 모습에 등과 몸에 소름이 오스스 돋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결국 몸서리를 치고 말았다. 부스럭, 망했네, 결국 이런 실수 때문에 죽는구나, 동훈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죽음을 체감한 뒤 눈을 감았다. 그때, 저 멀리서 울리는 하늘을 태동시키는 총소리에 럴커들이 팍 뒤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동훈은 럴커들이 떠났음을 느끼고 차 아래에서 나왔다, 이마를 타고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금방 식어가며 체온을 뺏어가다 이내 건조한 녹색 보호두건을 적셨다. 호, 동훈은 아까 전에 했던 것처럼 입김을 뱉었다, 하지만 진동판을 거치고 그냥 호, 하는 소리만이 나왔다,
동훈은 잠깐 k2를 내려놓고 폐차에 기대어 몸을 타고 오르는 추위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건조한 장갑이 끼워진 건조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뽀득, 그리고 쓰윽, 건조한 소리가 조용히 죽음의 덫 사이를 숨 죽이며 지나갔다. 안면 유리와 보호두건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애매한 온도였다. 그러다 눈이 자신의 후드 팔꿈치 위를 적셨음을 깨달았다. 동훈은 귀찮다는 듯 손날로 눈 덩이를 톡톡 털어냈다. 손날의 차가운 겨울 한기가 장갑에 옮겨붙어 손을 차갑게 적셨다.
동훈은 차가워진 손을 비빌세도 없이 k2를 들었다, 무거운 소총이 저절로 쳐졌거만 동훈은 소총을 놓지 않았다, 차갑게 식은 몸체, 피커의 생명이자 마지막 요새, 서늘한 총알 발사기의 무게와 감각이였다, 저 앞에선 꺼져버린 도로와 그사이로 흘러 들어오는 녹조낀 물이 있었다, 분명히 안양천에서 밀려들어오는 물이였다. 물이 거세게 흐르며 들어오는 이를 전부 죽음으로 끌고가겠다는 듯이 위협했다.
한참 가장 추울 핵겨울인데, 4차선 쯔음 되는 도로 중앙의 하천은 인간이 깨뜨린 자연의 계절 순환 가운데 한강에서 밀려져 오는 녹조 끼고 방사능 머금은 물을 어는 일 없이 흐르고 있었다. 더이상, 인간이 자연을 과학의 힘으로 통제할수 없었다.
동훈은 보기만 해도 간이 떨어지는 위험한 판자길을 건넜다. 거의 끝에 도달하자 동훈은 뛰어서 판잣길을 벗어났다, 저절로 자신의 입에서 휘파람이 나왔지만, 그마저도 밋밋한 헛바람이 됬다는걸 동훈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유도 역의 출입구와 가까운 모든 상가는 털려있었다.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도로 위는 1,4 차선 위의 덫만이 남아있었고, 2,중앙 3차선은 꺼져서 안양천의 물을 삼키고 있었다.
덫들이 즐비한 갈라진 아스팔트 1차선 도로, 형태가 겨우겨우 유지되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걷는데에는 문제가 없는 모습이였다.
동후은 주위를 살폈다, 골목은 너무 위험했고, 주유소는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지하철 한 량만한 길이의 버스는 주유기에 부딪혀 불탄듯이 새까맣게 그을려 서울을 음산하게 만들고, 길을 막고 있었다.
동훈은 1차선을 밞고 지나갔다, 절그락,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불길한 소리가 울렸다, 괜찮겠지, 동훈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하지만 이제와서 돌아가기에는 주운것이 너무나도 없었다. 선유도역을 지나쳐버렸지만, 어쩔수 없었다, 필터값은 벌어야 하니깐.
차가운 바람이 그의 두꺼운 후드티와 방독면의 보호두건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상이 마치 자신을 재탐색 하는듯한 소름끼치는 추위였다.
가이거 계수기가 요동쳤다, 많은 량의 방사능이 있다는 거겠지.이 망할 방사능은 언제쯤 사라질까, 세상을 이 꼴 만들어 놓은 다른 이념을 가졌던 대통령들의 모든 시체가 스려질때까지? 신의 분노가 사라질때까지? 언제쯤 가이거 계수기와 방독면, 필터 없이 지상을 누빌수 있을까? 우리의 후후 세대? 모르지, 그걸 대답해줄 학자들은 대부분 20년전 화마에 불탔을테니, 동훈은 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그 생각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아주 작은 담벼락을 막고 있던 작고 녹슨 철문이 끼이익 거린다. 동훈은 그 소름끼치는 소리에 흠칫 떨었다. 그럼에도 계속 걸었다. 주위는 살피지 않고
양평교의 무너진 다리, 딱봐도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내 목표는 건너는게 아니다. 동훈은 생각을 마치고 휙 뒤돈다.
그리고 깨진 유리창이 땅에 흩뿌려진 한 회사 건물의 1층에 작은 편의점, 대부분 깔끔하게 비워져있고 구름에 가린 어두운 달빛이 살짝 들이비추고 있었다.
동훈은 작은 배낭, 안에 넣어져있던 수서연합제 자가발전 라이트를 꺼내 작동시킨다.
가장 먼저, 손님을 반겼을 매대는 지폐도, 동전도, 라이터도, 껌도 남지 않은 모습이였다.그와 마찬가지로 담배가 진열되있었을 매대는 거의다 비워져있었건만, 인기없는 담배 몇종류는 남아 있었다.
동훈은 차가운 손으로 남은 담배 몇갑을 챙기며 이거라도 남아있는게 다행이라는 표정이였다. 근방은 피커들이 대부분 털어갔건만, 우연찮게도 담배 몇갑정도는 발견 못했나 보네, 라 동훈은 생각을 마치고 뒤돌아 먼지쌓인 진열대를 살폈다.
먼지 쌓이고 포장이 빛바래 무슨 빵인지도 모르겠는 작은 빵 봉지, 과자봉지, 라면들을 발견한다. 동훈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라이트를 끄고 조심스럽게 뜯는다.
그 순간, 역한 냄새가 동훈의 방독면 필터를 뚫고 들어온다.
동훈은 표정을 구기고 곰팡이 피고 썩어버린 공장제 단팥빵 이였을 썩은 빵을 던졌다.
푹석하는 작은 소리가 편의점을 울림과 동시에 동훈은 푸념을 늘여놓았다. 그러다 바닥에 죽어있던 스파이더의 껍데기에 남아있던 채액을 밟고 넘어져 투덜거린다.
"젠장.. 기분 더럽네.."
동훈은 이 마저도 익숙하단듯이 털고 일어나 스파이더의 채액을 신경질적으로 발을 휘둘러 털어낸다,
그리고 시체를 구석으로 차버린 뒤, 라이트를 켜서 통조림이 있었을, 지금은 아예 바닥에 밀착하다시피 무너져 내린 진열대로 향한다. 하지만 딱봐도 치우긴 어려울것 받은 모양새에 포기하고 자리를 뜨려는 찰나에 살짝 찌그러졌지만 멀쩡한 스팸, 이라 쓰인 통조림을 발견하고 씨익 웃으며 주워 가방에 집어넣는다.
"피커들 탐색 실력이 말이 아니네."
새까맣게 그을린 가로수, 형체도 모르게 으스러진 보도블럭, 그리고 푸석한 흙, 그을린 철제 구조만 남은 벤치.. 무너진 폐허, 콘크리트 철제 뼈대만 남은 소 빌딩에 포함되있던 음산하기 그지없는 공원이였던 타버린 공터, 동훈은 그 공터에서 시선을 떼고 지나쳤다.
사람 하나정도 지날수 있는 인도, 그 옆에 즐비한 작은 상가들, 전부 멸망이라는 이름의 풍파라도 받은 듯이 내부는 혼돈으로, 외부는 무너짐으로 냄새는 죽음으로 뒤덮여져있었다.그렇게 동훈은 혼돈에서 지나쳤다.
어느 지붕이 폭삭 내려앉아, 노란색 기름모양의 마스코트마저 찌그러진 주유소, 핵폭발 당시 버스가 들이 박은듯 길이가 지하철 한 량 정도 되는 버스가 까맣게 불타있었다. 지상이 한층 더 음산해보였다. 언제는 안그랬냐만은.
그리고, 그 버스가 막고 있는 1차선, 2차선 중앙선, 그리고 3차선은 무너져내려 그 하천 턱에 들어갈락 말락한 버스가 강한 바람에 비틀거리고 있었다.
동훈은 그 모습을 보고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길이 있었는데.. 무너졌나.."
1차선이 살짝 무너져서 건널 방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동훈은 버스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주유소 지붕이 무너져 지나갈수 없었고, 버스를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동훈은, 필터를 거쳐 밋밋한 바람이 되어버릴 한숨을 뱉고는 창문 턱을 잡고 천천히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소름끼치는 철이 휘는듯한 소리,에 동훈은 흠칫 떨었다. 불안 때문이였다.
차체의 바닥에는 백골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소지품은... 역시나 없었다. 동훈은 미신을 믿진 않았지만 죽은 사람을 건드려선 좋을것 없다는걸 알았기에, 조심히 피해갔다.
동훈은 열려있는 마을 버스의 앞쪽 문, 아니, 그냥 차체의 오른쪽 중 절반이 뜯겨나갔다. 라 말하는게 맞을거다. 동훈은 뜯겨나간 차체 절반으로 조심히 나갔다. 안에 피커의 시체가 있었지만 그들의 시체를 뒤적일 깡을 동훈은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그리고 동훈은 조심히 버스를 빠져나와 과거 너무 오래전에 봐서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차마 나지 않은 잔해를 조심히 뒤적였다. 하지만, 이렇게 무방비한 잔해더미를 뒤져보지 않은 피커는 없었을거기에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동훈은 그러다가 잔해 더미 가장 위에, 다리와 팔 뼈가 사라져 쓸쓸하게 겨울 바람에 몸을 뉘여서 조용히 숨과 삶을 거둔 늙은 피커를 발견한다.
동훈은 그 시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너무나도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잡았다. 그 시체의 짐을 뒤지진 않았다. 어찌 망자의 봇짐을 건드리겠는가, 이것이 그가 사후에서 가져갈수 있는 유일한 물건일 텐데.
동훈은 지옥, 천국, 사후세계를 믿지 않았지만 가끔가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곤 생각을 마친 뒤, 잠시 묵념했다.
"편히 잠드시길."
천천히 시체에서 손을 떼고, 잔해 더미 위에서 내려왔다. 기가 확 빠졌다, 가야할 길이 있었다. 아직은 안전하지 않았다. 동훈은 그리 생각했다, 몸도 마찬가지였고, 동훈은 생각보단 말을, 말보단 행동으로 실천했다.
차가운 상가들의 행렬이 잠깐동안 이어졌다, 내부는 여의도역의 피커들이 전부 가져갔기에, 정말.. 너트 한조각, 볼트 한 조각조차 남지 않아있었다.
동훈은 그 차갑고 횡한 마천루, 아니, 구 문명의 잔해를 지나쳤다. 그리고, 선유도 역의 출입구에 도달했다. 하지만 동훈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애초에 공장역이라 열어줄지도 미지수였으며 꽤나 큰 단위로 움직이는 피커들만 열어주지 소수로 다니는 피커들은 열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동훈은 그게 정말로 마음 안들었다. 이런 썩어빠진 불합리가.
동훈은 애써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사거리를 지나쳐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아까전에 당산역에서 출발할때 밞았던 판자가 사라져 있었다.
동훈은 하천을 살폈다, 보기만 해도 역하고 토 나올것 같았지만 어쩔수 없었다는 표정으로 살펴봤다, 녹조로 인해 깊이를 가늠할수 없다, 그리고, 필터를 뚫고 들어오는 역한 냄새.
하지만 동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은 해결책을 얻었다. 아랜 선유도 역일것이다, 근데 깊이를 어림짐작하면 2m.. 괜찮을거다. 그리고 결심이라도 한듯이 방독면의 필터를 가방 안의 작은 비닐 봉지에 욱여넣고 비탈길을 내려가 뛰어들었다.
첨벙 소리와 함께 누리끼리하고 녹조 낀물이 튀었다.
동훈은 멀쩡했다, 총은 물에 닿지 않게 높게 올렸고 방사능을 대비해 숨을 참았으며 완벽하게 대비했다, 그러나 어찌하던간 동훈은 사람이였다. 어설프게 수리된 군화 사이사이로 차가운 물이 들어차자 추위에 신음과 함께 욕지거리와 한탄을 뱉으며 반대편에 도달해 아스팔트를 잡고 올라갔다.
"젠장! 아까 나무 판자길이나 찾아볼걸 그랬나..."
차가운 지상의 바람이 차가운 물과 합공해 동훈을 얼려 죽일듯한 기세로 덤벼댔다.
동훈은 그 이를 악물어도 버티기 어려울 추위에 달달 떨리며 비명을 지르는 몸을 이끌고 피난처를 찾았다, 작은 간판이 떨어지고 셔터 내려진 정체모를 한 상점이였다,
동훈은 셔터를 올리려 했..
"끄으으윽!!!!!"
지만 어딘가 굳게 닫힌 듯이 열리지 않자 동훈은 습관이 되어버린 때버릴수 없는 욕을 뱉었다.
"젠장, 뭐가 문젠거야."
그렇게 얼어가는 몸으로 조심히 셔터 주위를 살피다가 그제서야 자물쇠를 발견하고 멍청하게 멍때리다가 그의 전문적인 척하는 소음기가 달린 경찰용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겼다.
어딘가 나사 빠진듯한 팍팍, 소리를 내며 총을 발사한 리볼버는 자물쇠를 부쉈고, 동훈은 재빠르게 홀스터에 권총을 집어넣은 뒤, 셔터를 올리고 들어간뒤, 셔터를 내린 다음, 깊숙히 들어간다.
연간 소름끼치는 소리를 뱉던 가이거 계수기의 소리가 조금씩 잦아든다. 하지만 동훈은 방심하지 않겠다는듯이 필터를 방독면에 끼우고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 시작한다.
어째서일까, 마치 일부로 만들기라도 한듯이 안전한 곳이였다, 입구는 하나지만 깊숙한 곳에, 창문도 없다.. 동훈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따뜻한 장소는 현실이 분명했다.
동훈은 그제서야 침묵하는 가이거 계수기를 믿고 군화를 벗어 뒤집은 뒤, 방독면을 벗었다. 잠시는 괜찮을것이다, 동훈은 그리 생각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
갑자기 합작이 마렵네요
저야 좋죠, 캐릭터 설정중에 26- 30 공백기가 생기거든요 거기에 인천연합 넣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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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학원.. 내신기간 빼고는 거의 안가는데 유동님은 가시는군요.. 무슨 학원인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세요! +디코닉 쓴 댓글 지우세요!
고2에 해군사관생도? 검고쳤나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ㅎㅎ;;...
해군사관학교=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