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어디선가 누수된 물이 떨어지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들릴리 없지만 어디선가 동훈이 구시대에 살던 아파트에서 잠 못드는 밤이면 들려오던 2호선 전철 소리가 들려오는듯 하기에 동훈은 잠에서 슬슬 깨어났다, 그러다 갑작스레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하늘을 수놓았다, 그제서야 동훈은 그 소리를 듣고 시계를 확인했다.그리고 결국은 욕을 뱉었다.
"....젠장. 오늘도 누구 하나 죽었겠구만."
동훈은 방독면을 뒤집어 쓰고, 입 안의 공기가 텁텁한 지하실의 묵은 냄새에서 무취의 답답한 공기로 변해감을 느끼며, 셔터를 들어올렸다
하늘은 서쪽의 태양이 구름에 투영되어 길거리를 주황빛으로 물들여갔다. 계절 2개가 지워진 지구였지만, 태양마저 지워지진 않은듯 했다, 역시나, 변한 하늘에 불안한 낌새를 눈치 챈 동훈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셔터를 내리고, 당산역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양평교 인근에 비하면 섭할 정도로 수많은 폐차들이 뒤엉켜있었다, 분명히 신호등의 통제를 받고, 교통 법 안에서 행동하는 멀쩡한 차들이였지만, 사이렌이 울린 그 순간을 기록해놓은 혼돈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였다.
다시 한번, 그나마 좀 조용하던 가이거 계수기가 천천히 목청을 높히며 칠판을 긁어댄다. 그 소리가 너무나도 소름 끼친 다는듯이 동훈은 속으로 짜증을 되내이며 신경질을 내곤 전원 버튼을 눌러 꺼버린다. 젠장, 그놈의 방사능, 엄청 많은거 알겠으니 조용히 하라고.
그러다 갈라져 세월에 녹슬고 깨졌지만, 눈덮힌 파이프가 튀어나온 중앙선 너머에 적색 건물 벽돌 건물이 있었던, 지금은 벽돌이 대부분 떨어져 골조뿐인 그 모습에 구 시대를 재현하려 애쓴다, 고 동훈은 생각했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중얼거렸다.
"재건축업자들이 딱 좋아하겠군, 골조만 남았으니 이제 위에 콘크리트만 부우면 되잖아."
애시당초 그런직업이 이제는 메트로에서 거의 남아있지 않고, 남아 있다 한다덜 이제는 터널 유지보수를 위한 고급 인력이 되어갔을 것이고, 아니면 이 지상 저기에 누워있는 시체중 하나일수도 있느데 뭐. 라는 우스갯 소리를 동훈은 생각 밖으로 던져 버렸다.
동훈은 핵겨울로 쌓인 차가운 눈을 밞으며 구시대의 담요를 차근히 벗겨냈다, 동훈은 뒤를 돌아 보았다, 버스부터 여기까지,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동훈은 그 모습을 보고 참으로나 괴리감이 느꼈다, 분명 20년, 아니 어쩌면 19년 전 마지막 정상적이였던 겨울에서는 모두가 방독면 없이 이 멀쩡했던 구시대 위에 방사능을 머금지 않은 멀쩡한 눈을 밞으며 별의 별 생각을 다했을텐데.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동훈도 알고 있었고 그것을 모르는 메트로 주민은 갓난 아기 뿐 이였다.
어느 낡은 작은 토토 상점, 이걸 토토라 불렀을거다. 아, 아니군, 동훈은 기억을 더듬으며 어른들이 늘 일요일마다 나오는 번호를 유심히 들여다 보았던 걸 보았던 기억을 찾아냈다. 아! 그래 로또! 생각이 너무 깊어져서 일까, 동훈은 어느 한 시체의 팔꿈치를 탁하고 차버리고 만다.
동훈은 흠칫 떨면서도 시체가 손으로 꾹 쥐고있었던 한 종이에 관심을 가진다. 살짝만 빼내보자. 동훈은 삐져나온 종이 끝자락을 잡고 쓰윽 빼냈다.
2013.. 손에 가려져 보이지 않은 다른 날자와, 가게 안에 걸려있는 빛바랜 당첨번호와 일치한 번호, 그리고 써져있는.. 오늘의 로또 번호는..
이 시체는 알았을까? 이 로또 당첨 된것이 어쩌면 행운이 아니라 저주였다고, 이 시체의 행운은 딱, 로또 당첨으로 전부 써버려서 타버리는 지상과 함께 타버렸다고. 동훈은, 생각을 마치고 다시 로또 종이를 그 시체의 손안에 밀어 넣었다. 어쩌면, 삼성동맹의 수집광들이 이런 로또 용지마저도 사줄지 모르는 일이였지만 귀찮았다, 퍽이나 죽은 사람을 건드리는건 별로 좋지 못했다.
대형 추돌 사고가 난채로 멈춰버린 사거리, 어느 유조차 트럭 아래에 왼팔과 왼 다리가 뜯겨 죽어가는 한 피커에게 다가간다.
"... 괜찮아?"
하지만 이게 어찌봐서 괜찮아 보이냐는 눈초리를 강해게 보내는 피커
"개새끼야, 이게 괜찮아 보이냐? 아주 그냥 눈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데, 꺼져. 난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깐."
얼굴 모를 피커의, 앞으로도 영원히 모르게될 피커에게 동훈은 마지막 안식을 전해주려 리볼버를 던져 주었다. 방독면에 표정이 가려서 다행이다, 동훈은 그리 생각했다. 분명 내 고통이 아니니깐,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을 자신의 표정이 너무나 역겨웠다.
얼굴 모를 피커는 방독면을 오른 손으로 벗고 리볼버를 들어 입으로 총구를 문 뒤에 방아쇠를 당겼다.
팍. 단발의 괴상한 총성이 하늘을 울렸다, 동훈은 잠깐 고갤 숙이고 k2의 약실에서 탄을 꺼내 시체, 이젠 식어갈 방금전만해도 살아있던 시체 앞에 탄을 던져 주었다, 군용탄은 아니였지만, 추모의 의미로는 충분할 것이였다.
동훈은 리볼버를 시체에서 꺼내 홀스터에 꼽고 손에 들고있던 , k2를 들어 조정간을 돌렸다. 이젠, 총알이 안나가는 총알 발사기에서, 총알이 나가는 총알 발사기로 변해가는 순간이였다.
동훈은 갑자기 들리면 안됬을, 얇은 가죽이 펄럭이는 괴상한 소리를 듣고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괴조였다. 동훈은 저 배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공포심에 달렸다, 그리고 또 달렸다, 포효소리가 마치 저승사자가 목에 천천히 낫을 가져다 데고 있는 소리라는 착각과 함께 동훈은 수족관 안으로 넘어지듯이 뛰었다.
잡기구들이 우당탕 거리며 동훈에게 밀리며 넘어졌다. 그 충격에도 동훈은 금새 일어나 유리문을 닫고 봉끼리 이어진 철제셔터를 힘으로 내렸다,
그러기 무섭게 괴조가 문에 달라붙어 쾅쾅 거리며 어떻게든 동훈은 집어 삼키려 악을 썼다. 동훈은 그 모습을 보며 소맷가로 이마를 쓱 닦았다, 물론 방독면의 안면과 보호두건에 가려 땀이 닦이지 않았지만, 동훈은 약간의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차오른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괴조가 마침내 포기한듯이 셔터를 두드리는걸 멈추고 떠난다.
동훈은 이때를 기다렸어! 라는 표정을 지으며 5.45mmX92 mm 불발탄로 만들어진 라이터를 켜고 뒤돌아 내부를 살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내부를 제외하고 깨진 수조, 바닥에 고인 물 웅덩이 그리고, 딱딱거리는 소리가 동훈의 귀를 때렸다.
동훈은 꽤나 당황했다. 그리고, 라이터가 갑작스레 빛을 잃어갔다, 동훈은 불안함에 셔터를 들어올리고 조용히 길을 나섰다.
동훈은 럴커와 워치맨, 괴조의 삼파전을 틈다 빠르게 사거리를 주파 할려고 했다, 길에 굴러다니는 빈 깡통만 아니였어도.
동훈은 달리기 시작했다, 내려갔던 숨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방 안의 난잡하게 정리된 물품들이 부딪히며 시끄럽게 소음을 일으키고, 동훈은 그 소리가 너무나도 마음에 안들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동훈은 멈칫하고 뒤돌아 조정간을 연사로 바꾼 뒤, 대충 돌연변이 하나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탄창이 전부 비워졌다.
그리고 동훈이 예상한데로 돌연변이 하나가 푹석하고 쓰러진다. 동훈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그 휘파람은 입 밖으로 뱉어졌고, 필터를 거쳐 밋밋한 바람이 되었다.
돌연변이에게 새로 뚫린 숨구멍에선 알수없는 색의 피가 꿀럭꿀럭 새어져 나와 구시대의 담요에 이상한 무늬를 새기기 시작했다, 그 시체는 다른 돌연변이들에겐 맛있는 먹이였고 먹이를 두고 서로간 대치했다.
동훈은 도망치며 생각했다, 이 지구를 우주에서 본다면 아마 백색의 황량한 행성이 되있을것이고, 누구도 여기가 풍요의 행성이였을거라 생각하지 못할것이였다, 그래, 다 인간의 욕망이 문제지 망할, 동훈은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선조가 더럽힌 세상을 되돌릴수 없었다. 그게 현실이였다.
동훈은 양평로를 속보로 걸었다, 밤이든 낮이든 화려하게 빛났던, 2호선, 9호선 당산역 근처의 호프집들, 지금은 돌연변이의 손바닥 아래인 깊고 좁은 골목길들, 밤의 도시이자 낮의 도로, 동훈은 이곳을 그리 불렀다, 물론 전부 핵이 떨어진 이후부터 였다.
그렇게 한가한 생각을 이어가다가 동훈은 발을 헛디딜 뻔하고, 정신을 차린뒤 가이거 계수기를 작동시킨다. 시끄럽게, 양평교 근처와 비슷한 수치의 방사능이란 듯이 비슷한 소리를 내뱉는다.
낮아졌네, 동훈은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웨딩컨벤션을 지났다, 무너져있었고, 형태도 아슬아슬하게 남아있었으며, 이상한 '우리 컨벤션 정상 영업합니다. ' 라고 쓰인 천막이 써져있었다, 정상영업이라, 어딜봐서. 동훈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아주 거어대한 벽돌 상가의 5층에서 떨어지는 럴커들에게 차분하게 조준해서 5.56의 납탄을 박아 넣어준다. 그리고, 가볍게 가운데손가락 펴서 엿이나 먹으라고 해준다.
럴커의 머리통에 새로운 숨구멍이 생기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개체들이 하나둘 죽어나간다, 동훈은 그제서야 호흡이 천천히 힘들어지고 있다는걸 깨닳았다, 너무나도 다른데에 신경써서 그런거였을까, 입가에선 씁슬한 맛이 돌고, 심장은 끊임없이 펌프질하며 산소를 불어넣었다.
동훈은 비틀거리며 중앙선을 넘었다, 푹석하고 이따금식 깨진 아스팔트가 꺼졌지만 상관 없었다, 빠져버린 발을 빼고 다시 계속 멀어져만 가는 벤치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푹석, 하고 앉았다. 날이 밝아온다, 빨리 들어가야 되는데.
동훈은 거친숨을 진정하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하지만 몸이 긴장이 풀려가고, 아드레날린의 방출이 멈춰가자 심장은 당장 산소를 내놓지 않는다면 터져버리겠다는 느낌의 협박을 하며 난동을 폈다,
동훈은 그럼에도 심호흡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늘 그순간 마다 텁텁하고 무취의 공기가 그의 마음과 폐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순간적으로 울컥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도 억울했다, 망할 선조, 그중 몇 안되는 윗대가리들 때문에 방사능이라는 철퇴를 맞은 돌연변이 한테 쫓기고 방사능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쉬는게 한스러웠다. 가뜩이나 부족한 숨이 필터를 거쳐 더욱이나 부족해져갔다.
동훈은 그동안 지상과 선조, 방독면에 참아왔던 원성을 터트렸다, 순간적으로 화가 올라 방독면을 땅바닥에 내리쳐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동훈은 그리 어리석은 피커는 아니였다. 그리고, 천천히 납덩이 처럼 무거운 발과 몸을 움직여 구시대와 현 시대를 잇는 그날의 여파로 으스러진 출입구의 겉 유리 파편을 밞았다, 유리가 으스러지며 아그작 거렸다.
동훈은 11번 출구의 깊은 어둠속으로 들어갔다, 그날 이후로는 구동된 적이 한번도 없었을 에스컬레이터의 뼈대였다. 하지만 의문이였다, 동훈, 즉 자신은 이곳을 분명, 20년, 21년이 다되가는 세월 전에 분명히 타고 내려갔다, 그게 너무나도 인지 부조화를 이루었다, 환하게 빛나던 전철 현황 전광판, 움직이는 차들,...그러나 너무나도 흐릿해서 아마 몇년 뒤에는 까마득하게 잊고 말것이였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됬을 것이 있었다, 그토록 잊지 않을거라고 각오했던, 형의 얼굴, 왜 기억나지 않을까, 군대에 들어간 20살 형, 해군이였다, 무슨 잠수함을 타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얼굴도, 소속도, 모든것이 기억나지 않았다,
동훈은 눈을 감았다, 자신의 집 주소, 위치, 가구의 배치, 형의 오토바이의 모습, 집에서 학교 끝나고 돌아오던 날 반겨주던 엄마의 얼굴, 전혀 잊은것이 없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비밀번호를 몰랐다, 그것을 알았다면 가족사진 액자에 들어있는 형의 얼굴을 알았겠지만, 가족이라곤 구파발에서 피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최후까지 싸우다가 잔해에 파묻혀버린 수비대장, 자신의 엄마뿐이였다, 동훈은 눈을 뜨고 어두운 저 끝을 바라보았다,
동훈은 이 배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억을 합쳐 구시대를 상상, 아니, 묘사해보았다, 자동차가 시끄럽게 지나가고, 우우웅 거리며 에스컬레이터가 걷지 않아도 내려갔으며, 2호선의 전철이 영등포 구청역을 향해 달려가고, 시끄럽게 울리는 커피집의 노랫소리... 그러나, 지상은 변함없는 회색빛 구시대의 잔해에 주황빛이 비추고 있을 뿐이였다.
주황빛? 뭐라고? 동훈은 스리슬슬 구름을 뚫고 출입구마저 비추는 태양빛에 황급하게 달리듯이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 방화문에 노크했다.
내부에선 경비병과 보초, 그리고 대장같은 사람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개미목소리 마냥 아주 작게 웅얼거리며 몇번 대화가 오가더니 이내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동훈은 방화문 안으로 들어와 뒤를 돌아 밖을 바라보며 외쳤다,
"문을 닫아!"
닫혀가는 방화문 너머로는 낮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메트로 안에서 동훈이 본 모습은 무너진 빌라에 주황빛에 생기를 물들이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회색빛 잔해였지만, 그리고, 다시 한번 축축하고 암담한, 늘 불행만이 존재할듯한 분위기가 동훈의 주위를 감쌌다.
텅, 인류의 관짝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출입구 근처에 서있던 모두의 근처에 울렸다, .그니깐 서울 인류가 담긴 관짝, 동훈은 그리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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