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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천장은 회색빛 동굴마냥 여전히 콘크리트로 덮혀있었다, 하늘을 잃은지 얼마나 오래됬는가. 레온드는 댓바람부터 올라오는 상념을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놓고 왼손의 손목시계를 살폈다. 시계바늘이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약이 거의 다 달아서 느리게 갈수도 있는지라 정확하게 작동하는건지는, 아니면 수은마냥 쪼개도 뭉치고 물마냥 재빠르게 흘러가는걸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느리게 가는검지 확실하지 않지만, 상관은 없었다.
여긴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니까.해가 지고 뜸 따위, 낮과 밤, 그런건 전부..지상의 것이였다. 그러니 당연히 빛이 들어오지 않는 세계에서의 시간은 용도가 그리 많진 않았다. 뭐.. 기껏해야 시곗바늘이 숫자 몇을 가리킬때 만나자, 라고 약속을 잡는정도? 그 외의 용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튼, 일어나서 간단하게 옷을 입고 텐트에서 나오니, 차가운 새벽 메트로 지하의 눅눅하면서도 맑은, 애초에 그걸 맑은 공기라 칭하기엔 조금 탁한, 모닥불이 꺼져 잿 냄새가 섞인 공기와 플랫폼 중앙의 전자시계가 켜지다 꺼지길 반복하는 약간 호러틱한 모습, 어두운 역이 나를 반겼다. 평소라면 역 주민들이 먼저 발견해서 내게 문제를 말했겠지만,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아침 일찍 운동하는 사람 하나 없이 깨어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 어찌되었든, 그들은 고치는 법을 모르니 고치는 사람은 나지만.
다시 텐트로 들어가 각종 상태 좋은 전자부품이, 담긴 작은 수납함과 공구함을 꺼내어 시계의 화면 모서리에 박힌, 몇십번은 재조립하며 헐어버린 나사를,
이것도 언제 한번은 바꿔야되는데, 구하기가 힘들단 말이지...
더 이상 헐지 않게 드라이버로 조심스럽게 돌려 빼내어 화면을 뜯어내었다, 패널의 전기가 나가며 살짝은 주위가 어두워진 듯한 착각이 레온드를 감쌌다.솔직히 고작 전자시계나 고치려고, 대체품으로 일반 시계를 써도 됬는건데, EMP로부터 살아남은 전자부품을 쓴다는게 아까웠지만, 안그러면 사람들이 제대로된 시간을 옭아맬수 없어서, 그리고 이런 호러틱한 모습을 불안해 한다는걸 몇번의 경험을 통해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이 수리를 하게되었다.
이번에는 다행히 주요부품이 아닌 전원을 공급하던 전선 하나가 수명을 다해 생긴 작동 정지였다. 그래도 혹시나 합선은 아닐까 전선의 피복을 벗겨보니 역시 아니었다. 그냥 세상의 수난, 즉 추위, 열기, 습도, 충격을 견디다가 수명이 다해서 그런거였다. 그 말인 즉슨, 다른 부품들은 멀쩡할거란 소리였다.
귀중한 전자 부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펜치를 찾아 전선을 절단했다. 구리빛 전선 내부가 작은 회중전등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그런 다음 절단면에 새 전선을 끼워 살짝 고정하고는 한손에는 조금 커다란 배터리에 연결된 인두기를 들고, 나머지 한손에는 땜납을 잡고는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매캐하게 뿜어져 나오는 회색 연기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빠르게 땜질하였다. 마무리로 절연테이프를 감아 고정하고는 화면을 다시 달았다.
시계의 LED가 다시, 발광하지 않고 멀쩡해지는 것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어렸을때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은걸 그냥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연습해본게 이런상황에서 유용할 줄이야.
지금 같았으면 그런 실습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전자부품은 커녕 전쟁 전 기준으로 싸구려 취급을 받았던 인두기조차 없어서 못구하는 실정이니까, 젠장. 게다가 특히 우리 세력은 다른 한국인 세력들과 적대적이라 거래로는 거의 불가능하고 원래 있던 비축분을 쓰거나 아니면 지상에서 수급해와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전자부품 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들, 즉 이 험난한 메트로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 탄, 식료품, 식수 필터, 방독면, 필터, 발전기 등등..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니 장기적으로 보았을때는 자급자족할 수단을 미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새로운 베테랑 피커가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절취선=====
리메이크라 하기엔 말 몇마디 붙인거 뿐이지만, 글리젠 망한 포아갤을 살리기위해...
근데 초아누리랑은 비적대적인걸로 하면 안되나, 거기도 프랑스 쪽 길리아 반 여단 있어서..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