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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7. 강릉시청 (저녁/안) 

해진은 강릉시청 근처에 주차하고 시청 안으로 들어가서 민원실로 향한다. 민원실에서 그의 차례가 되자, 그는 담당자 앞에 앉아서 자료를 납 상자로 보존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담당자: 이렇게 해서, 내일 작업이 모두 끝날 예정인데 괜찮으시겠어요? 
해진: 네, 상관없습니다. 다만 저도 납 상자를 구매하고자 합니다. 
담당자: 자료들은 준비하셨나요? 
해진: 네, 차에 있습니다. 가져올까요? 
담당자: 아뇨, 괜찮습니다. 그 대신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자료들을 가지고 찾아주시면, 저희 측에서 기록 보존에 고객님을 참여시켜드리며 납 상자도 준비해서 드리겠습니다. 
해진: 네네. 감사합니다. 

해진, 시청을 나오면서 석양을 바라본다. 

해진: (마음의 소리) 하루에서 이틀… (주먹을 불끈 쥐며) 그래, 고생해보자! 

해진은 차에 타서 시동을 건다. 

S#38. 해군기지 (저녁/밖) 

해군기지 앞에서 우진은 성연에게 전화한다. 

우진: 여보세요? 어, 성연아. 잘 지냈어? 
성연: (전화음성) 아니, 별로. 왜 전화했어? 
우진: 아 다름이 아니고, 이틀 뒤 알약이 배포되잖아. 그래서 너 보고 죽고 싶은데 가능할까? 
성연: 말했잖아, 난 죽기가 싫다고. 몇 번을 얘기해야 해? 
우진: 아니, 어차피 우린 다 죽잖아. 너가 보고 싶어. 나나 너나 모두 언젠가는 죽을 건데 혼자 죽는 건… 
성연: (전화음성) 너 어디 모자라? 난 애초에 죽기가 싫다고! 
우진: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린…커플인데. 적어도 같이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성연: 너 미쳤구나. 이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난 적어도 오래 살고 싶어. 너는 안 억울해? 
우진: 아니, 왜 말을 그따위로밖에 못해? 누구는 죽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아? 
성연: 적어도 내가 언젠가 죽더라도, 너랑 같이 함께하긴 싫어. 맨날 뻔한 소리나 하는 애랑 누가 함께하고 싶겠냐. 
우진: (전화음성) 아 씨발, 진짜! 나도 죽기 싫다고 몇 번을 말해, 이 답답한 년아! 
성연: 너 지금 나한테 욕했냐, 이 개새끼야? 병신 군바리 새끼여서 남 죽는 거에 익숙해졌나 봐? 
우진: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이 씹년아? 나도 떠나보낸 전우가 몇인데 그런 개소리를 쳐해? 
성연: 아, 예예. 너 혼자 쳐 뒤지든지 말든지 난 좆도 신경 안 쓸 테니까 니 혼자 하세요. 
우진: 용기 내서 전화한 사람한테 존나 싸가지 없네. 미친년. 끊어! 

전화가 끊긴다. 우진, 기지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문 앞에 있는 함장을 본다. 

우진: (창피한 표정으로, 경례하며) 소위, 박우진! 안녕하십니까, 함장님! 
함장: 아, 박 소위. 조금 시끄러워서 나와봤다. 일이 잘 안 풀렸나? 
우진: 네, 실패했습니다. 용기 내서 전화했지만 결국 이 사단이 났습니다. 
함장: (우진에게 다가가며) 박 소위. 
우진: (함장에게 다가가며) 네. 
함장: (우진 앞에 멈춰 선 다음) 안타깝게 되었다. 나도 옛날에 전 애인과 싸워서 헤어진 적이 있었다. 성연님이 먼저 차갑게 대하셨기에 박 소위 잘못이 아니야. 특히 마지막으로 관계를 개선하려고 전화한 사람에게 그렇게 대하는 건 매우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본다. 
우진: 아,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함장: 그래. 이제 진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들어가서 뭘 할지 고민해봐라. 중요한 때는 도둑같이 오는 법이다. 
우진: 네, 감사합니다. 

우진, 기지 안으로 들어간다. 함장은 밖에서 뒷짐을 지고 저 멀리 바다를 쳐다본다. 

S#39. 대학 내 카페 (밤/안) 

성연, 시민1과 커피를 마신다. 

시민1: 그렇게 됐구나. 
성연: 응. 결국 깨졌어. 
시민1: 안타깝네. 너랑 잘 맞을 것 같았는데. 
성연: 뭐 어때. 그래도 너가 있잖아. 위로가 돼. 
시민1: 그래. 근데 너 4잔째 커피인데 괜찮아? 잠 못 잘 것 같은데. 
성연: 뭐 어때. 어차피 곧 죽을 건데. 
시민1: 그래, 알았어. 나 내일 레이싱 보러 가야 해서 이만 가볼게. 
성연: 그래. 잘 가. 

시민1, 자리를 뜬다. 성연은 시민1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다. 

성연: (마음의 소리) 나도 너처럼 가족들이랑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미래에게 문자를 보내며) 선배님, 지금 뭐 하세요? 
미래: (문자) 어, 우진이랑 얘기 좀 하다가 이제 곧 씻으려고. 
성연: (문자) 소식 들으셨나요? 
미래: (문자) 그래, 들었어. 내가 좀 미안하네. 
성연: (문자) 실은 저 많이 외로운데, 저랑 함께 가주실 수 있으신가요? 
미래: (문자) 미안. 난 혼자 헬기 타다가 갈 거라. 많이 힘드니? 
성연: (문자) 지금 전화 가능하세요? 

S#40. 대학 내 카페 (밤/밖) 

성연, 미래와 통화한다. 

성연: 아, 네네. 
미래: (전화음성) 그래서 우진이도 많이 힘들어하더라. 
성연: 그렇군요. 
미래: 성연아, 근데 있지. 이건 내 경험인데, 말해도 될까? 
성연: 네, 말씀하세요. 
미래: (전화음성) 이 세상이 좆같더라도, 단 한 명만 있으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곳이야. 이해하니? 
성연: (전화음성) 정확히 무슨 말씀이시죠? 
미래: 뭔 소리냐면 설사 세상이 내일 당장 망해버려도, 가족이든 친구든 아니면 애인이든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덜 외롭고 덜 고통스러워. 

잠시 침묵. 

성연: (전화음성) 아, 네. 그렇군요. 
미래: 그래서 우진이도 많이 고심하는 것 같아. 얘도 내가 봤을 땐 사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 물론 누구나 죽고 싶진 않아. 그건 맞지.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단 적어도 그 전에 너희 둘 다 서로 사과하고 가는 게 어떨까 싶어. 물론 결정은 너의 몫이야. 나는 조언만 해줄 수 있고. 동의하지? 
성연: 네네. 
미래: (전화음성) 이건 내가 관계를 주선해줘서 그런 것만은 아냐. 다만 너희들은 내 소중한 후임 내지는 후배로서, 내 경험상으로 뭐가 더 좋은지에 대해서 조언만 하는 거야. 너희도 나처럼 후회하기는 싫은 거 아냐. 
성연: 아…전에 말씀하신 그 동기 분? 
미래: (전화음성) 그래. 내가 걔랑 전쟁 전날에 게임하다가 지고 돈 내줘서 걔한테 싸가지 없게 대했던 거. (살짝 흐느끼며) 전쟁 때 걔가 인천으로 전출되고 나서 영영 사과 못한 거 있잖아. 난 지금도 걔를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아파. 
성연: 아, 네…괜히 상기해드린 것 같아서 죄송해요. 
미래: (전화음성) 아냐. 죄송할 것까진 없고, 다만 어떤 게 더 너를 마지막에서라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는 거야.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알았지? 
성연: 네. 선배님. 조언 감사합니다. 
미래: 그래, 들어줘서 고마워. 아 근데 지금 시간이 벌써 늦었네. (전화음성) 나 내일 헬기 타고 레이싱 중계해야 하거든. 그래서 일찍 자야 하는데, 전화를 지금 끊어도 괜찮을까? 
성연: 아, 레이싱. 저도 소식 들었어요. 마지막 경기라면서요. 먼저 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래: (전화음성) 그래, 나중에 또 보자. 
성연: 네. 

전화가 끊어진다. 성연, 카페 앞을 걷다가 달을 쳐다본다. 

성연: (마음의 소리) 어떡하지…. 화해할 수 있을까. 

S#41. 다음날, 강릉 인근 고속도로 (아침/밖) 

오늘의 피폭량은 85mSv이다. 미래가 조종하는 해군 헬기가 하늘을 날며 경기장을 녹화 및 중계하고 있다. 도로에는 깡패의 람보를 포함해 포니, 싼타페, 랭글러, 랜드로버(약칭 랜드), 레토나, 에쿠스, A클래스(이하 A), 레이 등의 차량이 카메라를 부착한 채로 모여 있다. 도로 양쪽에는 바리케이드가 이중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바리케이드 안쪽에는 진행자석 및 관객석, 대형 스크린이 있다. 

관리인: (마이크를 쥐고)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인근 캠핑장 관리인입니다. 여러분께서는 강릉 최후의 자동차 레이싱을 곧 보시게 될 텐데요. 참가자분들께서는 출발시간을 준수하시는 것 외에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마음껏,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걸 상기하면서 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관객분들께서는 저기 나오는 스크린과 강릉 MBC 방송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레이싱을 관람하실 수 있으십니다. 또한 하늘에서 중계해주시기로 한 해군 장교님 정미래 중위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다들 준비 되셨죠? 

자동차 운전자들이 “네!”라고 외친다. 

관리인: 그렇다면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 10, 9, 8, … 
깡패: (자동차의 소리를 높이고, 담배를 피운다) 씨발, 쩔겠네. 
관리인: 4, 3, 2, 1, … 
깡패: 가즈아! 
관리인: 출발! 

자동차들이 일제히 출발한다. 헬기가 차들을 따라다니며 중계한다. A가 제일 앞서고, 그 뒤로 레토나, 에쿠스가 따라간다. 람보는 맨 뒤에 있다. 

깡패: (마음의 소리) 일단 제일 바깥에서 달리니까, 안쪽으로 들어가야겠다. 

람보가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랭글러가 앞길을 막는다. 

깡패: 아 씨발, 진짜. (경적을 울리며) 저리 안 꺼져? 

랭글러, 여전히 비키지 않는다. 람보는 랭글러의 옆 레이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깡패: (마음의 소리) 휴, 꼴찌는 면했다! 

관객석의 시민1, 시민2, 시민3, 시민4는 레이싱을 지켜본다. 

시민1: 와, 진짜 치열하다! 
시민4: 그러게…저러다가 큰 사고라도 나면 어떡할까 싶네. 
시민2: 뭐 어때. 다들 어른이고, 이래 죽든 저래 죽든 마찬가지지. 
시민4: 당신은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해? 아무리 그래도 누구 죽을 일 있어? 
시민2: 아니, 다들 죽는 거 감수하고 온 거니까 그런 거지. 
시민3: 자자, 두 분 모두 지방방송 끄시고 일단 지켜봅시다. 

람보는 어느새 6등이다. 그의 사이로 싼타페와 랜드가 있었다. 잠시 후 랜드와 싼타페가 람보의 양옆으로 온다. 

깡패: 뭐야, 이 새끼들? 설마? 

랜드와 싼타페가 간격을 좁히자, 람보는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 사이로 포니가 들어와서 충돌한다. 양옆의 차들이 빠져나가자 포니는 결국 미끄러져서 바리케이드와 충돌한다. 

관리인: 아, 결국 한 분께서 탈락하셨습니다. 안타깝네요. 

깡패: 씨발, 이 새끼들 봐라? 좆같은 새끼들.

람보는 싼타페와 랜드 뒤에서 앞으로 나가기 위해 양옆으로 왔다갔다 한다. 

깡패: 흠…방법이 없을까? (뒤에 오는 랭글러를 보고) 아, 생각났다! 

깡패는 랭글러에게 길을 내준다. 랭글러가 속도를 더 올리자, 싼타페와 충돌한다. 이에 랜드는 랭글러의 옆을 공격한다. 그러나 랭글러는 크게 부서지지 않고 랜드의 옆을 공격한다. 이에 싼타페가 다시 랭글러의 옆을 공격해서 붙어버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랭글러가 옆으로 미끄러지자 싼타페와 랜드도 튕겨져 나가 바리케이드와 충돌한다. 싼타페와 랜드는 폭발하고 랭글러도 몇 바퀴를 회전하다가 결국 몇 번 뒤집힌다. 

관리인: 오! 한 번에 세 분이나 끝장났습니다! 게다가 폭발했네요! 

미래: 와, 레알 아슬아슬하네. 
깡패: 후! (웃으며) 잘 가라, 병신들아. 
시민1: 아! (눈을 가리며) 못 보겠어! 
시민2: 알겠어. 대신 알려줄까? 
시민1: 어, 어. 그렇게 해줘. 
시민3: 야, 그래도 진짜 다시 없을 경기긴 하다. 
시민4: 그러네요. 이게 참, 운명이니까요…. 

S#42. 강릉시청 (낮/밖) 

해진과 직원들은 납 상자들을 옯겨가며 작업하고 있다. 

해진: 근데, 이 자료들은 어디다 둘 건가요? 
직원1: 여러 군데 둘 예정입니다. 일단 주요 관공서 지하에 매장했고요. 이제 제왕산 정상까지 (상자들을 가리키며) 얘네들을 옮기시면 주요 작업은 마무리됩니다. 그 외엔 각자 알아서 자료를 보존하고 있고요 
해진: (놀라며) 제왕산이요? 거기까지 어떻게 올라갑니까? 
직원2: 걱정 마세요. 해군 정미래 중위님께서 헬기를 타시고 곧 오실 겁니다. 그게 유일하게 강릉에 남아있는 헬기인데, 이번 레이싱 경기가 끝나면 다 거기로 옮기실 예정이에요. 시간 보니까 이제 거의 끝나갈 타이밍입니다. 
해진: 알겠습니다. 

해진: 하늘 저 멀리서 움직이는 헬기를 본다. 

S#43. 강릉 인근 고속도로 (저녁/밖) 

람보를 탄 깡패가 1등을 했다. 2등과 3등 사이로 깡패가 1등으로 올라와 있다. 

관리인: (트로피와 엠블럼을 건네며) 우승자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깡패: 네네, 감사합니다. 상금은 약속대로 포기할게요. 
관리인: 감사합니다! 정말 치열한 경기였습니다.
 
관객석에서는 사람들이 질서있게 벗어나고 있다. 시민1, 시민2, 시민3, 시민4는 여전히 앉아서 대화한다. 
 
시민1: 하, 예상 못한 결과네요. 
시민2: 그러게. 
시민4: 아, 저 죽은 사람들 불쌍해서 어떡해…. 
시민3: 뭐, 순위가 중요한 게 아냐. 무사히 들어왔다는 게 제일 중요하지. 

깡패, 잠시 코스를 돌아본다. 코스 이곳저곳에는 부서지거나 불이 붙은 차들이 널려 있었다. 

깡패: (마음의 소리) 시발, 다들 지 좆대로 운전하니까 나까지 뒤질 뻔했네…. 

S#44. 해군기지 (저녁/밖) 

함장과 모든 해군 승조원들은 기지 앞에 집합한다. 함장 앞에 승조원들이 서서 함장의 말을 듣는다. 

함장: 드디어 내일이다. 내일이면 안락사약이 배포된다. 다들 알고는 있겠지? 

승조원들, 동시에 “네!”라고 외친다. 

함장: 내 바람이지만, 적어도 나는 해군답게 강릉 앞바다에서 자침하여 먼저 떠난 전우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하지만 나 홀로 잠수함을 몰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제군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고 싶다. 하지만 이럴 땐 다들 알다시피 모두가 동등한 위치이기에 계급을 들먹이며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괜찮나? 

승조원들, 모두 “네!”라고 외친다. 

함장: 좋아. 그러면 나와 함께 잠수함에서 먼저 떠난 전우들을 만날 제군들은 손을 들어라. 

우진과 미래를 제외한 모든 승조원이 손을 든다. 함장, 미래에게 다가간다. 

미래: (경례하며) 중위, 정미래! 
함장: 그래, 정 중위는 어떻게 최후를 맞이할 예정인가? 
미래: 저는 해군 헬기를 마지막으로 타다가 따라가겠습니다. 
함장: 그래, 알겠다. (우진에게 다가간다) 박 소위는? 
우진: 저는…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여친과도 헤어졌지만 여전히 그립습니다. 그래서 걔와 최후를 함께하고 싶지만, 얼마 전에 전화로 욕하고 싸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함장: 그래, 알겠다. 내일 다시 결정할 기회를 줄 테니 그때라도 말해줄 수 있나? 
우진: 네! 내일 확실히 결정하겠습니다! 

S#45. 해군기지 (밤/안) 

우진, 침대에 앉아서 달력을 쳐다본다. 

우진: (마음의 소리) 드디어 내일…. 바닷속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성연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다) 안녕. 지금 뭐해? (잠시 그녀의 답변을 기다리다가, 읽었어도 답장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내일 드디어 동기들이 바다로 돌아가. 오후 5시나 6시쯤에 안목해변 앞바다에서 자침할 건데, 아직 결정은 못했지만 와줬으면 좋겠어. 
성연: (문자) 글쎄, 나도 모르겠어. 생각해 볼게. 
우진: (문자로) 그래도 최대한 너와 함께하기 위해서 나오도록 할게. 여전히 좋아해. 안녕. (자리에 누워 한숨을 쉬며 마음의 소리로) 어떡하지? 동기들이 과연 이해해줄까…? 성연이가 안 나오면 어떡하고? 하아, 어렵다, 어려워. 

S#46. 다음날, 강릉 이곳저곳 (아침/밖, 안) 

전광판조차도 꺼져 있다. 전광판도 꺼져 있다. 알약통에 적시된 설명서를 보이며 나레이션으로 설명서를 읽어 주고, 강릉 시민들이 물과 함께 알약을 먹는 장면이 중간중간에 보인다. 

나레이션: 경고. 이 약을 안락사를 위한 약입니다. 반드시 물과 함께 복용하십시오. 어린 유아나 반려동물에는 주사기를 활용하십시오. 약을 복용할 경우, 30분 이내로 졸음이 옵니다. 복용 후 1시간 후에는 뇌사상태에 빠지고, 안락사하게 됩니다. 

S#47. 강릉의 한 가정집 (아침/안) 

시민1과 시민2, 시민3, 시민4, 서로 모여서 강아지와 함께 파티를 연다. 

시민1: 아빠! 
시민2: 응? 왜, 우리 마님? 
시민1: 아빠는 이번 전쟁의 원인을 뭐라고 생각해? 
시민2: 글쎄다…여러 가지가 있겠지. 북한도 있을 거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유럽도 자기딴에는 스스로를 지키려고 만들었겠지만, 결국 모두 지키지 못했으니까. 
시민3: 개인적으로 과학자들 때문이 아닌가 싶구나. 특히 알버트 아인슈타인. 그들이 무기를 만들지 않았어도 이 사단은 나지 않았을 테니까. 
시민1: 아저씨, 과학자들도 엄청난 노력을 했어요. 언급하신 아인슈타인도 그렇고요. 반핵 운동의 시초였죠. 제가 이과여서 알거든요. 자기 밥그릇 싸움하는 정치인이 문제죠. 
시민3: 뭐, 어찌 되었건 인류가 약간의 쇳덩이와 돌덩어리만으로 멸망할 수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 않니? 
시민1: 네, 그건 맞죠. 
시민4: (짖는 강아지에 고개를 돌리며) 괜찮아, 괜찮아, 토토야. 엄마가 곧 낫게 해줄게. 
시민2: 누가 먼저 쐈든, 얼마나 쐈든 이런 꼴이 됐다는 게 참 슬프구나. 우리 딸내미 아기 때 사진만 핵미사일에 붙였어도…. (흐느낀다) 
시민4: (약을 꺼내며) 자, 그럼 가야지. 
시민1: (한 손을 펼쳐 들며) 엄마, 잠깐만!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찍자! 
시민4: 글쎄,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시민1: 뭐 어때. 소중한 추억이니까. 

4명과 강아지가 소파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은 후에는 서로 한 번씩 안아준다. 

시민3: 다들 고생 많았어요. (시민2를 바라보며) 특히 우리 동창,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객식구로 날 받아준 거 고맙다. 
시민2: 에이, 뭘…. 괜찮아, 임마. 
시민3: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즐기고 도우며 살아왔으니까, 하늘에 있는 우리 집사람과 아들도 대견스러워하면 좋겠다. 

시민1과 시민4가 강아지에게 먼저 함께 주사를 놓은 다음, 다들 그 자리에서 술과 함께 알약을 삼킨다. 

S#48. 데스티니 술집 (낮/안) 

불도 다 꺼져 있는 술집의 문을 활짝 연 사장은 옆에 약통을 두고 술을 홀로 마신다. 

사장: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과 건배하면서) 이제 끝이네. 그동안 고생했다! 

사장, 한 모금 마신 뒤에 발걸음 소리를 듣는다. 

사장: (고개를 돌리며) 누구세요? 
종업원, 카운터: (미소지으며) 사장님, 저희 왔어요! 
사장: 너희들이? 왜 왔어? 친구들이랑 약 안 먹을 거야? 
종업원: 아, 그냥 저희는 사장님 달래드리고 싶어서요. 
카운터: 네네, 저도요. 
사장: 고마워, 얘들아. (의자를 책상에 끌고 오며) 여기 좀 앉아라. 

종업원과 카운터, 둘 다 의자에 앉고 약통을 꺼낸다. 셋 모두가 술잔을 들며 건배할 준비를 한다. 

사장: 자, 건배해야지. 근데 너희들은 뭘로 건배할지 생각해 봤어? 
종업원: 저는 다음 생애를 위해서요. 
사장: 그래, 다음 생애는 안전해야지. (카운터를 보며) 너는? 
카운터: 저는 눈먼 자들의 세상을 위해서요. 
사장: 표현이 좀 특이하네. 이유가 있어? 
카운터: 네. 극소수의 윗대가리 말고는 이번 전쟁에 대해 대비하거나 살아남지 못한, 눈먼 사람들이잖아요. 적어도 다음 생애에서는 모두 눈을 뜨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사장: 좋아. 그럼 난…미국에 있던 우리 집사람과 따님을 위해서. 

셋 모두 “건배!”를 외치며 잔을 부딪친다. 그리고 알약을 입에 넣고 술과 함께 삼킨다. 

S#49. 강릉 시내 (낮/밖) 

약통을 든 깡패는 람보에 탔다. 창문은 모두 열려 있고, 운전석 바깥문에 ‘최후의 승자’ 엠블럼이 보인다. 

깡패: (알약통을 바깥에 내팽겨친다) 인생, 그래도 화끈하게 살다 가야지! 

깡패가 빈 도로를 빠른 속도로 운전한다. 자동차의 속도가 100km/h로 올라간다. 

깡패: 이 맛에 살았다! 

자동차의 속도가 150km/h로 올라간다. 저 멀리 차 앞에는 광고판이 보인다. 

깡패: (핸들을 놓으며) 간다! 

자동차 속도는 200km/h에 다다른다. 잠시 후 자동차가 날아오르고, 광고판과 충돌하면서 폭발한다. 
 
S#50. 대학 사무실 (낮/안) 

해진만 있는 사무실은 납 상자들로 가득 차 있다. 그것들에는 ‘유언,’ ‘나의 인생사,’ ‘핵전쟁,’ ‘우리 대학교’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해진은 상자 하나를 들어서 확인한다. 

해진: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해. (상자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는다) 이 정도면 후대인들도 같은 실수 안 하겠지. 

해진, 물과 알약을 삼키고 의자에 눕는다. 

S#51. 대학 기숙사 (낮/안) 

성연은 홀로 기숙사 침대에 누워있다. 성연은 시민1의 집에 갔을 때 시민1, 시민2, 시민3, 시민4가 현관문을 연 채로 소파에 앉아서 죽어있었던 것을 상기한다. 

성연: (마음의 소리) 엄마, 아빠도 없고…이대로 외롭게 죽는 걸까…. 

성연, 우진에게 안목해변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보낸다. 그러나 문자 서비스도 종료되어 보내지 못했다는 알림이 온다. 

성연: (마음의 소리) 못 보내네. 그래도 안목해변 쪽으로 한 번 나가볼까. 5시에 자침한다고 했는데. 지금 시간이… (놀라며) 벌써 4시 16분이야? 

S#52. 대학 인근 (낮/밖) 

밖으로 나온 성연은 공공자전거 정류장에 가서 아직 사용이 가능한 자전거가 있는지 확인해본다. 

성연: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아, 이건 된다! 

성연, 자전거 바구니에 실린 헬멧을 쓰고 출발한다. 

S#53. 잠수함 (낮/안) 

함장: 오늘은… 

미래를 제외한 승조원들이 전부 모여 있다. 

함장: 우리가 바닷속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비장한 표정을 한 승조원들의 모습을 각각 보여준다. 

함장: 해군의 본문에 맞게 죽는 거다. 

한 손으로는 금팔찌를 차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엄지손톱을 깨무는 우진의 모습이 보인다. 

함장: 지금이라도 빠질 인원은 없나? 있으면 지금 얘기하도록. 

우진,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며 천천히 손을 든다. 

S#54. 강릉 시내 (낮/밖) 

자전거 소리가 들린다. 성연이 헬멧을 쓴 채로 자전거를 통해 빠른 속도로 빈 도로를 달린다. 

성연: (슬픈 표정으로) 제발…제발…! 

S#55. 잠수함(낮/밖) 

잠수함 위에 우진이 맨 앞에 나와서 그의 바로 앞 함장과 함장 뒤에 있는 승조원들에게 경례한다. 

우진: 저의 선택을 존중해주신 함장님, 그리고 승조원들께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함장: 그래, 고생 많았다! 
우진: 특히 함장님의 약속에 대해 다음 생애에서도 기억하겠습니다. 

함장이 미소짓는다. 우진, 그의 뒤에 있는 고무보트를 바다로 내려놓는다. 우진은 거기로 떨어진다. 

승조원4: 야! 박우진! 
우진: (고개를 돌리며) 네, 왜요? 
승조원4: 만약 다음 생애에 또 핵전쟁 나면, 그땐 내가 막는다, 새끼야! 
우진: (웃으며) 뭐라고요? 알겠습니다! 중위님 다 해쳐먹으십시오! 

모두 웃는다. 승조원들과 함장은 우진이 고무보트를 타고 사라지는 것을 본다. 

S#56. 안목해변 (저녁/밖) 

성연은 잠시 후 안목해변에 도착한다. 성연은 자전거에서 내린 뒤, 해변으로 다가가며 헬멧을 내팽겨친다. 

성연: (주위를 둘러보고) 누구 없어요? 있으면 제발 나와 주세요! 

한편 미래의 헬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헬기는 검은 연기를 내며, 저 멀리서 추락하고 있었다. 잠시 화면이 전환되어 헬기 내 미래의 모습이 보인다. 

미래: 히~하! 

헬기가 추락하여 폭발한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본 성연은 쭈그리고 앉아서 운다. 

성연: 혼자 죽기 싫어…. (바다를 바라보며) 우진아! 미래 선배! 함장님! 

성연, 계속 운다. 잠시 아무도 없었다가 저 멀리서 누군가 고무보트를 뒤로 하고 양팔을 흔들며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우진: (멀리서 희미하게) 성연아! 
성연: 우진아! (우진에게 뛰어간다) 우진아!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아 운다. 

성연: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 
우진: 나도, 나도! 
성연: 전에 쌀쌀맞게 굴고 상처 줘서 미안해. 
우진: 괜찮아, 괜찮아! 나도 너에게 먼저 욕해서 미안해. 
성연: 아냐, 아냐. 괜찮아! 이제 함께하면 되니까. 

우진, 성연에게 끼지 않은 금팔찌 한쪽을 건넨다. 성연은 그걸 찬다. 

S#57. 안목해변(밤/밖) 

해변에서 돗자리를 펴고 두 남녀가 앉아 있다. 잔잔한 음악이 나오며, 그들은 술잔을 부딪치고 약을 먹는다. 

우진: 다음 생애에서도 다시 만나자. 
성연: 그래. 꼭 만나자. 

장면 전환. 물이 새는 잠수함 내부의 모습이 보인다. 거기엔 함장과 승조원3이 있었다. 

함장: 발사해. 
승조원3: 네! 

그가 버튼을 누르자, 바닷속 잠수함에서 흰 물살이 위로 솟으며 미사일이 발사된다. 화면이 바뀌어, 저 멀리 바다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미사일이 하늘에서 터진다. 이어서 불꽃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텅 빈 강릉 거리, 대학 기숙사, 자동차들이 널브러진 고속도로, 시청, 도서관, 허난설헌 기념관, 캠핑장, 대도호부관아, 술집, 카페, 그리고 대학을 거쳐서 두 남녀의 모습으로 전환된다. 

우진: 멋있다! 오길 잘했네. 
성연: 그러게. (우진에게 고개를 돌린다) 직접 부탁드렸어? 
우진: (성연을 쳐다보며) 응. 가능하시면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어. 
성연: 그렇구나. (우진과 함께 앞을 바라본다) 하긴 이제 쓸 일도 없으니까…. 

두 남녀가 각자의 금팔찌를 찬 손을 서로 잡는다. 장면이 전환되어 불꽃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해변에서, 두 남녀가 자전거 옆에 돗자리를 편 자리에 누우며 영화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