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풍력 발전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그의 귀를, 귀와 신경을 건드렸다.
그의 방독면의 작은 유리창은 김으로 덮여 있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더이상 머물러서는 안 됐고 그의 사도가 머무르게 해서도 안 되었다. 그는 굴착기 주위를 걸어다니며 어디에 디젤 연료를 부어야 할지 찾아냈다. 그는 그 안에다 대고 외쳤다. 우!
망할.
아르티옴은 다리를 질질 끌며 경비실로 깡충깡충 뛰어갔다. 아마 그 안에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유탄 발사기가 있을까?
아니, 물론 아니었다. 유탄 발사기는 아니었다. 두 구의 시체가 있었다. 하나는 문간에서 바깥으로 기어가는 자세로 있고, 다른 하나는 방에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폭발물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지고 있을 이유도 없긴 했다. 사벨리가 옳았다.
아르티옴이 철탑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철탑들은 전에도 이곳에 서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서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 있을 것이다. 트럭들은 돌아올 것이다. 아무런 인식표도 없는 남자들은 길 잃은 바보들을 총으로 쏴서 이빨을 납탄으로 뭉갠 다음 개밥으로 던져버릴 것이다. 그들은 퓨즈를 교체하고, 찢어진 전선을 연결할 것이고, 지구 반대편까지도 닿을 수 있을 안테나들은 다시 어떤 비명도 질식시킬 조용한 속삭임을 합창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지하에서 텅 빈 지구본의 세계에 사는 것이 익숙해진 모든 사람들은 삶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무얼 들을 시간조차 없을 것이다. 그들이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라디오는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결핵 병동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은 단 한 번 반짝였다가 다시 꺼져 버렸다. 그들은 다시 제정신이 들 것이고, 아르티옴은 다시 사이코패스가 될 것이었다.
"좀 어때요?" 료카가 옥상에서 소리쳤다.
"아무것도요.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아르티옴이 대답했다.
아직까지는.
떠나기엔 아직 너무 늦지 않았다, 안 그런가? 이 망할 곳을 버리고 숨어 있다가, 큰 트럭들이 쏜살같이 지나가도록 내버려 둘까? 녹슨 차를 타고 말라비틀어진 승객인 척 하고 모스크바로 이어지는 도로의 기나긴 갓길을 따라 서행하고, 그리고 어떻게든... 아무튼 간에 말이다. 그럼 3주는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2주든지.
그는 다시 통신 센터로 들어가, 제어실을 지나 다시 방들을 통과하고, 문을 쾅쾅 두드리고 찬장과 의자를 걷어찼다. 어디야? 여기 어디에 대체 뭐가 있었냐고? 널 어떻게 파괴해야 하지, 이 괴물아? 어떻게 박살내지? 말이 없는 통신 운영자는 아르티옴의 발밑에 누워 있었다. 그는 격분해서 시체를 한쪽으로 끌고 갔고, 시체는 아르티옴을 괴롭히기 위해 더러운 자국을 남겼다.
다시 밖으로. 그가 놓친 곳이 어디일까? 그는 건물 뒤를 뛰어다니며 수풀을 헤치고 풀밭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나서 다시 정전된 경비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텔레비전은 꺼져 있었기 때문에 회색의 거울 세계만을 비출 뿐이었고, 거울 세계 속의 모든 것은 현실과 같았다. 훨씬 더 비뚤어지고 멍청할 뿐이었다. 전기가 들어왔다면 적어도 주변을 둘러볼 수는 있었을 것이다. 만약 전기가 들어왔다면 그는...
그는 절뚝거리며 변압기 건물로 갔다.
그는 문을 활짝 열고 받쳐서 끽끽대는 바람이 문을 쾅 닫지 못하게 했다. 미안하군, 너무 성급했어. 아마 고칠 수 있겠지, 응? 전기가 들어왔다면, 나는... 그러니까 분명히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모든 파장에서...
모든 파장을 방해한다 이거지, 안 그래? 그런 거냐, 이 개자식들아?
모든 파장, 단파, 중파, 그리고 아마도 장파까지. 음악과 콜사인 대신 치직거리기나 하지, 이 눈먼 장님 같으니. 하지만 쓰러뜨릴 수 없다면, 말하는 법을 가르쳐줄 수는 있지 않을까?
아르티옴의 손가락은 두꺼운 고무 속에서 둔해졌다. 그림자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빛도 통과시키지 않았고, 그가 보지도 못하게 했다. 그의 렌즈에는 김이 서려 있었고 이젠 물이 되어 줄줄 흐르는 수준이었다. 그가 망가뜨린 게 대체 뭘까? 그는 끊어진 전선들을 묶고, 퓨즈를 다시 제자리에 꽂고, 기계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어떤 불도 들어오지 않았다. 풍력 발전기들은 울부짖고 있었지만, 불빛은 없었다.
"료카! 료카!" 그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전기에 대해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왜 그어시죠?"
"잠깐 내려와서 좀 보세요!"
료카가 들어오기까지는 2분이 더 걸렸다.
"당신이 그앴어요? 이언 기물파괴범 같으니." 료카가 으스러진 이빨 사이로 중얼거렸다.
"무슨 생각이 있나요?"
"어, 조금요. 저는 전기공이 되고 싶었어요. 보수가 높은 일이죠. 아무도 당신한테는 일을 시키지 않을 겁니다. 그자드은 자기들만의 파벌이 있어요."
아르티옴은 바깥을 내다보며 문의 창살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도로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딱정벌레들이 아직 여기까지 기어오지 못했을까? 길을 잃었나?
첫 번째 사도는 여전히 배전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퓨즈를 이리저리 옮기고, 자기만 알아들을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천장 아래 매달린 작은 전구는 생명이 없었고, 플라스크도 비어 있었다.
"좋아요, 듣고 있습니까? 그만하죠. 잊어버려요. 당신이 할 일이 아닙니다. 집에나 갑시다."
그리고 아르티옴은 커다랗고 네모난 콘크리트로 지어진 음울한 회색 벽을 절망적으로 바라보았고, 여기서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벽은 함정이어서 쉽게 넘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었다. 그는 넋을 잃고 낚싯바늘이 그의 등을 후려갈길 때까지 미끼 주위를 종종걸음쳤다.
"그럼 제가 할 일은 뭔데요?" 료카가 물었다. "남은 삶 동안 똥 양동이을 총알 열 개로 바꾸는 거요? 당신은 나의 빛을 막고 있어요."
"이런 나쁜 자식." 아르티옴이 그에게 말했다. "난 당신을 사도로 임명했는데, 당신은 그걸 남용하고 있어."
"글쎄, 재미있지 않나요? 어때요, 당신이 제 사도가 되는 건? 저기, 우리 엄마는 나에게 밝은 미애가 있을 거아고 그앴거든요."
료카는 손톱에 걸린 무언가를 뜯어내서 딸칵 소리를 냈다.
불이 켜졌다.
아르티옴은 가슴이 뛰었다. 그는 료카를 붙잡고 있는 힘껏 그를 흔들어 댔다.
"바로 그겁니다! 구세주는 제가 아니라 당신이군요. 가서 도로 좀 지켜보세요!"
그는 삐걱이는 소리를 지나쳐 절뚝거리며 통신 센터로 들어갔다. 완충 구역에서 전구가 빛나고 있었다! 그는 제어실로 뛰어들어 바퀴 달린 의자에 걸터앉았다. 내게 전문 용어를 알아듣는 법을 알려줘! 스위치에 적힌 말이 뭐였지? 그는 억지로 심호흡을 하고 눈을 맑게 깜박이며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체계적으로 비문을 훑어보았다. 그는 INT.GEN.USW 라고 적힌 스위치를 발견했고, '초단파 간섭 발생기' 라고 해석한 다음 스위치를 아래로 내렸다. 다른 것들엔 SW(역자 주 - Short Wave, 단파), LW(역자 주 - Long wave, 장파), 그리고 다른 다양한 주파수 대역들이 임시 제어반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그는 헤드폰을 끼고 딸깍거리며 주파수를 켰다. 이제 치직거리지 않겠지?
쉭쉭거리는 뱀들을 모든 주파수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을까? 아무래도 성공한 것 같았다.
이제 어쩌지?
철탑은 창밖으로 자라나는 금속 숲이었고, 전부 철사 덩굴로 덮여 있었고, 그 안에서 주파수가 엉켜 체액을 빨리고 있었다. 그것이 철탑들이 여기 이토록 많은 이유였다. 멀리서 오는 목소리들을 한 번에 침묵시키기 위해서.
그럼 그 침묵을 내 목소리로 바꿔도 될까?
그의 손가락이 다시 스위치 사이를 더듬었다. USW-SW-MW 대역에서 방송 활성화...
아르티옴은 헤드폰의 마이크를 만졌다. 그는 그것을 입 쪽으로 구부렸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는 손가락으로 전선이 어디로 파고들어 있는지 따라갔고 제어반에 작은 램프가 달린 스위치를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누르고 자기 귀에 기침을 했다.
그는 온 세상의 귀에 기침을 했다.
아르티옴은 얼어붙었다. 그는 방독면을 벗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분명하게 들어야 했다. 그들 모두가.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그는 갈라진 입술을 핥았다.
"여기는 모스크바입니다. 제 말 들립니까?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보로네시? 노보시비르스크? 제 말 듣고 있습니까? 여긴 모스크바입니다! 우린 살아있어요! 전에 들었을지 모르겠는데... 우린 당신들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우린 우리가 유일한 생존자라고 생각했어요. 우린...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아무것도요, 아시겠습니까? 어떻게 알겠습니까? 여태껏 서로 떠들어대고 있었다니... 우리가... 오 주여,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저 밖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어떻게 지내십니까? 우린 여기서 수 년을 보냈습니다. 지하에서요. 우린 머리를 내미는 것조차 두려워했어요. 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믿기나요? 통신이 없었어요. 신호도 없었고요. 모스크바에 전파 방해기를 설치한 놈들이 있습니다. 발라시하에요. 그리고 그자들은 당신들을 우리에게 숨겼고요. 마치 우리가 귀머거리나 장님이 된 것처럼요. 우리는 20년 동안 여기 있었습니다... 저는 20년 동안 여기에 있었고, 이제 겨우 26살일 뿐입니다. 여기 지하에 앉아서요. 제 이름은 아르티옴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가 불타고, 온 지구가 불타고, 갈 곳도 기어나갈 곳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런 곳을 찾길 원하고, 희망했습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춤을 추나요... 당신들을 너무도 보러 가고 싶습니다. 방독면 없이도 밖에서 숨을 쉴 수 있나요? 공기는 어떻습니까? 우린 당신들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끼리만 20년을 있어 왔어요. 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때문에, 왜 우리는 어둠 속에 앉아 있었을까요?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서? 누가 우리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알아낼 겁니다. 그놈들의 전파 방해기를 박살낼 겁니다. 다시 함께가 될 겁니다. 여기는 모스크바입니다.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전 세계와 함께할 겁니다. 우린 살아있어요, 아시겠습니까? 모두가 살아있고, 우리도 살아있어요! 아마 여기 친척들이 있으시겠죠. 4만 명의 사람들이 살아있습니다. 당신들은 몇 명이나 되나요? 우리는 국가가 될 겁니다. 지상에서 예전처럼 살아갈 겁니다. 인간답게요. 저는... 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고픈 말을 마음속으로 백 번이나 연습했어요. 이젠 다 까먹었습니다. 적어도 제 말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오래 말하겠습니다. 그럼 아마 그자들이 저를 꺼 버리겠죠. 방해기를 설치한 사람들 말입니다. 누가 우리를 당신들과 갈라놓았을까요? 그자들은 돌아올 겁니다. 우린 여기서 잠깐이나마 버티도록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 두 명 뿐이고, 그들은 많습니다... 빨갱이들 말입니다. 제 말을 헛것으로 치부하지 마세요. 아니면 이게 다 농담이라고도. 저는 진짜입니다. 제 이름은 아르티옴입니다. 그들이 절 죽인다면, 모스크바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제 말을 듣고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나갈 겁니다. 모스크바, 들리나? 한자 동맹도? 폴리스도? 아직 잊어버리지 않은 누구라도... 누가 또 듣고 있나요? 제가 유일한 사람은 아닙니다. 우린 속고 있었어요. 우린 모두 속고 있었다고요. 우린 오래전에 땅굴을 떠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었죠. 차를 몰고 가거나, 걸어가거나. 아무데나요. 심지어 그게 파리일지라도. 아니면 예카테린부르크든지요. 붉은 라인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숨겼습니다. 뭣 때문일까요? 그럼 희망이 없다는 걸까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그냥... 그냥 살 수 있어요. 전부 지상에 올라가서, 그리고 살아가는 겁니다. 이전처럼요. 인간답게 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방식대로요. 살아가자고요! 듣고 있습니까? 이봐요, 전 미치지 않았습니다. 모두 거기 있다고요. 존재해요, 온 러시아, 유럽, 그리고 아메리카까지... 모두 진짜라고요! 여러분이 직접 들어보세요! 그리고 이제 우리도 존재하게 되었고요!"
그는 방송을 종료하고 다른 도시들이 그 대신 웅얼거리게 하고 고요해진 헤드폰을 벗었다. 과연 그가 누구에게 방송을 들려주거나, 적어도 속삭임이 닿긴 했을까? 그는 알 수 없었다.
충분히 토해냈다.
자기들끼리 다른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도록 하자. 온 세상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자.
* * *
"아르티옴! 사람들이 몇 도착했어요! 아르티옴!"
아르티옴은 자동소총을 움켜쥐고 방독면을 썼다. 그는 완충 지대를 빠져나와 삐걱이는 바람에 소용돌이치는 먼지를 향해 총신을 휙휙 겨누었다.
총 세 명의 사람이 철창 뒤에 서 있었다.
세 사람 모두 싸우고 싶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두 손을 들고 있었다. 그들의 방독면은 마치 수제품인 것처럼 보였고, 끈에 매달려 있었다. 역시 집에서 만든 것처럼 보이는 보호복은 느슨하고 헐거운 표준 군용 것처럼 헐렁하게 걸려 있지 않고, 정확히 몸에 맞게 재단되어 있었다. 그들 중 둘은 형제처럼 서로 닮은 젊은 남자들이었다. 세 번째는 회색 턱수염과 길고 흰 머리를 기른 건장한 남자였다.
젊은이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여기 있네요! 여기 있어요, 아빠! 사람들이요. 제가 들었다고 그랬잖아요." 그들 중 한 명이 주위를 둘러보며 더 나이든 남자에게 자랑스레 말했다.
"안녕하세요." 나이 든 남자가 침착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아르티옴은 총을 내리지 않았다.
그는 이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젊은이들은 장밋빛 뺨을 하고 머리를 바싹 밀고 있었고, 수제 소드오프 샷건을 아스팔트 위에 내려놓았다. 그들의 손은 비어 있었다. 아르티옴은 철창 사이로 단 한 번의 사격을 통해 그들을 모두 없애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외부인들은 그가 그렇게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는 것 같았다.
젊은이들은 미소를 지었다. 서로에게, 또 아르티옴에게. 바보 같았다. 메트로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들의 아버지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태연히 아르티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새파랗고, 나이가 들어도 시들지 않았다. 남자의 왼쪽 귀에는 은귀고리가 매달려 있었다.
"누구시죠?" 아르티옴은 방독면 호스를 통해 웅얼거렸다.
"여기가 이미 모스크바인가요? 저희는 모스크바로 가는 길입니다."
"여긴 발라시하입니다. 뭘 원하는 거죠?"
"아무것도요." 남자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제 아들들은 누군가 모스크바에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요. 그래서 우리는 같이 물건들을 꺼내 왔습니다."
"어디서 왔죠? 어디서 오셨습니까?"
"무롬이요."
"무롬?"
"마을이에요. 블라디미르와 니즈니 사이에 있죠. 니즈니 노브고로드요."
"여기서 몇 킬로미터나 되죠?"
"300 정도요. 아마."
"거기서 여기까지 300킬로미터나 걸어왔다고요? 직접? 아무튼 누구십니까?"
"저는 아르세니라고 합니다." 회색 수염의 남자가 말했다. "이 애는 이고르이고 이 애는 미하일입니다. 제 아들놈들이죠. 이고르, 이쪽이요, 가 모스크바에서 온 통신 신호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저희가 온 곳에서는 모스크바가 완전히 불타버렸다고 생각해요. 이고르가 동생을 설득했고 두 녀석이 저를 설득했죠."
"무엇 때문에요?"
"글쎄요, 그러니까... 제가 말했듯이, 통신에서 그들은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어디서 살아남았는지 알아내려고 하면서요. 그리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버리는 것은... 기독교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없이도 잘 지내시는 것 같네요. 차 한 잔만 할 수 있을까요? 긴 여정이었거든요."
"움직이지 마!"
"미안합니다." 아르세니가 웃었다. "보안이 철저한 시설인가 보군요?"
"여기 있는 것은..." 아르티옴은 료카를 쳐다보았다. 료카는 손을 들었다. 모든 것이 통제 하에 있었다. "...시설입니다. 도로에서 차가 다니는 걸 본 적이 있습니까?"
"승합차 한 대가 다른 길로 지나가더군요. 우리는 엄지손가락을 치켰지만, 쏜살같이 지나쳐 버리더라고요."
"엄지를 치켰다고요?"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시잖아요, 정지 신호요. 우린 길을 물어보고 싶었죠."
"그래서 멈추덥니까?" 아르티옴은 낄낄댔다.
"여기선 그렇게 하지 않나요? 사람들을 태워주는 거요."
아르티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풍력발전기를 뚫고 귀를 기울였다. 이게 매복 공격일까?
"모르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300킬로미터를 걸었다고요? 당신들은 제가 그걸 믿을 거라 생각합니까?"
"좋아요. 차야 안 마셔도 됩니다. 움직이자." 아르세니가 선언했다.
"안 돼요, 아빠, 안 돼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디로 움직여요?"
"이고르." 아르세니는 아들에게 딱 잘라 말했다. "말대꾸하지 마라."
"모스크바는 어떤지라도 물어보세요. 거기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정말로 있나요? 아니면... 있잖아요, 아저씨. 저는 라디오를 가지고 놀거든요. 그리고 몇 번인가 뭔가를 들었어요. 이런 말이요. 여기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응답하라. 아니면 로스토프라던가. 그게 뭔가요?"
"그게 뭐냐고?" 아르티옴이 되풀이했다.
그는 그들을 훑어보았다. 이상한 옷, 치켜든 빈 손, 대롱거리는 방독면. 안면 렌즈 두 알 대신 유리창 하나. 그리고 그는 철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고무로 된 방독면과 동그랗고 뿌연 렌즈. 그는 술에 취하고 진통제에 절은 채로 자신의 수상쩍은 총신을 들여다보았다.
어째서인지 그는 검은 존재를 떠올렸다. 오스탄키노 탑 전망대에서의 그날을. 왜 갑자기 그날이 떠올랐을까?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잠깐만요."
그는 경비실로 들어가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대문을 여는 버튼을 눌렀다. 그는 바깥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세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여전히 같은 장소에 서 있었고, 손도 내리지 않았다. 총은 땅바닥에 놓여 있었다.
"들어오세요."
그들은 다시 눈짓을 주고받았다.
"안으로 들어갑시다. 총도 챙기시고요. 제가... 모스크바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안에 시체가 있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 * *
"절 믿어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믿을 수가 없네요. 제가 지금 크게 말하고 있지만, 믿기지가 않아요. 이해할 수도 없고요. 마음으로는 알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멋져요." 이고르와 미하일은 손뼉까지 쳤다. "이게 바로 삶이죠! 진짜 감동적이네요. 그리고 우리한테 메트로를 보여줄 수 있나요? 무롬은 썩은 구덩이나 마찬가지예요. 아무 일도 일어나질 않거든요!"
아르티옴은 대꾸하지 않았다.
"음, 그럼..." 아르세니가 귀걸이를 잡아당겼다. "그들이 당신을 죽일 때까지 여기 있을 건가요?"
"그래야 합니다. 가능한 한 오래 버틸 거예요. 기본적으로... 모스크바의 이야기란 그렇습니다. 아마 우리가 공격했을 때 그들이 신호를 보낼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게쑈. 하지만 그자들은 이제 모든 것을 확실히 들었을 겁니다. 곧 올 거예요. 집에 가세요. 당신들이 낄 바가 아닙니다. 나중에라도... 다시 오시면 됩니다. 원한다면요. 이 일이 다 끝나면. 그리고 도로를 따라가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아르세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고르와 그의 동생은 딱딱한 의자에서 불안하게 꿈틀거렸다. 그들의 아버지는 아르티옴과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아들들은 그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지만 감히 담배를 달라고 하지는 못했다.
"저는 집에 가기 싫어요, 아빠!" 미하일인지 이고르인지가 가벼운 베이스 톤으로 말했다. "여기 남아요. 저는 돕고 싶어요."
"무의미해." 아르티옴이 말했다. "그자들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 스무 명은 될 거야. 어쩌면 더 많을지도. 그리고 무장했겠지. 우린 다섯 명도 버티지 못할 거야. 그리고... 그건 붉은 라인이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거기 살고 있어. 군대를 가지고 있다고. 진짜 군대를."
"남아요, 아빠."
"가세요. 머무르지 마시고. 가서 거기 사람들에게 말해주세요... 무롬 사람들에게요. 정말로 방독면 없이도 숨을 쉴 수 있습니까?"
"네."
그리고 채소들이... 자라나요? 정상적으로?"
"우린 작물을 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덮어 놓습니다. 비는 위험하거든요. 우리는 물을 정화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네. 토마토나 오이 같은 거요."
"토마토라니, 정말 환상적이네요."
"공산주의자들에 대해 듣는 기분은 이상하네요. 파시스트들도요. 지나간 세기의 무언가처럼요."
아르티옴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그는 어떻게 처음부터 이 세 사람이 전초 기지에서 온 정찰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메트로에서 온 사람들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 아무것도 같지 않았다. 마치 그들이 화성에서 막 날아온 것처럼 말이다.
"그 뒤에 있는 건, 뭐죠... 신자입니까?"
"우리는 진짜 마을이 아니라 거기 있는 수도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강둑에 오래되고 아름다운 수도원이 있죠. 성 삼위일체 수도원이요. 진짜 요새죠. 아시잖아요, 하늘색 돔이 있는 하얀 요새요. 믿을 수 없는 곳이죠. 그런 곳에서 신을 믿지 않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도요." 이고르인지 미하일인지가 열렬히 외쳤다.
"운이 좋으시군요." 아르티옴은 그들을 향해 해진 미소를 보였다. "우리는 수도원이 없습니다. 우리 자신도 없고요. 남은 건 망할, 아무것도 없어요."
아르세니는 무슨 선사시대의 물고기 같은 것이 들어있는 구겨진 깡통에 담배꽁초를 비틀어 넣고 일어났다.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해줘야 합니다. 그들에게 모든 걸 말해야 합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요. 가세요."
"배웅해 드릴게요."
"필요없어요. 사람들에게... 말해주세요. 그리고 우리는 당신이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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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르티옴이 갑자기 오스탄키노 탑을 떠올린 것은 자신이 검은 존재를 믿지 못하고 미사일을 날려 후회한 전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믿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아님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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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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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보기 귀찮아서 최근동안 안 봤는데 지리네, 특히 통신씬 정주 때리러 간다 쉽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