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있어요! 철탑에서 보입니다!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 그자들이 맞나요?"


바람이 점점 지쳐가며 삐걱이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갑자기 주위가 마치 가든 링에서처럼 솜털같이 고요해졌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여전히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모터의 위협적이고 높은 윙윙거리는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이었다.


"몇 명이나 됩니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아르티옴은 다시 철탑을 기어올랐다.


그는 고층 빌딩들 사이의 틈으로 그자들을 힐끗 보았다. 한 대, 두 대, 세 대, 그리고 다시 시야에서 사라졌다. 트럭 세 대는 확실했다.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몰랐다. 아, 정말로 두 대가 더 있었다! 똑같은 트럭 다섯 대가 모스크바 방면에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누더기가 된 폐허 건물들이 트럭들을 숨기고 소리를 줄여주었다. 아마 이제 남은 시간은 10여 분 정도일 것이다.


트럭에는 몇 명이 타고 있을까? 50명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지붕에는 기관총이 달려 있었다. 아마 저격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들이 이곳을 급습한다면 모두가 한꺼번에 발포할 것이다... 아르티옴의 병력 중 그 누구도 눈 하나 깜빡할 시간조차 없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쓰러져 개밥이 될 것이다.


10분. 그전에 일을 끝내고 마지막 방송을 시작해야 했다.


그는 모든 것을 말해줄 시간을 가졌다. 아르세니와 그 아들들 그리고 료카, 이 선한 이들은 그에게 시간을 조금 벌어줄 거였다. 바로 지금부터 더이상 쓸데없는 잡담은 없었다.


누군가 그를 데리러 올 수 있을까? 모스크바는 단 한 번도 대답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청취를 위해 쌍방향 라디오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안 그런가? 들을 만한 도구는 충분했다. 그들이 듣고 있는 한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아르티옴은 멀리서 또 한 번의 쉭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쪽으로 귀를 돌렸다. 눈을 찌푸리면...


동쪽에서, 갑작스럽게 러시아 바깥으로부터 작은 점 하나가 전초기지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먼지 기둥이 일었다. 통신 센터와의 거리는 트럭들보다 더 멀었지만, 속도는 더 빨랐다. 누구지?


기어 내려갈 시간이 없었다. 뛰어내려야 했다! 그러나 아르티옴은 점이 더 커질 때까지 놓아줄 수가 없었다. 뭔가... 회색인가? 은빛이었다! 이제 점이 아니라 자동소총 총알에 가까워졌다. 길쭉한 모양의... 스테이션 왜건이었다!


사벨리?


그는 서두르다가 얇은 철근에 발이 미끄러졌다. 취기와 진통제는 이미 효력을 잃고 있었고, 지금은 움직이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는 몇 초를 허비했다. 그는 이고르와 미하일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하는 편이 더 빠를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다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마조마해하면서, 겁에 질린 채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 창문에서 쏠 수 있어!" 그는 형제에게 명령을 내렸다. "료카! 도로 좀 지켜봐요!"


그는 통신 방송을 하는 대신, 문을 열고 고속도로로 달려나갔다. 지금 당장은 그들 다섯 명뿐이었고, 아르티옴은 방송을 할 예정이었지만, 사벨리가 제시간에 도착한다면 그는 2인분 취급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돌아오는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를 두고 갔었나?


그의 양쪽 귀에서 이명이 울렸다.


트럭들은 마치 카드 한 벌처럼 하나로 겹쳐졌다. 불빛도 켜놓은 채로, 숨길 것 없이 서둘러 오고 있었다.


반대 방향에서는 높이가 아주 낮은 스테이션 왜건 한 대가 트럭에 부딪쳐 산산조각이라도 날 것처럼 곧장 트럭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예의 그 고기 써는 칼날이 멈춰서서 사람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르티옴은 사벨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서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은신처로 달려갔다.


그가 고속도로에서 브레이크 소리를 들었을 때 이미 대형 트럭들의 굉음은 꽤 뚜렷해졌다. 스테이션 왜건 총알이 먼저 도착해 전속력으로 모퉁이를 돌아 문이 닫히는 동안에 비집고 들어왔다.


결국 그 정체는 사벨리였다.


"사벨리!"


"나는, 어... 휴가를 좀 연기하기로 했어..." 그는 기관총이 든 커다란 가방을 끄집어내면서 차 트렁크에 머리를 박은 채 설명했다. "먼저 이 일을 끝내고 출발하려고."


아르티옴은 사벨리를 껴안고 그의 주름진 피부에 키스를 갈기고 싶었다.


"빌어먹게 형편없는 용단이군요." 대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카마즈 트럭에서 디젤을 퍼낼 거야!" 스토커는 윙크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디젤이라." 아르티옴이 따라했다. "디젤로 운전하고 있습니까?"


"맞아."


"기름통 좀 줘 보세요."


"뭐하게?"


"기름통이요! 어서요! 디젤이요! 디젤이 필요합니다!"


그는 사벨리의 손에서 탁한 액체가 담긴 큰 플라스틱 통을 낚아채 벽을 계속 주시하며 혼수 상태의 굴착기로 달려갔다. 적들이 어디로 넘어올까? 아르티옴이 넘어왔던 그 장소일까?


"들이켜!" 아르티옴은 통에서 나온 무지갯빛 액체를 굴착기의 마른 목구멍으로 한 모금 집어넣었다. "마셔! 너도 먹고 싶었지? 갈린 이빨이랑 피가 섞여 있다고 해도 말이야. 다 끝나기 전에 여기서 술이나 마시자. 출병하기 전 군인의 보드카 한 잔이다." 그는 무한궤도 바퀴 위로 올라탔다.


"뭐 하는 건데?" 사벨리는 바로 아래쪽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저 망할 철탑들을 뿌리째 뽑을 겁니다!" 아르티옴은 마치 지뢰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소리 없이, 기도하듯이 전선을 묶었다.


트럭들은 이미 바로 모퉁이에서 굉음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소리가 끊겼다. 돌격대가 하차하는 중일까?


그는 페달을 밟았다.


어서! 힘 좀 내!


굴착기가 발작적으로 홱 움직였다.


기계가 킁킁거렸다. 일어나기 시작했다. 울부짖었다. 깨어났다. 생기가 돌아왔다. 살아났다!


레버가 있었다. 앞쪽에 두 개, 좌석 양쪽에 두 개씩 더 있었다. 아르티옴이 하나를 건드리자 팔이 위로 올라갔다. 다른 것을 만지자 팔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벽에 삽을 박았다. 쾅!


"저기 레버 두 개!" 사벨리가 그에게 소리쳤다. "정면에 있잖아! 탱크를 몰 때처럼! 나와! 나와, 이 멍청아! 내가 할 테니까!"


사벨리는 두 번째 시도만에 바퀴로 기어올라와 아르티옴을 밀쳐서 조종석에서 내보냈다. 그는 레버를 잡았다.


"저리로 비켜! 아니면 널 조각낼지도 모른다!"


그는 두 손을 따로 놀리기 시작했고, 50톤이든 그보다 더 나가든 간에 굴착기는 그 자리에서 춤을 추듯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환~상적이야! 내 무한궤도가 그리웠어!" 사벨리가 웃어제꼈다. "어디부터 시작할까?"


"가장 멀리 있는 것부터요! 가장 먼 것부터 시작하세요! 여기서 이걸 치워요!"


콘크리트 벽 바깥에서 인식표 없는 군인들은 아마 이미 흩어져 있을 것이다. 이미 갈고리를 걸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격수들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있을 것이다. 지금 1초라도 늦으면 영원히 늦고 말 것이다.


그는 다친 무릎도 잊고 통신 센터로 달려갔다. 다 왔다! 다 왔다!


그는 나무 사이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얼핏 보였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대문을 쏜살같이 지나쳤다.


"여기 라디오가 있어요! 그리고 목소리도요! 아저씨를 부르고 있어요!" 미하일인지 이고르인지가 위층에서 소리쳤다.


"우릴 포위하고 있는데요! 사방으로 퍼집니다! 쏠까요?" 료카가 옥상에서 외쳤다.


부활한 굴착기는 그을린 연기에 휩싸인 채 통제실을 천천히 지나갔고, 시반에 뒤덮인 유일한 팔은 이미 타격을 가하기 위해 치켜든 상태였다.


"응답하라! 긴급 상황이다!" 헤드폰이 모기만한 소리로 끽끽댔다.


누가 지금 당장 연락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을까?


왜 잠자코 있는 대신에 더 일찍 부르지 않았나?


아르티옴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는 손을 바깥으로 향하고 창문을 열어 달콤한 연기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확성기에서 나는 콧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너희에게! 즉시! 건물에서 나올 것을! 명령한다! 그리고! 무기를 버려라!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약속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저거요! 가장 멀리 있는 거!" 아르티옴은 창문을 통해 손짓을 했다.


굴착기는 녹슨 뼈를 덜그럭거리며 지시받은 곳을 향해 타박타박 굴러갔다. 충분히 강력할까? 연료는 충분할까?


"아르티옴!" 탁자 위에 놓인 헤드폰이 힘을 그러모으더니 꽥꽥거렸다. "내 말 들려, 아르티옴?"


그는 헤드폰을 너무도 천천히 집어올렸다. 그는 그걸 머리에 얹고 귀에 씌우고 싶지 않았다.


트럭 위의 기관총에 시동이 걸렸다... 그들을 겁주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이미 공격이 시작됐나?


"누굽니까?"


"아르티옴! 나야! 레탸가라고! 레탸가, 아르티옴!"


"뭐라고?"


"레탸가, 아르티옴! 나라고! Rh 마이너스 A형! 제발 어서! 나야!"


"너 무슨...? 내 말 들었어? 들었냐고? 붉은 라인이 모든 주파수를 막고 있었어!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온 세상이! 지하에 처박혀 있는 바보들은 우리밖에 없어! 지금 당장 저 빌어먹을 방해기들을 부숴버릴 거야! 멜니크에게... 말해... 내가..."


"잠깐만! 내 말 들려? 멈춰, 아르티옴, 그러지 마... 기다려!"


"못 해! 못 기다려! 붉은 라인이 여기 있다고! 사방에 있어. 우릴 곧 덮칠 거야. 우릴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라고. 하지만 우린 저 망할 것들을 박살낼 시간이 있..."


"아니, 널 갈기갈기 찢지 않을 거야! 우린... 그들이랑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


기관총이 또다시 발작하며 발포됐고, 굉음이 건물 안에서 터졌다. 위층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누구랑? 붉은 라인이랑? 거래를 한다고?"


"붉은 라인이 아니야! 아니라고, 아르티옴!"


창밖에서 갑자기 엄청난 충돌음이 들려왔다. 한 번 더. 아르티옴은 마치 강철 커튼이 지평선에서 지평선까지 걷혀 올라가는 듯한 지긋지긋하게 거슬리는 긴 소리를 들었다. 지친 강철이 거대한 호른처럼 울부짖었다. 그리고 무너진 철탑이 느긋하고도 웅장하게 쓰러져 거의 부지 전체를 가로질러서 건물 옆에 놓여 있었다. 땅이 흔들렸다.


"너무 늦었어! 다 끝났다고! 우린 이 망할 것들을 다 부수고 있어!"


"안 돼! 절대 부수면 안 돼! 내가 알아! 방해기가 뭔지 안다고! 그건... 그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멈출 수 있어! 내가 막을게! 공격은 없을 거야! 기다려줘, 아르티옴! 기다려! 내가 다 설명할게!"


또다른 쟁그랑 소리와 신음소리가 났다.


"누군데? 말해! 이게 다 어디다 쓰는 거냐고?" 아르티옴은 헤드폰을 벗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회색 남자 한 명이 철조망에 십자가 자세로 묶여 벽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몸을 빼내려고 했지만, 힘이 따르지 않았다. 굴착기가 끽끽거리며 다시 팔을 들어올렸다.


"사격 중지! 멈춰라. 공격을! 오르도다! 멜니크다!" 레탸가의 목소리가 한쪽 어디선가 모기만하게 꽥꽥거렸다. "아르티옴! 아르티옴! 기다린대! 너도 기다려! 이미 가고 있어! 내 말 듣고 있어? 아르티옴?"


기관총 소리가 잦아들었다. 회색 남자들이 퇴각한 것일까, 아니면 저격수가 료카를 찾아낸 것일까?


쾅! 또다른 바오밥 나무가 붙잡고 있던 시멘트 뿌리를 마른 땅에서, 왕관을 하늘에서 놓아주었다. 그리고 마지못해 고통스럽게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같은 피를 나눈 사이야, 너랑 나 말야, 그렇지 레탸가? 같은 피. 내가 너랑 함께하지 않으면 또 누구랑 그러겠어?


"멈춰요! 멈춰요오오!" 아르티옴은 사벨리가 그를 발견할 수 있도록 허리까지 몸을 내밀었다.


굴착기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나 어쨌든 철탑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창문을 지나 땅 위로 묵직하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르티옴은 검은 연기를 토해내며 헤드폰의 말을 믿었다. 그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기다리고 있어! 기다리고 있어, 레탸가!"




* * *




"몇 살이에요?" 미하일이 아르티옴에게 물었다.


이고르는 좀 더 키가 작고 섬세한 쪽이었다. 미하일은 더 거칠고 덜 섬세하게 빚어졌다. 그리고 미하일 쪽이 체중 때문에 움직임이 약간 느렸다. 아르티옴은 마침내 둘이 구별이 가기 시작했다.


"스물여섯 살." 아르티옴이 대답했다. "3월생이야."


"그럼 별자리가 양자리네요?" 이고르가 물었다.


"알 도리가 없는데. 31일이야. 하루만 늦었어도 4월 첫째 날에 태어났을 거다. 만우절이지. 아마 조금 더 참을걸 그랬나 봐."


"양자리예요. 숫양이요. 고집스럽죠."


"스물 여서엇?" 미하일이 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와, 그런! 절대 못 맞췄겠는걸요."


"몇 살이라고 하려 했는데?"


"글쎄요. 마흔?"


"퍽이나 고맙구나."


"요 바보들 말은 듣지 마세요." 아르세니는 턱수염에서 털을 뽑았다. "이놈들한테, 스무 살 이상은 다 이미 마흔이거든요."


"그럼 너희 둘은 몇 살인데?"


"열일곱이요."


"열아홉이요."


"신기하네." 아르티옴은 잠시 곱씹은 후 평했다. "너희 둘 다 아직 스물이 안 됐지만, 지상에서 태어났다니."




* * *




레탸가를 태운 차가 문앞에 멈춰섰을 때 아르티옴은 놀랐을까?


확실히 놀랐다.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그를 뒤쫓아오고 납탄을 갈기던 바로 그 무장한 사륜구동 차량이 서 있었다. 정확히 똑같은 차였다. 육중한 차문이 열리고, 레탸가가 방독면도 없이 먼지 속으로 뛰어내렸다.


"나 혼자야! 들여보내줘!"


사륜구동 차량은 문을 쾅 닫고 후진한 다음 열광자의 고속도로를 향해,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르티옴은 감시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나서야 레탸가에게 대문을 열어주었다. 레탸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볼을 부풀리고 찡그린 얼굴로 아르티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아르티옴을 껴안았다.


"꼴이 말이 아닌데, 형제."


"저게 야외에서 작동하고 있어."


"그래. 제대로 된 거야. 넌 큰 사고를 쳤어."


"내가?"


"우리 대령님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라디오로 가자고."


아르티옴은 방문객을 안으로 들였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아르세니와 그의 아들들 말이다. 료카는 옥상에서 나무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벨리는 굴착기 안에서 공처럼 꽉 웅크려 저격수들이 털끝 하나 찾을 수 없게 했다. 회색 남자들은 휴전을 약속했지만, 그들은 조건을 밝히지 않았다. 아르티옴은 불안했다.


"이 사람들은 누구야?" 레탸가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까닥였다.


"사람들. 사람들이야, 형제. 다른 도시에서 왔대. 무롬에서. 너랑 나를 구하러 왔어."


"무롬에서요?" 레탸가가 아르세니에게 물었다. "거기가 북쪽 어디쯤에 있나요?"


"모스크바의 동쪽에 있습니다." 아르세니가 대답했다.


"그럼 저희를 뭐로부터 구하겠다는 겁니까, 어르신?" 레탸가가 물었다. "뿔난 악마로부터?"


"당신 같은 사람으로부터요. 아마 자기 자신으로부터일지도 모르죠." 아르세니가 그에게 웃어보였다.


"멜니크 대령님은 어디 있지?" 아르티옴이 통신 운영자를 지나 제어실로 들어갔다. "대령님과 얘기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할 지경이야."


그는 레탸가에게 아주 잠시 등을 돌렸을 뿐이었다.


탕 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르티옴은 굉음에 등줄기를 타고 서리가 얼어붙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돌아섰다. 세 여행자들은 모두 바닥에 뻗어 있었다. 레탸가가 그 사이를 황새처럼 활보하며 한 명 한 명의 머리에 총을 쏴 확인사살을 마치고 있었다.


그는 아르티옴을 보고, 슈테츠킨 권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두 손을 들었다.


고작 30초였다. 그사이 레탸가는 세 사람을 영원히 죽여버렸다.


"너... 대체 왜...? 어째서?"


아르티옴의 자동소총 조준경은 보호복에 걸려 있었고, 레탸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참을성이 강한 사내였다. 그는 아르티옴이 제대로 그를 겨누기까지 기다렸다.


"무롬에서 온... 사람들이야. 우리한테 왔다고! 이 개자식아!"


"진정해. 진정해, 아르티옴. 그러지 마."


"이 쓰레기 같은 놈! 이 배신자! 배신자가 된 거구나!"


"들어봐. 진정 좀 해. 끝났어. 다 끝났어."


"뭐가 끝났는데? 뭐가? 왜 죽인 거냐고?"


아르세니와 이고르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남아 있었다. 이마에 뚫린 구멍과 입술에 걸린 미소. 미하일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바닥은 끈적끈적한 오물로 완전히 넘쳐흘렀다. 발을 더럽히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스파이들이야. 우리는 명령을 받았어, 아르티옴."


"무슨 명령? 누가? 누구한테서?"


"은폐에 관한 거야. 은폐에 대한 대책, 그거라고. 대령님께... 설명하게 해."


"무릎 꿇어! 손 머리 위로 들고! 나한테 보이게! 꿇은 채로 걸어! 제어실로 들어가! 이쪽으로! 대령님은 어디 있지? 어디 있냐고?"


"내가... 저기, 봐.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아무것도. 잠깐만. 내가 조정 좀 할게. 다 끝났어. 화내지 말아. 널 이해해. 대령님?"


"헤드폰 책상 위에 올려놔. 그리고 비켜. 구석으로 가 있어."


"아르티옴?"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싯싯거리며 흘러나왔다. "아르티옴, 거기 있나?"


"이게 뭡니까? 이 모든 게 대체 뭐냐고요? 뭔지 말해 주세요! 셋을 세겠습니다, 알아듣겠습니까? 이 늙은... 거긴 어떻게 되어가죠? 왜 모스크바에 이런 방해기가 필요한 겁니까? 왜 우리에게 세계를 숨겼습니까? 왜 제게 거짓말을 한 거죠? 대체 왜? 이 형편없는 쥐새끼 같으니... 이 늙은... 다리 없는... 왜 지금까지 내게 거짓말을 했냐고?"


"이건 방해기가 아니다, 아르티옴." 멜니크는 숨이 막히지 않고 모든 말을 삼켜냈다. "방해기가 아니라, 방패야."


"방패라고?"


"방패, 아르티옴. 이것들은 모스크바에게 세상을 숨기는 게 아니야. 세상으로부터 모스크바를 숨기는 거지."


"뭣 때문에? 대체 무슨 빌어먹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르티옴. 우리가 유일한 생존자가 아니야. 우리의 적들도 살아남았다. 미국. 유럽. 서방 세력 말이다. 그들은 여전히 무기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그들이 우릴 끝장내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 유일한 이유는 말이다! 그들은 우리가 전부 죽고 여기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고 말이야. 만에 하나 우리가 노출을 허락한다면... 어떻게 되든 간에... 통신을 하든, 첩자를 보내든... 우릴 어떻게든 그들이 찾아낸다면, 그리고 그러고 있고... 그놈들은 우릴 그 즉시 가루로 만들어버릴 거다. 우리 모두를. 듣고 있나? 방해기가 손상되면 안 된다! 감히 그걸 건드리다니!"


"전쟁은 한참 전에 끝났잖아!"


"전쟁은 결코 끝난 적이 없다, 아르티옴.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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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로 무롬 친구들을 죽여버리는 레탸가의 모습이 충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