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엎어진 채로 피를 흘리고 있는 피커의 이름은 하운이였어. 그의 나이는 34, 핵 전쟁 이전에 놀러 나왔던 백화점에서 핵이 터져 고속 터미널 역으로 대피한 중학생이였지.
그는 비웃음을 짓듯이 웃음을 내뱉었었어. 그것이 자신의 배에 뚫린 지름 5cm 짜리의 구멍 때문이였건, 아님 곧 죽을 것을 앎에도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자신에게 내뱉는 웃음이였던간 말이야.
"후우.."
하운은 한숨을 뱉었어, 슬슬 숨을 쉬는게 버거워지던 찰나였기에 그는 자신의 삶을 일축해 자신이 애용하던 노선도 노트에 한 문장 적기로 마음먹고 펜을 들었지. 그가 손에 쥔 볼펜은 수년간 사용해왔던 모나비 볼펜인지라 똥도 나오고, 퍽퍽하게 구슬이 굴러갔지만, 이거만한게 없었다는 듯 하운은 웃음을 짓고 볼펜으로 글을 써나갔어.
떠밀려 태어나, 떠밀려 공부하고,, 떠밀려 살다가, 핵이 터져 떠밀려 올라와, 이렇게 죽는구나.
하운은 볼펜으로 무언가를 더 적으려다가 그만 두었어, 이 구석에 올 피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노트에 그리 적고 싶었지만, 그것은 비꼼과도 같은 느낌이자 죽은자가 산자에게 남기는 저주 같은 글귀였기에... 하운은 한숨과 함께 노트를 접어 벗어놓은 가방 위에 올려놓았어.
어째서일까, 하운은 자신의 가방이 떠밀려 살던 삶의 끝에서 자신이 남긴 흔적과도 같다고 생각했어. 그러다가 노트를 붉은 피가 물들이지 못한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고 가방 안을 살펴보았어.
피커의 가방이라기엔 내용물이 참으로 초라했지, 그리고 난잡했고, 아마 그의 삶이 가방 정리할 새도 없이 흘러갔다는 것일거야. 어쩌면, 하운이 애써 외면한것 이였을 수도 있지.
하운은 조소를 지음과 함께 가방을 뒤집어 바닥에 쏟았어, 부분 부분이 좀먹어진 채로 뒤엉켜진 전선, 일부분이 녹슬어지거나 끊어진 전자 회로, 끝이 삭은 밧데리, 처음으로 피커가 되었을때 쓰던, 지금은 고장났지만 버리지 않고 꾸역꾸역 가방에 넣은 채 들고 다녔던 부적같은 손전등 - 아, 물론 손전등은 부적으로써의 일을 해내지 못했지만 말이야. - 겉이 녹슬어 먹지 못했던 통조림...
전부 새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운은 짧게 푸훗하며 웃음을 뱉었어, 전부 다 새것이나 다름 없었지, 라 하운은 생각하며 그 뒤에 무언갈 덧붙였어, 모순이군.
하운은 소리죽여 웃음을 뱉었어, 혹여 이 소리에 자신의 끝을 방해할 이들이 올까 싶어 그런것이였지, 그러나 그런 행복도 그에게 사치라는 듯 그의 구멍 뚫린 배에서 화끈한 고통이 올라왔어.
하운은 눈가를 찌푸리며 벽에 몸을 기대었지, 저절로 벅찬 숨이 나오자 그는 표정을 더욱 찌푸렸어, 이제 곧 끝이 다가올 차례였지.
....운명이네, 정말 운명이야, 친구들이 같이 오지 않음에도 나 혼자 백화점에 와서 살아남았던 그때도, 이젠 그 백화점 구석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나에게도.
하운은 고장난 오븐 손잡이를 잡고 일어나려 해보았다, 하지만 다시 오븐 문이 열리며 그는 다시 고꾸라 졌어. 흐으... 아마 메트로에 돌아가도 살긴 힘들겠지.
하운은 그리 생각하며 포기한지 오래였고, 그렇기에 마지막 발악이 고꾸라지자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고 있었어.
차가운 공기가 그의 배에 뚫린 공기로 숭숭 하며 통과했고, 하운은 뭐가 웃긴지 벗은 방독면을 바라보며 입김을 뱉었지.
하운은 팔에 힘을 주며 그의 ak 소총을 집어 들었어. 탄창은 파란 테이프가 간결하게 둘러져 있었지. 삐거더턱 - 틱! 녹슨 총의 노리쇠가 신음을 뱉으며 중간에 낀 7.65mm 탄환을 뱉어냈고, 탄환은 바닥으로 떨어졌어.
하운은 웃음을 지었지, 핵이 터진 직후부터 피커질을 하며 살아남았던 자신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총기고장으로 죽는다는게... 우스웠기에...하하...
하운은 ak 소총의 총구를 딱딱한 바닥에 꽂아 넣은 뒤 철모의 둥근 부분을 두른 가죽 끈에 화폐가 들어간 20발 들이 탄창을 끼우고 개머리 판에 철모를 넣었지.
후우... 하운은 가빠져오는 숨을 뱉었어. 진통제 빨이 사라져 가고 있었지..
그래서일까, 하운은 자신의 과거의 편린인 자신의 담배갑을 만지작 거리다가 남겨진 돛대를 꺼내, 불이 붙은게 기적인 녹슨 라이터로 불을 붙인 다음, 담배 대에 불을 붙였지.
따듯했어, 그리고 중독적이였지. 하운은 웃음을 내뱉었어, 고통을 방관한채 말이야.
내가 이걸 어떻게 끊었는데, 다시 피게 되네.
이제, 그것이 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유일한 소품이였고, 곧 장례식이였어.
"...""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침묵 뿐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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